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25화 (125/485)
  • 125화.  < 40화. 착각 (2). >

    5.

    가장 훌륭한 마케팅 방법은 무엇인가?

    여러 논쟁이 있겠지만, 만약 10명에게 물어보면 개중 4명 정도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그 소문 들었어? BJ대마도사가 다시 한 번 더 보스 몬스터 레이드 사전 예고를 한다던데?

    입소문보다 좋은 마케팅은 없다고.

    박영준, 그가 이번에 선택한 마케팅 방법은 바로 그 입소문 마케팅 방법이었다.

    그는 BJ대마도사의 오케이 사인이 나오는 순간 그리고 광고주인 감마 제약의 사인이 나오는 순간 곧바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통해 소문을 흘리기 시작했다.

    - 아, 나도 들었어.

    ㄴ 트윈 헤드 트롤?

    ㄴ 머리 여러 개 달린 트롤이라든데?

    ㄴ 3일 후였지?

    3일 후 BJ대마도사가 머리 여러 개 달린 트롤 레이드를 할 것이며, 그것을 사전 예고를 할 것이다!

    저번 그때처럼 다시 한 번 더 쇼를 벌일 것이다!

    모든 직원을 동원해서 갓워즈 관련 커뮤니티에 그러한 소문을 흩뿌렸다.

    - 그런 소문이 있었어? 처음 듣는데?

    “소문이 있냐고?”

    그리고 그 소문을 흩뿌리는 이들 중에는 박영준, 본인도 있었다.

    “있지. 요즘 얼마나 핫한데!”

    본인조차도 쉴 새 없이 마이크를 입에 댄 채 커뮤니티에 입소문을 흩뿌렸다.

    “하루 전날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사전 공개한다는 소문이 있어. 내가 라이징 스타 채널 높으신 분하고 친해서 들은 소식이야.”

    쉴 새 없이.

    사실 그냥 보기에는 퍽 어수룩한 장면이었다.

    “이야기 들어보니까 거기 사장님이 와튼 스쿨 출신으로 진짜 엄청난 핸섬가이에……"

    “저기 사장님.”

    “응? 왜?”

    “저기 이게 정말 통할까요?”

    부하 직원 한 명이 결국 의문을 참지 못한 채 질문을 던질 정도.

    그러한 질문에 박영준은 한참 떠들던 갓워즈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이 입소문만으로는 당연히 안 되겠지.”

    "예?"

    열심히 하루 종일 입소문을 퍼뜨리겠다고 작업을 했는데 소용이 없다고?

    그 사실에 놀란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말했다.

    “김민수가 말했지. 모든 일에는 플러스가 필요하다고.”

    “플러스요?”

    “입소문과 찰떡궁합인 게 뭔지 알아?”

    “알면 이런 질문 안 하죠.”

    부하 직원의 반문에 박영준이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출.”

    “유출이요?”

    “생각해 봐. D-1에 사전 예고를 한다는 입소문이 도는 와중에 그 사실이 D-2에 유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말과 함께 스윽, 박영준이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한 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늘이 D-2날이지.”

    6.

    [특종! BJ대마도사의 라이브 일정 입수!]

    [BJ대마도사, 다시 한 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 사전 예고한다!]

    [BJ대마도사, 도전자들에게 리벤지 기회를 주다!]

    그건 분명 파격적인 소식이었다.

    그 엄청난 사건을 경험한 BJ대마도사가 다시 한 번 더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그러나 그 소식의 파급력은 그 파격보다 더 컸다

    - 소문이 사실이었네!

    - 와, 대박!

    휘날리던 루머가 사실이 되었다는 것.

    - 그보다 유출이라니, 어떻게 한 거야?

    그리고 그것을 사실로 만들어준 것이 다름 아니라 정보 유출이란 것이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 와, 이거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겠네. 하루 전날이 아니라 이틀 전에 예고된 격이잖아?

    ㄴ 준비한 계획대로는 못하겠지.

    ㄴ 재미있어지겠네.

