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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살부터 재능흡수-4화 (4/257)
  • 4화. 새로운 재능 (1)

    창현과 영탁은 김미자가 소개해 준 공인중개사 아주머니와 함께 집을 보러 다니고 있었다.

    ‘여러 집을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어. 하긴 돈이 없으니까 별수 없지.’

    다음 집은 차를 타고 한참 들어가야 하는 비탈길에 있었다.

    “와, 세상에 서울 시내에 이런 집이 있네요.”

    영탁은 너무 오래된 집 같아서 깜짝 놀랐다.

    “이 집은 3년 정도 비어있던 집인데, 장점은 채광이 좋고 마당이 있고. 서울 시내에 이 가격에 마당은 꿈도 못 꾸는 거 알죠? 게다가 마당에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저기, 보다시피 방도 3개나 있고, 마루도 있고, 부엌이랑 화장실도 독립되어 있고. 이 집은 일제강점기 때 약간 리모델링한 거 빼고는 전혀 변한 게 없는 옛날 집이야.”

    창현은 들어서자마자 마당에 있는 대추나무에 반하고 말았다. 대추나무 위에는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게다가 크진 않지만, 은우와 강아지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도 있었다.

    “주인이 외국에 나가 있어서 관리가 힘든 집이라서 완전 싸게 나왔어요. 보증금 오백에 월세 오십. 위치가 외졌고 집도 오래되긴 했지만, 이만한 평수에 소음도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으니 주인만 잘 만나면 나쁘지 않을 텐데.”

    “이 집으로 할게요.”

    창현이 소리쳤다.

    은우는 창현의 머리 위에 뜬 숫자 5를 보았다.

    “아쁘아. 아쁘아.”

    은우도 신이나서 소리를 질렀다.

    “너무 오래된 집 아닐까?”

    영탁이 다시 물었다.

    “우리가 조금 잘 손보고. 왜 요새 미미소나 인터넷에 싼 인테리어 용품들 많잖아. 꾸미면 달라질 거야.”

    영탁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공인중개사 아주머니는 은우와 헤어지면서 아쉬워했다.

    “은우를 오래 못 봐서 아쉽다. 은우야 복 많이 받고 행복하게 살아.”

    “아부부~~”

    은우가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

    한편, 집에 홀로 남은 루카스는 생각했다.

    ‘은우와 함께 있을 땐 매우 행복해. 하지만 난 전생에 미국인이던 시절, 한국에선 개를 잡아서 먹는다는 말을 들었었어. 그래서 사람들이 말을 할 때마다 너무 불안해. 말을 좀 알아들으면 좋으련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루카스는 창현의 집에 있는 티비를 켰다.

    ‘티비를 보면 말을 배울 수 있겠지.’

    리모콘을 밟아서 채널을 돌리다가 어린이 프로를 찾아내었고, 그 프로를 열심히 보았다.

    하루 동안 간단한 인사와 호칭 정도를 습득했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때 티비를 통해 말을 배우면 되겠군. 그런데 개로 태어나니 영 죽을 맛이야. 말을 알아들어도 할 수가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쭉 개로 살 수는 없어. 답답해 죽겠어.

    아, 맞다. 모스 부호가 있었지. 모스 부호로 짖으면 언어에 상관없이 알아들을 거야. 모스 부호는 국제 공용이니까.’

    루카스는 기대에 벅찼다.

    문이 열리고 창현과 영탁, 은우가 들어왔다.

    창현과 영탁은 오늘 장사가 너무 잘돼서 기뻤고 은우는 오늘 드디어 1000을 채워서 기뻤다.

    ‘1000을 채웠으니 그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루카스는 준비한 대로 모스 부호에 맞추어 짖었다.

    “앙~ 앙~ 앙앙~~”

    “와, 얘가 짖기도 하네. 하도 조용해서 못 짖는 줄 알았어.”

    영탁이 루카스를 보며 말했다.

    “짖어서 걱정이다. 아랫집에서 민원 넣으면 어떻게 하지? 곧 이사 갈 거긴 한데, 그때까지만 좀 조용했으면 좋겠다.”

    창현이 은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왜 이렇게 못 알아듣지?‘

    루카스는 답답해서 한 번 더 짖었다.

    “앙~ 앙~ 앙앙~~”

    “배고파? 사료 물에 불려야 하니까 조금 기다려봐. 너 아직 어려서 물에 불려서 먹어야 한대.”

    아무리 짖어도 알아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루카스는 절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창현과 영탁은 모두 학교 다닐 때 공부와는 담을 쌓았기 때문에 모스 부호가 무엇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은우는 영탁이 정리 중인 주방용품을 만지고 있었다. 그때 웬 국자 하나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은우는 그 국자에 손을 대었다.

