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화. < 97화. 운 없는 날 (3). >
7.
이름난 플레이어들 혹은 길드들의 라이브 방송 시간은 대개 2시간을 훌쩍 넘기고는 했다.
레이드나 던전 공략 같은 경우에는 그 이상, 심할 때는 1박 2일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라이브 방송 도중에 휴식 시간을 가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플레이어의 휴식을 위해서.
또한 시청자들의 휴식을 위해서.
그리고 광고주들을 위해서.
여하튼 그렇게 휴식 시간이 되면 대부분 플레이어들은 그 방송에 대해서 관심을 끄고는 했다.
- BJ대마도사 휴식 타임이다!
ㄴ 휴식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런 의미에서 BJ대마도사의 휴식 타임은 이례적이었다.
- 무슨 일인데? 휴식 타임이 중요한 게 아니라니?
ㄴ BJ대마도사 빠들이 원래 저래. 괜히 영업하려고 구라 침.
ㄴ 구라 아닌데? 정령 기사를 뽑을 예정인데?
ㄴ 뭐?
그동안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에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관심을 가질 만큼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 정령 기사? 갑자기? 중급 정령도 없는데?
ㄴ 마스터 스킬북 얻었는데 아즈모가 스킬 카드북 바로 줌!
ㄴ 뭔 소리야?
ㄴ 아, 자세한 건 방송으로 봐! 여하튼 오늘 오우거 새끼들 단체 제삿날임!
그만큼 BJ대마도사가 이번에 보여준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냥 막 보여주네.”
“보통은 이 정도 건수면 라이브 방송 날짜를 따로 잡지 않아?”
“잡는 정도가 아니라 광고도 엄청 잡지. 방송하기 전에 광고 한 10편씩 하고 그러잖아?”
“그렇지, 광고만 30분 틀고, 라이브 방송은 한 15분 하는 경우도 요즘 허다하지.”
당장 이 정도로 큰 건수를 바로 보여주겠다는 것부터가 이례적이었다.
“그보다 정령 기사까지 나오면 얼마나 강해지는 거야?”
“정령 기사가 얼마나 세더라?”
“전투력이나 탱킹력을 보통 일반 골렘 3배 정도 잡지 않나?”
“와, 그럼 골렘만 4마리에다가 정령 기사 추가되고, 럭키, 골드, 실버, 잭팟 추가되면……."
“그것도 그런데 중급 정령 소환도 무시 못하지. 원거리 공격하는 애들이잖아?”
“그렇지. 아즈모가 중급 정령 처음 소환했을 때 그래서 다들 엄청 놀랐었고.”
그리고 그가 보여주게 될 것은 이례적인 수준을 넘어 그 누구도 제대로 보여준 바가 없던 거였다.
캡슐방에 모인 이들이 모두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할 수밖에 없는 일.
물론 정현우는 예외였다.
'정령 기사, 정령 기사.’
이 어마어마한 이슈의 당사자인 정현우의 머릿속은 자신이 새로이 써야 할 그러나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정령 기사 스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대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포메이션은? 조합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지?’
BJ대마도사의 이름을 걸고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 그것도 이렇게 거대한 기대감을 등진 채 하는데 그저 스킬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아, 오늘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감히 오늘 라이브 방송 중에 이런 식으로 하급 정령 전사 상위 스킬을 얻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고민은 더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확 럭키랑 정령 기사랑 붙여봐?’
이제는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까지 그릴 정도.
“혹시 럭키 대 정령 기사 같은 거 나오려나? 아니면 골드 대 정령 기사 같은 것.”
“에이, 그게 말이 되요? BJ대마도사가 병신도 아니고, 그런 걸로 시간을 때우겠어요. 현우 형, 형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래, 정말 병신 같은 생각이네.”
물론 그런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붙잡고 있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혁주, 넌 어떻게 생각하냐? 뭘 할 거 같아?”