    무엇보다 이로 인해 상황이 꼬였다는 것이 모두를 더 설레게 했다.

    다시 한 번 더 헤프닝이 예고되는 상황.

    그런 만큼 세상 모두가 이 소식에 들썩였다.

    오직 한 명 만이 달랐다.

    “인페르노!”

    미다스, 그는 그러한 소식에 들썩이지 않은 채 오로지 트롤 사냥에만 모든 신경을 쏟았다

    물론 돌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없을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본인의 일 아닌가?

    ‘주혁이가 휴게실에서 신이 나서 뭐라고 떠든 걸 보면 내 레이드 날짜가 사전 예고된 거겠지.’

    심지어 미다스가 다니는 캡슐방에는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자칭 최고의 소식통이 있는 상황.

    그럼에도 미다스는 무시했다.

    ‘이번 마케팅은 전적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의 몫이다.’

    무슨 마케팅이 있고, 어떤 식으로 광고를 하는지 그건 미다스의 몫이 아니었으니까.

    ‘난 몬스터를 잡기만 하면 돼.’

    미다스의 몫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만든 무대 위에서 최고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뿐.

    ‘이제 이틀 후다.’

    그것을 위해서 지금 해야 하는 건 결국 몬스터 사냥뿐이었다.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귀에 기다리던 알림이 들렸다.

    쿵!

    그 알림과 함께 5미터 신장의 트롤이 이미 쓰러진 트롤 두 마리의 몸뚱이 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었다.

    호우우우!

    그 쓰러진 트롤 앞에 서 있던 럭키가 자세를 잡은 채 주둥이로 하늘을 가리키며 강렬한 하울링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알림과 함께 하울링을 내지르는 럭키의 몸이 다시 한 번 더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맹수의 크기였던 몸이 다시 한 번 더, 이제는 맹수조차 위협을 느낄 크기로.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이윽고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에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100장.

    눈앞을 가득 채우는 그 카드 앞에 선 미다스의 감상은 하나였다.

    ‘역시 럭키다!’

    당장 보이는 붉은빛 카드만 예닐곱 장!

    심지어 그러한 붉은빛 카드는 무리를 지은 것처럼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실 더 놀라운 광경이었다.

    저렇게 모여 있으면, 저 근처에 카드를 택할 경우 유니크 등급 카드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

    그러한 미다스의 눈이 이내 한 곳에 멈추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반성했다.

    그 붉은빛 광채 속에서 오롯하게 존재감을 내뿜는 황금빛 카드가 말해주었으니까.

    ‘아니, 럭키가 아니라 치트키였지.’

    럭키의 행운은 고작 럭키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그래, 럭키야. 내가 너만 믿고 이 게임한다.”

    그렇게 럭키를 향한 굳건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표현한 미다스가 황금빛 카드에 손을 가져갔다.

    ‘어?’

    그리고 그 카드 뒷면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그대로 굳었다.

    [펜리르의 피어]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펜리르의 피어를 포효한다. 노출된 대상의 유익한 버프 효과가 일시 정지한다.

    펜리르의 피어.

    ‘맙소사,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디버프 계열 스킬 중 최고봉 중 하나.

    럭키와 똑같이 펜리르의 신수인 똘똘이를 가진 라포, 그와 그가 이끄는 불사자 길드가 1티어급에서 10대 길드급으로 단숨에 존재감을 올리게 해준 스킬이었다.

    이 스킬 덕분에 라포의 길드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물론 PK에서 그 누구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우세를 점할 수 있었으니까.

    ‘은신도 일시적으로 해제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스킬의 최고 강점은 은신 같이 모습을 숨기는 스킬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 스킬은 해제가 아니라 일시 정지였으며, 정지 시간은 2분 남짓했다.

    그러나 그 2분이면 전세가 역전되기에 충분한 시간.

    당연히 망설임은 없었다.

    미다스가 곧바로 스킬을 선택했다.