    은우는 새로운 재능의 등장에 놀랐다.

    ‘숫자를 다 채우면 새로운 재능과 만날 수 있구나.’

    [이집트의 음식의 신 소카리스의 행복의 주문 레벨 1 - 0 / 1000

    먹는 사람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주문

    먹는 사람은 무엇을 먹든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상상할 수 있다.

    사용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서 레벨이 올라갈 수 있다.]

    은우는 어느새 자신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전생의 파드와로.

    엄마와 아빠와 동생이 함께했던 저녁 식사.

    파드와가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날이었다.

    식탁에는 아빠가 20킬로미터를 걸어가서 사 온 고기가 있었다.

    한 눈에도 네 식구가 먹기에는 적은 양.

    엄마와 아빠가 파드와와 동생에게 고기가 든 접시를 권했다.

    “어서 먹어, 파드와야.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저는 괜찮아요. 케미기샤야, 너부터 먹어.”

    케미기샤가 밝게 웃으며 고기를 먹었다. 파드와는 동생이 많이 먹게 하려고 일부러 고기를 조금 먹었다. 엄마와 아빠는 케미기샤와 파드와에게 고기를 먹게 하려고 일부러 차파티(밀가루 빈대떡)를 먹었다.

    은우는 그날 먹었던 고기의 맛이 떠올랐다.

    은우는 생각했다.

    ‘이 재능만 있으면 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데. 정말 유용한 재능이야.

    그런데 난 아직 어려서 요리를 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하지?

    요리를 하려면 적어도 10년이란 시간은 필요할 텐데.

    그동안은 레벨업도 못하겠구나.’

    그때 은우의 눈에 부엌에서 냄비를 고르고 있는 창현이 들어왔다.

    ‘맞다, 아빠가 있었지.

    이 재능을 아빠한테 빌려줘야겠어.

    그러면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도 먹고, 레벨업도 빠르게 할 수 있을 거야.’

    마침 창현은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하는 중이었다.

    ’라면만 먹다가 밑반찬이 생기니 집에서 밥도 먹을 수 있고 좋다.

    찌개나 국 하나만 있어도 꽤 괜찮은 식사가 되는걸.

    요즘 감사할 일투성이야. 라면에서 벗어나고 월세 걱정도 덜고.‘

    창현은 자신의 근처로 기어오는 은우를 안았다. 은우가 창현에게 안긴 채로 된장찌개가 끓여질 냄비를 만졌다.

    순간, 냄비가 반짝였다.

    물론, 창현은 자신의 등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은우는 갑자기 창현의 머리 위에서 새로운 미션창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 미션 - 진심 어린 요리로 세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시오. - 0/3]’

    은우는 예상치 못한 미션창의 등장에 놀랐다.

    ‘내가 아빠에게 재능을 빌려주었기 때문에 미션창이 등장한 걸까?

    아빠가 미션을 잘 완수해야 할 텐데.’

    ***

    창현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김미자가 준 된장에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마늘과 파를 넣었다.

    그리고 감자를 넣고 끓이다가 호박과 두부를 넣으면 끝.

    ’내가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요리네. 물론 아주 맛있게 끓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왠지 된장찌개를 먹을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어서 된장찌개가 좋아. 그동안은 늘 마트에서 산 것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집된장이니 맛있지 않겠어?‘

    창현이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며 말했다.

    “영탁아, 다 됐어. 밥 먹자.”

    영탁은 창현의 집에서 물건정리를 하는 중이었다.

    “응”

    두 사람이 함께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창현은 자신이 끓인 된장찌개를 가장 먼저 입에 넣었다.

    그 순간, 창현은 어느덧 2년 전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현경과 창현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현경을 위해 창현이 검색한 유명한 떡볶이집에서였다.

    현경이 떡볶이를 먹느라 조그만 입을 오물거리며 창현에게 말했다.

    “이 떡볶이 진짜 맛있다.”

    “후기가 좋더라고. 맛있어서 다행이야.”

    “고마워, 날 위해 이런 데도 찾아 주고. 우리 사귈래?”

    순간 창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여자 앞에서 소극적인 창현은 늘 머뭇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잘생긴 얼굴에도 불구하고 늘 연애가 잘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소극적인 성격 탓이 컸다.

    ’현경이가 좋았지만 고백하기는 두려웠는데.‘

    그런데 현경이 먼저 고백을 한 것이다.

    “그으래.”

    창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날의 떡볶이는 창현이 평생 동안 먹었던 음식 중에서 가장 맛이 있었다.

    창현은 김미자의 된장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정말 내가 끓인 된장찌개라니.‘

    은우는 창현의 머리 위로 뜬 미션창이 변화한 것을 보았다.