“BJ대마도사잖아요? 분명 남들이 할 수 없는 정말 화끈한 걸 보여줄 거예요. 안 그래요?”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래, 그렇지.”
BJ대마도사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퍼포먼스가 무엇인지는 정현우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게 망설임의 이유였다.
‘BJ대마도사라면 미친 짓을 해야지.’
그 선택지는 정말 위험한 짓이라는 것.
이 대목에서 정현우는 더 이상 고민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화끈하게 간다.’
“후우."
한숨을 짤막하게 토해낸 정현우가 열변을 토하던 이혁주를 향해 말했다.
“혁주야, 캡슐 하나 열어줘라.”
8.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오늘 두 번째 인사드립니다.”
핏빛 숲에서 인사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숙이자, 곧바로 채팅창에 방문한 시청자들도 인사를 건넸다.
[인사따윈집어치워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중급정령1호팬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정령기사1호팬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그 인사 속에서 미다스의 시선이 이번 라이브 방송을 찾아온 시청자 숫자를 향했다.
‘8천만?’
아득하기 그지없는 숫자에 미다스의 숨이 목구멍을 막았다.
물론 숫자 자체는 무척이나 상식적인 숫자였다.
당장 미다스가 휴식 시간을 가지기 전 시청자 숫자가 8천만을 조금 넘었던 상황.
- 이 집이 그렇게 맛집이라면서?
- 엄청난 거 나온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시간이란 휴식 시간 동안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하다 못해 폭발할 정도로 끓어오른 상태였다.
‘잘하면 오늘 1억 돌파할지도 모른다.’
슈퍼 스타 플레이어의 상징인 1억 시청자 숫자, 그 엄청난 기록을 갱신하기에 최적의 날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
‘그래.’
기념비적인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미다스의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을 끊어버렸다.
‘이런 날 화끈하게 가야지.’
일말의 망설임마저 사라지는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괜히 시간 허비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세팅은 끝났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가볍게 허공에 손가락을 튕기자,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이 미다스의 뒤편으로 향했다.
- 와우!
그러자 보이는 불의 정령들, 개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선두에 자리 잡고 있는 하급 불의 정령 전사들이었다.
숫자는 열.
물론 정령술사들 중에서 하급 불의 정령 전사 열을 소환하는 경우는 많았다.
- 들고 있는 무기들 전부 레전더리 템 같은데?
그러나 그 하급 불의 정령 전사들이 하나같이 레전더리 등급 무기를 드는 경우는 딱 둘 밖에 없었다.
- 이런 템 세팅 가능한 건 아즈모랑 지니 밖에 없는데.
갓워즈 플레이어 중 가장 돈이 많은 대마도사 아즈모 그리고 정령술사 중 최고봉에 위치한 지니.
그러한 둘 다음으로 BJ대마도사가 세 번째가 된 셈.
‘이거 급하게 구하느라 돈 엄청 썼다.’
그 세 번째가 되기 위해 G베이에서 급하게 레전더리 템을 구해야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다음으로 인상적인 건 그 정령 전사들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불꽃으로 만들어진 신장 2미터짜리 거대 원숭이들이었다.
화르르!
끼이이!
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원숭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뱉는 녀석들의 정체는 중급 불의 정령들, 그것도 원거리 공격 타입이었다.
원거리라는 표현답게 공격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제 몸뚱이를 뜯어내 만든 불덩이를 던지는 놈들이었다.
쿵!
그다음으로 보이는 건 앞선 불의 정령들과 다르게 덩치와 무게감부터 남다른 존재였다.
불꽃으로 만들어진 4미터 신장의 거인은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듯한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푸슈!
그리고 그 갑옷의 이음새 사이로는 거듭 불꽃이 뿜어지며 거친 소리를 내뿜고 있었다.
“불의 뜨거운 심판이 있을지어다!”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내뱉는 멘트!
- 와, 정령 기사다!
- 이거 보기 힘든 놈인데.