    [럭키가 펜리르의 피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어서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가 더 커진 럭키에게 다가가 목을 껴안으며 말했다.

    "킹갓제너럴럭키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왕!

    주인의 그 말에 럭키가 자신만 믿으라는 듯 짧게 짖었다.

    '응?'

    그 무렵에서야 미다스는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골드가 왜 이렇게 조용하지?’

    평소라면 이쯤해서 자신의 충성심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했었을 골드가 조용하다는 것.

    그 사실에 미다스가 럭키의 목을 휘감은 손을 풀고는 스윽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느 때보다 조용히 그리고 꼿꼿하게 대지에 서있는 골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내가 럭키만 챙긴다고 삐졌나?’

    그동안 충성심을 드러낸 골드를 향해 퉁명스럽게 해준 나날들이.

    “골드야, 알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미다스가 잽싸게 골드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절대 내가 널 싫어하는……"

    그 순간 미다스는 발견할 수 있었다.

    '응?'

    골드의 머리 위에 있는 물음표 하나를.

    ![발본색원]

    !한 종류의 몬스터만 연속해서 1,111마리를 사냥할 경우 충성도 5급으로 상승

    !충성도 5급으로 상승 시 능력치 강화 및 전투 능력 향상

    !충성도 5급으로 상승 시 보다 친밀한 대화 가능

    !충성도 5급으로 상승 시 새로운 스킬 습득 가능

    이제는 골드가 다시 한 단계 성장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표시.

    기꺼운 소식이었다.

    '좋은 소식인데, 이 소식 조금 더 일찍 나오지.’

    럭키의 것과 같이 받았다면 더더욱 좋았을 소식.

    어쨌거나 그 소식 앞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이 순간 고민은 없었다.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강력한 스펙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나중으로 미룬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3마리를 동시에 잡는 것도 아니고, 1,111 마리 잡는 거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디데이 당일까지 사냥하면 충분히 가능해.’

    그저 쉴 틈이 없을 뿐.

    "그래,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

    미다스, 그가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7.

    내부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 내리는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중단하거나 혹은 강행하거나.

    라이징 스타 채널의 선택은 후자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은 모두가 예상하던 날, D-1에 자신의 채널 페이지에 새로운 영상 하나를 올렸다.

    영상은 짤막했다.

    저번 BJ대마도사의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 그 영상의 부분부분을 합쳐 만든 30초 남짓한 영상.

    그러한 영상 말미에 검게 변한 화면 위로 한 가지가 떴다.

    [Replay, D-1 ]

    예고한 그대로 이 영상이 나오고 다음 날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시작하겠다.

    - 리플레이다!

    - 소문대로 내일 다시 한 번 더 보스 몬스터 레이드다!

    사전 예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을 연속해서 두 번이나, 그것도 같은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하는 일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갓 워즈 역사에 존재치 않는 일에 세상은 뜨겁게 열광했다.

    - 소문 들어보면, 저번에 물 먹은 플레이어들이 이번에 리벤지 준비한다던데?

    - 그때 그렇게 당한 상태에서 이런 도발을 받았는데, 무시하면 그게 더 병신이지.

    - 어떤 식으로든 개입을 할 거야.

    그리고 저번에 굴욕을 당한 이들은 복수심으로 제 속을 뜨겁게 예열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디데이의 날이 밝았다.

    사전 예고한 라이브 당일.

    자연스레 세간의 모든 이목은 트롤의 숲, 그곳에서도 BJ대마도사에게 몰렸다.

    특히 BJ대마도사에게 리벤지를 준비하는 이들, 일명 리벤저스라는 이름 아래에 모인 이들은 아예 전문 감시부대를 구축한 상태에서 BJ대마도사를 감시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디데이, 사전 예고한 날짜에 트롤을 사냥하는 BJ대마도사 주변에는 열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먼 거리에서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지금 BJ대마도사는 뭐하고 있어?”

    “트롤 잡는다던데?”

    “그래?”

    그리고 그들이 감시한 내용은 리벤저스의 이름을 올린 플레이어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지금은 뭐하고 있어?”

