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4
한국해군의 백두급 잠수함 (02)
“대통령께서 큰 결단을 내리신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쉽지않은 선택이지만 이번이 기회라고 판단하신듯 보입니다.”
송재동이 대답했다.
상황실의 모니터에는 송재동이 있었다.
그는 한국에 파견된뒤 진행된 상황을 화상통신으로 보고했다. 그리고 옆에있던 박재독 함장은 이것을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의 잠수함들이 교란작전을 펼친다면 중국해군은 큰 혼란에 빠질겁니다.”
이번작전에서 한국의 잠수함부대를 참여시키기로 결정한건 박재덕 함장의 제안이였다.
박함장은 한국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해군출신으로 한국 잠수함들의 성능과 전투능력에도 많은 지식이 있었다.
“이번 기회를통해 한국해군은 이후에도 중국해군을 상대하는데 있어 많은 잇점을 가질겁니다. 무엇보다 강력한 실전을 경험하게 될것이고 우리들이 전달해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국해군의 약점들을 상세하고 파악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렇군요.”
박재덕 함장의 말에 충분히 동의했다.
그가 한국의 잠수함들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이것은 정확한 분석과 정보를 바탕으로 얻어진 결론이다.
얼마후 전방의 대형 스크린에는 작전계획이 나왔다.
한국의 잠수함들이 맡은 임무는 중요했다.
슈퍼캐리어 항모전단의 전투력이 뛰어난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이 진행중인 혈파작전에는 상당히많은 함선들이 동원된다.
그중에서도 핵심이되는 제 6 함대를 포함해 강력한 항공모함들에 대해서는 미스릴과 슈퍼캐리어 항모전단이 상대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해군도 나름대로 작전과 잔머리를 굴린것은 분명한 것이다.
때문에 적에대한 감시와 지속적인 교란작전을 펼치는데는 잠수함이 유용했다.
특히 한국이 보유한 백두급 잠수함들은 수중에서의 전투능력과 항해능력이 탁월했다.
수중에서 돌발적인 기습과 공격이 지속된다면 중국해군의 전투력은 상당히 분산될수밖에 없었다.
이것을통해 아군은 더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벌일수 있었다.
***
“베테랑 기자답게 솜씨가 탁월하시군요.”
“감사합니다. 몇가지 간단한 트릭만을 사용했을 뿐입니다.”
안도전이 강민을향해 대답했다.
그는 대만에서도 유명한 TBC-방송국의 기자다.
그리고 발해함에는 TBC-방송국에서 파견된 취재 기자들이 있었다.
강민은 중국정부를 속이기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중에 하나가 대만의 방송국을 이용하는 것이다.
중국내의 CIA-팀과 대만정보국, 그리고 다양한 첩보수집을통해 중국이 진행중인 혈파작전에대한 부분들은 상세하게 파악된 상태다.
그중에서도 특이한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슈퍼캐리어 항모전단에 박살난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2척의 10만톤급 항공모함들을 보유했던 남양함대가 전멸당했으니 당연할 것이다.
그후에 중국정부는 미스릴과 슈퍼캐리어 항모전단에대한 정보를 캐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낸것은 없었다.
이후에 그들이 파악한것은 한가지.
자신들의 혈파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슈퍼캐리어 항모전단을 피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즉 정면공격을 피하면서 대만을 먼저 점령한뒤에 슈퍼캐리어 항모전단을 양쪽에서 포위해서 섬멸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이런 계획은 처음부터 어긋난 상태였다.
강민은 적들을향해 일부러 기만작전을 펼쳤다. 그중에 하나가 대만의 유명 방송국과 취재기자들을 불러서 슈퍼캐리어 항모전단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여러경로를통해 알아낸 정보들에서 특별히 추가된것은 없었다. 하지만 대만 국민들에게는 이 방송을통해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동시에 방송을 보내면서 강민은 슈퍼캐리어 항모전단이 대만해협에 있다고 거짓정보를 전달했다.
