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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급 던전의 찬탈자-42화 (42/293)

42화

-공략 시작

정우는 유 대리가 건네주는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차근차근히 정리되어 있는 공략법.

각 길드의 공략법이 기록되어 있는, 일종의 보물이었지만 정우의 시야는 ‘지형’에만 집중되었다.

어차피 입장과 동시에 몰려들 몬스터들이다.

아라크네의 미궁 때와는 상황이 다를 게 뻔했다.

“아무래도 정형화된 공략법이 있어서 던전 전역의 지도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한정우 씨라면 이쪽을….”

“공략해 봐야겠군요.”

정우 역시 같은 부분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적어도 방향을 한정 지을 수 있었다.

더불어 만약을 대비하여 도주로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까지.

“밀러 씨가 조만간 연락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요청한 물건의 완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좋아요.”

“그나저나 괜찮겠어요?”

“뭐가요?”

“거긴… D급이잖아요. 그것도 거의 C급에 달하는….”

유 대리는 걱정을 지우지 못했다.

“괜찮아요.”

정우는 그런 유 대리를 안심시켰다.

더불어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릇을 수복시켜야 했다.

메아리나 자신이나.

목표가 동일했다.

정우는 화면에 집중하며 유 대리와 대화를 나누었다.

확실히 쌓인 정보는 훌륭한 지원이었다.

회랑과 현실을 오가며 계획을 세우던 때.

어떠한 특급 배송보다도 빠른 속도로 하나의 물건이 협회 숙소에 도착했다.

“한정우 씨.”

“네.”

“밀러 씨가 물건을 보냈어요.”

“아! 보러 가죠.”

반색한 정우의 걸음은 빨랐다.

협회의 한 장소를 빌려 도착한 박스는 컸다.

“…….”

물건의 도착을 미리 확인했던 유 대리까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로 10m, 세로 10m의 거대한 박스.

그 가운데를 두껍게 가로질러 앙큼하게 완성된 리본까지.

“……선물상자?”

“취향이니 해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심지어 전용기로 배달이 왔어요.”

“…미리 풀지 그랬어요.”

“그래도 엄연히 ‘한정우 씨’에게 보낸 선물을….”

“후욱.”

정우의 깊은 한숨을 본 유 대리가 킥킥댔다.

어느새 꺼내든 삼단창에 검기까지 담아 휘두르는 정우의 기세가 사뭇 진지했다.

서석!

저항력이라고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상자가 나풀거리며 벗겨졌다.

오싹했던 감각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투명한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은 그만큼.

“……멋지네.”

“뭔데 이렇게 예뻐 보이는 거죠?”

아름다워 보였다.

물건은 얼핏 조립품의 조각들을 대충 얽혀놓은 것처럼 생겼다.

실제로 그것은 완성품이 아니라, 하나씩 떼어 사용하는 파츠와 비슷했다.

은색과 푸른색이 조화롭게 얽혀 있는 형태는 얼핏 조형물처럼 보였다.

“아, 여기에 있군요.”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유 대리가 종이를 들어 흔들었다.

“그게 뭐죠?”

“사용설명서요.”

“…….”

“취향….”

“이니 해야겠죠.”

헛웃음과 함께 받아든 러브레터 같은 사용설명서를 읽은 정우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확실히.

“천재네요. 제임스는.”

제임스 밀러는 자신이 요청한 물건을 완성했다.

초기작인 만큼 부피를 줄이지는 못했지만, 원하는 능력은 전부 갖추고 있었다.

더불어 서비스까지.

이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팀원은 확정된 거죠?”

“…마음 같아서는 말리고 싶지만 진짜로 이게 와버린 이상, 공략 계획서는 통과라고 보시면 돼요.”

그렇다는 말은 요청한 인원 역시 제때 도착한다는 소리였다.

정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나 혼자만 준비를 끝마치면 되겠어.’

* * *

[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족장은 강하오. 적어도 왕의 수준은 압도할 것이오. 그릇을 수복할 방법이라고는 하나,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당장 그것을 추천할 정도로….”

[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하! 그러고 보면 언제고 들어본 것 같소. 사냥꾼은 목표물의 작은 습관, 습성, 본능까지 파악한다고. 몬스터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소.”

