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
인공위성 발사 (02)
츠으으- 안개처럼 흰연기가 계속해서 SS-18 새턴로켓의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영하 180도가 넘어가는 액체산소와 수소들이 내부로 공급되면서 주변공기를 냉각시키는 것이다.
연료를 주입중인 바이칼의 기술자들과 야츠크 기지의 정비반원들 표정은 신중했다.
로켓발사시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고중에 가장 큰 대형화재가 사고가 이때에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액체연료 주입시에 벌어진 사건과 참상은 엄청날 수준이다.
잘못하면 야츠크 기지내의 지하시설이 한순간에 폐허로 변할 수도 있었다. 통제센터에 있는 볼드윈은 원격 영상을 통해 이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긴장되는 순간이군요.”
“지금까지 바이칼 과학자들은 이런 작업을 여러번 해왔기에 그들의 실력을 충분히 믿고 있습니다.”
송재동을 향해 대답했다.
볼드윈이 평가한 바이칼 과학자들의 실력은 뛰어났다. 특히 우주항공 분야에서 러시아는 미국의 NASA(미항공 우주국)과 함께 라이벌을 이루는 상대다.
요즘 들어 중국정부가 의욕적으로 우주개발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기술을 따라잡는 데에 시간이 걸릴것은 분명했다.
[아직도 인간이 보유한 우주항공 기술은 상당히 원시적인 수준이군요. 하지만 인류가 로켓을 이용해서 지구중력을 탈출할 속도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만은 인상깊군요.]
‘네가 볼 때에 원시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어차피 네가 만든 글로벌 스캐닝의 인공위성을 지구의 대기권으로 발사하는 데는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말이지.’
AI인 하시를 향해 속으로 대답했다.
앞으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하시를 통해 받은 최신기술로 본격적인 우주항공 산업을 육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단계가 아니었다. 우주항공 기술과 산업은 이전에 슈퍼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나 또는 얼마 전에 완성시킨 고효율의 태양광전지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산업과 기술이 접목되어야 가능할 수 있었다.
때문에 그것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내가 로키산맥의 그린힐에 비밀 프로젝트의 연구소를 만들었고 볼드윈팀과 러시아의 과학자들을 연계시킨 것이다.
한동안 긴장된 시간이 흐른뒤.
원격영상으로 지켜보던 액체연료의 주입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지하의 연료주입 격납고에서 작업완료!를 나타내는 신호가 떨어지자 볼드윈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내 쪽에서도 긴장했고 첫 번째 단계가 성공했다는 느낌이다.
잠시 후 원격영상에서는 거대한 SS-18 새턴로켓의 동체에 연결된 주입용 호스들이 차례로 분리되기 시작했다.
“위성발사를 추적하는 레이더 작동 중!”
“지하의 미사일 사일로(Silo)쪽으로 전원공급 시작합니다.”
통제센터에 배치된 기술자들이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의 동작은 능숙했고 어떤 빈틈도 없었다.
여기에 배치된 요원들은 야츠크 기지가 핵미사일 기지로 있을 때에 주기적으로 모의훈련을 했던 것이다.
그런 훈련의 성과가 발휘될 순간이다.
***
“지금부터 SS-18 새턴로켓의 발사에 들어간다. 지하의 격납고 근처에 있는 요원들은 전원 대피해서 D-3 장소로 이동할 것. 다시 한번 전달한다. 지금부터......”
통제센터에 있던 장교가 마이크로 지시했다.
이제부터 발사될 SS-18 새턴로켓은 육중한 중량과 크기를 지닌 최대의 미사일이다. 발사시에 벌어질 충격파와 화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수준이다.
따라서 이것은 만약에 벌어질지 모르는 인명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지하시설에 있는 인원들의 대피가 완료되자 SS-18 새턴로켓의 격납고를 개방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이 발사격납고는 두꺼운 특수합금으로 제작되었고 융단폭격에서도 거뜬하게 버틸 수 있었다.
이처럼 야츠크기지는 본래부터 적의 공격을 당한 뒤에도 상대에 대해 보복 핵공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이었다.
