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줄곧 바라시던 명예로운 최후를 드리겠습니다
* * *
울창한 나무들이 수없이 자라나고 있는 거대한 숲 칸나.
정확한 숫자조차 알 수 없는 수 많은 나무들이 자라 있는 이곳은 수 많은 생물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생명을 영위해 가고 있었으며, 목제와 열매 약초 들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천연 자원들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서 오랜 세월 대륙의 생명들에게 자연의 은혜를 베풀어 왔다.
이처럼, 자연의 보고이자 동시에 엘프 교국의 엘프들에게 있어선 삶의 터전이면서 살아 숨쉬는 견고한 성채와 같은 역할 또한 수행해 주고 있는 칸나 숲은 수천 년 간 신들이 지정한 성역으로서 엘프들 뿐만이 아니라 대륙의 수 많은 이들에게도 존중과 은총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 숲의 깊은 곳에 나타난 한 무리의 병사들의 마음 속에는 그러한 사실 따위는 일절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칸나숲인가?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의외로 별 것은 없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곳도 일단은 숲. 나무와 벌레들 외엔 당장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심드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제국 3기사이 일각인 카산드라의 말.
이에 옆에 있던 부관은 언제나처럼 적당한 대답을 해주었고,
이를 들으면서 카산드라는 썩 탐탁지 않은 감정을 일단은 죽인 채, 곧바로 행동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 그도 그렇겠지. 어쨌든, 그럼 지금부터 작전을 개시하겠다.”
“네, 장군님.”
그렇게 카산드라의 지시가 떨어짐과 동시에 곧바로 행동을 개시하는 병사들.
이 순간,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검은 병과 같은 것이 들어 있었으며. 그 안에는 작은 메추리 알 만한 크기의 타원형 구체가 담겨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안겨주는 물건.
그리고,
그것과 똑같은 것을 손에 든 채 카산드라는 잠시 이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킬레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참 더러운 짓을 생각해내었어, 역시 우리 가문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그 남자부터 처치 해야…’
그때…
“!”
한 순간, 카산드라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기척.
이에 그녀는 그대로 자리에서 뛰어 올라 들고 있던 방패를 사용해 하나의 거대한 방벽을 만들어 내었다.
그 직후…
콰과과광!!!!
그녀의 방벽에 날아와 부딪히는 녹색 빛을 지닌 빛 줄기들.
그 직후, 카산드라의 입가에는 그대로 차가운 미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어머나, 이거 선생님 아니십니까?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카산드라… 익숙한 기척이 느껴져 와봤더니만, 역시 네 년이었나?”
소수의 엘프 병사들과 함께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녹색빛 갑주를 두른 남성 엘프.
중년의 외모에 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착용하고 있는 인물.
술라는 자신의 앞에 있는 팔콘제국의 카산드라 잉클리먼트를…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때 술라의 자랑스러운 제자였던 젊은 성기사의 모습을 보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참, 설마 이런 곳에서 선생님을 다시 만나 뵐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사제간에 훈훈한 대화라도 가지고 싶지만 지금은 제가 좀 바빠서 무리일 것 같습니다.”
“시끄럽다! 네 년과 나눌 이야기 따위는 없으니 썩 물러가라! 감히 이 신성한 칸나 숲에서 수상한 짓을 저지를 생각을 하지 말도록!”
여유를 잃지 않고 있는 카산드라 와는 반대로, 잔뜩 날이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술라.
이에 대해서 카산드라는 가벼운 미소를 내보이며 자신의 옛 스승에게 말했다.
“유감이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래 보여도 지금 전 황제 폐하의 뜻에 드리기 위해 조금 바쁘게 움직여야 해서 말이지요.”
“! 그… 그건 설마.”
손에 들고 있는 병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카산드라.
그 직후, 술라는 자신의 눈 앞에 보이고 있는 그 검은 병의 모습에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네 녀석…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알고는 있는 것이냐?”
“물론입니다 선생님. 제국의 승리를 위해서 이 성가신 장애물을 치워버리는 일을 하려고 하는 중이지요.”
“이 자식!”
짙은 분노가 서려 있는 얼굴을 한 채 그대로 나무에서 뛰어 내려 카산드라의 앞에 서는 술라.
그 직후, 그는 녹색의 빛으로 만들어낸 듯한 검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카산드라를 향해 겨누었다.
한 눈에 봐도 더 이상 대화나 타협의 의지 따위는 상관 없이 카산드라는 직결 처단하겠다는 듯 힌 모습.
이를 보면서 카산드라 또한 방패와 검을 뽑아 든 뒤, 그대로 마력을 방출해 이를 감싸기 시작했다.
“세월에 제법 지났지만 그 성격은 여전하시군요 술라 선생님. 뭐 좋습니다. 어차피 언잰가는 정상 했어야 하는 일. 이 참에 선생님의 목을 치는 것으로 끝을 내도록 하지요.”
그 말과 함께 그대로 눈 앞에 있는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카산드라.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술라는 그대로 녹광의 검을 휘둘러 그녀를 향해 이를 내리 찍었다.
파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격돌하는 두 사람의 무기.