“왕은 지금 몬스터 헌터의 방법을 택하셨군.”

[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호오. 왕의 세계에도 연금술사가 있구려. 그들의 연금술은 대단하지. 뛰어나오. 더불어 왕께서 받은 건, 훌륭한 물건이오. 큰 도움이 되겠소.”

[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그래서 이번엔 어떤 것을 배우려고 하시오?”

[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이건 사장된 마법이오. 결코 쉽지 않으며 효율적이지 않은…….”

[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허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려. 이거라면… 어쩌면 왕의 계획에 날개를 달아줄지도 모르오.”

[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

“이 정도면… 승산이 있소. 예전에 왕께서 그들에 대한 책을 찾았을 때보다는 훨씬 더.”

이지스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 이제 도전하지.”

“건승을 비오. 나의 왕이여.”

* * *

“반갑군요.”

네 명의 인원이 지원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 제임스 밀러의 직원 중 둘.

“와. 진짜. 내가 너와 함께 던전을 도는 날이 오는구나.”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간만에 보니까 반갑네.”

“자식. 좋아. 내가 탱커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

정우는 이진수와 주먹을 마주쳤다.

나이트 길드에서 한 명.

그리고 협회에서 한 명이 지원되었다.

“반갑습니다. 김기태라고 합니다.”

“여기 김 팀장 꽤 대단한 사람이야.”

이진수가 김기태의 어깨를 건드리며 말했다.

“아는 사이야?”

“몇 번 공략도 같이 했지.”

“원딜러에요.”

김기태가 등에 멘 활을 툭툭 건드렸다.

“기대할게요.”

“저야말로.”

씨익.

정우는 웃는 김기태와 악수한 후 모두와 인사했다.

“다른 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계약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정우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선하여 선정한 협회의 김기태.

제임스 밀러의 직원인 힐러 하나와 서브 탱커 하나.

그리고 정우의 친구 이진수.

적어도 지금 정우에겐 가장 믿음직한 사람들이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내 사람이 더 필요하긴 하겠네.’

“루돌프가 되어 볼까?”

이진수가 두둑, 목을 꺾으며 말하자 모두 웃음을 흘렸다.

제임스 밀러의 장비가 썰매 비슷한 이동 수단 위에 실려 있었다.

“장치 작동법은 다 숙지하셨죠?”

“당연하죠. 미리 샘플로 연습 많이 했습니다.”

확답에 안심이 되었다.

스스스.

어느새 싸늘해진 공기의 강원도 태백의 산자락.

허공에 떠서 사방에 음산한 검을 빛을 뿌려대는 게이트를 본 정우가 말했다.

“입장하죠.”

[ 사막 고블린 왕의 영토에 입장하셨습니다. ]

한 줄기의 메시지가 떠오르고, 세상이 바뀌었다.

게이트가 있던 숲은 온데간데없고 뜨겁게 작열하는 모래사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락.

밀려나는 모래를 밟은 정우가 방위를 파악했다.

던전의 환경은 일반적인 자연과는 달랐다.

인위적인 힘이 개입되어 있어,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지구의 사구와는 달리 그 형태와 위치에 변화가 없었다.

“이쪽으로.”

수없이 외운 지리를 떠올린 정우가 지시를 내렸다.

이동은 정우가.

전투는 이진수가 담당하기로 이미 결정이 난 상황이었다.

정우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이가 없었기에 모두의 반응은 빨랐다.

“끄응.”

이진수의 상체가 부풀어 올랐다.

그와 서브 탱커인 미국인이 짐꾼이 되었다.

커다란 썰매가 스르르, 모래를 밀고 이동했다.

중간중간 달려드는 사막 고블린 무리를 만났지만, 하나같이 C급의 플레이어인 팀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확실히 접근이 빨라. 경로가 아닌데도.”

미리 들은 내용임에도 놀람을 금치 못한 이진수와 김기태가 시선을 마주쳤다.

바쁘게 생겼네, 둘의 입 모양이 비슷하게 부딪쳤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낮은 협곡 형태의 돌무덤이었다.

이제 사막이 끝났다는 듯, 전혀 다른 지형이었다.

“이제 빠르게 설치해 줘요.”

