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08화 (308/485)
  • 308화.  < 97화. 운 없는 날 (2). >

    4.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여기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거듭 감사를 표시하는 털북숭이 중년 사내를 앞에 둔 미다스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 네. 다행이네요.”

    그 어색한 미소와 함께 미다스가 살짝 눈알을 옆으로 굴리자 반투명한 채팅창이 들어왔다.

    - 아, 꽝이었네요!

    - 어휴, BJ대마도사가 바로 꿀 빠는 줄 알고 잠깐 걱정했음.

    - 괜히 갓워즈가 갓겜이 아니라니까.

    - 아무렴, 내가 이래서 갓워즈만 즐겨 본다니까.

    시청자들 모두가 미다스가 들이켠 헛물을 향해 고소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미다스도 속으로 고소한 미소를 지었다.

    정보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미다스가 설마 정말 운이 없어서 다른 NPC와 조우했을 리는 만무.

    ‘예상한 것보다 반응이 훨씬 좋네.’

    당연히 지금 이 상황은 미다스가 사전에 준비한 연출이었다.

    시청자들이 가장 즐기는 상황 중 하나가 바로 지금처럼 스트리머가 라이브 방송 중에서 함정 카드에 걸려 곤란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었으니까.

    ‘너무 쉽게 찾으면 의심만 받지.’

    반대로 만약 미다스가 이번 퀘스트 NPC를 너무 쉽게 발견했다면 도리어 시청자들은 의심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미다스의 눈을 의심할 확률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의심은 가능했다.

    사전에 미리 NPC를 찾아놓고 찾는 척 연기를 한 게 아니냐? 라는 종류의 의심.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거였다.

    “은인께 부족하나마 이거라도……."

    “아,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절 구해주셨는데 부디 제 목숨값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

    보상이 있다는 것.

    - 어? 뭐야? 왜 뭘 주는 거야?

    - 제발 폭탄이었으면 좋겠다.

    - 아, 이 게임 쓰레기 게임이네.

    - 갓워즈가 초심을 잃었어.

    그렇게 보상을 받는 미다스를 향해 시청자들이 장난삼아 분노하는 듯한 채팅을 치는 사이, 미다스가 크흠! 헛기침 한 번과 함께 보상을 확인했다.

    ‘어?’

    “마스터 스킬북이네요? 유니크용.”

    이어진 그의 발언에 채팅창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비단 시청자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구스타프 님이 10,199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유니크 마스터 스킬북? 그런 게 그냥 나온다고?]

    [라포 님이 10,2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아니, 무슨 게임이 이래?]

    갓워즈의 슈퍼 스타 플레이어들도 그 보상에 모두가 예외 없이 놀라움을 표했다.

    ‘맙소사, 장난 아니잖아?’

    당사자인 미다스는 당연히 놀랐다.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은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효용 가치는 엄청났으니까.

    특히 지금 이 시점, 200레벨 중반대에서 구한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였다.

    지금 레벨대의 스킬 랭크를 마스터 랭크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했으니까.

    그런 스킬을 고작 퀘스트 도중 만난 NPC를 통해 얻는다?

    그것도 퀘스트 완료 NPC도 아닌 이벤트 NPC를 만나서?

    ‘표정 관리! 표정 관리하자!’

    그 순간 미다스가 바로 입가에 저도 모르게 번지던 미소를 지우고, 그 대신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이 정도는 별거 아니네요.”

    - 뭐? 이게?

    그 발언에 놀라는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한 후에 말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하다 보면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은 심심할 때 나옵니다. 한 번 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나한테 이건 별거 아니다, 여러모로 도발적인 멘트.

    그럼에도 미다스는 역풍 따위는 염려치 않았다.

    ‘그러니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열광해주세요.’

    조만간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공략 방법을 공개한다면 지금 느끼는 시청자들의 불만과 짜증은 오히려 환희와 기대로 바뀔 테니까.

    “그럼 다시 각 잡고 달려보겠습니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또 다른 NPC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설마 다음번에도 다른 NPC가 나오진 않겠죠?”

    ‘다음 NPC는 뭘 주려나?’

    5.

    - 정말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예. 그보다 성함이?

    - 예? 아, 제 이름은 아만입니다.

    그 대답이 나온 순간 채팅창 위로는 웃음소리 가득한 문자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또 꽝이요!

    - 냄새가 난다, BJ대마도사가 오늘 꽝만 뽑을 것 같은 냄새가.

    - 오늘 이 방송을 보는 우리들은 운이 좋군!

    그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의 분위기는 달랐다.

    “아, 또 꽝이야……."