정령 기사의 존재를 보는 순간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은 예외 없이 감탄을 토했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쿵!
그러한 정령 군대 배후에는 블레이즈 골렘 네 마리가 일렬로 선 채 정령 기사의 존재감을 더 키워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불의 군단!
“화끈한 컨셉으로 깔맞춤 좀 했습니다.”
미다스의 이어진 설명에 채팅창에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 대단하네, 대단해!
- 진짜 대단한 건 BJ대마도사가 이 군단을 유지한다는 거임.
- 그렇지, 어지간한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이런 스킬 다 줘도 반도 못 꺼낼 걸?
특히 이 군단도 군단이지만, 이 군단을 유지하는 미다스의 마력량에 대한 탄성이 잦았다.
그럴 만했다.
‘그래, 덕분에 포션 엄청 빨았지.’
최근 마력량에 여유를 느끼는 덕에 포션 소모량이 줄어들었던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엄청나게 포션을 먹어치웠으니까.
그것도 값비싼 포션들로.
그만큼 제대로 뽕을 뽑아야 한다는 의미.
“소개는 여기까지 하죠. 다들 패션쇼 보려고 바쁜 시간 내서 여기 오신 게 아니잖아요?”
그 뽕을 뽑기 위해 미다스가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시간 동안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이 새로운 애들을 멋지게 소개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냥 오우거 잡는 건 시청자분들도 시청자분들이지만 오우거에게 미안하잖아요?”
그러한 미다스의 멘트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반응했다.
- 이야, 우리 BJ대마도사님 오우거 신경도 써주시는 거 봐.
ㄴ 정말 너그러운 마음씨야.
ㄴ 맞아, 너무 배려가 넘치셔서 솔로 외길만 걸으시잖아? 괜히 애인한테 피해 줄까봐.
ㄴ BJ대마도사님의 인격에 감격하고 갑니다.
여러모로 격렬한 반응.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차라리 정령 기사랑 제가 1대1로 맞짱 한 번 뜨는 건 어떨까. 하지만 이건 너무 원사이드하게 끝날 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 원사이드? 누가?
“제가 압살할 게 뻔하잖아요?”
이어진 발언에도 채팅창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다가 오늘 방송 컨셉을 떠올리게 됐죠.”
그러나 이어진 미다스의 발언에 채팅창에는 웃음기가 점차 사라졌다.
- 방송 컨셉이 뭐였더라?
ㄴ 오우거 운 없는 날 아님?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 의문에 미다스가 바로 답했다.
“멀린님이 비싼 물건 내걸면서 의뢰를 거셨죠, BJ대마도사답게 화끈하게 사냥해달라고.”
말과 함께 미다스가 숲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화끈하게 단말마 사냥법으로 가겠습니다.”
9.
- 단말마 사냥법이라니, 미친 거 아니야?
미다스의 입에서 단말마 사냥법이 나왔을 때 시청자들은 모두가 똑같이 미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타당한 반응이었다.
- 여기 오우거가 몇 마리인데!
- 심지어 오우거들이 떼로 몰려다닌다고!
- 그리고 탐험가 길드 도움도 없잖아?
일반 사냥터에서도 미친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그 사냥법을 이곳, 비밀의 정원에서 한다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는 인간이 있다면 그 인간이 비정상일 터.
‘그냥 하면 자살행위지.’
미다스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미다스 역시 이 단말마 사냥법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물론 고민을 했다는 건 나름 승산이 있다는 의미였다.
정말 죽을 수밖에 없는 자살행위였다면 미다스는 누군가가 1백만 달러를 후원해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미다스가 믿는 구석은 바로 그가 가진 능력.
그는 단말마 스킬을 보유한 오우거가 어떤 놈인지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오우거들의 배치 상황도 볼 수 있었다.
‘단말마 스킬 가진 오우거는 무시하고 주변 숫자만 적당히 줄인 후에 놈을 잡으면 돼.’
