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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급 던전의 찬탈자-4화 (4/293)

4화

-G급 던전

이틀 전.

“이 새끼…….”

기절한 정우를 안고 마력까지 사용하여 병원으로 옮긴 이진수는 뒤늦게 죽어버린 오한우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 일이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망할!”

이진수는 말문이 턱 막혔다.

자신의 품에서 발작하듯 떠는 친구의 감촉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게 자신 때문이었다니.

개새끼.

“…알고 있었구나.”

이진수는 정우의 말을 떠올렸다.

살리라는 말 외엔 원망 한 번 없던 정우를 떠올리자 가슴이 먹먹했다.

“이 팀장.”

“…네.”

“면담 요청, 승인됐다.”

“가시죠.”

날이 선 이진수의 표정에 상급자는 입을 다물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기다리고 있던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중후한 음성.

그 음성이 들리자 날카롭던 이진수조차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이진수는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이 팀장. 이리 와서 앉게.”

“네. 길드장님.”

이진수는 나이트 길드의 길드장을 눈앞에 두며, 마음을 다잡았다.

‘빚… 꼭 갚으마. 그러니까 제대로 각성해서 돌아와라!’

* * *

“늦으셨군요.”

이번 공략을 담당하는 박 주임이 정우를 보며 말했다.

정우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으음…….”

묘한 눈길이 한 차례 자신을 훑자 정우의 표정이 애매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은 짧았다.

“다 모이셨으니 진행하겠습니다.”

자신을 박 주임이라고 밝힌 사내가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G급 던전은 총 열 명이라는 인원이 들어가게 됩니다.”

G급 던전의 제한은 열 명이었다.

G급 던전은 생성된 이후 열 명의 인원을 집어삼킬 때까지 입구를 넓힌다.

밀집지라면 금방 열 명을 입장시키고 끝나지만, 오지에서 생겨난 던전은 꼭 열 명을 채울 때까지 영역을 넓혔다.

초창기의 인간은 그에 대응하지 못하고 생성되는 모든 던전에 무작위로 입장해야만 했고.

수많은 죽음과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이후, 인류는 던전의 영역 확장을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했다.

덕분에 각 국의 협회는 그 기술을 여러 던전에 적용시켰다.

특히나 일반인을 플레이어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수단인 G급 던전에는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안정적인 공략.

그로 인해 줄어드는 사망률까지.

“여기서 한 명은 저희의 인원이 들어갑니다.”

협회에서는 G급 던전의 공략을 위해 군대와 협력을 맺었다.

미징후 던전이 아닌 이상, 모든 G급 던전에는 공략에 필요한 수많은 기술을 습득한 군인 한 명이 동반했다.

“김 중사입니다.”

간결한 인사.

구릿빛 피부에 다부진 근육질 몸매는 군복으로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 보였다.

“김 중사는 3년 동안 협회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던전 안에서의 모든 케이스를 공부했고, 그에 따른 공략법을 체득했습니다. 변수가 있더라도 김 중사의 지시만 제대로 따르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니, 그의 지시를 잘 따르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모여든 공략 인원의 대답을 들은 박 주임이 말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이동?’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정우와는 달리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박 주임이 벽에 달린 스위치를 켜자.

웅웅, 우-웅!

기묘한 공명이 사무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마력!’

어느 순간부터였다.

정우는 마력이라는 걸 눈에 담을 수가 있었다.

‘그 꿈부턴가?’

마력과 어울리던 기이한 꿈.

바닥에 깔리는 마력이 이내 기기묘묘한 형상을 그렸다.

그리고 정우는 그걸.

‘…공간이동 마법진?’

읽었다.

“공간이동하겠습니다.”

박 주임의 말과 함께 마법이 발동되었다.

공간이 접히고, 사라지는 와중.

정우는 생각했다.

‘…왜 이런 조악한 방법으로?’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아니, 검증조차 못할 이상한 생각이 정우의 뇌리를 가득 채웠다.

* * *

“우웩!”

“후, 후욱! 웩!”

“쿨럭, 쿨럭!”

일반인은 마력에 익숙하지 않다.

아니, 생소한 감각이었다.

