소설리스트

0살부터 재능흡수-25화 (25/257)

25화. 내가 하면 뜬다 (3)

유명한 할리우드의 작곡가 에릭 베번은 얼마 전 태어난 아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만 되면 일어나 우는 통에 다음 날 아침이면 머리가 멍하기 일쑤였다.

‘크리스, 너는 왜 이렇게 예민한 거야.’

에릭이 아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을 때마다 그의 어머니는 말했다.

“너도 아기였을 때 딱 저랬단다. 원래 자식은 부모 닮는 거라고.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잠을 설치고 고생했는지 알아? 엄마한테 고맙다고 백만 번 절을 해도 모자라 너는.”

그럴 때면 에릭은 아무 죄가 없는 어머니마저도 미워지곤 했다.

‘아, 대체 밀린 음악 작업은 언제나 할 수 있을까. 감독이 또 독촉 전화를 할지도 모르는데.’

에릭은 곧 촬영이 시작될 영화 ‘파리넬리’의 편곡 작업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인 크리스가 태어난 이후로는 도무지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밤은 또 어떻게 버텨야 하려나.’

에릭은 다가오는 밤을 위해 인터넷에서 백색소음을 검색하고 있었다.

‘자동차 소리, 빗소리 같은 규칙적인 소리들이 아기의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그런데 이건 뭐지?’

- 정말 추천하는 영상. 아직 미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하진 않지만, 이 노래만 들으면 모든 아기가 마법처럼 잠이 듦.

비슷한 또래의 아기를 키우는 것 같은 아기 아빠가 자신의 블로그에 너투브 영상 링크를 걸어놓은 것이었다.

에릭은 링크를 타고 너투브로 접속해 은우가 보리에게 들려주는 자장가를 틀었다.

‘마음이 너무도 편안하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대체 이건 어느 나라 말이지?’

에릭은 들고 있던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깨었다.

‘맙소사. 깜빡 잠이 들었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너투브 영상을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든 모양이었다.

‘그리고 보니 스티브 왜 이렇게 조용하지?’

에릭은 아기 침대에 누워있는 스티브를 찾았다. 스티브는 평화롭게 잠이 들어 있었다.

‘대체 뭐지 이 노랜? 어떻게 스티브를 재운 거지?’

***

에릭은 은우의 너투브에 올라온 모든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건 뭐지?”

에릭은 은우의 전국 노래 경연대회 영상을 클릭했다.

은우가 3단 고음을 뽐낸 영상이었다.

“오, 지저스. 미친 거 아냐? 어떻게 이런 고음을 낼 수가 있지.”

다음 영상은 전국 노래 경연대회 최우수상 무대.

무대 위에는 은우가 공룡 바디수트를 입고 있었다.

“너무 귀엽다. 저 옷. 우리 크리스도 사 주고 싶은데, 어디서 산 걸까?”

“여보, 대체 안 자고 뭐 해?”

잠에서 깬 크리스의 부인이 잠이 덜 깬 눈으로 크리스를 보고 있었다.

“미안해. 여보. 피곤하지?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그만. 이제 혼잣말하지 않을게. 들어가서 어서 자.”

크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만 자신을 탓하며 일시 정지 버튼을 풀었다.

어느덧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관객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어. 우리나라도 공연이 끝나고 나면 너무 지저분한데. 저 아기는 대체 어떻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거지?’

에릭은 은우의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투브의 빅데이터는 에릭에게 은우의 ‘내일도 사랑해’ 드라마 영상도 추천해 주었다.

‘이 아기 드라마도 찍은 건가?’

에릭은 ‘내일도 사랑해’ 드라마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피곤하다. 이미 자야 할 시간을 넘겼는데. 마무리해야 할 작업도 많은데.

이 드라마 왜 이렇게 재밌는 거야.’

드라마는 어느덧 은우의 생일잔치 장면으로 넘어갔고 은우는 꿀떡춤을 추고 있었다.

‘구우덕, 구우덕. 이거 중독성 있는데’

에릭은 자신도 모르게 은우의 꿀떡춤을 따라 하고 있었다.

다음 장면에서는 은우가 1센티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었다.

‘헉, 저렇게 귀여운 헤어스타일이 있었다니. 세상에. 크리스도 해 줘야겠어.

