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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43화 (143/150)

〈 143화 〉 황제가 되기 위한 징검다리

* * *

대략적인 지시를 내린 뒤 잠시 휴식을 취하겠으니 뒷일은 마무리 지으라는 말과 함께 승천한 아문.

그로부터 얼마 후, 아킬레스는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직접 성문 앞에 나오게 되었다.

자신의 앞에 나타난 한 무리의 사람들.

익숙하다 못해 약간 지겨운 카산드라와 헬레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오는 마왕과 그의 수하들을 보면서 아킬레스는 묵직한 긴장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저자가 마왕인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확실히 범상치 않은 힘이 느껴지는 군.’

말 그대로 범접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는 ‘신’ 인 아문을 제외한다면, 지금까지 아킬레스가 보아왔던 그 어떤 존재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존재.

그자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킬레스는 비록 당장은 적이 아닌 협력자라 해도, 앞으로 얼마든지 칼을 마주할 위험을 지니고 있는 존재에 대해 약간의 경계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지만 역시 보통이 아니군, 거기다 당장 대동하고 있는 신하들만 해도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자의 뒤쪽에 동행하고 있는 존재들.

간부급으로 보이는 갑주 차림을 하고 있는 세 명, 그리고 다크엘프와 평범한 엘프 여성으로 보이지만 어쩐지 미묘한 친근함이 느껴지는 듯한 이들.

공통점은 그들 하나같이 보통 실력자가 아니라는… 아킬레스와 대등하거나 약간 약한 정도의 힘이 느껴진다는 사실이었다.

새삼 마왕국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장면.

그 점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일단 염연히 상급자인 눈앞에 있는 이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게 카산드라. 그리고… 처음 뵙겠소 마왕. 아문님의 신도이자 이곳 황도의 상황을 맡고 있는 아킬레스라 하오.”

“만나게 되어 반갑군 아킬레스.”

“비록 한때 적이었지만, 이제는 피차 같은 배를 탄 사이인 만큼 앞으로 협조를 부탁 드리겠소.”

“알았다. 그대들이 우리 마족들을 적대하지 않는다면 그리 하도록 하지.”

차갑지만 흔들리지 않는 명확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마왕.

이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역시 한 나라의 군주에겐 그 나름대로의 격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였다.

*

별다른 문제 없이 황도에 입성한 카산드라의 군세.

그들은 엄밀히 말하면 반란군이라 할 수 있었지만, 거주민의 40%가 일거에 증발하면서 무주공산이 되어 버린 이곳에서 이들을 막을 자는 없었다.

그나마 내부 상황을 정리한 아킬레스가 있긴 했지만, 당장 그조차도 카산드라와 별 말 없이 손을 잡기로 결정한 상황.

그렇게 팔콘제국의 구도인 황도를 점령한 직후, 그들은 이제 앞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들은 갑작스러운 황제폐하의 서거로 인해 혼란에 빠진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명문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한시라도 빨리 황실에서 적당한 인물을 선출해 황제로 옹립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것입니까. 기껏 잡은 기회를 포기하겠단 말입니까?”

“차라리 카산드라 장군님께서 이 기회에 바로 황제로 오르시는 게 어떻습니까?”

“황실은 저희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반대를 할 사람은 없습니다.”

“이곳이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지역의 영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습니다.”

“당장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황위를 찬탈했다는 소문이 퍼져 보십시오! 제국은 그날로 산산 조각으로 분열되어 침략자들에게 먹히고 말 것입니다!”

“설령 장군께서 훗날 황제로 오르신다 해도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지금 바로 기존에 목표로 했던 대로 카산드라를 즉시 황제로 옹립하자는 의견과. 지금은 시기가 좋지않으니 좀 더 명분을 쌓은 이후에 결행을 하자는 이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하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카산드라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확실히 이런 중대한 일은 좀 더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겠지.”

“하…하지만 카산드라님…”

“확실히 내가 지금 당장 황제로 오르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가 있지, 아무리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황제의 권위가 많이 추락했다 하지만 정통성과 명분이라는 언제나 중요한 법이야. 특히 지금 같은 전시 상황에선 더더욱 말이지.”

“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는 것은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혹 그자가 장군께 원한을 품고 무슨 짓을 저지른다면…”

“그 점은 걱정할 필요 없어. 나에게도 나름 괜찮은 생각이 있으니까.”

“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카산드라.

이에 대해서,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의 얼굴에는 의문의 감정이 떠올랐고.

동시에 그녀의 곁에 있던 헬레네는 입가에 살짝 쓴웃음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

아문의 짐승들에 의해 피의 살육이 벌어진 황성.

비록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도 NTR과 같은 불륜은 제법 만연해 있는 일이었으나, 팔콘 제국 황실의 경우 특히 그 정도가 심했던 만큼 살아남아 있는 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런 학살의 여파 속에서도 살아 남은 한 사람.

황제의 막내 아들이자.

이제 겨우 6살 난 소년으로서 이런 쪽에 관여할 여지가 없던 인물.