    “트롤 잡는데.”

    “아직도?”

    당연히 대기 중인 이들은 그 정보에 민감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는 순간 곧바로 반응하고 그대로 움직여야 했으니까.

    하물며 상대는 BJ대마도사 아닌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들고 올지 모르는 상황.

    때문에 대기 중인 이들은 거듭 감시자들에게 BJ대마도사의 상태를 질문했다.

    물론 그들이 받는 정보는 한결 같았다.

    “그래서 지금은 뭐해?”

    “트롤 잡아.”

    트롤 잡는다.

    “씨발, 그 새끼는 3일 내내 트롤만 잡고 자빠졌어!”

    결국 보고를 받은 한 명이 저도 모르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 불만에 무어라 하는 이는 없었다.

    “BJ대마도사, 그 새끼 트롤에게 여자친구라도 빼앗긴 거야, 뭐야? 무슨 트롤을 그렇게 잡고 있어?”

    “그것도 아주 악착같이 잡던데.”

    “정말 보스 몬스터 잡으려는 거 맞아? 지금쯤이면 리젠 대기하고, 수색해야 하는 거 아니야?”

    오히려 모두가 속에 담고 있던 불만을 하나씩 토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BJ대마도사를 감시하기 시작한 이후 그들이 받은 보고는 트롤을 잡는다, 그게 전부였으니까.

    심지어 디데이인 지금, 트윈 헤드 트롤 리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도 그런 보고를 받고 있는 상황.

    “정말 잡는 거 맞아? 구라 아니야?”

    결국 누구 한 명이 의문을 던졌고, 그 의문에 구석에 있던 플레이어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게 BJ대마도사의 전략이지.”

    추탄, 그의 말에 좌중의 이목이 집중됐고 그 이목 속에서 추탄이 말을 이어갔다.

    “BJ대마도사는 혼자 움직이는 듯하지만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아. 보이지 않는 이들이 그를 도와주지. 이미 일전에도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었고. 상식적으로 BJ대마도사가 제 혼자서 보스 몬스터의 리젠 장소를 파악하고, 잡는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렇지, 그가 보스가 등장하는 위치와 시간을 알 수 있는 핵이라도 쓴다면 모를까.”

    그 말에 추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BJ대마도사는 필시 우리들의 존재를 알고 있을 거야.”

    “우리들을? 리벤저스 가입 조건이 비밀 엄수였잖아?”

    “비밀 엄수이긴 하지만 3백 명 넘는 단체에서 정보가 유출되는 건 어쩔 수 없지. 당장 라이징 스타 채널만 해도 이번 디데이가 사전에 유출됐었잖아?”

    “하긴, 그렇지. 그래서? BJ대마도사가 지금 트롤만 잡는 게 우리 때문이라는 거야?”

    “우리의 정신을 팔리게 하는 거지. 좋든 싫든 BJ대마도사가 움직이면 우리는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까. 특히 사냥은 의심을 사지 않고 시간을 벌기에 훨씬 더 좋지. 그렇게 BJ대마도사가 주변의 시선을 끄는 사이, 그의 조력자들이 트윈 헤드 트롤을 찾아다니고 있을 거야. 그걸 발견하면, 바로 BJ대마도사가 움직이겠지.”

    추탄의 설명에 불만을 내뱉었던 이들이 다시금 그 불만을 꾹 삼켰다.

    그런 그들에게 추탄이 말했다.

    “그러니까 굳이 거기에 낚일 필요 없어.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건 트윈 헤드 트롤이 리젠됐을 때 선공권을 가지는 것. 그리고 가지는 순간 2백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달라붙어 놈을 처치하는 것. 그뿐이면 되니까.”

    그때였다.

    “BJ대마도사가 갑자기 빠르게 이동한다!”

    갑작스러운 보고에 대기 중이던 모든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발대 먼저 움직인다!”

    “버프 걸어줘!”

