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64화 (64/150)

〈 64화 〉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심각한 고민

* * *

대륙과 마왕국을 잇는 주요 항구 거점인 롭.

현재 이곳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자 제국 3기사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인 카산드라는,

지난 수 주간 이어진 작업이 드디어 끝을 맺게 되었다는 사실에 약간 후련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이렇게 떠나는 구나… 솔직히 시작할 때는 저 많은 사람들을 언제 다 실어 보내나 했지만 어떻게 되긴 되었어.’

비록 일전에 한번 마족들의 기습으로 인해 군수품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불명예를 경험했으나,

그럼에도 카산드라는 가문의 힘과 더불어, 그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부장 글렌을 이용하는 것으로 아슬아슬하게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제국 공작이자, 황제의 주요 측근 중 한 명이었던 메넬라오스 공작의 후원을 받고 있던 글렌 부장.

카산드라는 그의 이런 비리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꾸준히 관련된 증거를 모아오기만 할 뿐 일단 그 일 자체에 대해선 모른 척 눈을 감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글렌이 죽은 직후.

카산드라는 이번 습격 사건이 터지고 그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는 상황에서 이러한 증거들을 공개하였으며,

동시에 그녀가 조작해 두었던, 글렌 부장이 마족들과 내통하고 있었다는 거짓 증거를 함께 끼워 넣는 것으로 대부분의 책임을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글렌에게 뒤집어 씌우는데 성공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이곳의 총괄로서 어느 정도 책임 소재를 물을 수밖에는 없었지만 적어도 자리를 내놓는 등의 큰 타격을 입는 것은 회피할 수 있었던 카산드라.

아울러 그 과정에서 그녀와 그녀의 가문은 그 동안 줄곧 경쟁 상대였던 메넬라오스 공작가에 대한 공격 또한 진행할 수 있었던 만큼, 그녀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것으로 상황을 종결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사실상 그녀의 실책이 나비효과가 되어 이처럼 종족 연합이 끝장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긴 했지만 그 점에 대해서 카산드라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정치적 타격을 비껴간 입장에서, 허울뿐인 명분으로 시작한 마왕국과의 전쟁 따위 그녀가 알바가 아닌 상황.

지금 중요한 것은 그저 이 마을의 책임자로서, 망해가는 흐름에 따른 뒷정리를 잘 끝마치는 것 뿐이었다.

“동쪽 구역은 어떻게 되었지?”

“네, 다들 정리를 끝마쳤습니다.”

“앰마오에서 온 병력들도 모두 승선을 끝냈습니다. 이제 저희들만 탑승하면 될 것입니다.”

“좋아, 다들 수고했다. 그럼 탑승하는 즉시 곧바로 출항한다.”

“네, 장군님.”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점검을 끝낸 뒤 배에 탑승하는 카산드라와 부하들.

이 순간,

그들의 뒤쪽에선 지난 수년간 종족연합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던 항구 마을 롭이 통째로 불타고 있는 중이었다.

적잖은 시간 동안 수많은 물자와 병사들이 상륙했던 장소.

그러나,

지난 반년간 이어진 연이은 대패와 연합의 핵심 세력인 팔콘 제국과 엘프 연합의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사실상 ‘악의세력인 마족들을 처단하자’는 모토로 모였던 종족 연합은 사실상 해체가 된 상황이었다.

그 결과. 더 이상 그들에게 이 항구는 큰 의미가 없는 파괴하고 떠나는 것이 최선인 장소가 되어 버린 롭은, 현재 과거의 영화가 무색하게 불길에 휩싸인 잿더미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롭의 소각 작업과, 그에 앞서 이루어진 제국군의 후퇴 임무를 끝마친 카산드라는 마음 속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허탈함과 앞으로의 일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여러모로 복잡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걸로 사실상 악의 세력을 몰아내겠다는 연합의 모토는 실패로 돌아간 상황… 하지만,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겠지.’

전란으로 인해 국토가 황폐화 되면서 힘이 빠진 마왕국.

이런 마왕국을 대신해, 이제부터 그녀와 팔콘제국이 신경 써야 할 주적은 엘프 교국이 될 것이 분명했다.

당장은 종족연합군 후퇴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인해서 잠시 손을 잡은 팔콘 제국과 엘프 교국이었다.

그러나,

이런 임시적인 협조가 끝난 직후 그들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이미 용사의 일과 관련해 시비가 발생한 결과 두 세력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동시에 황제는 제국의 국력이 최고조에 도달한 이 기회에 확실하게 엘프 교국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내보이고 있었다.