처음에 취재진들은 강민의 제안에대해 좀 의아했지만 잠시후에는 이해했다. 지금 자신들이 맡은 역활이 얼마나 큰것인지를 말이다.
“저와 동료들은 이번에 로버트강이 진행하는 작전에 참가한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전투현장에대한 취재부분까지 허용을 해주셨으니 말이지요.”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을 속이는 기만작전에 그들이 참가하는 댓가로 새로운 제안을 한것이다.
그것은 이후에 중국해군을 상대로 슈퍼캐리어 항모전단이 진행하는 전투에대한 취재와 촬영이다.
이것은 지금 그들이 진행중인 방송 프로그램을 몇십배나 능가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대만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얼마후에 벌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그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취재할 기회를 얻은것이다.
기자로서 일생일대의 순간이였다.
***
파도를 헤치면서 대규모의 함선들이 나아갔다.
혈파작전의 개시.
그리고 중국내의 해군기지에서는 수많은 함선들이 출발을 하였다. 이 작전을위해 중국해군은 엄청난 장비와 인원들을 투입한 것이다.
그리고 혈파작전에서 핵심을 담당하는건 새로 신설된 제 6 함대였다.
미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과 맞먹는 10만톤급의 항공모함을 3척이나 보유했고 같은 함대에 소속된 이지스함과 순양함, 구축함들의 숫자까지 합치면 수십척이 넘었다.
하지만 급조된 제 6 함대는 완벽하지 못했다.
해군기지를 출발한 이후부터 다양한 문제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었다.
삐이잇! 삐잇! 함선내부로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제 13 구역에서 화재경보!”
“진압부대를 서둘러 파견해라.”
“이번에는 또 뭐야?”
작업중이던 해군병사들이 당황했다.
자신들이 탑승한 10만톤급의 항공모함인 쉬저우-
그곳에서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것은 쉬저우함에서만 벌어진것이 아니다.
중국이 야심차게 시도한 동풍(東風)프로젝트.
그것은 중국해군이 미해군의 10만톤급 항공모함과 동등한 수준의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것이였다.
이 프로젝트를위해 중국정부는 미국내에 수많은 스파이들을 잠입시켰다.
이것을통해 상당수의 군사기밀들을 빼내었고 중국의 항공모함을 만드는데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스파이를 이용해 정보를 빼내고 그것으로 미국과 똑같은 항공모함을 만드는데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었다.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불길이 너무 거세다!”
“더 큰 피해를 막기위해 13구역중에 일부를 폐쇄해야 한다.”
화재진압을위해 동원된 간부들이 소리쳤다.
그들의 얼굴은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했다.
13구역에는 항공모함에서 사용하는 연료와 탄약고들도 있었다. 잘못하면 항공모함의 내부에서 대폭발이 발생할수도 있다.
얼마후 불길을 잡기위해 서두르던 그들을향해 함대 사령부의 명령이 내려왔다.
“지금부터 13구역중에서 1번부터 5번까지 폐쇄한다.”
“하지만 저안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부의 지시다! 진행하라!”
화재진압을 담당하던 간부가 소리쳤다.
얼마후 굉음과함께 차단벽들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부에있던 사람들이 당황했다.
“설마 우리를 죽일셈이냐?”
“탈출해라.”
“개같은 놈들!”
탈출을위해 몇명이 달렸지만 소용없었다.
잠시후 두꺼운 차단벽이 내려가며 완전히 갇혀버린 것이다. 그리고 더욱 커진 불길은 안에있던 중국군 병사들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상황을보며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도 알고있었다.
이상태로 간다면 자신들은 항공모함과함께 바다속에 가라앉고 말것이다. 그러나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은 거부할수 없었다. 혈파작전은 시작되었고 되돌아 갈수도 없었던 것이다.
“피해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그나마 13구역의 차단벽을 신속하게 내려서, 더이상의 불길은 확대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고하던 부하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함대사령관인 위정국이 다그쳤다.