분명 예쁠 거야.

근데 은우라는 아기 외모가 동양 아기 같지 않아. 눈도 너무 크고 피부도 하얗고. 서양 아기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데.

가만있자. 서양 아기라.

그럼, 우리 영화에 딱인데.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되고, 외모도 어울리고.

우선 감독인 크리스토퍼에게 은우의 영상을 보내야겠다.’

에릭은 크리스토퍼에게 은우의 영상을 전송하였다.

***

“잘 부탁드려요.”

창현은 은우의 짐을 싼 아기용 캐리어를 정후석에게 건넸다.

“아빠, 꺼쩡하지 마떼요. 빠빠이.”

은우가 창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1박 2일이지만, 처음 하는 짧은 이별에 창현은 마음이 무거웠다.

“자주 전화할게. 그리고 내가 은우를 열심히 보살필게.”

정후석이 은우를 차에 태웠다.

“띠띠빵빵, 띠띠빵빵, 띠띠빵빵, 띠띠빵빵~”

은우는 신이 나서 촬영을 가는 내내 창문을 열고 노래를 불렀다.

은우의 모자에 있는 프로펠러가 바람에 맞추어 돌아갔다.

“모자 너무 귀엽다.”

모자는 은우의 귀여움을 더 크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차 안의 공기가 달라진 것 같잖아.

혼자 촬영장에 갈 땐 늘 긴장하면서 대본 체크 했었는데, 은우랑 함께 가니 너무 행복하다.’

어느새 정후석은 은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석의 차는 어느덧 촬영지인 강원도 정선에 도착하였다. 촬영장에 도착하자 요리사이자 방송인인 백수원이 후석을 맞이했다. 백수원은 후석의 고등학교 후배였다. 수원은 후석에게 은우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은우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반가워요. 은우. 우리 딸이 사인받아오라고 했는데.”

은우는 수원을 보며 빙긋 웃었다.

‘저, 아저씨 무지 유명한 아저씨인데. 요리 프로도 여러 개 찍고 있고.

그리고 사람들이 착하다고 좋아하고.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아저씨야. 친하게 지내야지.’

수원이 은우에게 말했다.

“우리 딸이 은우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은우 너투브만 봐. 지금 머리도 은우 머리랑 똑같다니까. 옷도 은우랑 똑같은 걸 입고 있어. 뭐든지 은우가 하면 하고 싶다고 떼를 써서 말이지.”

“하하, 은우가 그렇다니까요. 촬영장에도 백수희 팬보다 은우 팬이 더 많이 찾아오는걸요. 그런데 어른들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아기들의 대통령이구나, 은우. 아기 팬들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네.”

은우는 꿀벌 캐리어를 열고 아기용 크레파스를 꺼냈다. 그리고 수원이 내민 자신의 사진 위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은우라고 썼다.

정후석이 은우에게 물었다.

“은우 사인해본 적 있어?”

“처으미예요.”

“와, 은우 사인 1호네.”

“와, 가보로 남겨야겠는데.”

수원이 은우의 사인을 받아들며 말했다.

‘휴, 다행이다. 아빠가 이름 쓰는 걸 미리 알려줘서. 아직 한글을 다 떼지 못해서 이름 말고 다른 걸 쓰라고 하면 큰일 날 뻔했어.

역시 사람은 준비성이 있어야 한다니까.’

은우가 다시 캐리어의 짐들을 정리하려고 애쓸 때, 그때 갑자기 다람쥐가 다가왔다.

[올림포스의 동물의 신 판의 동물과의 의사소통능력 레벨 1 -  920 /1000]

“안녕, 못 보던 아기네. 이 주변엔 너 같은 아기가 별로 없는데 말이지.”

“안녕, 다람쥐야.”

은우도 다람쥐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다람쥐가 은우의 어깨 위로 쪼르르 올라갔다.

“다람쥐가 사람에게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다니?”

“다람쥐도 순수하고 착한 건 아나 봐요.”

수원과 후석은 다람쥐의 행동을 보고 매우 놀랐다.