그런 마력이 몸속을 헤집고 들어갔다가 다시 변형되는 건, 어지간한 수준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구토는 당연했다.

그나마 실신이 일어나지 않는 건, 학원에서 나름대로 교육을 받은 덕분이었다.

“…음?”

박 주임은 그 와중에도 태연한 한 사람을 발견했다.

‘한정우…. 빌런을 잡았다는 요주의 인물.’

전날의 사건은 이미 협회에 보고가 되었다.

때문에 박 주임은 한정우를 내심 신경 쓰고 있었다.

의식을 잃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합류한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간이동을 겪고서도 태연한 모습을 보이는 이는, 여태껏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반인에게 마력은 아주 강력한 마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반인이 지속적으로 마력에 노출이 되면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때문에 일반인에게 마력을 사용하는 건, 최소 폭력죄로 성립될 정도로 제재가 강했다.

‘한정우가 학원을 다녔다는 기록은 없는데…….’

박 주임은 정우에게 다가갔다.

“…이거, 놀랍군요.”

생각에 잠겨 있던 정우가 갑자기 들린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박 주임님?”

“한정우 씨는 속이 괜찮은가 봅니다?”

“…그렇군요.”

“처음 봤습니다.”

“네?”

“제가 공간이동시킨 인원만 해도 수천입니다. 아, 물론 제가 이 마법을 발동시킨 건 아닙니다만….”

박 주임이 하하 웃었다.

“공간이동을 하고도 멀쩡한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박 주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인원들 사이로, 마찬가지로 구토를 하고 있는 김 중사가 보였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나아 보였지만, 강력한 마력을 겪은 후유증은 상당했다.

“공간이동마법은 말입니다, 협회에서 준비한 커다란 선물입니다.”

“선물이요?”

“학원에서는 약간 설명해주는데, 역시 한정우 씨는 학원을 거치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음.”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인은 마력에 노출돼서는 안 됩니다. 이유는 아시죠?”

“네. 후유증 때문에….”

“시간이 남았으니 말이죠. 혹시 한정우 씨는 공간이동에 필요한 자원이 얼마인 줄 아시나요?”

이 정도 인원에 필요한 자원이요, 덧붙인 박 주임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50억입니다.”

“……!”

“하하. 저도 엄청 놀랐어요. 처음에 듣고 말이 되냐고, 되묻기도 했었네요.”

“저라도 그럴 것 같군요.”

“여기가 어딘지는 아시나요?”

“모릅니다.”

“협회와 불과 10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100km?”

“차를 타도 충분한 거리죠.”

“그런데 왜?”

“그래서 선물이라는 거죠. 고작해야 그 정도 거리를 이동하는데 50억을 태운 거니까요.”

“뭐 때문에요?”

정우는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생존이죠.”

“…생존?”

“네.”

박 주임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G급 던전은 여러분이 마력을 처음으로 느낄 장소입니다. 지금도 이런데, 안에서는 과연… 곧장 적응할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정우는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적응력?”

“맞습니다. 마력적응력. 그걸 길러주기 위한 목적이에요. 왜 그거 있잖아요? 배도 처음 타는 사람은 죽도록 멀미를 해도, 타던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적응이야 여러분들이 앞으로 던전을 들락날락하면서 할 테지만, 처음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 말에 정우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왜 선물인지, 왜 중요한 건지.

‘정우야. 던전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마력에 적응하는 거야. 그게 네 능력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어!’

뒤늦게 이진수의 당부가 떠올랐다.

“예전에는 마정석을 일주일간 소지하게 했는데, 이게 가끔 부작용이 발생해서 부득불 방법을 바꿨습니다. 덕분에 저는 며칠에 한 번씩 50억짜리 택시를 잘만 타고 있죠. 하하.”

“박 주임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김 중사가 다가와 말했다.

사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모든 준비가 끝난 모양이었다.

토악질을 하던 사람들도 협회 직원이 준비한 물건으로 정비를 하고 있었다.

“아, 짧은 대화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이야기하죠.”

박 주임이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갔다.

“개방하세요.”

박 주임의 말에 작동되는 문.