    “한 번 더 해야 하네.”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되는 영상과 달리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은 지금 BJ대마도사가 얼마나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는지 그리고 지금 BJ대마도사가 치르는 전투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수준인지도 알고 있는 탓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문제 터질 것 같아.’

    ‘그나마 운 좋아서 단말마가 안 터졌지, 이거 단말마 걸리면 진짜 사고 난다.’

    언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

    그런 전투를 최소 한 번 더 해야 하는데 마음이 편하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박영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BJ대마도사의 의도는 알고 있었다.

    출혈 경쟁을 원한다면 기꺼이 해주겠다, 대신 네놈들이 더 피를 흘리게 만들겠다, 라는 의도를.

    그리고 그 의도는 지금 분명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어비스 길드와 탐험가 길드에 먹히고 있었다.

    ‘어비스 길드 쪽이 출혈을 작정했어.’

    문제는 어비스 길드가 그런 BJ대마도사의 대응에 망설임 없이 소모전으로 응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박영준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이지스의 오브라니.’

    특히 어비스 길드가 이지스의 오브를 내걸었을 때 충격은 상당했다.

    그 물건은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그런 물건을 그저 도전을 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오우거를 더 잡고, 더 빨리 레벨업을 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대가로 내걸었을 때 박영준은 반성했다.

    ‘이 게임에 걸린 게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다.’

    어비스 길드가 갓워즈란 게임에 둔 의미를 가늠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

    ‘내가 너무 오만했다.’

    달리 해석하면 이제까지 박영준은 이 게임에 걸린 판돈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판을 벌려온 셈이었다.

    그 사실에 박영준은 지금 소름이 끼치는 수준을 넘어 등골이 얼어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자칫 잘못했다면 판을 잘못 읽고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몰랐다는 의미였으니까.

    ‘이 판에 걸린 것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해.’

    그렇기에 이 순간 박영준은 최우선 과제는 이 게임의 끝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되어 있었다.

    가장 좋은 건 BJ대마도사에게 물어보는 것이었지만, 박영준은 그 선택지는 나중으로 미뤘다.

    ‘판돈도 못 보는 놈이 판에 낄 수는 없지.’

    그건 BJ대마도사에게 자신의 무능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꼴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러한 질문은 가장 마지막에, 해본 것을 전부 해본 다음에 해야 하는 놈이었다.

    ‘최대한 빨리.’

    물론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BJ대마도사도 다음 사냥터부터는 더 힘들어질 테니까. 특히 300레벨 이후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현재 BJ대마도사의 레벨업 속도를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300레벨 사냥터에 오를 터였고, 그가 오르게 될 300레벨 사냥터는 이제까지와는 패러다임이 달랐다.

    게임 자체의 패러다임도 달랐고,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의 패러다임도 달랐다.

    당연히 벌어지는 판도 달랐다.

    그러니 박영준은 그 전에 답을 구해야 했다.

    - 이번에도 꽝이네요. 아, 미치겠네. 이 게임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딴 식으로 만든 겁니까?

    그때 들리는 BJ대마도사의 불만 가득한 멘트에 박영준이 툭툭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피식 웃었다.

    ‘진짜 대체 왜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 궁금하군.’

    마치 BJ대마도사가 자신의 마음을 꿰뚫은 것 같았으니까.

    - 보상은…… 아, 이번에는 레어급 마스터 스킬북이 나왔네요.

    이어서 나온 BJ대마도사의 멘트에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짧게 혀를 찼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레어급 마스터 스킬북이라니, 앞서서는 유니크 급이었잖아?”

    “보상이 어떻게 더 짜게 식냐?”

    “역시 쓰레기 게임이라니까.”

    오히려 앞서 얻은 보상보다 안 좋은 보상에 대한 푸념.

    “전부 집중해.”

    그때 박영준이 어수선한 직원들을 향해 경고성을 내지르듯 말을 던졌다.

    “예?”

    “사장님 뭐라고 하셨나요?”

    예상치 못한 사장님의 그 발언에 제대로 듣지 못한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박영준을 봤을 때,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빅 이벤트다! 다들 라이브 방송에 집중해!”

    정색한 채 소리를 지르는 박영준을.

    “빅 이벤트요?”

    “아니, 지금 빅 이벤트는……."

    그 사실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짓는 직원들에게 박영준이 소리쳤다.

    “당연히 빅 이벤트지, 레어 등급 마스터 스킬북이면……."

    6.

    “레어급 마스터 스킬북이 나왔네요.”

    그 발언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는 잠시 멈칫했다.

    ‘잠깐만. 이거?’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자신의 손에 들린 마스터 스킬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스터 스킬북(레어)]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리고 매우 가치 있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분명 마스터 스킬북이 거래가 되지 않아 구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레어 등급 정도는 운이 좋으면 구할 수 있었으니까.

