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76화 (76/485)
  • 76화.  < 24화. 빌트가르 (4). >

    9.

    갓워즈에는 다양한 종류의 회복 아이템이 존재한다.

    그러한 회복 아이템들의 값은 대부분 비싸며, 사용하는 데에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사용 후 다음 사용까지 쿨타임이 존재하며, 회복 역시 당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이루어지며, 그 사용 쿨타임이 아이템 종류 단위가 아니라 타입 단위로 이루어지는 등.

    반대로 보자면 사용 쿨타임이 짧고,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지며, 효과가 뛰어난 아이템은 더 값이 비쌌다.

    HP를 수치가 아닌 퍼센티지로 즉시 회복해주는 포션의 경우에는 그 값이 상식을 초월했다.

    “무슨 회복 아이템이 1천 골드라니? 1천 달러라는 게 말이 돼? 고작해야 포션인데?”

    “이딴 걸 누가 사?”

    “미친 새끼들, 이거 0더하기 사기 아니야?”

    그 사실을 처음 보는 이들 대부분은 그 값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될 정도.

    그러나 갓워즈에서 나름 레벨이 쌓인 플레이어들은 달랐다.

    “게임오버 당할 바에는 이거라도 빨고 살아남는 게 낫지.”

    “목숨 구제 값으로 1천 골드면 뭐…… 쓸만하지.”

    “1천 골드에 감사하라고. 200레벨 넘어가고, 300레벨 넘어가면 만 골드짜리 포션도 나오니까.”

    그 아이템으로 말미암아 80시간짜리 강제 휴식을 피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마저도 포션에는 저마다의 사용 가능 레벨이 존재하기에, 상위 1퍼센트 내의 플레이어들이 이용하는 포션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거래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미다스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1천 달러 정도 투자를 해야 한다면 기꺼이 투자할 생각이었다.

    [벼랑 끝 허브로 만든 포션 X 6]

    - 등급 : 유니크

    - 사용 가능 레벨 : 91레벨 이하

    - 효과 : 벼랑 끝에서만 자라나는 허브로 만든 포션이다. 복용 즉시 체력과 마력의 71퍼센트를 회복한다.

    당연히 눈앞에 보이는 아이템의 값어치가 999골드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할 생각은 없었다.

    ‘진짜 내가 미쳤지. 이걸 마력 회복용으로 써먹게 되다니.’

    단지 그토록 값어치 있는 걸 그저 부족한 마력을 채우기 위한 아이템으로 쓰려는 제 스스로가 미친놈처럼 느껴질 뿐.

    더 미친 짓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노랑 커피콩으로 만든 포션 X 3]

    - 등급 : 유니크

    - 사용 가능 레벨 : 77레벨 이하

    - 효과 : 툰가 왕국의 왕실에만 납품되는 희귀 커피콩으로 만든 포션이다. 복용 즉시 10분동안마력 회복속도가 97퍼센트 상승한다.

    [오색줄무늬 버섯으로 만든 포션 X 7]

    - 등급 : 유니크

    - 사용 가능 레벨 : 66레벨 이하

    - 효과 : 매우 희귀한 오색줄무늬 버섯으로 만든 포션이다. 복용하면 54초에 걸쳐 모든 마력을 회복한다.

    인벤토리를 한 칸씩 차지하고 있는 여러 포션들 역시 대부분이 수백 골드, 현금으로 수십만 원을 가뿐히 넘는 것들이었다.

    ‘구매한 거 다 따지면 2만 달러가 조금 넘겠네.’

    인벤토리에 새로이 추가된 모든 포션의 값을 합치면 2만 달러를 넘길 정도였다.

    물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물량을 구매한 것이긴 하지만, 결코 상식적인 일은 아니었다.

    ‘아즈모도 안 하던 짓인데.’

    이 정도로 소모를 하는 것은 그 대단한 아즈모도 하지 않는 짓이었으니까.

    ‘아니, 할 필요가 없지.’

    정확히는 할 필요가 없었다.

    현재 갓워즈에서 대형 몬스터로 분류된 몬스터 중 레벨이 가장 낮은 몬스터는 156레벨.

    즉, 50레벨에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이라도 10인 이상, 그게 아니라면 20인 이상 파티를 맺어야 상대할 수 있는 대형 보스 몬스터를 마주하는 일은 이제까지 갓워즈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해.’

    여하튼 이 정도로 투자를 한 미다스 입장에서 이번 빌트가르 레이드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다.

    실패하는 순간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그렇다고 해서 미다스는 이 상황에서 하늘에 행운을 바랄 생각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게 이유였다.

    왕!

    “주인님, 무엇을 하실 겁니까?”

    미다스, 그가 럭키와 골드의 의문을 향해 대답 대신 근처에 있는 적당한 돌멩이를 하나 쥐는 이유.

    “뭘 하긴.”

    그리고 그 돌멩이를 쥔 채 500미터 전방에 있는 빌트리를 노려보는 이유.

    “피칭 연습해야지.”

    10.

    갓워즈에서 플레이어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몇 가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구독자 숫자 증가 속도였다.