산 중턱에 놓인 간이식 건물이 개방되며, 검은색 구멍이 나타났다.

너무도 익숙한 외형.

허공을 찢어놓은 듯 드러난 구멍은, 무려 5년이나 애끓는 심정으로 머릿속에서 그려야만 했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다.

‘…아버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에, 정우는 이를 빠득 갈았다.

‘구해드릴게요.’

막연한 다짐.

하지만 아들로서, 정우는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았다.

튜토리얼은 그 첫 시작이나 다름이 없었다.

튜토리얼에서 어떠한 능력을 얻게 되냐에 따라, 향후 나아가야 할 길이 갈렸다.

‘부디…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얻기를!’

간절히 바라며.

“입장하겠습니다.”

정우는 남들을 따라 던전의 입구.

게이트에 진입했다.

* * *

빛이라고는 한 점도 없는 어두운 공간.

그곳에 돌연 흐릿한 두 개의 빛이 생겨났다.

천천히 드러났던 빛이 다시 힘을 잃은 것처럼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아아…….

차르륵.

의미를 알 수 없는 탄성과 함께 쇳소리가 짧게 울렸다.

두 개의 흐릿한 빛이 일순간 깜빡거리고.

다시 공간엔 어두움만이 가득 찼다.

* * *

사흘의 시간이 지났다.

“클리어되었습니다.”

던전의 입구 게이트는 색으로 구분이 된다.

물론, 고위험 게이트일수록 색이 진했지만, 구별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나 클리어의 경우엔 더더욱.

G급 게이트의 색은 회색에 가까운 검은색이었다.

그것은 클리어를 증명하듯 점차 투명해지더니 점차 흐릿해졌다.

사이로 등장한 흐릿한 인형은 반대로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만약을 대비한 의료진과 협회의 인원이 다소 긴장하며 사라지는 게이트와 등장하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사망률 때문이었다.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의 자격으로 던전에 들어가는 G급 던전인 만큼.

“부디, 전원 무사하기를!”

누군가의 기도처럼 사망률은 꽤 중요한 지표였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는 김 중사였다.

다소 굳은 표정.

한층 단단해진 것 같은 외형과는 달리 표정만큼은 불길하기 짝에 없었다.

“설마… 사망자가 발생한 건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김 중사는 다른 이들을 인솔하며 게이트를 빠져나왔고.

그 수는 총 아홉이었다.

“……!”

“헉! 한 명이 빈다.”

이번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가정이 많았다.

김 중사는 노련한 특급 인재였고, 무려 3년 동안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다.

그리고 한정우.

일반인의 능력으로 빌런 오한우를 잡은 게 뒤늦게 이슈가 되었다.

어디서 정보가 샌 건지 모르지만, 집요한 기자 하나가 한정우의 뒤를 파고 있었다.

지금도 던전 앞에서 텐트까지 쳐놓고 기다리고 있는 기자를 떠올리자, 박 주임은 머리가 멍했다.

협회의 인물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사색이 되었다.

“…뭐?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던 찰나였다.

게이트를 빠져나온 김 중사는 협회의 박 주임에게 가 경례를 한 후 무어라 말을 건넸다.

박 주임은 깜짝 놀랐다.

“지금껏 그런 일은 없었어!”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커다란 고함.

모두의 시선이 박 주임에게로 향했다.

“…영상 띄워봐!”

박 주임이 다급히 움직였다.

그의 채근을 받은 직원이 입장 당시의 기록을 띄웠다.

선두에 선 김 중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장하는 한정우까지.

“…봐봐. 입장했다니까?”

“……말이, 안 됩니다.”

김 중사는 그걸 보며 혼란스러워했다.

같이 나온 이들은 협회 직원의 안내와 간호를 받으며 공략의 여파를 해소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정우는 없었다.

“…저희는 처음부터 9명이 진행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한정우 씨는 입장한 적이 없습니다.”

“그게… 말이 안 되잖아!”

박 주임은 사색이 되었다.

분명히 증거가 있었다.

하지만 김 중사는 한정우가 입장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입장했으나 입장하지 않았다.

말이 안 되는 이 상황에서 박 주임이 할 수 있는 건.

“미치겠군!”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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