즉, 원하는 시점에 단말마 스킬을 쓸 수 있다는 의미.
그렇다고는 해도 쉽지 않은 방법이었다.
크어어!
“어우, 많네요.”
일단 비밀의 정원에 있는 오우거의 개체수부터가 상식의 수준을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 화끈하게 불 지르다 보니 어그로도 많이 끌리는 모양이네.
- 하긴, 불의 정령이 남긴 불길은 공격 판정될 테니까.
- 저 정도 불이면 단말마 없어도 그냥 어그로 다 끌 듯?
또한 불의 정령 위주로 소환한 만큼 원치 않게 어그로를 끄는 경우 역시 늘어났다.
- 그런데도 순삭 당하네.
- 와,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물론 그것도 예상 범주 내였다.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확실히 정령 기사랑 중급 정령이 추가되니까 탱킹과 딜량의 차원이 달라지네.’
중급 정령의 공격력은 충분히 위력적이었으며, 미다스의 경우에는 마스터 스킬북을 통해 마스터 랭크를 만든 상황.
"불의 뜨거운 심판이 있을지어다!”
그리고 정령 기사의 강함은 블레이즈 골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럭키나 골드, 실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우거 하나쯤은 제대로 맞상대하고도 남을 정도.
그 외에도 10기까지 늘어난 하급 정령 전사의 존재 역시 굉장한 도움이 됐다.
이미 앞서서 오우거 무리를 압도하던 미다스의 전력에 이만한 전력이 추가됐다는 건, 동시에 오우거 2개 무리, 최대 10마리 정도도 거뜬히 상대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 와, 그냥 오우거가 녹는다 녹아!
그 사실을 이제는 9천 5백만 명, 1억 명을 코앞에 둔 시청자들 앞에서 미다스가 훌륭하게 증명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거듭해서.
무려 20분이 훌쩍 넘길 시간 동안 내내.
- 이제 오우거들이 불쌍할 지경이야.
- 진짜 오우거들 오늘 운 없는 날이네.
그 광경에 시청자들이 이제는 감탄을 넘어 질려버릴 무렵.
그 무렵이었다.
끄어어어어어!
- 떴다!
드디어 오우거 한 마리가 단말마를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분위기는 반전됐다.
그리고 미다스 역시 전투 양상을 바꾸었다.
“실버! 마크해!”
“예, 주인님."
가장 먼저 미다스는 단말마를 내지르는 오우거에게 실버를 전담 마크시켰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썼던 방법.
“블레이즈 골렘들, 실버 둘러싸!”
거기서 미다스는 블레이즈 골렘 네 마리를 실버와 오우거 주변에 성벽처럼 세웠다.
[구스타프 님이 10,20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그렇지. 일단 몰려드는 오우거들은 단말마 내지르는 오우거들한테 가지.]
[라포 님이 10,206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그컴 오우거들의 타깃은 가로막은 블레이즈 골렘이 될 테니, 부수려고 할 테고.]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207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둘이 치고받는 사이 밖에 대기하고 있던 딜러들이 오우거들을 처리하면 되겠군.]
그것을 본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이 바로 BJ대마도사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줬다.
“설명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다스가 그 사실에 감사를 표함으로써 그 설명이 정답임을 인정해줬다.
- 와.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놀랐다.
동시에 의문을 제기했다.
- 그런데 화력이 될까?
미다스가 꺼내든 방법이 유효하려면 블레이즈 골렘이 오우거들의 공세에 곤죽이 되기 전에 오우거들을 먼저 아스팔트 위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야 했으니까.
분명 미다스가 앞서 보여준 화력이 막강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30마리 이상 몰려들지도 모르는 오우거들을 삽시간에 녹인다는 것은 쉽사리 상상할 수 없었다.
“까짓것 화끈하게 갑시다!”
‘모이는 건 5개 무리, 22마리다.’
물론 이미 주변에 있는 오우거들의 숫자를 파악한 미다스는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크어어!
크아아!
