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세계최고의 배터리를 만든다
서울 중심가의 교통지옥을 빠져나오자 그런대로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서울은 시간이 지날수록 국제적인 규모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한국의 경제발전과 국력신장도 큰 요인중에 하나다.
한국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수도인 서울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 교통체증과 인구과밀 문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을 수준이다.
한국의 정치가들이 매번 선거때마다 서울의 집중을막고 지방분권화를 외치고 있지만 그것도 허울좋은 공약에 불과했다.
그들 스스로도 특별한 해결책없이 표를 얻겠다는 생각으로 말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해도 앞으로 잘될 것이란 희망은 있었다.
그것마저 없다면 한국과 서울의 미래는 암울할 테니까.
“요즘은 해외생활이 길어지다 보니까 한국에 올 때마다 본국으로 여행오는 기분인 거 같습니다.”
송재동이 멋쩍게 웃었다.
그것은 송재동만이 아니라 나도 비슷했다.
뒷좌석에 타고 있는 박광석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도 나의 JSE-(K)에서 투자한 기업들과 사업체만도 여러군데다.
IT-산업계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고 지금도 전세계를 상대로 소프트웨어를 수출중인 유비콘(Ubicon)이 그 첫 번째다.
현재 유비콘은 미국의 유명한 게임개발사인 블리자드와의 합작을 통해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었다.
블리자드와의 합작과 공동의 게임개발은 이미 한국 내의 게이머들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이슈가된 상태다.
그에 따라 유비콘의 기업가치는 더 증가했다.
유비콘의 이런 성장세에 따라 유비콘 최대 지분소유주인 나의 JSE-(K)가 보유한 재산은 단번에 커졌다.
지금 유비콘은 기업가치만으로도 한국 내 5대 IT-기업에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았다. 그리고 나의 목표는 유비콘을 더 성장시켜서 세계 최대의 IT-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유비콘의 김병관 사장으로부터 업무 보고서를 받았다. 유비콘에서는 내가 전세계의 어디에 있든 주기적으로 업무보고서를 전송해온다.
이것을 통해 나는 현재 유비콘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어떤상황에 있는지를 계속해서 체크할 수 있었다.
유비콘이 히트친 마이포토앱의 실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스마트폰 유저들에게 마이포토앱은 획기적인 어플이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중이다. 그리고 마이포토앱은 현재 새로운 버전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스마트폰 유저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고 있었다.
유비콘의 핵심 프로젝트인 블리자드와의 게임개발도 순조로운 편이다.
유비콘내의 게임개발 부서에서 차출된 인원들이 캘리포니아의 블리자드 본사로 파견되었다.
그리고 블리자드에서도 실력 좋은 프로그래머들이 한국의 유비콘으로 와서 일하고 있었다.
한편 유비콘과의 합작을 통해 미국내에서 잠시 위축되었던 블리자드의 주가도 정상을 되찾았다. 추가로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사장의 경영권과 회사 내의 입지도 굳건해진 것이 큰 수확이었다.
“KW-엔터테이먼트에서도 추가로 스타들을 배출해 내는 걸보니 이호성 부사장의 능력이 탁월한 거 같습니다.”
송재동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리고 KW-엔터테이먼트의 상황에는 박광석도 관심이 많았다.
그 이유는 바로.
“그래도 전 KW-엔터테이먼트의 제 1 호 스타그룹인 다크벨벳이 가장 좋습니다. 원래 저 같은 아재팬들은 한번 정한 걸그룹을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박광석이 대답하며 몇 차례 헛기침을 하였다.
다크벨벳은 KW-엔터테이먼트의 스타 프로젝트 1호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성공적인 데뷔를 한 다크벨벳은 국내최고의 걸그룹들 중에 하나로 올랐다.
다크벨벳의 팬층은 다양했고 그중에는 박광석 같은 아재팬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내가 이호성을 KW-엔터테이먼트의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크벨벳을 성공시킨 뒤에 이호성은 열정적으로 도전했다.
얼마 후 장래성이 뛰어난 유망주들을 발굴했고 연속해서 성공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스타 프로젝트 1호로 데뷔하며 성공한 다크벨벳의 활약도 있었다.
현재 한국 내의 연예기획사 업계는 4강체제로 바뀌었다. 기존에 있던 3대 대형기획사들을 맹렬하게 추격하며 나의 KW-엔터테이먼트가 정상급의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KW-엔터테이먼트를 설립한 것은 한국 내의 연예계 사업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미 다크벨벳은 한국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했고 일본과 중국등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상태다.
이후에는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미국과 유럽까지도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이처럼 다크벨벳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입지를 단단하게 유지하면 이후에 KW-엔터테이먼트에서 배출하는 다른 한류 스타들도 개척된 길을 따라 순조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 지금은 준비과정을 위해 이호성 부사장이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협상을 진행 중에 있었다.
***
“워렌버핏 씨 덕분에 KR-전지의 주가는 순조로운 편입니다. 증권가의 세력들도 설마 실장님이 미국에서 세계적인 갑부이자 투자가인 워렌버핏을 데려올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 말이지요.”
박광석이 노트북으로 증권시장을 체크하며 보고 했다. 지금 우리들이 향하는 곳은 KR-전지의 본사다. 슈퍼배터리를 통해 KR-전지의 위상은 단번에 올라갔다.
현재 KR-전지의 주가와 규모는 한국 내의 증권시장인 코스닥에서 대표주식이 된 상태다.
또한 세계적 갑부인 워렌버핏이 투자한 기업이라는 명성까지 더해서 순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KR-전지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단계가 많았다.