푸른 빛으로 둘러 싸여 있는 카산드라의 방패는 단순히 방어를 위한 도구뿐만이 아닌, 둔기와 같은 느낌으로 술라의 검을 튕겨내었다.
이어서 그대로 한쪽 팔에 들려 있는 검을 휘둘러 술라를 공격하려 드는 카산드라.
그러나, 그 직후.
그녀의 공격은 마치 허공에 보이지 않은 방패에 가로막힌 듯 그대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챙!
그렇게 서로 일 합을 주고 받은 직후, 곧바로 다시 한번 무기를 휘두르는 두 사람.
단순히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닌,
재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쾌 검술을 구사해 카산드라에게 맹공을 퍼붓는 술라.
그러나, 그의 이러한 공격은 그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이는 카산드라의 방패에 허망하게 막히거나 도중에 흐름이 끊어져 공격이 무력화 되는 결과만을 만들었다.
반면,
매 순간순간 술라의 빈틈을 치고 들어오는 카산드라의 공격.
그때 마다 그녀의 공격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큰 효과를 보지 못했으나, 카산드라는 여기에 대해 전혀 초조해 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이 순간, 그녀는 이미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대문이다.
강력한 힘이 담겨 있는 방패를 사용해 방어를 사용해 흔들림 없이 방어를 이어나가고 있는 그녀와는 달리.
눈 앞에 있는 술라의 방어는 오직 순수하게 마력에만 의존을 하고 있는 탓에 매 순간순간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산산 조각으로 부숴진 술라의 방어막
이에 카산드라의 공격은 그대로 술라의 복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칫!”
팟!
일 순간, 눈 앞에서 마치 증발해버린 듯이 사라져버린 술라의 모습.
이에 카산드라의 입에선 짧게 혀 차는 소리가 흘러나왔으며,
동시에 그녀가 있는 장소로부터 약 10m정도 떨어진 곳에서 술라는 다시 모습을 나타내었다.
“헉…헉…”
거칠게 숨을 토해내면서, 한 눈에 봐도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술라.
이를 보면서 카산드라는 여전히 여유가 느껴지는 표정을 지은 채 그녀의 옛 스승에게 말했다.
“많이 약해지셨군요, 엘프인 이상 늙으셨을 리는 없고… 역시 그 지병의 문제이려나요?”
“큭….”
“역시 그렇군요, 이거 참… 설마 그 강고하신 술라 선생님께서 이런 모습을 보이시다니. 제자로서 마음이 아플 따름입니다. 그런 점에서.”
“!”
“이 자리에서 제자로서, 스승님께 줄곧 바라시던 명예로운 최후를 안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대로 검을 집어 넣은 뒤, 품 속에 넣어두었던 검은 병을 꺼내는 카산드라.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본 순간, 술라의 얼굴은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 이 녀석!”
“잘 가십시오 술라 선생님!”
그 말과 함께 이를 가볍게 깨뜨린 뒤 어딘가로 집어 던지는 카산드라.
그러나, 이는 그녀의 정면에 있는 술라가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그곳은.
술라가 데려온 소수의 엘프 병사들이 있는 장소.
한눈에 봐도 그의 제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들을 향해서 카산드라가 집어 던진 ‘그것’은 빠르게 날아갔다.
그 직후,
그대로 스스로의 몸을 던져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술라.
그리고…
콰과과과광!!!!
그대로 발생하게 된 어마어마한 검은 폭발.
그 속에서 술라의 몸은 마치 화염 속에 던져진 종이와 같이 허망하게 불타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수백 년의 시간을 살아오면서 수 많은 성기사들을 양성해 온 존재인 술라.
그는 그렇게 줄곧 그가 원했던 제자들을 위해 최후까지 싸우다 죽는 최후를 맞이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 속에는 행복이나 영광 같은 단어는 일절 남아있지 않았다.
죽어가는 그의 머릿속을 가득 매운 생각.
그것은…
그의 죽음을 시작으로 하여 필연적으로 닥쳐오게 될 미래.
엘프 교국을… 더 나아가 이 대륙 전체를 휘감게 될 거대한 재앙의 소용돌이에 대한 것이었다.
*
엘프 성기사 옥타비아.
술라와 함께 전투에 나선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남아 있는 마력을 쏟아 자신들을 보호하려 든 스승의 모습이었다.
그것을 끝으로 눈 앞에서 검은 불길에 휩싸여 죽음을 맞이한 스승의 모습.
그러나, 그 장면에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옥타비아는 그것을 기점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어마어마한 사태에 진한 공포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술라를 완벽하게 집어 삼킨 검은 불꽃.
그것은 마치 도화선과 같이 빠르게 사방으로 뻗어나간 뒤 그대로 숲 곳곳을 순식간에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수백 수천년의 시간을 살아왔으며, 어지간한 화염은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칸나 숲의 나무들.
그러나 이 순간.
그 영겁의 시간을 살아온 나무들은 그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화염에 휩쓸려 일 순간에 숯덩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자연의 낙원이 지옥의 불길에 집어 삼켜지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한 장면.
그것을 끝으로, 옥타비아는 스승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열기 속에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마지막 순간, 그녀의 주변에서 쓰러져 가는 동료들의 끔찍한 모습을 눈에 세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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