미다스가 예상한 대로 단말마에 노출된 22마리의 오우거들이 순차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다음도 미다스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쾅!
동료에게 향하는 길을 가로막는 블레이즈 골렘들과 오우거들이 충돌했고,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근접 딜러들이 움직였다.
“가라, 나쁜개!”
크-왕!
“불의 심판을 내릴지어다!”
럭키와 그림자와 골드 그리고 불의 정령 기사!
그 넷의 등장과 함께 곧바로 미다스가 등 뒤에 둔 중급 정령들을 향해 소리쳤다.
“포격 개시!”
퍼엉!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급 정령 다섯 마리가 던진 파이어볼 다섯 개가 포물선을 그리며 오우거의 등줄기를 두드렸다.
콰광!
그리고 미다스가 던진 대폭발이 오우거의 머리통을 두드렸다.
압도적인 화력!
허나, 그러한 화력으로 몰려든 3개 무리, 14마리나 되는 오우거 전부를 단숨에 녹이기란 불가능했다.
크어어!
그사이 또 다른 오우거 무리가, 4마리가 전장을 향해 달려왔다.
- 이건 좀 위험하다!
-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어!
누가 보더라도 위험한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재빠르게 놈들을 향해 움직이더니 이내 놈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 설마 BJ대마도사가 몸빵하려고?
ㄴ 에이, 그게 말이 돼?
당랑거철, 정말 수레 앞 사마귀꼴.
섬뜩한 장면이 상상될 수밖에 없는 그 장면에서 미다스가 손바닥을 펼치며 소리쳤다.
“사안!"
사안 마법을 통해 오우거 한 무리를 잠시 멈추었고, 그 굳어버린 오우거 무리 사이로 미다스가 손에 쥔 두 번째 대폭발의 구슬을 그대로 던졌다.
콰광!
거친 폭음이 들렸다.
“쇼크 웨이브!”
그 폭음 위로 미다스가 바로 광역 마법, 쇼크 웨이브를 발동시켰다.
분명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 한 무리 막았다!
- 그런데 이러면 어그로 BJ대마도사한테 갈 텐데?
그러나 동시에 미다스가 리스크를 짊어지는 공격이기도 했다.
상태 이상에서 깨어난 오우거들은 이제 분명 미다스를 타깃으로 잡고 움직일 테니까.
“블링크!”
- 그렇지!
- 어그로 초기화다!
그러한 오우거들 앞에서 미다스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자신의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었다.
크어!
크아!
이윽고 상태 이상 상태에서 깨어난 오우거들이 다시 단말마를 내지르는 동료를 향해 달려갔다.
물론 전황은 달라져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2마리나 되는 오우거가 추가로 쓰러진 상태였고, 그만큼 딜러들에게는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
“네놈들!”
크르르!
그렇게 달려온 오우거들의 몸뚱이에 럭키의 이빨과 골드의 칼이 그리고 등줄기에는 미다스와 중급 정령들의 공격이 닿았다.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공세 속에서 몰려온 오우거의 숫자가 줄어들고, 몰려드는 오우거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크어어어어어!
종국에는 단말마만이 남았다.
- 끝난 건가?
- 아, 끝내줬어.
- 동시에 20마리 넘게 잡는 건 처음 봤어.
그제야 시청자들이 모두 멈추고 있던 숨을 토해내듯 채팅을 토해냈다.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자, 다음으로 갑시다.”
- 다음?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여기는 탐험가 길드처럼 오우거를 데려다주실 분이 없으니, 이제 제가 직접 오우거를 데리고 다녀보겠습니다."
이제 단말마를 지르는 오우거를 데리고 숲을 순회공연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 진짜로?
- 아니, 너무 화끈하다 못해 정신이 타버린 거 같은데?
그 멘트에 듣는 시청자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형, 이건 아니야. 여기서 스탑하자.
- 이건 좀 너무 간 듯. 단말마 순회공연이라니, 정도가 있지.
