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77화 (277/485)

277화.  < 89화. 솔로 투어 (1). >

1.

- BJ대마도사는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혼자서 마음껏 사막을 횡단하면 됩니다.

어비스 길드의 발표를 보는 순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했다.

- 그러니까 BJ대마도사 사막 투어를 언제든 볼 수 있다는 거지?

- 한동안 채널 좀 고정해둬야겠네.

재미있을 것 같다!

- 그래, 돈 많은 애들이 자기들만 즐기는 것보단 이게 낫지!

그리고 그 재미를 같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시청자들에게는 그거면 충분했다.

허나, 박영준은 달랐다.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어비스 길드의 발표를 보는 순간 박영준은 그 자리에서 빠득,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BJ대마도사를 코너에 몰아넣었어.’

그만큼 지금 상황은 BJ대마도사에게 있어 치명적인 일이었다.

‘혼자서 사막 횡단을 하게 만들었어.’

일단 당장 문제가 되는 건 BJ대마도사가 혼자서 사막을 횡단하게 됐다는 점이었다.

투어를 한다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투어 참가자들이 사막 횡단의 조력자가 될 수 있는 법.

박영준이 10대 길드를 상대로만 투어 참가권을 경매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10대 길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BJ대마도사의 도움만 받진 않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 어비스 길드가 투어 참가를 하지 않으면서 그런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아니, 물거품이 된 정도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새로운 투어 참가자를 모집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제는 강제로 솔로 투어를 해야 한다는 의미.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더 골치 아픈 점은 BJ대마도사는 자신의 사막 솔로 투어 과정을 라이브 방송 또는 영상으로 어비스 길드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비스 길드가 영상을 달라, 라이브 방송을 해달라고 할 때 해줘야 하는 셈.

사실상 감시 카메라가 붙는 셈이었고, 그건 곧 투어 도중에 외부의 조력을 받거나, 다른 수작을 부리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의미였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개중에서도 최악은 어비스 길드가 내건 물건이었다.

[아즈모 : 나 빼고 경매했는데 엄청난 물건 나왔다면서?]

[아즈모 : 왕가의 열쇠, 그건 어비스 길드가 사막왕을 최초로 잡고 얻은 물건이야. 그 후에는 단 한 번도 드랍되지 않았지. 정황상 갓워즈에 하나만 존재하고, 사용 후에 새로 등장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아즈모 : 아이템 효과는 왕가의 열쇠란 이름 그대로, 사막 땅 어딘가에 존재하는 왕가의 무덤에 들어갈 수 있지.]

[아즈모 : 사용 방법은 간단해. 왕가의 열쇠를 가지고 NPC이브니를 찾아가면,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가 발동하고, 그 길을 건너면 왕가의 무덤에 닿을 수 있지.]

왕가의 열쇠.

아즈모를 통해 알게 된 그 열쇠의 가치는 다른 경매 참가자들이 포기를 할 만큼 엄청난 물건이었다.

[아즈모 : 이게 재미난 게 당시 멀린을 포함한 어비스 길드는 사막왕을 잡고 바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고, 자연스레 어비스 길드 2군이 왕가의 무덤으로 가는 길 퀘스트를 진행했는데, 실패했어.]

[아즈모 : 그 이후 어비스 길드가 새로운 도전자들로 거듭 도전했지만 성공한 적은 없지.]

[아즈모 : 어비스 길드의 숙원 같은 곳이지.]

어비스 길드조차 해내지 못했다!

왕가의 열쇠란 놈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이상 표현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터.

그런데 그런 왕가의 열쇠를 BJ대마도사에게 줬다?

‘감시 카메라 앞에서 어비스 길드도 공략하지 못한 퀘스트를 혼자서 공략해라.’

사막이란 무대에서 플레이어가 마주할 수 있는 난이도 최악의 퀘스트가 나온 셈.

물론 박영준은 알고 있었다.

‘BJ대마도사라면 해낼 수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BJ대마도사의 모습이라면, 분명 이 난관 역시 돌파하리라고.

‘시간만 있으면.’

허나, 해내기 위해서는 사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 분명했다.

시간을 벌기 위해 벌인 판이 도리어 시간을 잡아먹는 판이 되어버린 셈.

‘빌어먹을.’

다른 무엇보다 그 사실이 박영준의 속을 쓰리게 했다.

‘이 빚은 어떻게든 갚아주마.’

동시에 그를 분노케 했다.

그렇게 쓰린 속을 부여잡고 분노를 태우는 박영준을 향해 부하 직원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습니다. 이번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입니다.”

그 말에 박영준은 생각했다.

‘양해를 구하는 방송이겠지.’

결코 좋은 내용을 아닐 거라고.

