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Lv.99 흑염의 프린세스 (53)화 (53/306)

#53

몸이 붕 뜨는 감각이 들었다.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셈이었는데 이곳은 1층 화단도 보행로도 아닌 듯했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연보랏빛 오로라였다. 반투명한 오로라는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얇은 커튼처럼도 보였다.

중력에서 벗어나 우주 한복판을 유영하는 것 같기도, 어쩌면 잔잔한 파도에 유유히 휩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 기묘하고도 신비한 감각이 영 싫지는 않아, 은하는 눈을 감고 부유감에 순순히 몸을 맡겼다.

감긴 눈꺼풀 뒤로 기다렸다는 듯 엄마의 미소가 떠오른다.

‘우리 딸이 대학생이 되는 건 엄마 소원이었잖아. 당연히 기쁘지.’

‘그것’이 정말 엄마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그렇게라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이 잔해에 깔린 모습이 아니라 웃는 모습이어서 다행이라고 말이다.

은하는 방금 전 엄마의 마지막 미소를 평생 잊지 않도록 눈꺼풀에 몇 번이고 되새겼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탓─

허공을 유영하던 두 다리가 바닥에 닿은 순간,

게이트 내부에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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