    특히 라이브를 앞두고 홍보를 마친 후의 구독자 증가 숫자를 보면 그 라이브의 성공 유무를 가늠할 수 있었다.

    - 라이징 채널 스타 구독자 증가 속도 요즘 미쳤던데?

    ㄴ 어느 정도인데?

    ㄴ 채널 생성 이후 저번 달까지 모은 구독자 숫자의 절반을 최근 한 달 동안 모았으니까.

    ㄴ 하루에 3만씩 늘어남 o o

    ㄴ 역시 그 덕분이겠지?

    ㄴ 그렇지. 이게 다 다 BJ럭키 덕분이지.

    ㄴ 인정!

    그것 외에도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는 하나 더 있었다.

    [워즈TV:일급비밀! BJ대마도사의 다음 레이드 몬스터는 합체하는 트가르다?]

    [워즈채널 : 충격! BJ대마도사는 사실 여자?]

    [갓즈TV:속보! BJ대마도사의 정체는 OOOOOO이다!]

    그 대상을 상대로 나오는 웃기기는커녕 어처구니만 없을 따름인 가십거리가 넘치는 경우.

    속칭 쥐들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숫자 역시 인기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요소는 하나 더 있었다.

    다름 아니라 이 바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의 입에서 언급이 되는 경우.

    - 아, BJ대마도사? 관심이 있지. 나도 없는 아이템을 가지고 나도 못 잡아본 몬스터를 잡은 플레이어인데. 뭐 찾아볼 정도는 아니지만, 플레이타임 다 쓰고 할 일 없을 때 볼 정도는 되지.

    아즈모, 그 정도 되는 존재의 입에서 거론된다면 그것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을 터.

    BJ대마도사, 그를 위한 무대가 완벽하게 무르익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일부는 말했다.

    - 여기서 BJ대마도사 수준이 판가름 나겠네?

    ㄴ 무슨 의미야?

    ㄴ 이 정도 관심이 쏠린 무대에서의 중압감은 이제까지 했던 거랑은 차원이 다르니까.

    이 무대에서 BJ대마도사의 진짜 실력을 알 수 있을 거라고.

    - 하긴, 갑자기 운이 좋아 인기가 많아진 플레이어들이 시청자 숫자가 늘어났다가 오히려 좆되는 경우는 허다하지.

    - 그 인기 유지하려고 실력 이상으로 오버하다가 망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 하물며 이번에 BJ대마도사가 잡는 게 등장한 적 없는 몬스터라며? 아무도 잡지 못한 몬스터를 잡는다는 건 참고할 참고서 없이 맨땅에 헤딩한다는 건데, 생각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을걸?

    - 이런 무대에서 진짜 삼류랑 이류, 일류가 나뉘는 거지.

    삼류는 무대에 올라오지만 부담감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류는 무대 위에 올라와 간신히 제 역할만 수행할 뿐.

    - BJ대마도사가 진짜 일류라면 모두가 생각하는 멋진 활약을 할 거야.

    하지만 일류는 자신의 능력 이상의 활약을 한다.

    -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걸 보여준다면, 그건 그야말로 초일류인 셈이지.

    그리고 초일류는 그 이상을 보여준다.

    - 어, 방송 시작이다!

    - 드디어 시작한다!

    그렇게 여러 의미를 가진 채 그리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무대 위로 BJ대마도사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브가 열리는 순간 접속한 시청자 숫자는 무려 3만 명!

    그 이후에도 쉴 새 없이 늘어나는 시청자들을 향해 BJ대마도사가 첫 마디를 날렸다.

    - 아, 죄송합니다.

    11.

    [난폭해진 숲에 입장했습니다.]

    그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고개를 들었다.

    우거진 숲, 그 숲 위로 고고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빌트리 하나가 보였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빌트리가 당신의 등장에 반응합니다.]

    [빌트가르가 등장했습니다.]

    [더 이상 난폭해진 숲 필드를 나갈 수 없습니다.]

    그때 들리는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보고 있는 빌트리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빌트가르 (Lv77)]

    빌트리의 위로 거대하기 그지없는 놈의 이름이 생성되며 그와 관련된 정보들이 미다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짧게 혀를 찼다.

    ‘50레벨에 대형 몬스터라니, 전의 캐릭터 키울 때 대형 몬스터 처음 잡은 게 180레벨 때였는데.’

    RPG게임의 꽃, 대형 몬스터.

    갓워즈에서 그런 대형 몬스터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보는 그대로의 거대함이었다.

    사람이란 존재를 개미로 만들며, 움직일 때마다 지축을 뒤흔드는 말도 안 되는 존재감!

    ‘HP장난 아니네.’

    다른 하나는 일반 중형급 이하 몬스터와 비교 자체를 거부하는 엄청난 수준의 HP였다.

    대형 몬스터 레이드에 많은 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이유였다.

    한 명의 플레이어로는 HP를 감소시키기는커녕, 데미지 딜량보다 HP회복 속도가 더 빠른 경우도 있었으니까.