‘물론 일단 분위기에 제동이 걸린 만큼 어느 정도 간을 보기야 하겠지만. 분명 머지 않아서 전쟁을 일어나게 되겠지. 종족 연합이라는 허울좋은 끈이 끊어져버린 지금 황제 입장에선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을 테니까..’

그렇게, 끝나지 않고 이어질 전쟁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갑판에 올라 불타는 롭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는 카산드라.

그러나, 이제 더는 볼 일이 없을 것이라 여겨지는 그곳과 별개로.

이 순간 카산드라의 머릿속에는 저곳에서 그녀가 들었던 한 마디가…

우연히 조우했던 마왕이 그녀에게 해주었던 한 마디가 여전히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적이 아니다 라…’

사실상 카산드라와 그녀의 가문의 본질을 꿰뚫지 않고선 할 수 없는, 마치 악마의 유혹과 같이 느껴지는 마왕의 말.

이와 관련해서, 카산드라는 자동적으로 입가에 슬쩍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상황에 따라선 이 악마의 손길이 그녀에게 상황을 역전시킬 비장의 패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

마왕국의 수도, 제루살렘.

이 순간 그곳의 길거리에서는 수많은 마족들 밖으로 나와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만세! 만세!”

“마왕폐하 만세! 마왕국 만세!”

“마왕국의 영원한 영광을!”

지난 수년간…

사이에 있었던 휴전기까지 합해서 더 길게 보면 수십 년 가까이 이어진 종족연합과의 전쟁이 마침내 마왕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 순간 마족들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담아 소리치고 있는 중이었다.

“히야… 내 살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저 더러운 인간들과 엘프들을 모조리 쫓아내다니, 과연 마왕폐하셔!”

“저기… 그럼 저희도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고향이 엠마오라서 벌써 떠나온 지 십 년이 넘었는데…”

“그렇다니까. 이번 전쟁으로 종족 연합군 놈들도 싹 도망쳐 버렸으니 이제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어.”

“설령 놈들이 또 쳐들어 온다 해도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 우리에겐 저 더러운 인간들와 엘프들을 모조리 쓸어버리신 마왕폐하께서 계신걸!”

그렇게, 그 동안 그리워했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마왕에 대한 찬양을 늘어 놓는 마족들.

물론, 그들의 고향이라는 장소는 적게는 1~2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까지 종족연합의 발 밑에 짓밟혀 왔던 만큼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그들에게 있어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는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인 만큼, 이 순간 마족들의 마음 속에는 승리에 대한 기쁨과 고향의 재건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불타고 있는 중이었다.

*

승리를 기뻐하는 백성들과.

그들 사이에서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장졸들.

한편, 이 순간 이러한 백성들의 칭송이 대상이 되고 있는 존재이자.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군주인 마왕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이 보일 정도로 진한 고민에 휩싸여 있는 중이었다.

“으음…”

평상복 차림을 한 채, 침대 위에 걸터앉아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곁에 있던 벨제뷰티는 약간의 걱정을 담아 그녀에게 질문을 하였다.

“폐하, 혹 무언가 불편하신 일이 있으십니까?”

한눈에 봐도 무언가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자신의 주군.

정황상,이번 전쟁의 사후처리나 혹은 종족 연합과 관련되어 어떤 걱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벨제뷰티는 대체 그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왕폐하께서 저렇게 까지 진지하게 고심하시는 걸 보면... 혹 무언가 커다란 위험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과 함께 나름대로 마음의 각오를 하는 벨제뷰티.

그리고, 그런 그녀를 향해서 마왕은 차분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래, 개인적으로…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벨제뷰티. 남들에게는 하찮게 느껴질 지 모르지만… 짐에게 있어선 아주 중요한 고민이.”

“하찮다니..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폐하께서 하시는 고민이 무엇이든 소신에게 있어선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중요한 것입니다. 부디 소신이 미력하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지극히 정중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벨제뷰티.

이에 대해서, 마왕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벨제뷰티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그럼, 비웃지 말고 잘 듣거라. 정말로 사소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만…”

“네, 말씀하십시오 폐하.”

그렇게, 단호한 충성심이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벨제뷰티.

그 모습을 보면서, 마왕은 그대로 살짝 굳어진 표정을 지은 채. 이 나라의 재상이자 그녀가 알고 있는 가장 현명한 사람인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문제의 그 ‘질문’의 내용은…

“벨제뷰티... 혹 자네는… 짐이 어떻게 데이트를 하면 좋을지 말해줄 수 있겠는가?”

“…네?”

상상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어떻게 보면 혼인과 관련해 매우 중대하기 그지 없다 볼수도 있는 마왕의 질문.

그리고...

이 예상치 못한 물음을 듣는 순간 벨제뷰티는,

엄밀히 말하면 마왕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모쏠인 그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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