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
희토류와 레어메탈(Rare Metal) (07)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감옥안-
쇠로된 철창안에 한명의 중년사내가 갇혀 있었다.
입고있는 군복은 군데군데 찢겨졌고 흙투성이다.
얼마전까지 그는 니카라과군의 최고 지휘관이였다.
그를향해 수많은 부하들이 경례를 붙였고 자신의 명령에따라 부대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꼴이되다니...”
가르시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수조차 없었다.
적들이 어떻게 그곳을 알아냈을까?
설마 저우롱의 배신인가?
그것도 아니면 중국의?
모든것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기서 탈출할수만 있다면 다시 도전할수 있었다.
자신이 만든 사조직, 오데사의 멤버들이 전멸을 당했지만 최후의 수단은 있었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처음부터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철컹! 문이열리며 몇명이 들어왔다.
가르시아의 시선이 정면을 쏘아본다.
먼저 보인건 강민이다.
“네놈이...!”
“가르시아 장군. 여기서 지내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혹시라도 당신의 부하들이 구출해줄 것이란 기대는 안하는게 좋습니다.”
“너희들이 이러고도 무사할거 같은가?”
“글쎄요. 당신을 체포하고 비밀조직인 오데사를 토벌한건, 니카라과의 최고 지도자가 명령한 것이라서 말이지요.”
“최고 지도자, 그놈이 누구인데?”
“당신도 알고있는 사람입니다. 아나스 대통령인데.”
“아나스라고? 그놈은 죽었어! 산디노 게릴라들이 습격해서 말이지.”
가르시아가 히죽거린다.
어둠속에서 다른 인물이 나섰다.
“가르시아 장군. 그건 당신의 착각일 뿐이지.”
“어떻게?”
아나스 대통령의 모습을본 가르시아가 경악했다.
이제 모든것을 파악한듯 저주를 퍼붓는다.
“이 모든것이 너의 계략이였단 말인가?”
“정확히는 당신처럼 중국과 내통한 반역자들을 끌어내기 위함이였소.”
“.....!”
“나로서는 당신이 중국과 협력한 반역자라는 사실에 큰 실망을 느꼈소. 당신의 집안은 이전부터 대대로 우리의 선조들과함께 니카라과의 발전을위해 같이 싸워와던 동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에 국가를 팔아먹는 반역자가 되다니.”
아나스 대통령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말대로 가르시아는 니카라과에 대대로 충성을 바쳐온 군인집안의 후예다.
때문에 아나스 대통령도 가르시아에 대해서는 상당한 믿음을갖고 있었다. 그리고 가르시아 장군에서 니카라과군의 전권을 위임했던 것이다. 그런데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을 당했다.
“지금까지 내가해왔던 모든것은 수포로 돌아갔다는 건가? 좋아! 아나스 네놈이 원한다면 나를 죽여라. 어차피 각오한 것이다. 나를 공개적으로 처형해도 상관없다.”
가르시아가 반항적으로 외쳤다.
자신이 쿠데타를 계획했던건 아나스 대통령이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 그 상대가 버젓이 살아있는 상태다. 지금으로서는 모든것이 실패했다.
“그래도 군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은 있군요.”
프리먼이 나직하게 말했다.
가르시아를 지금 당장 죽이는것에는 문제가 있었다. 내가 가르시아를 생포한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가르시아를 체포하고 군부의 비밀조직인 오데사를 전멸시킨 것으로 쿠데타의 위험은 사라졌다.
그러나 니카라과를 위협하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했던 것이다.
그중에 첫번째가 산디노 게릴라들이다.
두번째는 저우롱을 포함한 중국세력이다.
나의 신호를받자 아나스 대통령이 다가갔다.
“가르시아 장군. 당신의 쿠데타 계획과 반역은 모두 실패했소. 하지만 여기서 당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소.”
“기회라고?”
“그렇소. 본인의 명예를 지키고 당신의 가족들이 반역자의 집안이라는 죄명을 쓰지않고 지낼수 있도록 해주겠소.”
“......”
아나스 대통령의 그말을듣자 가르시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은 죽을각오를 했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에대한 생각으로 갈등한 것이다. 쿠데타를 시도한 반역자의 집안이 된다는건 가르시아에게도 엄청난 수치다.