“몇명이나 당한것인가?”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의 숫자만도 300명이 넘습니다.”
“그중에 함재기 조종사는 있나?”
“함재기 파일럿들은 다른 구역에 있었기 때문에 모두 무사했습니다.”
“다행이군.”
위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300명 이상의 부하들이 한꺼번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사건.
하지만 그는 어떤 죄책감도 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함재기 조종사들이 무사한것에 안도감을 나타낼 정도였다.
“제 6 함대에 배치된 3척의 항공모함들에서 이런 사건들이 계속 발생한것은 큰 문제입니다.”
“이미 알고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할수는 없는 것이지. 그리고 이런것들은 항공모함을 운용하고 작전을 하다보면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들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상부에 보고해서 항해를 잠시 멈추는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에 함내에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한뒤에 다시 작전을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그말은 총사령부와 도진펑 주석각하를향해 우리 함대에 문제가 있다는걸 내 스스로 말하라는 뜻인가?”
“그건 아닙니다. 단지 함대의 안전을 위해서...”
대답하던 부하가 말끝을 흐렸다.
함대사령관인 위정국의 미간이 꿈틀거렸던 것이다. 그리고 위정국은 자신에게온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대만을향한 공격에서 자신과 제 6 함대가 최선봉에 나서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면 자신은 중국최고의 영웅이 될수 있었다. 또한 함대사령관을 넘어 중국공산당의 최상부와 권력의 핵심에 들어가는것도 가능했다.
중국의 역사에서 그런적은 꽤 많았기 때문이다.
“혈파작전은 중화제국 최대의 작전이다. 그런 사소한 문제들 따위로 중단될수는 없는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보 및 분석을볼때 3척의 최신식 항공모함들에서 핵심적인 부분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나?”
“그것은 사령관님의 말씀대로 입니다.”
보고하던 부하가 대답했다.
그러자 위정국이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사건에서 300명의 희생자가 나온것.
그것이 불운한 사건인건 분명했다.
하지만 3척의 최신형 항공모함의 엔진이나 비행갑판, 그리고 사출장치와 기타 전투에 관련된 부분들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중이다.
위정국이 볼때에 이것이면 충분했다.
“더이상 이 문제에대해 꺼내지마라. 그리고 지금부터 자네들이 해야할 일은 차후에 이같은 사고가 나오지 않도록 더 많은 점검과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고있나?”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위정국의 고압적인 태도-
그것에 함부로 맞설상대는 없었다.
참모들이나 부하들도 이번에 진행되는 혈파작전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제 6 함대에 문제가 있다는것이 상부나 외부로 노출되면 자신들도 문책을 받을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총사령부에서는 제 6 함대의 지휘부나 장교들을 모두 교체한뒤에 계속해 혈파작전을 진행할 것이다.
그렇게되면 모든 책임은 자신들이 뒤집어쓰고 실리는 딴사람이 챙길수도 있었다.
이처럼 제 6 함대의 지휘부는 사령관인 위정국부터 아래쪽 참모들까지 중국군이 갖고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전투와 작전에 있어서는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함이 어느때보다 필요했다.
그러나 중국군은 구시대적인 지휘체계와 관습에 젖어있었다.
운좋게 무기와 장비들은 현대식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중요한 알맹이는 그대로인 것이다.
얼마후 통신장교가 다가왔다.
“사령관님. 본토의 총사령부에서 무전이 왔습니다.”
“연견해라.”
“알겠습니다.”
잠시후에 통신이 연결되었다.
그러자 위정국은 단번에 표정을 바꾸면서 말했다.
“예. 참모장님. 제 6 함대는 이상없이 목표를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혈파작전은 모든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입니다.”
위정국의 거짓보고-
이것을향해 누구도 나서지 못하였다.
하지만 제 6 함대를 포함해 혈파작전에 참가한 수많은 중국군들은 무덤을향해 뛰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