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G급 던전의 찬탈자-133화 (133/293)

133화

-실종자 (5)

문을 열 수 있는 장치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몇 분이나 헤맸을까.

‘마력이 막혔어.’

정우가 자랑하는 마력의 실로도, 온갖 벽에 첨가된 마정석 가루 때문에.

-방어막이네요.

그리고 방어막 때문에 입구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인비지빌리티의 유지 시간도 끝나간다.’

여러모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찰나.

천장을 보던 정우의 눈이 반짝였다.

‘…위로 가자.’

정우는 곧장 지하 1층으로 달렸다.

‘카메라를 가릴 수 있어?’

-저거요? 저건 기계라서 불가능해요. 하지만…….

메아리가 CCTV 앞에 가서 양손을 흔들었다.

-저 안에서 보고 있는 인간이라면… 잠깐 속일 수 있죠.

‘충분해. 곧장 시작해.’

정우의 지시가 떨어짐과 동시에 메아리의 보랏빛 안개가 카메라를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정우는 잠긴 문을.

와직!

강제로 열었다.

제1 자료실.

문을 닫고 들어선 자료실 안엔 선반과 정리된 자료들이 가득했다.

-여긴 왜요?

‘지하 3층에선 입구가 없었어. 그러면 다른 곳에 있지 않겠어?’

정우는 그중에서도 카메라의 개수가 유독 많은 한 장소를 선택했다.

‘원래 그런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부터 입구가 시작된다면 이해가 되거든.’

-뭐가요?

‘지하는 각 층의 간격이 넓어.’

단단하게 짓기 위해서도 각층의 바닥 두께는 지상보다 훨씬 두꺼웠다.

지하 주차장이라 단단하게 짓기 위해서라기엔 유독 도드라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검은색 승합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던 곳의 천장.

유독 도드라지게 아래로 돌출되어 있는, 환풍구.

‘잿빛 안개를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끄응.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죠….

잿빛 안개는 이곳에 머물렀던 이들의 사념을 읽는 능력이었다.

메아리의 현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는 능력.

아쉬움이 앞섰지만, 정우는 빠르게 움직였다.

자료실 안에서 카메라가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가 가리키는 곳은…….’

한 지점이었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카메라의 위치에 정우는 메아리를 부르며 캐비닛을 옆으로 밀었다.

교묘하게 사람 한 명이 몸을 비틀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이, 책장 사이에 존재했다.

책장을 밀자 드러나는.

‘……음.’

-보안 장치네요?

안구, 지문 인식 기능의 잠금장치가 설치된 육중한 철문이었다.

‘…그러게. 이건 예상을 못 했는데? 문고리까지 부숴서 뒤로 물러나긴 무리인데.’

정우의 표정이 굳었다.

‘후우. 아무래도…….’

하지만 그런 것치고 낙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저 곤란하다는 듯, 다급히 사사키에게 문자를 보냈을 뿐.

“소란스러워지겠군.”

후웅!

인비지빌리티가 해제되며 정우의 모습이 드러났다.

상당량의 마력을 손에 담은 채로.

* * *

삐- 삐이-!

“비상, 비상!”

경비실에 울리는 경고음과 경호성에 플레이어들이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사무를 보던 플레이어들도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합류했다.

순식간에 불어나는 숫자.

F급과 E급이 태반이라고는 하지만, 복도를 가로지르며 합류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뭔 일이야?”

뒤늦게 다가온 상관이 합류하며 물었다.

“자료실의 경보 장치가 울렸습니다.”

“……뭐?”

시청에 근무하는 플레이어는 업무보다도 우선시해야 하는 몇 가지 지시 사항이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침입자에 대한 대응.

특히나 자료실은 의외일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을 요하는, 첫 번째 지시 중 하나였다.

“빨리 움직여!”

고함이 들리자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불과 20초.

지하 1층의 자료실이 있는 복도에 플레이어들이 꽉 차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막혔습니다!”

자료실로부터 고함이 퍼졌다.

“비켜!”

직원들을 밀어내며 앞으로 전진한 상관이 스킬을 사용했다.

“오우거의 일격!”

콰앙!

묵직한 굉음과 함께 자료실의 문이 부서졌지만.

“뭐, 뭐야?”

