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조 재벌-5화 (5/300)

# 5

경험치를 늘리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객차 안에 있는 사람들.

지하철 4호선의 경마공원역에 가까워질수록 타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정차하는 역에서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오늘은 토요일.

전국을 포함한 서울 수도권에 있는 경마인들.

이건 좋게 말했을 때고.

나쁘게 말하면 경마폐인들에게 토요일과 일요일은 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그것도 당연하다.

한국에서 경마는 합법화되어있다.

하지만 매일 열리는 것도 아니고 경마시합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정부에서 지정해놓은 곳에서만 가능하다.

즉 한국에서 사설경마는 완전히 불법이다.

외국과 다르게.

외국에서 경마로 유명한 장소는 홍콩, 영국이 있다.

그외에 미국도 순위권에 들어간다.

이들 국가에서 열리는 경마시합은 대부분이 사설이다.

대기업이나 돈 많은 큰손이 경마시합을 스폰해주고 시합도 매일 열린다.

그래서 한국에서 열리는 경마와 시합에 만족 못 하는 경마폐인들은 눈을 돌려 외국으로 가기도 한다.

거기서 돈 다털리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처럼 한국의 경마와 시합에는 정부의 규제가 심하다.

그것을 통제하고 손아귀에 쥐고 있는 게 바로 ‘KRA’다.

‘KRA’는 한국마사회(Korea Racing Authority)의 영문 약자다.

경마폐인들에게 한국마사회는 너무나도 익숙한 기관이다.

그외에 공시생들이나 공공기관에 대해 좀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마사회의 대표적인 업무가 전국에서 열리는 경마시합을 감독하고 규제, 주관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사설경마는 불법이고 모든 경마시합은 한국마사회를 통해 벌어진다.

그리고 이 한국마사회는 공시생들에게는 신의 아들만 들어가는 신의 직장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철밥통에다가 높은 연봉.

그리고 업무강도는 약한 땡보직.

한국마사회 VS 삼진(삼진은 한국의 최고 재벌이고 대기업이다) 둘 중에 어느 쪽에 입사하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이 있다면 대부분은 닥전(닥치고 앞쪽)이라고 말한다.

엄청난 스펙, 그리고 고생해서 삼진의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도 연봉에서는 한국마사회가 더 앞선다.

그리고 일은 한국마사회가 더 편하고 철밥통이고....

그래서 신의 직장인 것이다.

심지어는 한국마사회에서 일하는 알바마저도 시급이 다른 곳보다 월등하게 높다.

정부의 공기업 중에서 매년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연말 보너스로 돈잔치 벌이는 곳.

그리고 한국마사회의 공기업 직원들에게 돈잔치 하도록 돈퍼주는 사람들이 지금 나와 같은 지하철 객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이대는 30대부터 시작해서 40대 중년, 5~60대 노년들까지도 보인다.

심지어는 경마정보지를 들고 있는 중년 아줌마와 젊은 여자들도 있네.

경마에 대해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과천경마장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엄청나군. 그래서 토,일요일에는 지하철 4호선. 그중에서도 경마공원역이 미어터진다는 말이 나오는구나. 하긴 작년에는 경마 끝난 뒤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면서 밟혀죽는 사건도 있었다고 할정도니까.’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저마다 그들의 눈빛은 한가지 목표로 점철되어 있었다.

오늘은 제대로 맞춘다.

오늘은 내가 대박 배팅의 주인공이다.

확실히 경마장에서 이따금씩 터지는 대박 배팅은 엄청날 수준이다.

매번의 경기마다 터지는 건 아니다.

이것도 운과 시간 그리고 여러 가지 조건이 겹쳐야 한다.

매번은 아니지만 경마장의 대박 배팅은 존재했고 그 당첨자는 하루아침에 인생역전이 되는 것이다.

물론 저들 중에 대다수.

아니 거의 99,999%의 사람들은 오늘도 한국마사회를 위해 돈으로 조공 바치는 역할이 전부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에게는 준비된 도구와 수단.

그리고 전략과 전술이 있으니까.

잠시 후 안내방송이 나온다.

[다음 정차역은 승마공원역. 내리실 승객들은 좌측문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오- 사람들 눈빛이 변하네.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결연하다.

개중에는 그냥 재미삼아 같이 가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대화하는 부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극소수고 대부분은 오늘 배팅을 위해 1주일을 준비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도 오늘을 위해 나름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나의 계획은 오늘 배팅 대박을 터뜨리자.... 그런 건 아니다.

그건 기지도 못하는 놈이 처음부터 날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또한 나는 오늘 과천경마장을 처음 가보는 경마의 초초초~초짜다.

그리고 나와 하이퍼 시스템이란 인공지능이 합체된 상태라 해도.

경마장 첫날 가서 대박 배팅을 성공시키는 것도 어렵다.

아무리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나라도. 세상일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치이익! 문이 열린다.

그러자 내 주위의 사람들이 돌진하듯이 나간다.

객차 내에 꽉차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모습.

한편의 영화를 보듯 장관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서둘러 사람들의 무리에 섞여 밖으로 나왔다.

문이 닫히고 다음 역으로 떠나는 객차를 보니 텅텅 비었다.

토,일요일에 전개되는 과천경마장의 열기를 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다.

***

과천경마장-

한국 경마시합과 경마산업에 있어서 메카라 불리는 장소다.

과천경마장이 핵심인 이유는 또 있다.