아기와 다람쥐, 너무 잘 어울리는 투 샷에 PD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기와 동물의 조합이라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힐링 영상으로 시청률 좀 오르겠어.’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은우는 처음 보는 시골의 풍경에 넋을 놓았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렇게 푸르르다니.

파드와일 때 보았던 아프리카의 황량함과도 다르고, 파리넬리일 때 보았던 17세기의 이탈리아의 풍경과도 달라.

너무 예쁘다.’

백수원이 정후석에게 상추와 고추 등이 심어져 텃밭을 가르치며 소쿠리를 주었다.

“감자옹심이랑 상추 겉절이 할 거니까 상추랑 고추, 파 좀 따와. 그리고 감자도 좀 캐고.”

정후석은 소쿠리를 들고 텃밭으로 향했다. 은우는 다람쥐와 함께 손잡이가 달린 아기용 바스킷과 호미를 들고 정후석을 따라갔다.

정후석은 먼저 은우에게 감자를 캐는 법을 알려주었다.

“자, 이렇게 여기 줄기를 살짝 들고 감자알이 다치치 않게 호미질을 살짝 하면 뽀얀 아기 감자가 나와요.”

은우는 작은 손으로 감자를 캐려다 감자 잎에 달려 있는 무당벌레에 눈이 갔다.

“번네.”

은우는 자기도 모르게 곤충에게 손이 갔다. 무당벌레가 은우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은우의 손 위로 올라왔다.

[올림포스의 동물의 신 판의 동물과의 의사소통능력 레벨 1 -  990 /1000]

“악~~”

정후석은 평소 벌레를 싫어해서 자신도 모르게 도망을 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서울에 살기 시작한 이후로 곤충을 본 적이 없구나. 나도 원랜 강원도 촌구석에서 태어난 시골 사나이였는데 말이야.’

정후석의 비명 소리에 달려온 백수원이 은우의 손에 올라온 무당벌레를 보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다시 마당 안 평상 위로 돌아갔다.

“뭘 소리를 지르고 그래.”

은우 곁에는 무당벌레, 사마귀, 쥐며느리 등 다양한 곤충들이 모여 있었다. 은우는 신이 나서 곤충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번레드리 노래해. 뺨뺨뺨. 번레드리 추믈 쳐. 뺨뺨뺨.”

은우의 노래에 맞춰 곤충들이 날개를 폈다. 무당벌레의 빨간색 날개가 펴지고 사마귀가 초록색 날개를 폈다. 그리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은우의 어깨 위에 있는 다람쥐도 신이 나서 꼬리를 흔들었다.

촬영감독은 벌레들이 은우의 옆에서 도망가지도 않고 줄을 지어서 걷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곤충 소년이라도 되나? 곤충들이 은우 말을 따르는 건가. 이거 원 CG도 아니고 말이지. 화면은 너무 예쁘긴 한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PD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람에게도 인싸가 있듯이 동물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사람이라는 게 있나? 은우는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종을 넘어서까지 인기를 끄는 걸까?’

은우는 노래를 마치고 곤충들의 응원을 받으며 감자를 캤다.

[올림포스의 동물의 신 판의 동물과의 의사소통능력 레벨 1 -  1000 /1000]

‘레벨업은 일도 아니군.

그런데 몰랐어. 곤충들이 이렇게 말이 많을 줄.’

은우 곁에 곤충이 많아서 정후석은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했다.

은우는 천천히 맡은 일을 끝까지 마치고 소쿠리에 가득 감자를 담아 백수원에게로 갔다.

“수고하셨습니다, 꼬마 농부님. 식사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백수원이 은우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정후석이 마늘을 까고 감자껍질을 벗겼다. 백수원은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다!”

정후석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PD도 울상이 되었다. 아무래도 농촌의 풍경은 비 오는 날보다는 맑은 날이 찍기 쉬웠으니까.

‘간만에 시청률 좀 올라가나 했더니. 그래도 다행히 은우 덕택에 앞부분에서 분량을 많이 확보했으니 망정이지.’

조금 아쉽긴 했지만, 앞부분에서 예상치 못하게 은우가 선전을 해줘서 다행이었다. 관찰 예능은 변수가 많은 데다가 출연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곤 했다.

촬영팀이 빠르게 평상과 가마솥 주변에 비를 가릴 가림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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