이제는 진심으로 BJ대마도사를 걱정하는 여론이 형성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여론 앞에서 미다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 BJ대마도사, 화끈하게 한다고 하면 하는 놈입니다. 설마 고작 22마리 잡은 걸로 사냥 멈추겠어요?”
그 단호한 말을 끝으로 실버를 향해 소리쳤다.
“실버야, 밀어!”
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실버가 상대 중인 오우거를 몸통 박치기로 그대로 날려버렸다.
크어어어!
그 공격에 당한 오우거가 그대로 뒤로 밀려났고, 실버가 재차 놈을 두드렸다.
쿵!
자연스레 오우거가 움직였다.
- 진짜 한다!
- 맙소사!
그렇게 시작된 순회공연을 멈추게 할 방법 따위는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 이렇게까지 질렀는데 그만두는 건 불가능하잖아?
무엇보다 BJ대마도사가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순회공연을 자신했는데 도중에 제 의지로 그만두는 건 불가능한 상황.
기호지세, 이미 호랑이가 죽기 전까지는 그 등 위에서 내려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력이 10퍼센트 미만입니다.]
심지어 지금 미다스의 마력 상태는 이미 바닥을 향해 고꾸라지는 상황이었다.
조금 전 같은 전투는 이제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
“자, 그럼 이대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기꺼이 이동했고, 그 의지에 시청자들은 이제 인정을 넘어 존경심을 표했다.
- 그래 , BJ대마도사 사전에 빠꾸란 없지!
- 형, 이제부터 형을 진심으로 사랑해도 될까요?
- 멋지다, BJ대마도사다! 아, 진짜 내가 딸만 한 다섯 명 있었으면 BJ대마도사한테 소개해줬을 텐데!
그때였다.
시청자들이 존경과 감동으로 벅차오르는 멘트를 쉼 없이 보낼 무렵.
그에 어울리는 후원을 거듭 보낼 무렵.
"어?"
그 순간 움직이던 미다스가 갑자기 머리 위로 팔을 들고는 그 팔의 주먹을 쥐며 말했다.
“정지.”
그 말에 모두가 정지했고, 이내 미다스가 자신이 발견한 것을 향해 이동했다.
카메라 역시 미다스의 시선을 따라 이동했다.
-어?
- NPC다!
이윽고 미다스와 시청자들은 바닥에 엎드린 채 숨소리 한 점 없이 눈알만 굴리는 드워프 사내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한 드워프에게 미다스가 말했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미다스의 물음에 드워프 사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며 말했다.
“세바, 세바라고 합니다.”
- 세바야?
- 야, 다시 오디오 돌려봐봐.
- 세바야?
- 내가 들었어! 분명 세바라고 했어!
드디어 미다스가 NPC세바와 만나는 순간.
“아쉽게도 여기서 사냥을 멈춰야겠네요.”
원하는 바를 이룩했으니 더 이상 사냥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기뻐해야 마땅한 순간.
그러나 막상 이 순간 미다스는 아쉽다는 듯이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아, 단말마 지르는 오우거 놈을 간신히 발견해서 제대로 사냥 좀 해보나 싶었는데……."
당연히 구라였다.
애초에 NPC의 위치를 미다스가 모를 리 만무.
다 설계된 것이었다.
단말마에 22마리의 오우거가 꼬인다는 것부터 그 후에 NPC를 만나서 이 전투를 끝내는 것까지.
- 허허허, 진짜 할 생각이었나 보네.
- BJ대마도사 쩐다, 쩔어.
그러나 그 진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이 헛웃음을 채팅창에 올렸고, 그사이 미다스가 실버를 향해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한 후에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운이 없는 날인 모양이네요."
‘어휴, 간신히 살았다.’
미다스의 인생사에 길이남을 허세 연기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 실시간 시청자 숫자 1억 명 돌파했다!
그리고 미다스의 인생사에 길이남을 기념비가 세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