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88화 (88/300)

# 88

도쿄에서 50만명이 모이다

<쇼쿠텐 요정에서 벌어진 비밀모임>

<참석자들은 일본내 10대 건설사의 사장들과 일본정부의 고위관료. 그리고 일본 지진공학계의 유명학자들. 그들이 은밀하게 모인 이유는?>

<일본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세력들의 비밀야합. 진실은 무엇인가?>

일본의 언론사들과 미디어들에서 나오는 수많은 헤드라인 제목들이다.

처음 시작은 아시히TV-였다.

특집보도를 통해 고급요정인 쇼쿠텐에 모이는 건설사 사장들과 일본정부 국토교통성의 장관과 차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시청자들과 일본국민들에게 준 충격은 상당했다. 아사히TV는 특종보도를 통해 단번에 주가를 올렸다. 그리고 상당수의 정보를 알고 있던 아사히신문도 특집기사를 내면서 화력을 퍼부었다.

아사히TV의 특종에 대해 다른 메이저 언론사들은 잠시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쪽 언론들과 지역의 신문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곧바로 취재진들이 비밀모임이 벌어졌던 고급요정인 쇼쿠텐으로 모여든 것이다. 쇼쿠텐의 마담인 히미카는 노코멘트 등으로 부정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다른 루트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들이 조금씩 나오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중소형 언론사들이 특종에 대해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나중에는 일본의 대형 일간지들도 그냥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은 처음에 일본정부와 대형건설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행동을 자제했지만 그럴수록 자신들이 손해란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얼마 후 대형 언론사들과 방송국까지 합세하며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자 혼란은 금방 커졌다.

조금 전 NHK-TV에서는 비밀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미츠바건설 사장인 토리야마에 대한 취재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실장님. 토리야마의 표정을 보니 우리가 제대로 성공한 거 같군요.”

박광석이 말했다.

토리야마는 NHK-기자들에게 연달아 질문을 받으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자신들이 비밀모임이 이렇게 까발려질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과거라면 일본언론에 손을 써서 대충 덮거나 무마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빼박이다.

특히 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얼굴과 비밀모임 장소인 쇼쿠텐 요정이 완전히 드러난 것이라서 늦어버린 상태다.

“아사히신문과 아사히TV-쪽에 미리 손을 써둔것이 우리로서는 상당히 큰 효과를 봤군요.”

“그들도 결코 공짜로 한 것은 아니지요. 이후에 우리 쪽에서 아사히TV와 신문쪽에 대형광고를 계속 주문하기로 했으니 그들로서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박광석의 말대로 아사히TV-나 신문같은 중형 언론사를 다루는 것 중에 하나가 광고다.

첫 번째는 그들의 입지를 높여주는 특종뉴스와 정보를 제공해준 것이다.

두 번째가 광고등을 통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가지는 것이 또 다른 방법이다.

미국에 있는 나의 MCU-펀드의 경우에는 <한성개발>이라는 종합건설사가 있다.

그 외에도 아사히TV와 신문에 대형광고를 줄 껀수는 상당히 많았다.

이후에 미국 LA에 있는 <한성개발>의 이미지를 높이고 일본에서의 발판과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는 아사히TV와 신문을 통해 PR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한 전략중에 하나였다.

지금 일본국민들에게는 야스오 박사팀과 함께 <한성개발>의 인지도가 급격하게 올라간 상태였으니 말이다.

“이후에 <한성개발>이 일본건설쪽에 진출하는 전략도 생각해둘 필요가 있군요.”

“맞습니다. 일본이 경제규모 3위의 국가답게, 일본 내수쪽의 건설규모와 시장도 상당할 정도니까 말입니다. 이미 일본인들에게 <한성개발>이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만큼 이후의 진출전략도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실장님도 알다시피 여기 일본에는 미츠바 건설을 시작으로 일본내 본토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10대 건설사들이 있습니다. <한성개발>이 본격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그들의 세력을 최대한 약화시켜 놓아야 할 겁니다.”

“일단 이번 사건을 통해 일본국민들이 자국의 10대 건설사들에 대해 가지는 신뢰도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군요.”

