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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71화 (71/150)

〈 71화 〉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걸 하려는 건 아니지요?

* * *

승전을 축하는 대규모 연회가 끝난지 며칠 후.

마왕성 중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마왕은 언제나처럼 정무에 힘쓰고 있는 중이었다.

되찾은 영토 들을 복구하고 그곳에 사람들을 보내는 작업.

그 외에 혹여 다시 있을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여 병력을 점검하되 존재만으로 국력에 큰 무리가 가는 군의 비율을 최대한 줄이는 작업 등..

이 순간 말 그대로 산같이 쌓여있는 업무내용들은 그녀를 정신 없이 바쁘게 만들고 있었으며,

때문에 그녀는 승전국의 군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이 쉬기는커녕 하루하루를 전시 상황 이상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또한 승자로서의 의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쉽지는 않구나. 짐조차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업무량이라니..’

솔직히 깃펜은 드는 문인 보다는 검을 드는 무인에 더 가까운 기질을 타고난 마왕.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요즘과 같은 시간은 역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가 없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긴 했지만 썩 하고 싶지는 않은…

일종의 공부하는 수험생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마왕의 삶

그때,

그렇게 피로감을 내보이고 있는 마왕을 보면서.

그녀의 친우이자 부하인 벨제뷰티는 입가에 살짝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폐하? 요즘들어 정무에 너무 혹사를 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아니라 하면 거짓말이겠구나. 하지만 이 또한 위에 선 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느냐. 돌봐야 할 백성들은 많고 다스려야 할 영토는 넓으니. 쉽지 않더라도 힘을 낼 수밖에.”

“과연… 늘 백성을 생각하시는 그 마음은 역시 훌륭하십니다 폐하. 이런 시기에 폐하와 같은 군주가 있어 신은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부는 되었네. 응당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칭찬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그보다도 벨제뷰티.”

“네 폐하.”

다음 순간, 어쩐지 묘한 기색을 내보이기 시작하는 마왕.

이에 벨제뷰티의 얼굴에는 자동적으로 의문의 그림자가 깃들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마왕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만간 있을 그것… 나르실 선출전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되고 있지?”

“네 폐하. 아무래도 간만의 대회인 만큼 제법 많은 이들이 참여 의사를 표하고 있는 중입니다. 군단장이나 친위대들 중에서 우승 경력이 없는 이들 중에서도 참여자가 나오고 있고 말이지요.”

“그런가… 군단장이나 친위대원 중에서도 말이지… 그럼… 그 사람은?”

“네?”

한 순간 살짝 다른 느낌을 담아 질문을 하는 마왕.

이에 벨제뷰티는 한 순간 그녀의 질문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으나…

마왕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다시금 명확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였다.

“그 사람 말이다. 나의 애인… 용사도 참여를 하는 것인가?”

“아… 네, 그렇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훗. 그렇구나. 역시…”

그 말과 함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 시작하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벨제뷰티는 어쩐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기… 벨제뷰티? 짐이 아는 바에 따르면 나르실 선출전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우승을 해서 나르실이 된 자만 아니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했었지?”

“네… 그렇습니다만… 그것은 갑자기 왜…!”

“후후...”

벨제뷰티의 말에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벨제뷰티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불길한 사실로 인해, 진한 불안감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저…저기.. 폐하? 설마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을 하시려는 건 아니시지요?”

“후후훗.”

“아 진짜,폐하!”

자신의 말에 그저 웃을 뿐 마왕을 보면서 잔뜩 경직된 목소리로 말하는 벨제뷰티였다.

*

마왕국 전역에 펴져나간 나르실 선출전에 소식.

이와 관련해서 마왕국은 마치 현실 세계의 월드컵을 앞둔 시점마냥 많은 한껏 들뜬 분위기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듣자 하니 이번 대회는 그 규모부터가 다르다면서?”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부터가 평소의 두 배 이상이라는 군.”

“아무래도 승전을 기념하여 열리는 대회라 그런 게 아니겠는가. 거기다 지금까지 줄곧 전쟁으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것이니 더욱 그럴 수밖에.”

사실상 그 동안 전란으로 고통 받아왔던 마왕국의 부활을 알리는 행사라는 점에서도 더욱 시끌벅적하게 개최될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르실 선출전.