여기에는 한국 내 경마산업을 총괄하는 한국마사회의 본사 건물이 있다는 사실이다.

“규모가 상당하네.”

처음 와본 곳이지만.

과천경마장의 크기와 규모는 상당했다.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이랄까.

기껏해야 사람도 아닌 말들이 경주시합을 하는 경마장을 이렇게 크게 지어야 하냐는 비판도 있겠지만.

한국의 경마산업의 규모는 상당할 수준이다.

결코 우습게 볼만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경마시합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 외에도 경마산업에 관련된 부수익과 창출은 꽤 많다.

보통사람들이 잘 모르는 기수들과 마주, 그리고 말관리사들과 사육사 등을 제외하고도.

경마시합에 관련된 종사자들과 직원들의 숫자도 상상외로 많았다.

“그런데 입장료라니.... 이건 생각 못했네.”

경마시합에서 배팅을 하고 마권을 사는 데만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과천경마장의 내부로 들어가는데도 입장료를 내야 한다.

큰 금액은 아니고 대략 2000원 정도.

대기한 사람들의 사이에 줄을 서서 기다린 뒤에 2000원을 내고 입장권을 샀다.

내부로 들어가니 떠들썩하다.

과천경마장의 내에는 은행도 있다.

시중의 대형은행의 지점이 있는데 한달에 유통되는 자금만 해도 2조원에 이를 정도로 어마하다.

경마장내에 은행지점이 있는 것도 당연할 터.

경마폐인들이 현금으로 갖고 있는 돈만이 아니라 자신들 은행계좌의 돈까지 경마배팅에 올인하라고 서포트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은행내 창구와 현금 ATM기 앞에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외에도 경마장에는 각종 부대시설들이 꽤 많다.

매점과 식당은 기본이고 휴게실과 커피숍, 그외에도 다양한 상점들까지.

“따끈따끈한 정보지 있어요. 이것만 보면 대박 배팅 성공입니다!”

근처에는 한가득 경마정보지를 쌓아놓고 중년 아줌마가 손님들을 향해 팔고 있었다.

경마폐인들에게 경마정보지는 필수 아이템이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보지는 <오늘의 경마>라는 것인데 많은 경마폐인들이 구입한다.

가격이 그다지 높은 건 아니고 1000원에서 2000원 사이다.

경마정보지를 주로 의지하는 건 경마초보나 중하수 정도다.

그외에 수렁에 빠진 경마폐인들의 경우에는 경마정보지에 나오는 이런저런 데이터나 정보들쯤은 이미 줄줄 외우고 있는 상태다.

오늘 출전할 말들의 이름 그리고 마주, 기수가 누구인지 정도는 기본 정도로 꿰뚫고 있다.

다만 나 같은 초짜에게는 마치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으로 꽤 어수선하다.

“그럼 뭐부터 해야하나?”

[장소 : 과천경마장.]

[정보수집 프로세싱 시작. 정보수집은 이론정보와 현장정보로 구분 됩니다.]

[경험치 프로세싱 시작.]

[주변 상황정보 / 데이터 프로세싱 개시.]

[분석데이터 및 처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치와 수집 활동이 필요합니다.]

눈앞에서 메시지와 창들이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경마를 통해 돈을 벌고 배팅 대박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

나와 합체된 인공지능인 하이퍼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경험 프로세싱 / 그리고 정보수집 프로세싱 / 그외에도 다양한 항목들이 있었다.

이것은 가만히 있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인공지능이 합체된 존재 / 즉 하이퍼 시스템의 실체이자 유저인 강민, 즉 내가 직접 과천경마장에 와서 보고 듣고 하면서 해야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고 합체된 인공지능이 알아서 해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대박 배팅을 성공시키려면 그만큼 나도 준비를 해야 하고 발로 뛰어야하는 것이다.

얼마후 눈앞에 있는 다양한 창들과 메뉴들에서 프로세싱이 조금씩 진행되는 게 보였다.

그래봐야 여기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진행률은 기껏해야 0.5%가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저 진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발로 뛰고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경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경험할수록 진행률은 더 높아진다.

그렇다고 오늘 여기서 가진 돈 몽땅 날리면서 빈털터리 신세가 될 계획은 없다.

그런 방법이 아니라 해도 경험치를 쌓고 진행률을 높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

적당한 사람을 한 명 찾아야겠는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차피 내 주위에 있는 대부분은 경마폐인들이다.

양복을 쫙 빼입은 회사원 차림도 있고 공사장 작업복 차림의 사람도 보인다.

그외에도 중년이나 젊은 여성도 보이는데.

뭐야? 저건 고삐리 아닌가?

기껏해야 고등학교 1, 2학년 수준밖에 않되는 고딩들도 몇 명 보이는데.

껄렁껄렁 옷차림이나 행동들이 벌써부터 경마폐인의 조짐이 보인다.

저러다가 채 1년도 안돼서 집구석 말아먹겠군.

어쨌든 내가 거기까지 신경쓸 여유도 없고.

지금은 내 상황이 더 급하다.

그때 마침 적당한 인물이 보였다.

딱 봐도 경마폐인인 것은 분명한 일.

도박중독자의 전형적인 행색과 차림 그리고 모습이다.

하지만 저런 것은 크게 상관없다.

내가 적당히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게 더 중요하니까.

어차피 내 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건 아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또는 서로 간에 Win-Win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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