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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01화 (101/150)

〈 101화 〉 마왕과의 약간 아쉬운 데이트

* * *

눈 앞에 보이는 넓은 세상.

수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으며,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은 마족들이 각자의 일에 열중하며 생기를 내보이고 있는 장소.

그것이…

바로 이 순간 우리들의 눈 앞에 보이고 있는 도시.

마왕국의 수도 제루살렘의 모습이었다.

“신기한 느낌이 드는구나…”

“네? 어째서 말입니까?”

도시를 거닐면서, 조용하면서도 진심이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감탄을 표하는 마왕.

그녀의 앞에 난 약간의 호기심을 느끼면서 질문을 하였다.

다른 도시라면 모를까, 우리들이 있는 이곳은 마왕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 제루살렘 이었다.

당장 지금도 고개를 돌리면 마왕성의 모습이 보이고 있는 만큼 마왕의 평소 생활 반경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장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난 내 옆에서 함께 변신을 한 채 걷고 있는 마왕의 모습을 통해서 한가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우와… 뭔가 엄청나게 반짝거리고 있는데.’

마치 처음 도시구경을 나온 아이처럼 초롱초롱한 시선을 보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마왕.

거기다 실제로 그녀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만큼, 난 자연스럽게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질문에 대해서.

마왕은 자신이 조금 과하게 들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한 듯, 그대로 살짝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뭐라고 할까… 어쩐지 도시의 모습이 평소의 짐이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와 닿는 것 같아서 말이다. 짐이 직접 도시 밖으로 나왔을 때 보았던 모습은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장면이 대부분 이었다.”

“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얼 듯 듣기에는 상당히 이상하게 여겨질 법한 이야기.

그러나,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마왕의 이런 감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비록 지금 이 자리에서는 나의 연인으로서 본 모습을 감추고 있었지만, 그녀는 엄연히 이 나라를 이끄는 군주였다.

당연히 성 밖으로 나갈 때는 대규모로 호위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마왕국의 백성들은 자연스럽게 행차를 나서는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거기다 그 동안 줄곧 전시 상태가 이어져 온 탓에 여러모로 나라 안 밖에 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했던 만큼 소위 말하는 잠행 같은 것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이처럼 어떠한 사전 준비 같은 것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도시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며, 그 자체로 이를 신기해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폐하…아니, 에스더는 어느 쪽이 좀 더 보기 좋은 것 같습니까?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쪽입니까? 아니면 평소처럼 다들 머리를 조아리는 쪽 입니까.”

“어느 쪽이 더 좋으냐 하면 짐은 역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더 보기 좋구나. 짐에게 있어서 백성들은 모두 자식과 같은 것. 그러한 자들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몸을 떠는 것 보다는 이렇게 자신의 일에 열중하면서 웃고 떠드는 것을 보는 게 더욱 기분이 좋다.”

“…과연. 그리 말씀 하실 줄 알았습니다.”

비록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그럼에도 백성을 생각하는 인자한 군주로서의 마음을 내보이고 있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내 입가에는 자동적으로 진한 미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럼 이번에는 저쪽으로 한 번 가볼까요? 마리 알아본 바에 따르면 저기서 맛있는 것들을 많이 팔고 있다는 군요.”

“그런가? 그건 제법 기대가 되는 구나.”

그 말과 함께 시장 쪽으로 향한 우리 두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난 그대로 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암묵적인 혐의 아래, 자연스럽게 마왕의 손을 붙잡게 되었다.

그 직후 느껴지는 따스하면서도 부드러운 감각.

평소 거침 없이 검을 휘두르는 전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손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따스하면서 동시에 포근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단순히 손을 잡는 것 만으로 느껴지는 한껏 들뜬 기분 속에서, 난 마왕과 함께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포장마차를 향해 다가갔다.

“어서오십쇼! 뭘로 드릴 깝쇼?”

호쾌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는 중년 남성.

이에 난, 그대로 눈 앞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각종 음식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뭐라고 할까… 솔직히 마족이니 뭐니 해서 특이한 것만 잔뜩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

눈 앞에 보이는 포장마차 요리들의 구성은 의외로 본래 내가 살고 있던 한국의 포장마차의 그것들과 비슷하면서도 살짝 달랐다.

