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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08화 (108/150)

〈 108화 〉 연인으로서 한 발 더 내디뎌야만 하는 때

* * *

망함.

이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는 단어는 바로 그것이었다.

“우우…”

“집어 치워라!”

“그딴 걸 공연이라 하고 있는 거냐?”

극장에 앉아 야유를 보내고 있는 관객들과, 어떻게 해서든 이들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으나 잘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보이는 배우들.

결국 분노한 관객들에 의해서 공연은 완전히 파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내가 마왕님과 함께 보러 온 재미 없는 공연의 비참하기 그지 없는 최후의 모습이었다.

‘하아… 뭐야 이게, 기껏 재미있는 공연이라고 해서 와 봤더니 상상 이상으로 최악이잖아…’

인터넷 같은 수단이 없는 세상인지라, 단순히 표 파는 사람 말만 듣고 공연을 선택한 것인데 아무래도 그게 실수였던 것 같았다.

그렇게,

입 소문만이라도 대충 들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난 말 그대로 실패 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그대로 마왕과 함께 공연장을 나왔다.

“으음…”

어색한 느낌 속에서 밤거리를 걷고 있는 우리 두 사람.

그 상황에서, 난 조심스럽게 내 옆에 있는 마왕의 눈치를 살피며 살짝 어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그러니까… 죄… 죄송합니다.”

“응? 뭐가 말인가?”

“아니… 그게… 생각보다 공연이 조금 별로였어서. 좀 더 알아보고 선택을 했어야 했는데…”

“재미있었다.”

“네?”

나의 말에, 어쩐지 단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마왕.

이에 대해서 난 한 순간 진한 의문을 느끼며 그녀에게 물었고,

여기에 대해서 마왕은 상당히 진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상당히 신선한 느낌이어서 재미있었다.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연극도, 거기에 호응해주는 관중들도. 그런 연극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아니… 그거 연극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는데요?’

아무리 봐도 방금 전 극장에 있었던 상황을 그 자체로 연극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마왕의 모습.

정황상 소위 말하는 높으신 분들의 품위 있는 연극만을 봐온 마왕의 입장에선 아무리 연극이 개판이어도 그렇게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반발을 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애초에, 무려 왕 앞에서 하는 연극이 이런 식으로 망작일 가능성은 상당히 적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과 별개로,

난 이 순간 상당히 순수하게 재미있어 하는 마왕을 보면서 난 이내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게 되었다.

‘뭐… 아무튼 마왕이 좋아하고 있으니 그걸로 잘된… 건가?’

나름 로맨스관련 연극이라는 점에서 기대하고 있던 달달한 무드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지만,

그런 사실과 별개로 난 일단 마왕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 만으로도 마음 이 뿌듯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쉬움과 약간의 기쁨이 교차하는 데이트를 끝내고, 내가 다시 마왕 성으로 돌아가려던 그때였다.

“그건 그렇고… 그것은 또 조금 의외였던 것 같구나. 아무리 연극이라지만 설마 거기서 대놓고 입을 맞출 줄은.”

살짝 어색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마왕.

여기에 대해서, 난 사실상 연극이 아작 나면서 마지막에 약간 발악 성으로 마지막에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던 남주와 여주의 모습을 떠올리며 살짝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하하… 확실히 그런 장면이 있었지요, 조금 많이… 뜬금 없긴 했지만.”

“그런가?... 하지만 개인적으로 짐은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다.”

“네?”

약간 의외의 말을 하는 마왕.

여기에 대해서 난 의문을 느끼며 그대로 마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살짝 홍조가 드리워진 채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는 마왕의 모습.

이어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인가? 키스라는 건… 주변의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

진한 요염함이 묻어 나는 듯한 마왕의 모습.

이를 보면서,

난 그대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문득, 지금이야 말로 한 발 더 내디뎌야만 하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러니 저리니 해도 우린 연인 사이잖아?... 그 동안 같이 데이트를 하면서 많이 가까워 지기도 했고…’

시간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있는 때였으며,

마침 이 주변에는 딱히 인기척도 없었다.

거기다, 마왕의 이야기 덕분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무드까지 갖추어 지게 된 상황.

이에 대해서, 난 그대로 진한 긴장을 느끼면서,

동시에 이전부터 지니고 있던 수수한 욕망에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그냥 해 본 이야…”

“마왕님.”

“!”

떨리는 손으로 그대로 마왕의 손을 붙잡은 나.

이에 대해서 마왕은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춘 뒤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에 홍조를 띤 채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마왕의 모습.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나머지.