“그렇다면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것인가?”
“물론입니다.”
아나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시아도 여기에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나에게 원하는것이 무엇인가?”
“당신이 산디노 조직과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정보를통해 알고 있소. 그들은 니카라과의 암적인 존재들이고 반드시 뿌리뽑아야할 적들입니다.”
“거기까지 파악한 상태라니... 크흑!”
가르시아의 모든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집안의 명예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후의 선택을 해야했다.
***
푸타타탓! 공중에서 선회비행을 개시하는 KA-50 호컴 공격헬기들의 모습에 아나스 대통령은 감탄했다. KA-50은 러시아가 개발한 최신형의 공격 헬기다.
상부에는 2개의 동축반전 로터가 있었다.
이것은 새로운 개념의 설계였고 KA-50 공격헬기는 공중에서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했다.
그리고 강력한 방탄장갑은 기관총탄과 소구경의 발칸포탄도 거뜬하게 막아냈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상에서는 강력한 30mm 기관포를 탑재한 장갑차가 이동을 개시했다.
“이정도로 막강한 무기와 장비를 갖고 있다니? MCU-펀드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군요.”
“저들은 미스릴(Mithril)의 대원들 입니다.”
아나스 대통령을향해 설명했다.
니카라과 정부의 군사력은 상당히 약했다.
지상군의 대부분이 자동소총이나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보병의 수준이다.
기갑부대도 있기는 했지만 구형의 장갑차와 무장차량이 전부였다.
때문에 니카라과 정부군은 중국의 군사지원을받는 산디노 조직과의 싸움에서 계속 패배했다.
제대로된 항공전력이 부족했고 산디노 게릴라들에대한 정보파악이나 정찰도 실패했던 것이다.
니카라과에서 가장 큰 세력인 산디노 게릴라를 상대하는 작전에는 준비가 필요했다.
적들의 숫자도 상당했고 지금까지 니카라과 정부군이 번번이 패배할 정도로 무장과 장비도 잘 갖추어진 상태였다.
때문에 이번에는 미스릴 부대가 본격적인 참여를 개시했다. 카리브해의 작전기지인 프라스(Pras)섬에서 증원부대와 장비들이 니카라과로 공수되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니카라과군을 현대식으로 무장하는것도 중요했다.
다만 니카라과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것은 힘들었다.
그에따라 김태천과 프리먼은 니카라과 정부군에서도 정예부대로 알려진 투스카여단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니카라과 정부군이 산디노 조직에게 번번히 당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투스카여단 만큼은 맹렬하게 전투를 해왔고, 몇차례의 승리도 거둔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니카라과군의 핵심은 투스카여단이 되겠군요.”
“이번작전이 끝난뒤에도 중국세력을 막기 위해서는 니카라과군을 지금보다 강력하게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프리먼이 말했다.
그리고 니카라과는 이제부터 그것을 해낼 조건이 되었다.
엄청난 가치와 채산성을지닌 희토류와 레어메탈(Rare Metal)광산이 있었다. 이것을통해 니카라과의 경제와 국력은 단기간에 성장할 것이다.
“로버트 강.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싸움이 끝난것은 아닙니다. 산디노 조직과 중국세력을 박살낸뒤에 니카라과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수 있을겁니다.”
니카라과는 투자할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박광석 팀원들은 중국을통해 알아낸 니카라과내의 막대한 희토류와 레어메탈(Rare Metal)광산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이 부분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감추고있던 비밀이였다.
이제는 아나스 대통령도 중국이 니카라과에대해 얼마나 큰 욕심을 내고있는지 파악한 것이다.
얼마후 나의 MCU-펀드와 아나스 대통령은 니카라과의 희토류와 레어메탈(Rare Metal)의 개발에대한 협정을 하였다.
나로서는 중국이 니카라과의 막대한 희토류와 레어메탈 광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것이 큰 목적이다.
두번째로는 아나스 대통령과의 협정을통해 희토류와 레어메탈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다.
단순히 광산개발만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다.