KR-전지의 슈퍼배터리가 IT-산업, 그중에서도 한국과 세계의 스마트폰 시장에 일으킨 변화는 상당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저마다 상향 평준화 되면서 그전까지 스마트폰들의 사이에는 품질의 격차가 많이 없었다. 그러던중 슈퍼배터리가 나오면서 뚜렷한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슈퍼배터리가 장착된 스마트폰과 그렇지 않은 스마트폰의 차이다.
지금 KR-전지의 슈퍼배터리는 대부분 스마트폰 용으로 생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슈퍼배터리는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회사에 직접적으로 공급하는 형태다.
한국에는 삼진(Sam Jin)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마트폰 회사가 있었고 그 외에 LC-전자와 현성등이 1위인 삼진을 추격하는 상황이었다.
KR-전지의 스마트폰용 슈퍼배터리는 한국 내의 스마트폰 회사들에게 공급중이고 수량과 관리는 철저하게 통제되는 상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KR-전지가 보유한 첨단기술과 슈퍼배터리의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전세계 배터리 시장을 KR-전지가 장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었다.
다만 그런중에 생긴문제가 공급물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었다.
KR-전지의 스마트폰용 슈퍼배터리를 필요로하는 수요기업은 미국에도 있었다. 이전까지 미국의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은 비플(Bipple)을 제외하고는 자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도 열세였다.
그러나 이제 KR-전지의 슈퍼배터리를 통해 미국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중국제품이나 일본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상태에 오른 것이다.
이번에 내가 송재동, 박광석과 함께 KR-전지의 본사를 찾아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것이다.
KR-전지의 규모를 키우고 세계적인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해외공장의 신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KR-전지의 정대현 사장과 만나서 의논해야 할 다른 안건들도 있었다.
***
“어서 오십시요. 실장님.”
우리들이 본사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마중나온 직원들이 있었다.
이미 낯이익은 직원들이다.
그중에 한 명은 이전 미국에서 슈퍼배터리의 공개오프닝을 할 때에 참가했던 연구개발부의 직원도 있었다.
그들은 LA에서의 오프닝 행사에서 제대로 발표와 프리젠테이션을 못해서 내가 도와준 적도 있었다. 그 뒤에는 나름 익숙해져서 문제가 없었다.
“정대현 사장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지금 생산현장에서 직원들과 점검중에 있습니다.”
정대현 사장의 성실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격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의 열정을 위해 모든 것을 쏟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얼마 후 우리들은 마중나온 직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슈퍼배터리의 생산에는 KR-전지가 이전부터 갖고 있던 설비 시스템을 대부분 이용할 수 있었다.
몇 가지 부분에서 개조를 하고 추가로 도입해야 할 것들이 있었지만 정대현 사장은 이런 문제점들을 잘 극복했다.
“직원들의 표정도 좋고 활기차군요.”
“에너지가 넘칩니다.”
송재동과 박광석이 감탄했다.
지금 현장의 분위기는 과거와 완전히 틀렸다. 그전에 KR-전지가 파산직전까지 갔을 때에는 모두가 절망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KR-전지의 직원들 모두가 세계 최고의 슈퍼배터리를 만들어 낸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것이다.
얼마 후 우리들을 발견한 정대현 사장이 다가왔다. 그는 현장을 감독하느라 작업복 차림이었지만 나에게는 상관없었다.
“생산가동율을 높이느라 바빠서 마중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를 향해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 전 정 사장님이 보내주신 업무보고는 받았습니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순조로운 편이고 다만 문제는 생산설비의 부족으로 주문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더군요.”
“솔직히 KR-전지가 슈퍼배터리의 성공덕분에 갑자기 유명해지고 미국에서도 공급계약이 되는 바람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지경입니다.”
정대현 사장이 대답하며 이마에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여기에 온 것도 그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제 KR-전지는 더 이상 한국 내에서만 활동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전세계를 무대로 영역을 넓혀가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미국에 KR-전지의 생산시설과 공장을 만드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확실히 실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군요. 또한 미국내에 공장을 가동시키면 그곳에서 생산된 슈퍼배터리가 단시간에 미국내로 공급될 수도 있으니.”
“그렇습니다. 또한 KR-전지쪽에서 미국내에 공장을 신설하면 그것을 지원해줄 거물급의 인물들도 많습니다.”
“정말입니까?”
정대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KR-전지에 대해 호의적인 거물중에 한 명이 해밀턴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다.
또한 커닝행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포함해서 여러 명의 지원세력들이 있었다.
특히 해밀턴 상원의원은 미국내의 스마트폰과 모바일 산업이 활성화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슈퍼배터리는 그것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중에 하나다.
“만약에 KR-전지가 미국내에 생산시설을 확장한다면 캘리포니아쪽이 좋을 것입니다.”
“그렇군요.”
정대현 사장이 동의했다.
그도 KR-전지가 LA에서 성공적인 슈퍼배터리 오프닝을했고 그곳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국내에 해외공장을 신설하는 부분은 순조롭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문제는 다른데서 발생했다.
정대현 사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혹시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사실 별일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는 힘들거 같아서 말이지요.”
얼마 후 정대현 사장이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KR-전지의 슈퍼배터리의 개발이후에 예상한 시나리오들 중에 하나였다. 다만 그것이 이처럼 빨리 나타날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이것은 정대현 사장이나 KR-전지 단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였다.
그리고 이번에 KR-전지를 노리는 녀석들은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
이제부터 그것을 보여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