팔콘 제국의 왕자 아가멤논은 황성 깊은 곳에 감금 당한 채 짙은 공포 속에서 몸을 떨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장면.

방안에 들어가려던 그의 눈 앞에서 알몸의 상태로 침대 위에 누워 있다가 시종과 함께 죽임을 당한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그 직후, 갑작스럽게 나타나 그를 감금해 끌고 와 이곳에 가둔 병사들.

그 당시 두 사람이 왜 그러고 있는지, 병사들이 왜 그를 여기에 가두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으나, 적어도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아가멤논의 마음 속에 묵직한 두려움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나…난 이게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나도 죽는 건가?...’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이 상황과 그것이 불러오는 짙은 두려움 속에 홀로 눈물을 훌쩍이고 있는 소년. 아가맴논.

그때.

­끼이이익…

그런 그의 귓가에 들리는,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는 요란한 소리.

이에 그 어린 왕자는 그대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방안으로 들어온 그 사람의 모습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린 아가맴논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

그자는 바로…

“왕자님 여기에 계셨군요.”

“!... 카…. 카산드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그에게 있어서 익숙하기 그지 없는 인물이자,

동시에 아가맴논에겐 일절 관심이 없었던 어머니를 대신해 줄곧 그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인물.

제국의 3기사, 카산드라.

이 순간, 줄곧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그의 감정을 누그러뜨려주는 그녀의 등장에,

아가맴논은 일말에 망설임도 없이 달려가 그녀의 품 안에 안겼다.

“괜찮으십니까 왕자님? 어디 다친 곳은…”

“나… 난 괜찮아요 카산드라. 하…하지만 어머니께서.”

“…그렇셨군요.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자님, 이제부터 소신이 왕자님을…. 아니, 폐하의 곁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폐…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카산드라.

이에 아가맴논의 얼굴에는 한 순간 의문의 감정이 떠올랐으나, 여기에 대해서 카산드라는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예, 지금부터 아가맴논 왕자님께선 이 나라의 황제 폐하가 되실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는 이 카산드라가 폐하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지켜드릴 테니 폐하께선 아무 염려 마시고 저를 믿고 행동해 주시면 됩니다..”

“으…응… 뭐… 뭐진 잘 모르겠지만, 난 일단 카산드라만 믿을게요.

자신을 보면서 두려움과 더불어 진한 의지의 감정을 내보이는 어린 왕자… 아니, 이제는 어린 황제로 불리게 될 인물.

그의 몸을 꼭 끌어안은 채, 카산드라의 입가에는 그대로 진한 미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폐하… 이제부터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당신의 인생도. 그리고… 잠시 맡겨둔 그 황제의 자리도.

*

황실의 몇 안 남은 생존자로서 새로운 황제로서 등극한 어린 황제 아가맴논.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카산드라의 꼭두각시…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저 장식품에 불과하다 할 수 있는 그의 즉위식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뿐이었다.

사실상 이것으로 황도의 더 나아가 제국의 실권을 장악했다 할 수 있는 카산드라와 그녀의 동업자인 헤스티아.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 아킬레스는 충분히 자신의 지분을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채 칩거를 하는 쪽을 선택했다.

지난 시간 동안 오직 복수만을 위해 달려왔던 그의 인생.

그러나, 막상 복수가 끝난 지금.

그는 자신의 주변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그저 공허하기 그지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었다.

‘…허망하구나… 정말로…’

모든 것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감각.

타는 듯한 분노도 진한 희열도 꺼져버린 지금, 그는 지독한 무력감 속에서 마치 방향을 잃은 채 망망대해 위에 떠있는 군함과 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그때…

“장군님,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손님? 내 분명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명했을 텐데?”

“저 그것이… 상대가 하도 강하게 요청을 하길래. 그래도 계속 거절을 했더니 하다 못해 안토니우스 라는 이름이라도 전해 달라 했습니다.”

“!... 아… 안토니우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오면서 일 순간 짙은 놀라움에 휩싸이게 된 아킬레스.

같은 아문의 신도이자, 마왕국과 관련된 일을 실패하면서 죽임을 당했다 알려져 있는 친우의 이름에, 아킬레스는 정신이 번쩍 드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다급하게 말했다.

“어… 어서 들어오라 해라.”

“네? 아… 알겠습니다 장군님.”

주인의 예상 밖의 반응에 당혹감을 내보이며 밖을 나가는 시종.

그러나 잠시 후,

“…? 누구냐 넌.”

아킬레스의 눈 앞에는 그가 기대했던 그 엘프 전사가 아닌.

일전에 마왕과 함께 있던 엘프 여성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법 뛰어난 미색을 지니고 있으며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느껴지는 존재였으나,

그것과 별개로 안토니우스의 이름을 들먹이며 찾아온 이자에 대해 아킬레스는 살짝 짜증과 의심의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랜만이군 아킬레스. 나다. 너의 친우이자 아문님의 충실한 종이었던 안토니우스.”

“….!? 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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