정우의 말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썰매 위의 물건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제임스 밀러가 진짜 천재이긴 한가 보네.”

주위를 살펴보며 이진수가 나직이 감탄했다.

마력이 주입되자 변화하기 시작한 장치의 모습에 일행은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타와 연동된다고 그랬어.”

“이거 진짜 새롭긴 하네.”

“그래?”

“그래.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원래 모든 던전은 최대한 빨리 공략을 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그렇군. 그럼 재밌는 경험이겠네?”

“풉. 그래. 승민이 놀릴 썰 좀 만들어 보자!”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진수는 노련하게 움직였다.

효율적으로 적을 막을 수 있는 위치를 찾아 발로 흠집을 내었다.

위치를 기억하고 난 그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무장을 정비했다.

친구의 노련한 모습이 색다르게 보였다.

“준비 끝났습니다.”

서브 탱커의 말에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기태와 서브 탱커.

둘이 빠르게 장치를 들고 이동했다.

“나는 시간을 좀 끌다 올게.”

“…괜찮겠냐?”

“이 정도는 충분해.”

목적지에서 준비에 착수한 이들을 보았으니 정우도 할 일을 해야 했다.

장치의 준비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자신을 노리고 달려들 몬스터들을 생각하면, 여유라고는 조금도 없을 지경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나만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이곳은 안전하지.’

첫 계획은 간단했다.

미끼.

낙인이든 페로몬이든, 자신을 노리는 몬스터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이동하며 시간을 끄는 게 전부였다.

만약을 대비하여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는 이진수와 눈을 마주친 정우가 훌쩍 날 듯 다시 사막으로 진입했다.

저 멀리서부터 모래폭풍처럼 먼지가 피어올랐다.

‘빠르게 움직여야겠어.’

사막 고블린의 기동성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다급히 반대 방향으로 달려 나가자 모래폭풍이 살짝 흔들렸다.

‘따라온다.’

정우는 그것이 놈들의 방향 전환임을 알았다.

그래서 미리 정해놓은 경로로 달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기.

밀려 나가는 모래.

악조건이었지만 정우의 표정은 밝다 못해 환하기까지 했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장치는 성공적으로 설치될 것이고, 자신은 ‘기회’를 잡을 터였다.

보스인 족장은 움직이지 않을 터였다.

슬라임의 던전에서 투명 슬라임이 그러했듯, 보스의 행동 반경은 게임의 그것처럼 절대적이었다.

그러는 사이, 모래폭풍은 모습을 드러냈고, 정우의 꽁무니를 바짝 쫓으며 게걸스러운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진짜 빠르군. 아무리 모래라도 그렇지… 말도 안 되는 기동성이야.’

뒤를 힐끗 본 정우는 신발에 마력을 부여했다.

제임스 밀러는 정우의 계획에 흥미를 느껴 장치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추가적인 물건까지 완성했다.

서비스.

[ 가속의 신발 ]

마력의 양에 따라 속력이 향상된다.

부스터 발동.

게임과 같은 능력이 붙어 있는 아이템.

정우의 속도가 빨라졌다.

가까워지던 거리가 조금씩 벌어지자 놈들의 고함이 더욱 커졌다.

우르르, 몰려온 수가 심상치 않았다.

‘족히 이백이 넘겠어.’

정우는 손목을 힐끗 보았다.

‘25분.’

설치에 걸리는 시간이 30분인 걸 감안한다면, 슬슬 돌아가도 될 것 같았다.

크게 원을 그리며 방향을 돌렸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것처럼, 자신을 뒤따르는 사막 고블린을 인도하여 달리던 정우의 눈에 깃발 하나가 들어왔다.

‘설치가 완료되었어.’

안도한 정우가 방향을 잡고.

돌무덤의 입구로 진입했다.

“빨리!”

이진수의 고함이 들리자 정우는 마력을 조금 더 주입했다.

한층 빨라진 속력.

“수고했다. 이젠 나한테 맡겨!”

지나치는 귓가로 이진수의 듬직한 음성이 들렸다.

쿠웅!

묵직한 방패가 돌을 쪼개며 바닥을 내리찍는다.

“이 뒤로는 한 발짝도 못 지나간다.”

이진수가 답지 않게 호기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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