그 결과, 현재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마왕국의 수도 제루살렘에는 벌써부터 마왕국 각지에서 몰려든 함깨나 쓴다는 전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는 중이었으며,

아울러 큰 대회를 앞두고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 또한 다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각종 길거리 음식이나 무기, 혹은 기념품들을 판매하는 마족 상인들과, 이들의 물건을 사고 파는 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렇게 큰 축제를 앞둔 것 같은 마왕국의 분위기 속에서,

난 여러모로 다른 이들 못지 않게 들뜬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 축제가 학교 교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준이라면 마왕국의 나르실 선별전은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젖은 느낌이었다.

규모 면에서부터 비교가 불가능 했으며 그 열기 또한 아직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뜨겁기 그지 없었다.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있다만 정말 대단하군요. 이만한 규모의 축제를 처음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뭐…이래 보여도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이니까 말이지.”

나의 말에 살짝 경직된 듯 하면서도 제법 자부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엘리사.

친위대의 일원으로서 부하들과 함께 축제의 진행상황을 살피는 임무를 맡은 그녀는 나에게 할 일이 없으면 동행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여기에 대해서 난 실제로 당장은 할 일이 없는 입장인 만큼 그녀의 부탁을 받아 주었다.

그렇게, 엘리사와 그녀 휘하의 부장들과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며 현장 점검을 진행하게 된 나.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 같은 경우 이 순간 일 보다는 축제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에 더 관심이 많은 상황이었다.

애초에 엘리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그쪽과 관련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

아무래도 사방에서 몰려온 마족들이 잔뜩 있는 상황에서 인간인 내가 혼자 돌아다니면 조금 분위기가 이상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이런 때는 역시 공식적으로 공무원 인장을 달고 움직이는 편이 좋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식이 아니라 우리 마왕님이랑 단 둘이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뭐 그건 추후에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되고 나서야 가능하겠지.’

당장 업무로 인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마왕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지금으로선 무리.

그런 사실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난 이 참에 마왕님과 함께 돌아다니기 좋은 장소가 어디게 있을까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하며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순간, 축제 분위기에 잔뜩 들떠 있는 탓인지 평소 이상으로 텐션이 올라가 있는 듯한 엘리사의 모습을 보며 그녀에게 제법 의외의 면모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

적당한 구실로 용사를 꿰어내는 데 성공한 엘리사

이 순간, 그녀는 마음 속에 담겨 있는 두근거리는 감정으로 인해, 입가에 자동적으로 피어 오르는 미소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아아… 용사랑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기뻐!’

비록 주변 분위기는 동행하고 있는 그녀의 부하들로 인해 정신이 없었으며, 그녀 역시 업무 자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사는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않은 채 용사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다행히 용사가 나의 제안을 받아주었어. 그렇다는 건 역시 아직 용사의 마음이 완전히 마마한테 간건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물론 해석하기에 따라선 장차 딸이 될지도 모르는 그녀와 친분을 쌓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했지만, 현재 엘리사의 정신을 그런 쪽으로 사고가 흘러가는 것은 억지로 차단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순간,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아빠가 아닌. 자신의 아이의 아빠가 되어 줄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엘리사가 은근 슬쩍 용사의 곁에 몸을 붙인 채 최대한 그의 온기를 느껴보려는 시도를 하려던 그때였다.

“엘리사님. 이쯤 했으면 얼추 절반 정도 돌아본 것 같으니 슬슬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으음… 그럴까?”

한 순간, 부하의 말에 살짝 방해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드는 엘리사 였으나 이내 그녀는 그런 불쾌한 감정을 돌려 좋은 쪽으로 이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휴식이라...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지. 용사랑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나름 좋은 기회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단 부하의 건의를 받아들인 엘리사.

그 직후, 그녀는 옆에 서 있는 용사를 보며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질문을 하였다.

“그럼, 우리들도 조금 쉬도록 하지. 마침 식사 시간이기도 하니까. 적당히 요기라도 하면서 말이야.”

“네 그러지요.”

엘리사의 말에 순순히 수긍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용사.

이에 그녀는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주변에 있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응? 저 녀석은…”

다음 순간, 문득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익숙한 얼굴.

그와 동시에 그녀의 곁에 있던 부하들 또한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분은… 분명.”

다음 순간 그들의 눈에 보이는 익숙한 인물.

그것은…

이런 도로 한복판에서 황금 빛으로 번쩍이는 갑옷을 착용하고 있는 친위대 사천왕의 일원.

냐단의 모습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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