드드득! 우리들이 있는 통제센터까지 진동음이 전해졌다.
“드디어 시작되는군.”
프리먼과 김태천이 침을 삼켰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그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바짝 긴장했다. 통제센터에 있는 또 다른 원격 카메라를 통해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곳은 통제센터에서 200미터정도 떨어진 장소인데 땅위에 특별한 시설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중 한곳이 열리고 있었다.
두꺼운 금속으로 닫혀있던 발사대의 입구가 열리는 광경은 웅장했다.
그리고 열려진 입구의 아래쪽에는 수백톤이 넘어가는 초대형의 SS-18 로켓이 준비된 상태였다.
“발사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로켓발사용의 전원공급 완료!”
“카운트다운 개시. 10, 9, 8,....”
긴장된 순간이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몇 차례 야츠크기지의 위성발사를 지켜본 유리 이바노프 마저도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통제센터의 중앙에 있는 스크린에는 숫자가 하나씩 줄어가고 있었다.
모두가 그것을 지켜보았다.
마지막으로 숫자가 제로(Zero)를 가리켰을 때 강력한 진동이 기지를 휩쓸었다.
콰앙! 쿠쿠쿵! 거대한 SS-18 새턴로켓이 점화된 것이다.
액체수소와 산소를 이용한 연료공급과 폭발력은 강력했다. 이 폭발력과 파워는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다.
때문에 현재까지 우주개발에서 발사하는 대형로켓은 액체연료를 주로 사용했다.
연료를 주입하고 보관하는데 상당한 위험이 따르고 연료를 항상 극저온으로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해낸 로켓엔진 중에서는 가장 강력했다.
원격영상을 통해 보여진 첫 장면은 개방된 사일로의 위쪽으로 엄청난 폭발화염이 솟구치는 것이다.
잠시 후에 강력한 힘을 발산하는 SS-18 새턴로켓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장엄했고 지켜보던 볼드윈이 함성을 내질렀다.
“1단계 추진로켓 점화 정상!”
“SS-18 새턴로켓 가속을 시작합니다.”
통제센터의 요원들이 보고를 하였다.
지상을 뚫고 거대한 로켓이 올라왔고 잠시 후에는 몸체와 아래쪽까지 보인다. 마지막으로 후방을 향해 시뻘건 불길을 토해내는 엔진과 분사노즐이 있었다.
거대한 발사관을 빠져나온 SS-18 새턴로켓은 단번에 가속하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모두가 시선을 창공으로 들었고 이제는 나의눈에도 불길을 뿜어내며 올라가는 로켓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후에 붉은점만을 남긴채 멀리 사라졌다. 로켓발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은 찰나간에 불과했다.
초속 11km 이상으로 가속되는 SS-18 새턴로켓은 단번에 수십km 이상의 상공으로 올라간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더 중요하다.
고도가 높아져 육안으로 확인히 불가능한 상태기 때문에 발사된 SS-18 새턴로켓의 상태를 점검하고 통제하는 것은 우주관측용의 정교한 레이더와 통신시설을 이용한다.
야츠크기지에 설치된 우주관측용 레이더의 성능은 뛰어났다. 지금 발사된 SS-18 새턴로켓의 위치와 고도 그리고 방향을 정확하게 스크린에 표시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금 발사된 SS-18 새턴로켓은 지구대기권에서 가장 먼 고고도의 궤도에 안착을 시킬 예정이다.
보통의 위성들은 지구 대기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저고도나 중고도의 궤도에 위성이 도달하도록 설정한다.
이것은 인공위성의 성능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해상도와 탐지센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주변의 다른 위성들에 의해 방해를 받거나 위성궤도를 변경시키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에 반해 AI인 하시를 통해 조립해낸 글로벌 스캐닝의 인공위성은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위성의 수준을 월등하게 넘어선다.
따라서 다른 위성들이 도달하기힘든 고고도의 궤도에서도 충분히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고고도의 위성은 지구상에 있는 관측장비로도 쉽게 포착이 안된다.