    그리고는 당황하지 않은 채 오히려 준비한 계획을 빠르게 실행했다.

    그 속에서 추탄도 있었다.

    “헤이스트만 걸어줘. 바로 움직이게.”

    “알았어.”

    그렇게 추탄이 헤이스트 버프만 잡는 순간, 그 순간 재차 속보가 들어왔다.

    “BJ대마도사가 사라졌어! 놓쳤어!”

    그 말에 추탄이 눈살을 찌푸렸다.

    “놓치다니?”

    “너무 빨라서 놓쳤데!”

    마법사 플레이어가 너무 빨라서 놓쳤다, 어림도 없는 소리였지만 그 소리에 반문을 하는 이는 없었다.

    BJ대마도사의 이동속도가 이미 마법사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다는 건 이미 알려진바.

    더 나아가 BJ대마도사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폴리모프로 변신했을 수도 있으니까 주변에 있는 트롤들을 예의주시해.”

    폴리모프, 그 훌륭한 변신 마법이.

    그렇게 명령을 내린 추탄이 살짝 당혹감을 느끼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다들 움직인다. 이제 리젠 타임 얼마 안 남았어! BJ대마도사가 뭘 하든 간에 우리가 먼저 선공권을 가지면 될 뿐이야. 머릿수랑 탐색 능력은 우리가 더 강해! 다시 말하지만, BJ대마도사랑 싸울 이유는 하등 없어! 그냥 트윈 헤드 트롤만 잡으면 될 뿐이야!”

    그러한 외침과 함께 추탄이 슬쩍 자신의 채팅창을 바라봤다.

    그러한 채팅창에 자리잡은 2명의 시청자, 개중 하나를 확인한 추탄이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이번 일만 제대로 성공하면 나도 어비스 길드원이다. 그냥 트윈 헤드 트롤만 잡으면 어비스 길드, 거기서도 2군 멤버가 될 수 있어.’

    그 각오를 다지는 그에게 소식이 들렸다.

    “트윈 헤드 트롤 발견했어!”

    그 소식이 좌중이 침묵으로 물들었고, 그 침묵 속으로 소리를 지른 이가 재차 소리쳤다.

    "우리가 먼저 공격했어! 선공권 얻었어!”

    그 소식에 더 이상 모인 플레이어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 따위는 없었다.

    “해냈다!”

    “우리가 BJ대마도사를 엿 먹였다!”

    8.

    푸슈!

    캡슐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온 정현우는 곧바로 카운터로 향했다.

    그리고는 카운터 옆에 위치한 업소용 냉장고, 그 안에 보관하고 있던 물병 하나를 꺼냈다.

    감마 제약에서 만든 갓워즈 플레이어용 음료, 카페인을 비롯해 온갖 좋은 성분을 가득 넣은 그 값비싼 음료를 정현우가 그 자리에서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형!”

    그런 그의 모습을 발견한 이혁주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다가왔다.

    “대박 사건! 지금 대박 사건 터졌어요!”

    엄청난 속보를 가져온 모양.

    그러나 정현우는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대답 대신 곧바로 캡슐로 향했다.

    “미안한데, 오늘 급한 일 있거든? 그 대박 사건이 뭔지는 나중에 듣자.”

    그 말을 남기고는 그대로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휴게실 안에 있던 손님 한 명이 소리쳤다.

    “리벤저스가 레이드 들어갔어. 이야, 공격대 숫자만 백 명이 넘는 거 같은데?”

    “이거 순식간에 끝내겠네?”

    “혁주야 빨리 와라! 이거 금방 끝날 거 같다!”

    그러한 휴게실 반응에 이혁주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은 채 정현우가 들어간 캡슐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BJ대마도사가 실시간으로 물을 먹는 대박 사건을 라이브로 못 보시다니 현우 형은 재수가 좆나게 없다니까.’

    그리고는 등을 돌려 휴게실을 바라보는 이혁주는 생각했다.

    ‘뭐, 오늘 제일 재수 없는 건 BJ대마도사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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