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초청장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서울 S호텔. 자연스레 안으로 들어서려던 은하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
미리 준비해 두었던 붉은 봉투를 내밀자 정장의 남자는 그것을 꼼꼼히 살펴본 뒤 다시 은하에게 건네주었다.
“확인 감사합니다. 대연회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는 로비 중앙 엘리베이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은하를 안내했다.
은하는 남자의 뒤를 쫓으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확인했다. 호텔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프런트마저 텅 비어 있었다.
정말 이곳에서 ‘파티’가 열리기는 하는 걸까. 그런 의심마저 들 정도로 주변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이런 외진 곳에 엘리베이터가 또 있었구나. 은하는 눈앞의 황금색 자동문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번쩍번쩍한 엘리베이터 내부로 들어서자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위층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몇 층까지 가는 거지?’
은하는 힐끗 시선을 들어 올렸다. 층수를 알려 주는 표시등이나 모니터 따위가 어디에도 없었다. 있는 거라곤 달랑 왼쪽 벽면의 거울 하나.
은하는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재차 확인했다.
무릎 기장의 블랙 머메이드라인 드레스. 반투명한 퍼프소매 외에는 이렇다 할 장식이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거기에 지난 옥션 때 사용했던 고양이 형태의 까만 가면.
‘여기에 흑염의 프린세스 드레스를 입고 올 순 없으니까.’
오늘 오전 부랴부랴 집을 나서서 드레스를 고르느라 진땀을 뺀 참이었다. 결국 옷 가게 직원의 추천으로 적당한 것을 구매해서 다행이었다.
은하는 쓰고 있는 가면을 만지작대며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길 잠자코 기다렸다.
이 문이 열리면 등장할 곳 어딘가에 이준이 있을 것이다.
그가 무슨 의도로 은하를 이곳에 초대한 건지 아직 몰랐다. 오늘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은하는 이곳에 왔다. 오지 않으면, 알 수 있는 것도 모르는 채로 끝나게 될 테니까.
딩동─
영영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엘리베이터 문이 드디어 열렸다.
은하는 천천히 밖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대연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