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67화 (외전) (466/485)

#작가의 말

제 작가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글을 함께 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글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지도 그리고 이렇게 긴 글이 될지도 연재 시작 전에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실 진지하게 준비했던 글은 야구물로, BJ대마도사는 “되면 좋고, 아니면 준비한 야구물을 쓰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 작가 인생에서 가장 긴 그이 되었네요. 아마 앞으로도 이런 장편을 쓸 일은 없을 듯합니다.

오랜 시간 글을 쓰는 만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위기도 있었습니다. 럭키가 호우라고 하울링을 하는 와중에 호날두 노쇼 사태가 터질 때는 암담했습니다. 역시 메시가 최고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너무 오래 쓰긴 썼나 봅니다. 전작들과 달리 후기에 털어놓을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이번 BJ대마도사라는 글을 쓰면서 여러모로 많은 걸 배웠습니다. 많은 걸 느꼈고, 동시에 이제 제 밑바닥이 드러났다는 것도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차기작이 잘될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아마 수없이 깨지고, 깨지는 슬럼프를 경험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 차기작이 무엇이 될지는 감히 자신 있게 말씀드리지 못하겠군요. 단지 다음에 들고 올 소설은 야구물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써온 야구물처럼 땀과 눈물, 노력과 청춘 그리고 풋풋한 사랑이 가득한 야구물 말이죠.

그럼 조금만 쉬다 돌아오겠습니다.

부족한 제가 또 하나의 글을 완결할 수 있게 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여러모로 힘든 나날, 부디 건강하게 보내시길 기도하겠습니다.

BJ대마도사 외전 1화

1화 3년 후 (1)

1.

김민수, 그는 가상현실을 창조했다.

그 후에 그는 갓워즈를 통해 자신이 창조한 것을 물려받을 자를 선별하고자 했다.

[BJ대마도사, 김민수의 유산을 상속하다!]

[알파 컴퍼니와 베타 컴퍼니의 주인이 정해지다!]

[BJ대마도사, 신에게서 선물을 받다!]

그리고 그 유산을 BJ대마도사가 상속했다.

그 사실에 세상은 많은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이래서 BJ대마도사가 목숨 걸고 게임 했구나!

└돈지랄한 이유가 있었어!

└거기다가 혼자서 한 이유도 있었네!

└아즈모를 비롯해 모두가 돈을 때려박을 이유가 있었네!

일단 세상은 BJ대마도사를 비롯해 세계의 거대 자본들이, 권력자들이 이제까지 갓워즈의 끝을 보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밑도 끝도 없이 퍼부은 것을 이해했다.

동시에 생각했다.

-그럼 이제 BJ대마도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어떻게 되긴! 가상현실의 신이 되는 거지!

└현실에서도 신일걸? 당장 세계에 있는 모든 돈을 빨아들이는 기업의 유일무이한 주인이 된 거잖아!

BJ대마도사가 이제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돈을 쓸어 담는 일만 남았다고.

-드디어 BJ대마도사 정체 보는 거냐?

└무슨 소리야?

└김민수가 세운 컴퍼니를 게임 속에서 물려받을 순 없잖아! 세금도 내고 그래야 할 거 아니야? 세금을 게임 골드로 낼 수는 없잖아!

└그러네?

그러니까 이제 정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 거라고.

그렇기에 모두는 기대했고, 기다렸다

-이제 조만간 나올 거다!

세상 최고의 부와 명예를 쥐기 위해 BJ대마도사가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아니, 근데 왜 이렇게 안 나옴? 한 달 넘었는데?

└조만간 나올 거다!

└BJ대마도사가 뭔가 준비하나보지!

기다렸다.

-세 달 지났는데 왜 아직도 BJ대마도사 소식 없냐?

└조만간 나올 거다!

계속.

-반 년 지났는데 BJ대마도사 뭐함?

└조만간 나올 거다!

하염없이.

-1년 지났는데 BJ대마도사 뭐함?

└조만간 나올 거다, 라고 덧글 달던 놈은 어디 갔음?

└그게 나다!

└아 ㅋㅋ

그러나 김민수의 유언장이 공개된 후에도 BJ대마도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사실에 전 세계는 의문을 던졌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어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거지?

└정체만 드러내면 김민수의 유산을 전부 상속 받는 건데?

얼굴만 내밀면 엄청난 부와 영광을 얻을 수 있는데 왜 BJ대마도사는 얼굴을 내밀지 않는가?

그러한 의문은 그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더더욱 짙어졌다.

이윽고 그 부재가 3년째가 됐을 때 세상은 생각했다.

“BJ대마도사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건 정체를 드러내면 귀찮아서래요. 김민수의 유산이 없어도 이미 평생 써도 못 쓸 만큼 돈이 많은데 굳이 귀찮은 걸 할 이유가 없잖아요?”

BJ대마도사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건 그가 정말 엄청난 부자라서 그런 거라고.

“현우 형, 안 그래요?”

“……후우.”