새로 추정되는 짐승의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서 만든 꼬치 구이.

팥을 연상시키는 앙금을 안에 넣고 만든 찐빵 혹은 붕어빵 같은 느낌이 드는 빵.

그 외에, 순대를 연상시키는 내장 요리나 떡복이와 어묵을 생각나게 만드는 모습을 지니고 있는 먹거리 등.

기본적인 구성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은 얼추 비슷비슷한 느낌을 안겨주고 있었으며 이와 관련해서 난 이곳에 처음 와 봤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큰 고민 없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충 분식집 내지 길거리 포장마차 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메뉴를 바로 앞에 차려 놓은 우리 두 사람.

그것들을 입안에 넣으면서,

난 예상대로 이것들에게서 내가 생각 했던 거의 비슷한 맛이 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나한테는 크게 부담이 없다만… 솔직히 마왕님 입에 잘 맞을 지는 잘 모르겠어.’

전쟁 등과 같은 심각한 상황을 제외하면 궁궐 밖에 거의 돌아다닌 적이 없는 마왕인 만큼,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 서민들의 먹거리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 질지 난 쉽게 예측을 할 수 없었다.

‘일단 평소 산해 진미를 차려 먹으면서 지내는 마왕의 일상을 고려하면 정말로 입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긴 한데…’

그렇게 기왕 나온 김에 이런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면서 내가 슬쩍 마왕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그때였다.

“….이건… 참으로 신기한 맛이구나, 이런 맛을 내는 요리가 있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순대 비슷한 음식을 열심히 먹으면서 살짝 감탄을 내보이는 마왕.

이어서 그녀는, 그 외에 다른 음식을 맛보면서도 거부감은커녕 오히려 열심히 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입에는 맞으십니까 에스더님?”

“물론이다. 지금까지 이런 저런 요리들을 많이 맛본 나였지만, 이런 건 처음이다. 기회가 되면 자주 먹어보고 싶은 맛이구나.”

그렇게,방금 전까지 왕으로서의 얼굴을 보여주었던 것이 무색하게지금은 정말로 평범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난 다시 한번 눈 앞에 있는 그녀가 정말로 다양하면서도 동시에 하나같이 내 마음에 쏙 드는 면모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하긴 했나 보네. 이런 사람이랑 이런 식으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게 다시 한 번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서 행복이라는 기분을 느끼면서, 난 먹는 것 조차 잊은 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내 앞에서 식사를 진행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눈에 깊이 담았다.

그때…

“응?”

“!?”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목에 착용하고 있던 펜던트가 가볍게 진동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는 마왕.

이어서 그녀는, 펜턴트를 귀에다 댄 채 살짝 목소리를 낮추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왜… 뭐… 뭐라고?”

펜던트를 통해서 전해져 온 누군가의 어떠한 말.

이것을 들은 순간, 마왕의 얼굴에는 그대로 짙은 놀라움의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그녀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용사여, 아무래도 데이트는 여기서 중단해야 할 것 같구나.”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본래 오늘의 데이트를 위해서 일정을 깔끔하게 비워두었던 마왕.

그런 그녀에게 이렇게 갑자기 호출이 온 것은 분명 평범한 일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였으며, 이에 난 데이트를 방해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보다 앞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한발 더 앞서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의문에 대한 답변으로,

마왕은 내 얼굴을 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급한 일이 생겼다, 소식에 따르면 지금 엘프 교국에서 보내온 사신단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더구나.”

“에… 엘프 교국이 말입니까?”

마왕이 사전에 말한 대로정말로 생각지도 못하게 발생 지금의 이 상황.

이에 난, 무언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 보다 훨씬 더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마왕과 함께 마왕 성으로 되돌아 가기 시작했다.

본래 대로라면 데이트 마지막에 마왕과 한 층 농밀한 시간을 보내기로 예정되어 있던 나의 계획이 허망하게 깨져 버렸다는 사실에 마음 속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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