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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09화 (109/150)

〈 109화 〉 꼬맹이 주제에 우리 일을 방해하다니

* * *

어둠이 깔려 있는 제루살렘

그곳의 외곽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마침내 도착한 그들의 목표물 앞에서 마지막 확인 작업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곳인가?”

“네, 틀림 없습니다.”

“좋아, 그럼 다들 이동한다.”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제법 으리으리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별채.

그곳에서,

검은 복면으로 정체를 완전히 숨긴 그들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별채 안으로 잠입하였다.

별체라 쓰고 사실상 조금 호화로운 감옥이라 읽을 수 있는 이곳의 특성상, 건물 안쪽에는 지금도 적잖은 수의 경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그 중 몇몇은 마족들 중에서도 상당히 고위급이라 불릴 만한 실력자인 만큼, 현 상황에서 저들과의 정면 대결은 무모한 짓.

그렇게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그림자 속에 모습을 감추는 것으로 위기를 넘긴지 수차례.

마침내 그 자들은 자신들의 최종 목표가 있는 장소에 도착한 직후 그대로 챙겨왔던 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쾅!!!!

“뭐… 뭐지?”

“무언가가 폭발한 것 같은데. 설마 적인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폭음.

이에 별채 안에 있던 이들은 그대로 다급하게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제길! 창고 쪽이다! 거기서 폭발이 났어!”

“뭘 잘못 넣어둔 거 아니야? 대체 멀쩡한 창고에서 왜 갑자기…”

“지금 그런걸 따질 때야? 빨리 불부터 꺼야 해!”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화재.

이에 별채를 지키던 경비 중 상당수는 그쪽으로 향했고,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어둠 속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에게 절호의 찬스로 여겨지고 있었다.

“좋아, 출발한다. 증거를 남겨선 안되니 길게 끌 필요 없이 단숨에 처치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리더로 보이는 이의 명령에 따라 서둘러 이동을 개시한 검은 암살자들.

방금 전까지 들키지 않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였던 것과는 달리.

이 순간 그들은 눈 앞에 보이는 마족들 따위는 단숨에 베어버리면서 그대로 거침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크헉!”

“큭!”

“뭐… 뭐야 이놈들?”

“저… 적이다! 적들이 별채 안으로 침입 했… 끄아악!”

방금 전에 비해서 2할 남짓 남아 있던 병사들을 도륙하면서 목표 지점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한 검은 암살자들.

이 순간 그들의 눈 앞에는 문을 지키려다가 그들의 손에 살해당한 마족들과 감금을 위해 특수한 마법이 결려 있는 문이 있었다.

어지간한 물리 공격으로는 흠집조차 내기 힘든 물.

이를 본 무리의 리더는 곧장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폭발하는 문.

다음 순간 검은 암살자들의 눈에는 문제의 목표물이…

엘프 교국의 교왕 율리우스의 딸 옥타비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 뭐… 뭐냐 네 놈들은?”

당혹감을 내보이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옥타비아.

그러나 이 순간,

그곳에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다른 두 명의 여성들이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쪽은 엘프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다크엘프.

그리고 다른 한쪽은 상당히 어린 나이로 보이며, 은백색 머리칼을 지닌 작은 마족.

이에 피가 묻은 검을 들고 있는 검은 암살자들은

비록 혼자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측은 빗나갔지만, 하나같이 가벼운 평상복 차림을 하고 있으며 딱히 무장 같은 것도 하고 있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당장 저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대로 급한 일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끝내라.”

“네.”

리더의 명령에 따라서 그대로 무기를 겨눈 채 옥타비아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는 검은 암살자들.

그때,

그렇게 위기에 빠진 옥타비아의 앞을 문제의 다크엘프와 마족 소녀가 막아서기 시작했다.

“뭐냐 네 년들은?”

“그새 저 녀석이 사귄 친구들인가? 어리석은 짓 하지 말고 비켜라.”

그러나, 그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굳건히 자리를 지킨 채 서있는 두 사람.

그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암살자들의 리더는 그대로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당장 거기 있는 세 명 모두의 목을 베어버려라!”

“아… 네! 알겠습니다!”

리더의 지시와 함께, 그대로 무기에 손을 쥐기 시작하는 그들.

그러나, 그들의 이런 모습에서도 그 여자들은 일절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조용히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암살자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런데…

“커허어억!!!”

“!!”

“뭐… 뭐지?”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뒤쪽에서 들려오는 동료의 비명소리.

이이 암살자들은 한 순간 당혹감을 느끼며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보이는 장면은…

“커허… 허어….”