그러한 세상의 생각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이면서 긴 한숨을 내뱉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다른 손님 한 명이 이혁주에게 손짓을 하며 그를 불러 말했다.

“야, 혁주야. 현우한테 이제 괜히 말 걸지 마.”

“예?”

“그렇잖아? 예전에는 종일 게임하던 애가 요즘은 하루에 두어 시간만 하는데, 뭐가 좋겠냐? 이미 게임으로 밥벌이는 못 하는 거 같고 취업도 못 한 거 같은데…… 눈치 챙겨. 괜히 건드리지 말라고.”

“아!”

이어진 말에 이혁주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정현우가 들어간 화장실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시각 화장실 변기에 앉은 정현우는 그대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내뱉었다.

‘젠장, 나도 빨리 유산 받고 싶다고!’

소리 없는 절규를.

‘하지만 돈이 없는 걸 어떻게 해!’

그 절규와 함께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3년 전 그날의 대화가 떠올랐다.

2.

“그러니까 당신이 대마도사라고요?”

“네.”

정현우의 대답에 박영준은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지그시, 뚫을 기세로 눌렀다.

그 어느 때보다 고뇌에 가득 찬 모습을.

그리고 그게 당연했다.

‘나라도 저러겠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그런데도 날 위해서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하려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내 생에 이런 분을 만난 건 엄청난 복이야.’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신의 말에 고뇌를 해주는 박영준에 대해 감사할 따름.

‘하지만 쉽진 않겠지. 보통 일이 아니니까.’

동시에 자신이 준 문제에 박영준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

물론 정현우의 생각은 틀렸다.

‘어려울 건 없다.’

박영준, 그는 지금 정현우가 말한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여러 가지 알고 있었다.

‘핵심은 상속세인데, 이걸 마련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김민수의 유산에 지분을 가질 수 있다면 돈을 낼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렇기에 박영준은 고민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한테 말하는 건…… 날 테스트하는 거다.’

방법이 뻔한데 물어본다?

그건 뻔한 방법이 아닌 방법을 찾아오라는 의미.

‘상대는 BJ대마도사다.’

무엇보다 박영준은 알고 있었다.

‘능력 하나만으로 아즈모는 물론 어비스 길드마저 뿌리치고, 김민수의 유산을 얻어낸 천재다.’

정현우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눈앞에서 모르는 척 연기하는 것부터가 보통이 아니야. 이 정도로 완벽한 연기라니?’

그러니까 자신의 앞에서 보이는 정현우의 모습은, 정말 곤란함에 빠진 것 같은 표정은 가짜라고.

그래서 말했다.

“제게 권한을 주시면 미국 정부와 결판을 내겠습니다.”

“네?”

“김민수는 한국인이었으나, 현재 그가 세운 두 회사는 미국에 소속을 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미국 정부도 이 엄청난 가치를 지닌 알파 컴퍼니와 베타 컴퍼니가 다른 나라로 가는 걸 좋지 보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그것을 빌미로 최고의 조건을 받아오겠습니다.”

그 말에 정현우는 입을 꾹 다문 채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박영준을 바라봤다.

‘뭐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 표정에 박영준은 긴장했다.

‘너무 질렀나?’

미국 정부와 싸울 테니 모든 권한을 달라!

그것도 그냥 싸움이 아니라 알파 컴퍼니와 베타 컴퍼니의 이름을 걸고 싸우겠다!

사실 이 정도 건수는 박영준 같은 개인이 어찌할 수 있는 건수가 아니었다.

세계적인 로펌들이 연계해서 해야 할 건수였지.

그런데 그걸 그냥 해달라고 한다?

본인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

‘역시 무리수였…….’

그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권한을 드리면 처리해 주시겠다는 거죠?”

“예?”

“그럼 얼마든지 드려야죠. 뭐든 써드리겠습니다.”

정현우의 그 대답에 박영준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

‘나한테 베팅해 주는구나.’

정현우가 엄청난 기회를 기꺼이 자신에게 줬음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이렇게 고민조차 하지 않은 채 베팅을 하다니…… 역시 BJ대마도사다. 배포 수준이 차원이 달라.’

“믿어주시는 만큼 최고의 결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만큼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둘의 만남이 끝이 났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박영준이 결과물을 가져왔다.

3.

‘엄청났지. 미국이 요구한 상속세가.’

정현우, 그는 박영준이 가져온 미국 정부와의 협상 결과를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더 놀라운 건 그 엄청난 비용을 5년 동안 갓워즈를 통한 수익으로 채울 수 있다는 거지만.’

그리고 자신이 얻게 될 유산의 값어치에는 혀를 내두를 수조차 없었다.

‘진짜 주제 넘치는 거지.’

어쨌거나 그 이후 정현우는 기다려야 했다.

5년이 지나기를.

‘그것 때문에 이제 게임도 못 하지만.’

당연한 말이지만 그 기간 동안 BJ대마도사로 활동하는 건 불가능했다.