희토류와 레어메탈은 내가 투자한 KR-전지의 슈퍼배터리 생산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니카라과에 KR-전지의 해외공장을 설립하는것도 전략중에 하나였다.
그렇게되면 니카라과에서 생산된 슈퍼배터리는 곧바로 중남미와 남미쪽으로 수출할수 있었고 여러가지 잇점이 생긴다.
이것을통해 별다른 산업이 없었던 니카라과에는 KR-전지의 신기술을통해 다양한 전기전자 산업이 발전할수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패권을위해 니카라과의 희토류와 레어메탈 광산을 무조건 강탈할려고 시도했다. 그에반해 나의 MCU-펀드가 제안한 조건에대해 아나스 대통령은 충분히 만족했다.
***
열대의 정글속-
내부에는 상당한 규모의 기지가 건설되어 있었다.
니카라과에서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가된 산디노 게릴라들의 본부였다.
이전까지 산디노 게릴라들은 기껏해야 소총등으로 무장한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파견된 저우롱은 그들의 리더인 시몬 타베스와 비밀접촉을 하였다.
그후로 시몬 타베스의 산디노 게릴라들의 세력과 전투력은 급성장 하였다.
특히 저우롱은 중국내의 특수부대를 파견해서 산디노 조직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산디노 조직이 갖고있는 무기와 장비등에도 중국제의 것들이 많았다.
우걱! 우걱!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중년사내, 타베스가 닭고기를 게걸스럽게 뜯었다.
본래 타베스는 니카라과의 지방에서 강도짓을 일삼던 존재에 불과했다. 그뒤에 소수의 부하들을 데리고 게릴라 조직을 만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후 저우롱 덕분에 지금은 수많은 부하들을 거느린 리더가 되었고 니카라과의 주인이 되겠다는 야심까지 품었다.
“가르시아 녀석! 왜 아직까지 잠잠한 것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쯤은 분명히 비밀통신으로 연락이 왔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옆에있던 부하가 말했다.
쿠데타를 계획했다가 체포된 가르시아 장군과 산디노의 리더인 타베스는 서로간에 비밀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들이 서로 알게된것은 저우롱이 중간에서 다리를 놔준 것이다. 저우롱은 니카라과를 삼키기위해 2가지 작전을 준비했다.
첫번째로 가르시아 장군을 이용해서 니카라과 정부군의 내부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
두번째는 이것과함께 자신이 키워낸 산디노 조직으로 쿠데타 세력을 연합시켜 단번에 니카라과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아나스 놈이 뒈졌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야 할 때인데.”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요. 타베스 대장님. 가르시아 장군도 쿠데타를 준비하느라 제대로 연락을 못한것이 아닐까요?”
“그럴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쿠데타 성공후에 내가 가르시아 놈의 밑으로 들어간다는것이 좀 마음에 들지는 않는군.”
타베스가 불만을 표시했다.
쿠데타 작전이 성공하면 가르시아 장군이 니카라과의 실권자, 그리고 타베스는 그다음의 2인자가 되기로 약속된 상태다.
본래의 약속은 그렇지만 타베스는 이것을 끝까지 지킬생각은 없었다.
적당한 기회를봐서 가르시아를 몰아내거나 제거한뒤에 자신이 모든것을 장악할 속셈이다.
얼마후 타베스가 술잔을 벌컥거릴즈음 본부로 부하가 달려왔다.
“타베스 대장님. 드디어 가르시아 장군에게서 비밀통신이 왔습니다.”
“오오~ 그렇단 말이지. 내용은 뭐냐?”
“니카라과군의 내부에있는 오데사 멤버들을 소집했고 쿠데타의 준비를 마쳤음. 지금부터 나의 쿠데타군과 산디노 조직이 합류해서 수도인 마나과로 진격할 예정. 약속장소는 베카계곡!”
“가르시아 녀석 제법이군.”
타베스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그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의음성이 기지내의 스피커를향해 퍼져나갔다.
“타베스다. 산디노의 전부대에 출동명령을 내린다. 지금부터 우리들은 수도인 마나과를 손에 넣는다.”
“와아아!”
타베스의 명령을듣자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타베스와 부하들은 무덤을향해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