난 잠시 이를 넋을 놓고 지켜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면서 천천히 눈을 감는 마왕의 모습.

이에 나의 시선은 그대로 그녀의 입술이 있는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녀의 윤기 나는 붉은 입술.

그것을 눈에 담은 채,

난 떨리는 마음을 힘겹게 부여 잡은 채. 그대로 천천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쪽

*

어둠이 깔려 있는 마왕국의 수도 제루살렘.

그곳에서도 제법 외곽에 위치해 있는 작은 귀빈용 저택에서, 옥타비아는 진한 충격에 빠진 채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대충 그렇게 된 것입니다. 제가 이런 다크엘프가 된 경위라는 것은.”

“어…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눈 앞에 앉아 여유롭게 찻잔을 들이키고 있는 다크엘프 아멜다.

과거 용사파티의 일원이었던 인물이자, 이제는 엘프들에게 있어서 혐오 그 자체의 대상이 되어 버린 그녀의 말에, 옥타비아는 너무나도 커다란 충격에 사로 잡힌 채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동료들에게 배신당하고 타락해 버린 용사와, 그런 그를 받아준 자비로운 마족들.

그 결과 용사는 지난 전쟁에서 마왕의 측근으로서 검을 휘두르며 전쟁 종결에 큰 공로를 세웠고,

지금도 마왕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측근으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

비록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인물이 마족들의 노예가 되어 버린 다크엘프라는 점이 걸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타비아는 이 순간 아멜다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세상을 떠난 스승 술라와 더불어서, 성기사를 지망하던 그녀가 가장 존경하던 인물이었던 아멜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옥타비아는 아무리 다크엘프로 타락했다 하더라도 그녀가 이런 것을 가지고 능숙하게 거짓을 이야기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그렇게 진한 충격에 빠져 있는 옥타비아를 보면서 그녀의 옆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그 마족 여성…

엘리사는 차분함이 감도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 마족들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악독한 자들이 아니다. 너희 엘프들이 저지른 원한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유도 없이 살육을 저지르거나 악행을 범하는 악의 존재는 결코 아니란 말이지. 용사 또한 그런 우리들의 본성을 간파 했기에 기꺼이 폐하께 무릎을 꿇을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하… 하지만, 지금까지 문헌을 보면 마족들이 자행한 악행들은…”

“그 악행들 이라는 것은 하나같이 대륙 내에서 벌어졌지. 반면 그 동안 너희들은 우리 마족들이 이곳 마왕국을 벗어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상거래는 물론이고 단순한 여행 조차도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들이 어떻게 대륙의 그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을까?”

“으음…”

실제로 여기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팔콘제국에서 소란을 일으킨 것도 용사 헥토르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마족들 입장에선 시작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반면, 종족 전쟁이 유발된 원인으로 꼽는 마족들의 습격은 지나칠 정도로 빈번하면서도 도저히 마족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할 수 없는 장소에서 일이 벌어졌다.

그 사실을 지목하는 엘리사의 말에, 옥타비아의 머릿속에는 자동적으로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말은 설마… 누군가가 일부러 일을 조작했다. 그런 뜻입니까?”

“정황상 그렇게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것이 정치적인 목적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 이는 터무니 없는 모함을 받으며 악의 축이 되어 버린 상황이라 할 수 있지.”

“…으음…”

엘리사의 말에 여전히 반신반의한 태도를 보였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이 말을 수긍할 여지가 있다고 믿기 시작한 옥타비아.

한편, 그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비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엘리사는 마음 속으로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슬슬 넘어올 것 같은 조짐이 보이는걸? 역시 아멜다를 끌고 와서 이 년을 설득시키도록 한건 잘한 선택인 것 같아.’

실제로 엘리사가 이야기한 것은 대부분 진실이긴 했으나, 이것을 상대가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은 그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아멜다를 이용한 것은 제법 효과가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었다.

‘교황의 딸 옥타비아. 조만간 교황의 사과가 끝나고 나면 다시금 교국으로 돌아갈 사람인 만큼 이 참에 마음을 돌려 놓으면 분명 쓸 데가 있을 거야… 라고 벨제뷰티가 말했었지.’

그렇게 친구가 부탁한, 동시에 엘리사 본인도 나쁘지 않다 여겼던 일이 잘 진행되는 것을 느끼며 엘리사는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엘리사님.”

“나도 느꼈어.”

“네?”

갑작스럽게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하는 아멜다와 엘리사.

그들의 분위기가 일순간 뒤바뀐 상황에 옥타비아는 당혹감을 느끼며 의문을 표하였다.

그리고…

­쾅!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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