세상이 BJ대마도사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는데, 막상 김민수의 유산은 받지도 않고 게임만 열심히 하면 뭐라고 생각할까?

‘돈도 못 벌지만.’

물론 BJ대마도사로 활동하면 많은 돈을 벌긴 했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그러나 그 액수는 정현우가 내야 할 상속세를 생각하면 정말 과자값 수준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그게 있었다.

‘내가 게임해서 분위기 망치는 것보단 낫지.’

이미 규격 외인 BJ대마도사가 게임을 하면 다른 유저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업데이트도 있었고.’

특히 정현우가 메인 시나리오의 끝을 본 이후 갓워즈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했다.

게임 난이도를 비롯해서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또한 메인 시나리오를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됐다.

여러모로 게임하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

더더욱 BJ대마도사가 나설 수 없는 분위기였다.

‘럭키랑 골드 만나서 노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지.’

그저 조용히 럭키와 골드를 만날 뿐.

물론 그 사실에 만족했다.

이미 엄청난 영광이 약속됐는데 이런 걸 가지고 불만을 가질 정도로 정현우는 쓰레기가 아니었으니까.

예전처럼 게임에 목숨 걸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도리어 한없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할 게 없어.’

달리 말하면 더 이상 목숨 걸 게 없다는 사실에 정현우는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언제나 필사적으로, 사냥개처럼 눈앞에 있는 돈만 좇던 그가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후우.”

‘현우야, 정신 차리자. 지금 배부른 개소리를 너무 길게 하고 있어. 그냥 기다리면 돼.’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까.

‘이제 2년 정도야. 2년만 버티면 다 끝나.’

그렇게 진정시킨 정현우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 순간이었다.

“어어, 야, 사건 터졌다!”

“뭐야?”

“폰 켜서 봐! 아니, 채널 돌려봐!”

“채널? 무슨 채널?”

캡슐방 곳곳이 소란스러워졌고, 그 소란에 정현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 터졌나?’

그쯤에서 정현우가 휴게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때마침 라이브 방송 하나가 켜졌다.

그렇게 켜진 라이브 방송에는 새하얀 가면을 쓴 자가 보였다.

‘누구지?’

처음 보는 플레이어였다.

‘응?’

그때 화면이 바뀌었고, 그러자 한 플레이어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게 보였다.

그 플레이너는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어드? 어드잖아?’

10대 길드 중 한 곳인 탐험가 길드, 그 탐험가 길드의 최고 랭커인 어드였으니까.

‘왜 어드가 무릎을?’

그런데 지금 그 최고 랭커가 하얀 가면을 쓴 플레이어들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있었다.

갑옷 대신 상처를 입은 채.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가 쓰러져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현우가 모를 리 없었다.

‘탐험가 길드가 당했다고?’

그래서 놀랐다.

‘만렙을 찍은 애들인데?’

어드를 비롯해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은 만렙, 그러니까 600레벨을 달성한 상태.

사실상 스펙업의 정점을 찍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들이 무너졌다?

‘대체 누구지?’

그 의문에 다시 화면 위로 등장한 하얀 가면을 쓴 플레이어가 대답을 해줬다.

-우리는 아스가르드 길드.

자신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 시간부로 갓워즈는 우리가 지배하겠다.

자신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아스가르드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이제부터 학살하겠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사실 그건 어이가 없는 소리였다.

갓워즈의 플레이어가 몇 명인데, 그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학살을 하겠다?

가능할 리가 없는 일.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도 그들의 행보에 웃음을 던질 수가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탐험가 길드가 무너졌으니까.

“어이구야.”

“골 때리는 놈들이 나왔네. 탐험가 길드를 박살을 내고 저런 말을 하다니?”

“당분간 피바람 불겠어, 피바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 광경에 공포를 느끼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보통 사건은 아니지만 그들이 정말 모든 플레이어를 학살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앞서 말했듯이 말도 안 되는 짓이었으니까.

단 한 명만 예외였다.

‘무차별 학살이라고?’

정현우, 그는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

‘그러면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안 하게 되잖아?’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아니지, 저게 될 리가 없어. 플레이어가 몇 명인데 그들을 전부 학살을 하겠어?’

그러나 이내 정현우는 진정했다.

‘당장 탐험가 길드가 가만히 안 있을 거야. 그리고 탐험가 길드가 움직이면 10대 길드도 같이 움직일 테고.’

아스가르드 길드가 보여준 이 상황이 그저 사건으로 끝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당장 어비스 길드가 나서면 게임 끝이야. 아무렴. 몇몇이 은퇴했지만 어비스 길드는 여전히 최강 길드이니까. 비교가 안 되지. 쟤네들도 어비스 길드한테는 싸움 못 걸어. 그냥 관종들일 뿐이야.’

분명 그랬다.

-다음 타깃은 어비스 길드다.

‘응?’

그러나 정현우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 속보가 떴다.

[어비스 길드, 아스가르드 길드에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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