    레전더리용이나 유니크용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라는 의미.

    - 뭐야? 화면 정지한 건가?

    - BJ대마도사가 굳었는데? 왜 굳었지?

    - BJ대마도사 표정이 너무 진지한데? 무슨 문제가 있나?

    - 설마 급똥?

    시청자들이 미다스의 행동에 의문을 표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니, 일부는 생각했다.

    - BJ대마도사는 레어급 마법 스킬 가진 게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 맞아, 저거 얻어도 쓸데없을 듯. 파이어볼 정도나 마스터하는 건데, 그건 이미 마스터했겠지.

    - 그래, 너무 쓰레기라서 굳은 듯.

    BJ대마도사가 굳은 이유가 어이가 없어서라고.

    [아즈모 님이 10,20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엄청난 게 손에 들어왔네.]

    그때 등장한 아즈모의 발언에 채팅창의 분위기는 180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뀌었다.

    “예, 그렇죠. 엄청난 게 나왔죠.”

    이내 아즈모의 말에 대답한 미다스가 곧바로 고개를 돌린 후에 가볍게 턱짓을 했다.

    “이쪽으로.”

    그리고는 불렀다.

    - 하급 정령 전사?

    활활, 타오르는 하급 불의 정령 전사를.

    - 아! 그렇구나!

    - 미친! 와, 이게 이렇게 되네!

    그것을 본 시청자 중 몇몇이 상황을 파악하고는 경악하는 채팅을 쏟아냈다.

    반면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시청자들도 다수 있었다.

    - 뭐야? 반응이 왜 이래?

    - 아니, 저게 뭐 어쨌는데?

    그 시청자들을 위해 미다스가 설명해줬다.

    “하급 정령 전사 스킬의 등급은 레어입니다. 그리고 하급 정령 전사 스킬을 마스터해야지, 중급 정령 소환 스킬을 습득할 수 있죠."

    그제야 비로소 모든 시청자들은 눈치챌 수 있었다.

    - 중급이다!

    - 중급 정령 전사 배우는 거다.

    BJ대마도사가 왜 놀랐는지.

    그마저도 제대로 놀란 게 아니었다.

    [아즈모 님이 10,20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중급 정령 소환 스킬은 130레벨짜리 유니크 랭크 스킬, 마스터 스킬북을 이용하면 마스터가 가능하지.]

    [아즈모 님이 10,20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걸 마스터하면 200레벨짜리 레전더리 등급 스킬인 정령 기사 습득이 가능하고.]

    앞서서 미다스가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을 두 개나 얻은 것을 생각한다면, 더 놀라야 마땅했다.

    - 미친, 그럼 정령 기사로 바로 간다고?

    - 에이, 설마!

    - 정령 기사 스킬 카드 매물 얼마 없음! 당장 구할 수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 맞아, 지금 내가 G베이 검색했는데 매물 하나도 없었음!

    개중 일부는 정령 기사 스킬을 얻는데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그 문제는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아즈모 님이 10,204달러를 보냈습니다.]

    [아즈모 : 중급 정령 소환 스킬하고 정령 기사 스킬 카드 라이징 스타 채널에 보냈다.]

    아즈모가 바로 일사천리로 문제를 처리해줬으니까.

    '아.'

    너무나도 빠른 상황 변화에 미다스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정신 차리자,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다.’

    그러나 미다스에게는 이 순간 당혹감을 드러낼 권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생각해내, 지금 이 순간 뭘 해야 시청자분들을 화끈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지.’

    이제는 기존에 준비해온 시나리오는 폐기하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써야 할 때였다.

    물론 고민은 길지 않았다.

    ‘보고 싶은 걸 보여준다, 그게 베스트지.’

    지금 이 순간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뻔한 노릇 아닌가?

    그렇게 답을 내린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라이브 방송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그 발언에 놀라는 시청자들, 그들을 향해 미다스가 마저 설명했다.

    “재정비를 마친 후에 퀘스트를 다시 새롭게 진행하겠습니다.”

    재정비, 그 단어에 놀라던 시청자들이 다른 의미로 놀라기 시작했다.

    - 정령 기사 보여줄 생각이구나!

    - 그래, 우리 BJ대마도사가 다른 스트리머들처럼 이런 거 다음 방송에 써먹겠다고 아끼고 그럴 리가 없지!

    - 역시 우리 형, 화끈해서 좋다니까.

    보통은 따로 라이브 방송 하나를 잡을 만한 건수임에도 아끼지 않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은 분명 놀랄 가치가 있었으니까.

    그런 시청자들에게 미다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여기 오우거들은 참 운 없는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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