“제대로 보셨습니다.”

박광석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한성개발>은 미국내의 건설시장에도 영역을 확장해가며 동시에 일본내의 진출도 계획 중에 있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일본내의 건설시장 수요와 규모도 상당했고 제대로 성공한다면 그 이익은 막대할 수준이다.

다만 그 부분은 잠시 미루고 현재는 일본의 증권시장과 금융시장을 상대로 펼치는 작전에 더 집중할 때였다.

“일본의 네티즌들과 커뮤니티등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일본 언론사들의 반응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격할 정도입니다.”

박광석팀의 후배 두 명이 보고 했다.

그들은 여러 대의 모니터와 노트북.

그리고 컴퓨터등을 준비해놓고 실시간으로 반응을 지켜보는 중이다.

조금 전 후배 두 명이 보고한 일본 네티즌과 커뮤니티의 반응들.

그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일본 언론사들은 최대한 순화된 표현으로 기사를 내보내는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의 대형 포털사이트와 다수의 커뮤니티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일본 네티즌들이 댓글과 게시글을 올리고 있었다.

그 내용들의 상당수가 일본정부 그리고 10대 건설사들과 야스오 박사팀을 냉대했던 일본내의 지진공학계 학자들을 비판하는 것들이다.

이것만 봐도 일본 국민들과 여론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얼마나 큰 충격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지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일단 현재의 분위기는 순조롭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 증권시장과 금융시장의 움직임이다.

“도쿄 증권거래소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10대 건설사 스캔들로인해 도쿄 증권거래소가 몇 차례 술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법 잘 버티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일본의 투자자들이 미국보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 당장은 10대 건설사들의 주식에 대한 투매현상까지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일본 개인투자자들이 투매를 하지만 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못한 상황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군요.”

그들을 향해 대답했다.

10대 건설사 스캔들.

이번에 일본을 강타한 사건의 이름이다. 일본내의 언론에서 집중 보도되고 일본의 여론이 엄청나게 요동치고 있지만 이것이 당장에 주식시장까지 충격을 준 것은 아니다.

그리고 10대 건설사에 자금을 넣은 투자자들 중에 상당수가 이번에도 일본정부와 10대 건설사들이 현재사건을 대강 무마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거 같았다.

또는 시간이 지나면 여론이 금방 식을 것으로 예상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원하는 부분이 아니다.

“현재까지는 일본증시와 금융시장쪽에 큰 변화가 없지만 이후에 어느 정도의 큰 사건이 생기면 10대 건설사들의 주식이 폭락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까?”

“아마도 이번사건에 연루된 국토교통성의 장관과 차관이 해임된다면 그것은 상당한 충격이 될 것입니다.”

“일본정부가 궁지에 몰리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꼬리를 자르기 위해 두 명을 내칠 가능성도 있을 거 같군요.”

“제가 일본정부의 총리여도 충분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박광석의 말에 동의했다.

그 정도 큰 사건이 벌어지면 10대 건설사들은 완패를 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정부를 더 압박하고 궁지로 몰아야겠군요.”

“이미 분위기가 우리 쪽에 유리하니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합니다.”

그 때 모니터를 지켜보던 후배두 명이 외쳤다.

“실장님. 이거 엄청난 뉴스입니다.”

“어떤 겁니까?”

“일본의 거물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번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 발표를 한다고 합니다.”

“상황이 우리에게 좋은 쪽으로 흘러갈 거 같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라면 일본내에서도 상당히 리버럴(Liberal)-한 성격의 인물로 알려진 상태지요. 그리고 이전에도 일본정부의 무능과 위선에 대해 몇 차례 비판을 한 적이 있는 인물입니다.”

박광석이 대답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일본내에서 가지는 위상자체가 상당했다. 일본은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을 더 좋아하고 인기 있는 국가다.

그리고 미야자키 감독은 그 분야의 거물이었고 일본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했다. 얼마 후 긴급뉴스로 미야자키 하아오 감독의 기자회견이 나왔다.

이번에는 그만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대표적인 감독들도 동석하고 있었다.

이번은 상당히 큰 사건이다.