때문에 더욱 은밀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내 쪽에서 발사한 글로벌 스캐닝 위성은 중고도와 저고도에 있는 다른 위성들을 모두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위성들은 나의 글로벌 스캐닝 위성을 발견할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
이런 이점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스캐닝 위성의 성능과 위력은 더 뛰어난 것이다.
***
“잠시 후 1단계 로켓 분리를 시작합니다. 3, 2, 1, 0. 분리완료!”
“2단계 로켓 점화!”
“점화완료. 성공적입니다.”
통제센터의 요원들이 보고하는 내용.
그것을 통해 날아가는 SS-18 새턴로켓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AI인 하시가 나의 눈앞에 시뮬레이션 화면으로 보여준 적이 있었다.
AI인 하시에게는 SS-18 새턴로켓이 러시아의 우주항공 기술이 적용된 최고의 로켓이라 해도, 이미 그 구조와 원리, 그리고 설계내용에 대해서는 단번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2단계 로켓까지 점화가 완료했다면 이제 인공위성 발사는 80% 이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잠시 후에 지구권의 저궤도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개조한 비장의 장치가 가동될 순간이군요.”
볼드윈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SS-18 새턴로켓은 지구 대기권의 저궤도 수준까지만 탄두를 운반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따라서 야츠크 기지에 보유중인 SS-18 새턴로켓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내가 원하는 고고도까지 글로벌 스캐닝 위성을 위치시킬 수 없었다.
때문에 마지막 3단계의 로켓에 대해서는 볼드윈팀이 개조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사용된 기술은 볼드윈팀이 그린힐이 극비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것이다.
“마지막 3단계 로켓에는 RF-엔진을 사용했기에 가속성능은 더 뛰어날 것입니다. 좀 더 시간이 많았다면 2단계 로켓엔진도 RF-엔진으로 개조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실용성이 증명된게 아니라서 말이지요.”
볼드윈이 나를 향해 대답했다.
RF-엔진은 로키산맥의 그린힐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의 엔진이다. 이것이 제대로 실용화되면 항공기술과 우주개발 산업에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다.
다만 지금은 마지막 3단계 로켓정도에 사용할 수 있을만큼 제한이 있지만 그런 난관은 빠르게 극복될 것이다.
볼드윈의 말에 바이칼의 과학자들도 긴장했다. 그들도 그린힐과 볼드윈팀이 개조한 RF-엔진의 성능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2단계 로켓까지 연료가 모두 소모되었다.
그러자 신속하게 2단계 로켓이 분리되었고 마지막 3단계의 RF-엔진이 점화되었다.
그리고 우주관측 레이더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과 데이터를 보던 그들이 놀랐다.
“이건 엄청날 성능이군요. 볼드윈씨!”
“엔진성능이 지금까지 개발된 액체수소와 산소를 이용한 것보다 더 강력할 정도입니다.”
바이칼의 과학자들이 저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유리 이바노프도 지금은 당황했다.
이제까지 그녀와 카잔조직은 바이칼의 과학자들과 연계해서 몇 차례 비밀리에 인공위성을 발사해준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발사체인 SS-18 새턴로켓을 개조하고 엄청난 기술력을 보인 상대는 처음이었을 테니 말이다.
“당신과 팀원들은 보통의 상대가 아니군요.”
“전에도 말한 거 같은데요. 이제부터 우리와 협력관계로서 여러 가지 것들을 해낼것이라고 말입니다. 지금 당신앞에 보여진 것들은 그 시작에 불과합니다.”
내 말을 듣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는 그녀를 포함해서 카잔조직과 바이칼의 과학자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유리 이바노프와 카잔조직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내 쪽이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바이칼의 과학자들이 감탄하는 사이 RF-엔진을 가동시킨 3단계의 로켓은 맹렬한 속도를내며 나아갔다.
얼마 후 목표한 고고도의 궤도에 도달하였고 그곳에서 탄두에 장착한 글로벌 스캐닝 위성을 분리하였다. 분리된 위성은 미리 설정된 AI인 하시의 프로그램에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글로벌 스캐닝 프로젝트를 위한 제 1 호 위성의 발사.
그것은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