그렇기에 그는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준비해.”

2.

“BJ대마도사다!”

“다시 접속했다!”

자바리 오아시스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미다스, 그런 그를 향해 좌중이 곧바로 관심을 가졌다.

“왜 접속했지?”

그리고 이내 플레이어들이 미다스의 접속 이유를 추측했다.

추측은 어렵지 않았다.

“왜긴, 투어 때문이겠지.”

“아, 투어 관련해서 라이브 방송하려는 거구나.”

이미 어비스 길드가 무대를 만들어주었고, 그 무대에서 BJ대마도사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뿐이었으니까.

“결국 이번에도 혼자 다니는 거네?”

“역시 BJ대마도사는 투어도 혼자서 해야지. 아무렴.”

솔로 투어.

“그보다 표정이 좀 안 좋은데?”

그 단어를 떠올린 채 미다스를 다시 바라보는 플레이어들은 그제야 그의 표정이 썩 좋지 못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것이 지금 상황을 반기는 기색은 결코 아니었다.

“표정이 애인하고 싸우고 난 것 같은데?”

“에이, BJ대마도사한테 애인이 어디 있어? 말도 안 되는 개소리하지 마.”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들 법한 표정.

그중 몇몇은 추측했다.

“솔직히 지금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

“좋은 게 아니라고?”

“그렇잖아? 이제부터 사막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투어하는 건데, 그게 쉽겠어?”

어째서 미다스의 표정이 좋지 못한지.

“아무리 이번 투어가 BJ대마도사가 버스 태워주는 거라고 해도 참가자들하고 파티 플레이를 염두에 두었을 거 아니야?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이 예상외의 사태지.”

“아무렴, 그렇다고 여기서 파티 플레이하겠다고 파티 모집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 이유를 들은 이들은 BJ대마도사가 왜 저러한 표정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오케이, 연기 좀 잘 먹히네.’

물론 이 모든 건 미다스의 연기였다.

이번 상황은 미다스 입장에서 분명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좋아, 이대로 가자.’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 기쁜 마음을 대놓고 드러내면 분명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

오히려 지금처럼 좋지 못한 기색을 드러내는 게 보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무척 곤란한 것처럼 연기를 하자고.’

그렇다면 그에 맞춰주는 게 당연지사.

“안녕하십니까? BJ대마도사입니다.”

당연히 그 연기는 라이브 방송이 시작된 이후에도 유효했다.

- BJ대마도사님, 솔로 투어 소식 들었습니다!

- 역시 우리 BJ대마도사님은 혼자 해야 제맛이죠!

- 응? 그런데 표정이?

곧바로 시청자들 역시 표정이 좋지 못한 걸 확인하고, 반응하는 순간 미다스가 말을 꺼냈다.

“어비스 길드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단 귀한 물건을 주면서까지 BJ대마도사의 사막 투어에 입찰을 해주신 어비스 길드에 감사의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귀한 걸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귀한 것.

그 표현에 시청자들이 바로 반응했다.

- 왕가의 열쇠란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 이렇게 먼저 고맙다고 인사 꺼내는 거 보니까 보통 물건은 아닌 모양이네?

- BJ대마도사가 귀하다고 하면 진짜 귀한 것인 듯!

이 정도까지 언급하면 보통 물건은 아닌 모양.

물론 미다스가 그 왕가의 열쇠라는 물건의 가치를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뭐 좋은 거 줬겠지.’

라이징 스타 채널이 어련히 잘 챙겨줬을 일.

‘좋은 게 아니라고 해도 구리다고 어떻게 말해? 어비스 길드가 줬는데.’

더욱이 준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어비스 길드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별로 대단한 거 준 것도 아닌데 별 지랄 맞은 요구나 하시네요, 라는 말은 할 수 없는 노릇.

[라포 님이 10,14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라포 : 진짜 엄청난 물건이지. 그게 진짜 나올 줄은 몰랐어.]

[사사키 코지로 님이 10,14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사사키 코지로 : 설마 경매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나서 그런 게 나올 줄은 몰랐지. 어쨌거나 나름 준비할 만큼 준비했는데, 그 이상은 내 능력 밖이라서 포기했지.]

그때 나온 두 거물의 말에 채팅창은 물론 미다스는 더욱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어마어마한 물건인 모양인데?

왕가의 열쇠라는 놈이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물건인 모양.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을 향한 고마움이 배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10,14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날 경매에 참가시켜줬으면, 그것보다 더 대단한 걸 부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어.]

그때 아즈모가 툭, 말을 던졌고, 그가 던진 말에 채팅방 분위기는 더더욱 아수라장이 됐다.

- 아즈모가 참가를 못했어? 그럼?