    여기까지가 대형 몬스터가 가지는 기본이었다.

    이후에는 밸런스에 따라 요소가 추가됐다.

    방어력을 추가하거나, 매우 빠른 공격 능력 또는 이동 능력을 추가하거나, 특수 능력을 추가하거나.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그 대형 몬스터의 공략 난이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70레벨짜리 몬스터다.’

    빌트가르, 이러니저러니 해도 70레벨 이하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디자인된 그 몬스터에게 주어진 것은 기본적인 요소밖에 없었다.

    ‘이동 속도는 느리다.’

    꽈릉!

    50미터를 훌쩍 넘기는 신장, 움직일 때마다 지축을 뒤흔들 만큼 거대함을 자랑했으나 그 움직이는 속도는 일반 트가르에 비해서 우스울 만큼 느리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보스 몬스터답게 특수능력은 있네.’

    물론 나름의 특수능력은 있었다.

    [빌트가르 (Lv77)]

    !원거리 공격에 우선 반응

    !HP가 70퍼센트 이하일 경우 ‘재생 회복’ 스킬 발동

    !HP가 40퍼센트 이하일 경우 ‘가지치기’ 스킬 발동

    !HP가 10퍼센트 이하일 경우 ‘자폭’ 스킬 사용

    재생 회복, 문자 그대로 회복 능력이 빨라지는 스킬.

    ‘가지치기는 필시 몸에서 떨어져 나온 가지들이 트가르로 변신하는 스킬이겠지.’

    가지치기 스킬은 일종의 부하 소환 스킬이었다.

    ‘10퍼센트 이하는 자폭.’

    그리고 마지막 페이즈 능력은 자폭.

    그것을 확인한 미다스가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잘못했으면 다 잡고 뒈질 뻔했네.’

    그러한 안도의 한숨을 끝으로 미다스가 슬쩍, 자신의 오른편에 뜬 창을 바라봤다.

    아직 비공개 상태인 채팅창 위로 채팅이 올라왔다.

    - 언제든 카운트다운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소리쳤다.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이어진 그 말에 곧바로 카운트다운이 들어갔고, 이내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시청자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채팅창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니, 채팅창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수만 명이 쉼 없이 내지르는 소리 속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가 들릴 리 만무.

    [럭키보러왔어요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골드보러왔어요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보러왔어요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보러왔어요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후원금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보다 확실하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두를 향해 미다스는 잠시 숨을 고른 후에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인 미다스가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려 럭키와 골드를 바라봤다.

    끼잉.......

    “이유는 모르지만 주인님을 대신해 이 부족한 몸, 사과드립니다.”

    그러자 곧바로 럭키와 골드가 영문은 모르겠지만 일단 미다스를 따라 사과를 했다.

    럭키가 바닥에 납짝 엎드렸고, 골드가 고개를 숙였다.

    그 광경에 채팅창이 얼어붙었다.

    - 뭐야? 갑자기 왠 사과야?

    - 시작부터 장난질이냐?

    모두가 의문을 던졌고, 개중 일부는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이 조소를 던졌다.

    - 설마 레이드 포기 선언?

    - 쯧쯧 이럴 줄 알았어. 딱 봐도 뻥카 같더라!

    - 고이다 못해 석유를 지나, 이제 다이아몬드 구간 진입하는 갓워즈에 새로운 몬스터 따위가 있을 리 없지!

    - 드디어 밑천 드러났네!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미다스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나름 시청자분들 그리고 구독자 분들께 좋고, 멋진 모습을 보여드려야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그게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이어진 말에 좌중의 예상은 이제 확신이 되었다.

    미다스를 향한 날선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채팅 앞에서 미다스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히 실망하시기 전에 미리 말해두겠습니다. 이번 빌트가르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그냥 돈지랄로 공략하는 것일 뿐, 그 어떤 재미나 스릴, 긴장감 따위는 느끼실 수 없으실 겁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좌중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 레이드? 보스 몬스터?

    - 빌트가르? 그건 뭐임?

    - 보스 몬스터라고? 그런 게 있었어?

    - 노잼 사과라니, 이게 뭔 개소리야?

    모두가 의문을 가지는 사이 미다스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고,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 손가락 방향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그러자 모두가 볼 수 있었다.

    꽈릉!

    이루 말할 수 없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채 미다스를 향해 움직이는 빌트리 트가르.

    빌트가르!

    녀석이 최초로 갓워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채팅창은 문자 하나 없이, 그저 이모티콘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정말 훌륭한 컨트롤로 놈을 잡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하는데 실력이 부족해서 그냥 돈지랄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에 시청자들 앞에서 포션을 꺼냈다.

    - 어? 노란 커피콩 포션? 이거 800골드짜리 아니야?

    - 오색줄무늬? 설마 700골드짜리?

    그리고는 음미하듯 포션을 하나하나 우아하게 먹어치웠다.

    그렇게 포션 도핑을 마친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재미없는 방송을 하게 되어 미리 사과드립니다."

    그것을 끝으로 미다스가 주문을 외웠다.

    “마나 리커버리 필드!”

    레이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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