잠시 후 기자회견이 진행되었고 미야자키 감독은 일본의 지진안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일본정부가 일부러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였다.

특히 10대 건설사 사장들과 일본정부의 고위급 장관이 몰래만나서 국민을 속이는 짓들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추가했다.

“거대한 폭풍이 불기 시작하는군요.”

“이걸로 대세는 확실히 우리 쪽으로 기울어진 게 분명합니다.”

일본 에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까지 나선 것이다. 그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일본내에서 명성높은 인물들이 계속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일본국민들의 생존에 지진은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다. 그런 중대한 시기에 일본정부가 헛발질을 했으니 이제는 참다못한 국민들이 하나둘씩 일어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유리하게 돌아갈것은 분명했다. 다만 그것을 가속화 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이미 그것을 위한 준비는 완료된 상태다.

***

“오늘부터 시작이군요.”

“그렇습니다.”

박광석이 대답하며 주먹을 쥐었다.

일본정부를 압박할 강력한 한방.

그것의 준비를 위해 며칠동안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금부터 그것이 시작될 순간이었다.

10대 건설사 스캔들의 사건이후.

일본정부는 대변인의 공식발표를 몇 번 정도 낸 것외에는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났지만 이전부터 맺어온 10대 건설사들과의 유착관계로인해 시간을 끌면서 버텨보겠다는 전술이었다.

과거에는 그런 것이 통했지만 이번에는 안될 것이다.

도쿄시내의 중심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리고 집행부의 인원들이 보인다.

머리에는 각오를 다지듯 저마다 띠를둘렀고 대형깃발까지도 준비된 상태다.

그 깃발에는 전일본 지진안전협회(全日本 地震安全協會)라는 글자가 보인다.

일본에서 지진피해 및 예방과 관련해서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다.

그들이 내거는 캐치프레이즈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일본을 만들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단체에 소속된 인원들만 해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이 단체에는 일본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보거나 가족을잃은 사람들도 다수 포함된 상태다.

때문에 그들의 결의와 의지는 다른 시민단체들과는 질적으로 틀렸다.

또한 행동력에 있어서는 과감할 정도다.

“전일본 지진안전협회는 이후에도 우리 쪽에서 계속해서 지원을 하는 것이 좋겠군요.”

“그렇습니다. 실장님. 이번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면진설계의 첨단기술을 보유한 <한성개발>이 일본에 진출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외에 다양한 부분에서 우리에게 큰 협력세력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박광석의 말에 동의했다.

전일본 지진안전협회와는 이전부터 박광석이 나름대로 커넥션을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며칠동안 이 단체의 수뇌부와 만나면서 협상을 벌인 것이다.

서로 간에 원하는 것이 맞았기에 협상은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박광석은 비밀자금 루트를 이용해서 이 단체에 50억엔, 한화로 500억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했다.

이전부터 전일본 지진안전협회는 일본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강경 시민단체였다.

그렇다 보니 일본정부에서 시민단체에 지원하는 소량의 지원금도 받지못했고 대부분 회원들의 모금과 자비로 유지되던 상태였다.

현재 일본정부는 자신들에게 협조적인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금을 줬고, 그렇지 않은 단체에는 철저하게 외면하거나 배척하는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우리 쪽에서 비밀자금을 투입해서 <전일본 지지안전협회>를 지원하고 키워놓는 것도 필요한 전략중에 하나였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면서, 일본정부를 향해 강력한 한방을 먹일 수 있으니 말이다.

“선배님. 오늘 벌어질 시위의 규모는 엄청날거 같은데요.”

지켜보던 후배 두 명이 고개를 내저었다.

도쿄에서 진행될 대규모 집회에는 <전일본 지진안전협회>가 집행부와 주최를 담당했다. 이들 단체만 참가한 것이 아니다.

일본내의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다양한 시민단체들은 물론이고 도쿄의 시민들도 합세하는 중이었다.

속보로 들어온 뉴스만 해도 도쿄에서 50만명의 시위대가 모여든 상태다.

그리고 도쿄만이 아니라 이번시위는 일본내의 대도시에서도 진행된다. 전후의 일본역사이래 최대규모의 시위와 집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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