막상 부서진 문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채로 허공에 박혀 있었다.

“방어막! 방어막입니다!”

“해제해!”

상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부하 직원들 중 해제 스킬을 지닌 이들이 곧장 움직여 상관 앞에 다가와 재빨리 방어막을 보며 스킬을 전개했다.

“어떤 새끼들이 자료실을 노려? 안에 뭐가 있다고?”

상관이 아는 한, 이곳은 그저 시청의 업무 자료를 보관한 평범한 자료실일 뿐이었다.

그런 자료실에 제1 보안 등급이 설정되어있다는 것부터 이상했는데.

실제로 누군가가 자료실을 노렸다는 사실에 그는 등골이 오싹했다.

“아, 안 됩니다.”

“뭐가?”

“해제가 안 됩니다.”

“빌어먹을. 이 X끼들은 도움이 안 돼! 야, 이거 어떻게든 부숴! 이거 실패하면 너네 다 목이 날아가는 거야!”

상관의 고함에 플레이어들의 스킬이 방어막에 작렬하기 시작했다.

상관은 침입자를 처리하기 위해 준비하며, D급의 플레이어들을 모았다.

그러며 슬쩍 뒤로 빠졌다.

‘X발. 누가 온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공격했는데도 안 부서진다고?’

꿀꺽.

마른침을 삼킨 상관의 눈이 데굴 굴렀다.

콰직!

하지만 방어막도 절대는 아니었다.

상관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갈 무렵, 방어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어졌다.

“열렸다!”

방어막을 부순 플레이어가 주먹을 불끈 쥐며 반색했다.

하지만 몇몇의 경험이 있는 이들은 오히려 경계 태세를 갖췄는데.

그런 준비가 무색하게도 침입자로부터의 공격은 없었다.

“들어가!”

상관의 명령에 주춤, 몇 명의 플레이어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자료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여러 선반이 난잡하게 쓰러져 있고, 서류들이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그런 사이로 보이는 건.

“……뭐, 뭐야?”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

케비닛이 옆으로 밀려난 자리에 있는 철문의 한 공간이 커터기에 잘린 것처럼 뻥 뚫려 있었다.

“뭐 해? 안 가?”상관의 채근에 주춤, 마른침을 삼키며 근력이 강한 플레이어들이 선반을 밀고 접근했다.

구멍 뒤엔 공간이 있었다.

“계, 계단입니다!”

버럭 외치는 소리에 상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보안 체계는 저걸 숨기기 위한 것임이 분명했으니까.

‘X 됐다…!’

“뭐 해! 빨리 뒤따라가!”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상관은 그렇게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등장한 침입자를 잡아서라도, 이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서.

그렇게 두려운 눈빛으로 계단을 내려간 플레이어의 눈에 보이는 건.

침입자를 상대하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모습이었다.

꿀꺽.

E급과 F급으로서는 딴 세상의 모습처럼 보이는 플레이어들의 격돌.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하는 선두가 멈춰 섰고, 자연스럽게 시작된 정체에 안절부절못하던 상관이 입술을 깨물며 앞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아, 아군이 있다.”

이미 시작된 전투에 반색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뭐 해? 응원이라도 해!”

“오, 와……! 이겨라, 잡아라!”

갑자기 시작된 응원에 전투 중인 이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힐끗거렸지만.

벌 떼가 울기 시작하자.

“피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산개할 수밖에 없었다.

공동을 가득 채운 매직 미사일이 사방으로 유영하듯 뿜어졌다.

“…저게…… 가능한 거냐?”

관람객이 된 것처럼 관전 모드로 변해 버린 플레이어들이 응원도 잊고 경악했다.

“저 미친 X들은 누가 불렀어?”

“…X발. 위에 정책이 그래.”

“다 죽여 버릴까?”

“그럴 시간이 있으면 저 X끼부터 잡아!”

“죽어!”

매직 미사일의 공격을 쳐 낸 검사 하나가 정우의 사각지대로 다가왔다.

“소리치면 기습이 아니지 않나?”

붉게 물든 검을 본 정우가 손을 휘저었다.

덜컥!

검을 내리치는 자세 그대로 허공에서 굳은 놈이 정우의 손길에 따라 벽으로 날아가 부딪쳤다.

콰앙!

“염동력까지?”