“뭐야… 저게?”

“그… 그림자?”

검은 그림자에 심장이 꿰뚫린 채 피를 쏟고 있는 동료의 모습.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곳에 있던 암살자들의 얼굴에는 짙은 당혹감이 깃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면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던 은발의 소녀 마족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참… 이 늦은 시간에 예고도 없이 불청객이라니. 옥타비아 너 의외로 인기가 많구나?”

“네? 아.. 그게…”

약간의 농을 담아서 이야기하는 소녀 마족.

이런 상황에서조차 여유를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암살자들은 무언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 그럼, 대충 심문 용으로 한 두 명만 남겨둔 뒤 모조리 사형으로 가도록 할까?”

그 말과 함께, 한 순간 일렁이기 시작하는 소녀 마족의 그림자.

그와 동시에, 암살자들은 자신들의 발 밑에 있던 그림자가 갑자기 요동치를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윽!”

“커헉!”

“뭐… 뭐야? 이… 이게 대체 무슨...! 커허어어억!!!”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그림자에 찔려 죽어나기 시작하는 암살자들.

이에 방금 전까지 살기 등등하게 서있든 그자들은 방안을 피로 물들인 채 반수 이상이 따뜻한 고깃덩어리로 변하게 되었다.

그런데.

“칫… 이거 생각보다 성가신 녀석이 기다리고 있었군.”

“응?”

소녀 마족을 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암살자 리더.

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든 마족의 그림자를 신성력을 사용해 여유롭게 방어해 낸 뒤.

그대로 들고 있던 검을 바로 잡은 채 소녀 마족을 바라보며 말했다.

“실력은 제법이다만 나에게 이 딴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 감히 꼬맹이 주제에 우리 일을 방해하다니, 재능이 아깝지만 이 자리에서 모두 죽여주마.”

“꼬맹…”

그 한마디에 살짝 핏대가 솟아 오르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소녀 마족.

이어서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뒤쪽에 있는 다크엘프를 보며 말했다.

“그 옥타비아를 잘 지키고 있도록. 저 녀석은 내가 직접 조진다.”

“아… 알겠습니다.”

아마어마한 살기를 방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소녀 마족.

이어서 그녀는 품 속에서 그 동안 보이지 않고 있던 단검을 뽑아 들었고,

이에 암살자들의 리더인 그는…

엘프 교국 최강의 성기사 중 한명인 안토니우스는 눈 앞에 있는 상대의 심상치 않은 기척을 보면서 자동적으로 살짝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제법 강한 녀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 봤자 한낱 꼬맹이. 시간도 없는 만큼 단숨에 끝장내주지!’

*

겁도 없이 마족들의 수도 제루살렘에 쳐들어온 암살자들.

정황상 옥타비아를 노리는 것이 분명한 듯 한 그들을 보면서, 이 순간 엘리사는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대충 파악하기 시작했다.

‘십 중 팔구 저 녀석은 엘프들 이겠네, 그것도 우리 마족들과 엮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정황상 옥타비아를 암살하는 것으로 마족들과 엘프들 간의 조약을 파탄내고 이득을 취하려는 속셈으로 보이는 그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엘리사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의문이 더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체 왜 이렇게 까지? 아무리 우리들이 싫다고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쪽을 건드리는 건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 아니지 않나?’

가까스로 제국의 공세를 막아내고 숨을 돌리고 있는 엘프 교국.

이런 상황에선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마왕국과 손을 잡는 것이 냉정한 판단이었으며,

결정적으로 마왕국은 엘프 교국을 위기로 몰아 넣었던 검은 불꽃에 대한 분석까지 끝내 놓은 상황이었다.

이런 시기에 마족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 자명한 상황.

단순한 자존심 만으로 일을 진행하기엔 여러모로 무리수가 많은 계획이었다.

‘최악의 경우 우리 손에 세계수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걸 저들도 모르지는 않을텐데… 이건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은…’

그렇게, 일단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까지의 고려를 끝낸 직후.

엘리사는 지금은 우선 눈 앞에 있는 녀석을 족쳐 놓으면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내 그림자를 파훼할 정도면 일단 평균 이상은 되는 실력자. 거기다 이 정도 신성력이면… 아무래도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되겠어.’

그렇게 눈 앞에 있는 상대의 역량을 자신과 동급 혹은 신성력이라는 상성까지 고려하여 근소 우위에 둔 채.

엘리사는 다시 한번 마력을 끌어 모으며 검은 그림자로 주변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잘 되었어. 마침 새로운 기술을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전력을 다해 부딪혀 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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