- 설마 10대 길드만 참가한 건가?

- 와, 10대 길드만 참가하는 경매라고? BJ대마도사가 스케일 보소!

그러한 분위기를 정리한 건 미다스였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어비스 길드가 요구한 방식은 쉽지 않습니다.”

그 말에 어수선하던 채팅창의 분위기에 긴장감이 흘렀다.

- 쉽지 않아? BJ대마도사가 이런 말도 할 줄 알았어?

이제까지 그 어떤 고난과 역경, 말도 안 되는 난이도 앞에서도 여유를 잃기는커녕 넘쳤던 BJ대마도사.

- BJ대마도사 이런 모습 처음인 듯?

그런 그가 지금 처음으로 시청자들 앞에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혼자서 사막을 횡단하려면 처음부터 모든 걸 바꿔야 합니다. 당장 머릿속에서 미리 해두었던 전투 시뮬레이션부터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합니다. 그 후에 그에 맞는 준비 기간은 포함하면……."

솔직히 사막 횡단을 혼자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여러모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마저도 BJ대마도사이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한 말을 감히 지껄일 수 있을 뿐 다른 이들이라면 못하겠습니다, 하고 계약 파기와 위약금을 지불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계약 파기는 없습니다. 어비스 길드와의 계약은 기필코 완수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과 함께 사막 투어를 해내겠습니다.”

때문에 미다스가 계약 완수라는 말을 꺼냈을 때 시청자들은 도리어 감동을 느꼈다.

- 그래, 이래야 우리 BJ대마도사지!

- BJ대마도사, 끝까지 솔로길만 걷자!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그럼 준비를 마친 후에 사막 횡단을 시작하겠습니다. 일정이 잡히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라이브 방송을 종료함과 동시에 로그아웃을 했다.

3.

- 일정이 잡히는 순간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멘트가 나오는 순간 멀린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손에 든 커피를 머금었다.

그 상태로 엠마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 지긋한 시선에 엠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엠마의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인 후 머금은 커피를 삼키며 그녀가 할 말을 대신 말했다.

“그렇지. 이제부터 놈의 동선을 확보했으니, 제대로 작업을 해야지.”

멀린의 말대로였다.

엠마는 그저 길어봐야 열흘 남짓한 시간을 벌기 위해 지금 상황을 꾸민 게 아니었다.

“암살자를 보낸다거나, 하는 식으로.”

BJ대마도사가 사막에서 영겁의 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 것.

“BJ대마도사를 죽일 수 있다면 무보수로 뛰어줄 비매너 길드들도 넘치잖아? 사냥뱀 길드 같은 곳 말이야. 그런 곳을 이용해서 BJ대마도사를 사막 아래로 끌고 내려가야지.”

그것을 위해서 엠마는 이번 기회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이미 이야기는 끝난 상황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터 움직일 예정이지?”

“내일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모두 만반의 준비를 마칠 거예요.”

딱히 말을 하지 않아도, 내일 당장 BJ대마도사를 잡으러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도 끝난 상황.

“BJ대마도사가 움직이는 걸 기다리면 될 뿐이죠.”

이제는 사냥감이 움직이는 것만 남은 상황.

“예상대로라면 최소 이틀 정도 걸리겠지만 BJ대마도사 성격상 내일 중으로 사막 투어를 시작하겠죠.”

내일.

그것이 지금 엠마가 생각하는 디데이였다.

“내일이라……."

멀린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내일 중에 BJ대마도사는 사막 투어를 시작하리라 생각했다.

“쌓은 이미지가 있으니까.”

이제까지 그가 쌓아온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그 이상 시간을 보내긴 힘들었으니까.

“스타 플레이어의 숙명이지, 이미지 때문에 무모한 짓을 할 수밖에 없는 건.”

그리고 멀린이 보기에 그것은 무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사막 횡단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던 기나긴 계획을 고작 하루 만에 완벽하게 수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

혹여 수정하더라도 안정적인 계획을 세우는 건 불가능했다.

이미 시작부터 크나큰 리스크를 짊어져야 했으니까.

“슈퍼 스타 플레이어라면 더더욱, 기대에 부응할 의미가 있지.”

심지어 그 과정에서 BJ대마도사는 두 가지를 더 해야 했다.

왕가의 열쇠 퀘스트를 받고, 그다음에는 중원 길드랑 모래숲에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 레이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리고 보통 이런 상황에서 탈이 나는 법이지.”

그때였다.

우웅!

우웅!

엠마와 멀린, 둘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알림을 토해냈다.

알림 발신자는 라이징 스타 채널.

내용은 간단했다.

[1시간 후 BJ대마도사 사막 투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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