    ‘[첫 번째 미션 - 진심 어린 요리로 세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시오. 1/3]’

    은우는 미션창을 보며 생각했다.

    ‘재능이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가면 미션창이 생기는 건가.

    그런데 재능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갈 수 있다니 놀랐어.

    미션창에 자신이 느낀 감정도 반영이 되는 것도 놀라워.‘

    영탁도 맛이 있는지 찌개를 더 달라고 했다.

    “찌개 더 있어?”

    2-3일은 두고 먹으려고 일부러 큰 냄비에 끓였던 된장찌개가 다 사라졌다.

    “진짜 맛있다. 요리 잘하는구나.”

    “그건 아닌데, 김미자 할머니께서 주신 된장이 정말 맛있나 봐. 역시 집에서 담근 건 다른가 보다.”

    “맞아. 음식은 엄마의 손맛이라고 하잖아. 와, 매일 된장찌개만 먹어도 살 것 같았어. 가게 차려도 되겠는데. 백반집 같은 거.”

    “내 솜씨가 아니라 된장 맛이라니까. 그 된장 없으면 저런 맛 안 나와.”

    은우는 영탁의 머리 위에서 미션창이 바뀐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첫 번째 미션 - 진심 어린 요리로 세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시오. 2/3]’

    은우는 미션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지막 한 사람은 누가 될까?’

    그때 루카스가 은우에게 와서 볼을 핥았다.

    “멍멍.(은우한테선 항상 좋은 냄새가 나. 정수리에서는 카라멜 냄새가 나고 입 근처에서는 우유 냄새가 나는걸. 손에서는 달짝지근한 아기 침 냄새가 나고)”

    전생의 루카스는 사람을 포함한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이상하게도 은우만은 너무 좋았다.

    은우는 이제 더 이상 루카스의 머리 위에 숫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그땐 좀 더 쉽게 네 감정을 알 수 있었는데. 그치만 그게 아니더라도 우린 늘 행복할 거야. 그치?’

    은우가 루카스의 배를 만지자 루카스가 은우의 손가락을 핥았다.

    “하하하하.”

    은우가 간지러워서 마구 웃었다.

    루카스도 신이나서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그렇게 둘이 함께할 때면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은 둘이었다.

    “저 녀석들 귀엽다니까.”

    영탁도 그런 은우와 루카스가 귀여워 영상으로 찍어두었다.

    ***

    재활용마켓을 통해 사 온 물품은 확실히 반응이 좋았다.

    “여기가 아기 띠 멘 오빠가 하는 가게구나. 별스타에서 봤어요.”

    여고생들이 창현을 보고 아는 체를 했다.

    창현은 이미 구제시장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아기 띠를 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우의 귀여움은 어딜 가든 반짝반짝 빛이 났다.

    “자켓이랑 티셔츠요. 아기랑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눈나.”

    은우가 자신의 팬들을 알아보듯 호응해주었다.

    “꺅!! 맙소사. 눈나래.”

    여고생들은 돌고래와 같은 하이톤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창현은 놀랐다.

    ‘아쁘아, 하미 다음에 말한 단어가 눈나라니. 구제시장에 와서 많은 누나들에게 둘러싸이긴 했지만, 그 단어가 그렇게 좋은가. 이 시장에서 일한 뒤로는 은우가 말을 배우는 속도가 빨라졌어.’

    오늘도 장사의 일등공신은 은우. 은우는 구제시장 골목의 스타가 돼 있었다.

    “오빠도 잘생겼네요.”

    한 여학생이 창현을 칭찬했다.

    “그럼 은우 아빤데. 은우가 누굴 닮았겠어?”

    창현은 아직 칭찬이 익숙하지 않아 얼굴이 빨개졌다.

    “아붑.”

    은우가 그런 아빠를 응원하듯 아빠의 볼을 쓰다듬었다.

    “은우야, 내 볼도 좀. 내 머리도 좀 쓰담쓰담 해주세요.”

    여고생들이 은우를 둘러싸고 애원하고 있었다.

    “와 그릇 좋다. 어머 비싼 브랜드 로코코네. 이거 얼마예요?”

    “네, 금도 간 부분이 없고 멀쩡해요. 이천 원이요.”

    “중고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너무 깨끗해.”

    “저희가 물건 사 올 때도 신경 많이 쓰고, 정리할 때도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전에는 패션에 관심이 있는 여자 고객들이 주 대상이었다면, 재활용마켓를 통해 그릇과 주방용품을 들이면서 30-50대 주부들도 물건을 사기 시작했다.

    ‘다양한 수요가 있구나. 주방용품도 조금 더 구색을 갖출 필요가 있겠어.’

    영탁은 새로운 사업 구상으로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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