“대체 능력이 몇 개야!”

B급의 플레이어만 여덟이었다.

어지간한 A급조차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다고 자부했던 이들로서는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두 명이 무력화가 되었고.

한 놈이 방금 벽과 키스를 했으니.

“한 번에 조져!”

남은 다섯은 간담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선택한 건, 총력전이었다.

본인이 지닌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고.

일제히 연격을 퍼붓는 것.

침입자를 사로잡아서 정체를 알아낸다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여덟으로도 상대하지 못한 놈을 어떻게.

쿠르르릉!

B급 플레이어 다섯이 일제히 펼치는 일격은 가히 장관이었다.

은은한 오러가 맺힌 검이 쇄도하고.

검붉은 빛의 화살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지면이 요동을 치며 솟구치는 현상까지.

하지만 정우의 결정은 간단했다.

방어?

‘그러기엔 마력이 부족하지.’

아니었다.

정우가 선택한 것은 바로 회피.

“……브, 블링크까지?”

바로 놈들 앞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더불어 이어지는.

“물의 정령.”

“라이트닝 볼트.”

물과 전기의 연격 마법.

“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두 명의 플레이어가 몸을 떨며 쓰러졌다.

“씨…… X발!”

공동이 굉장히 좁게 느껴졌다.

이제 보니 침입자의 위치는 절묘했다.

계단은 버러지들로 막혀 있고.

다른 통로는 침입자가 가로막고 있었다.

퇴로조차 막힌 상황.

믿을 거라곤.

“…부, 불러.”

“X발. 네가 불러!”

“개새끼들아. 지금 이렇게 다툴 때가 아니야.”

팀장뿐이었다.

하지만 팀장은 모종의 일로 자리를 비운 상황.

마력으로 모든 걸 차단까지 한 상태라 이곳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나서서 외부에 일을 알려야 하는데.

팀장은 지금의 작업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방해하는 놈은 무조건 죽이겠다고 선언을 한 상태였다.

때문에.

“제, 젠장!”

놈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우는 아니었다.

이미 승기를 잡은 상황.

더군다나.

“저쪽이군.”

놈들의 말과 시선에서 ‘사역’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정우의 마력이 실처럼 공동을 휘감기 시작했다.

뒤늦게 정우의 마력을 느낀 이들이 이를 갈며 달려들었지만.

“으악!”

위치를 파악한 이상 정우는 전혀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

팔이 짓이기고.

어깨가 부서지고.

다리가 잘리고.

창을 꺼낸 정우의 움직임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역시… 좋군.’

전생의 기억을 되찾아서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처참할 정도로 허약한 육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특별 무장 마법.

근력 강화, 민첩 강화, 체력 강화, 지구력 강화, 각력 강화, 악력 강화, 피부 강화를 비롯한 총 서른 개의 버프로 이루어진 마법.

당시의 수준을 흉내 낼 정도로 마력이 넘치는 게 아니어서 그 열화판으로 쓸모가 있는 몇 가지 마법을 조합했을 뿐이었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마…… 마법사 아니었어?”

엄청난 마법 컨트롤을 보였던 이가 창을 들자, 뛰어난 창술사가 되어 버렸다.

B급 플레이어도 일순간 놓칠 정도의 빠르기.

막은 검을 부수며 뿜어지는 일격까지.

휘잉, 툭.

회전한 창의 끝에서 붉은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딸꾹.

전투를 보고 있던 플레이어 중 하나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마치 전염이 된 것처럼 몇몇의 딸꾹질이 공동을 채웠다.

“이놈들은 빌런이다. 너희가 지켜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놈들이 아니야.”

경악과 두려움. 그리고 경외까지 품은 이들의 귓가로 들리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비, 빌런?”

“빌런이라고?”

“시청 지하에 빌런이 있었다고?”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푹!

그러는 사이 정우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빌런들을 마무리했다.

[ 마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

“……간만이네.”

아주 간만의 마력 상승이었다.

반가운 메시지를 보며.

정우는 고개를 돌렸다.

“계속 여기에 있을 건가?”

꿀꺽.

어딘지 모르게 위압감이 느껴지는 정우의 말에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보며 우왕좌왕했다.

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봐도 좋겠지. 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그렇게 말한 정우가.

벽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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