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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37화 (37/150)

〈 37화 〉 뭐 임마?

* * *

대화의 방향을 용사를 향해 틀은 삼손.

그의 이런 갑작스러운 행보에 대해서 일라이어스는 자동적으로 눈살이 찌푸려 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자리에서 용사에게 발언권을 넘긴다고? 하여튼 생각 없는 녀석이 쓸데없는 짓을…’

비록 마왕의 보증 하에 같은 편이 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라이어스는 여전히 용사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과거 그자와 직접적으로 전투를 치렀던 사람으로서,

일라이어스는 그가 지니고 있는 막강한 힘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단순한 무력뿐만이 아닌 머리를 쓸 줄 아는 인물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무와 지략을 겸비하고 있는 위험하기 그지 없는 존재.

그런 인물이 한 번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는 만큼, 일라이어스는 가능한 그 자에게는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일 기회는 주지 않는 것이 옳다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알 턱이 없는 저 근육뇌 삼손은 단순히 자신을 이진 전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대화에..

장차 마왕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이 중요한 대화에 섣부르게 용사를 끌어들이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즉, 바꿔 말하면 삼손의 경솔한 발언은 용사로 하여금 차후에도 국정에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고 말았다는 뜻이었다.

‘일단 한 번 말을 하는 것을 허가해 주고 말았으니, 이걸로 앞으로의 회의에서도 용사는 무리 없이 자기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겠지. 삼손 저 근육뇌 녀석.. 이런 식으로 용사가 입지를 다질 기회를 줘버리면 어쩌라는 건데?’

그렇게 훗날의 일에 대해 경계심을 품는 한편,

그와 별개로, 일라이어스는 그래도 이것으로 어쨌든 저 어리석은 삼손을 비롯한 강경파들의 반발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여기서 용사라면 분명 나의 의견을 지지하겠지. 저자도 현 시점에서의 전투가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용사 역시 머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인 만큼 자신과 같은 결론에 도달해 있을 터.

그렇게 신용 같은 것이 아닌, 순수한 계산을 통해서일라이어스용사의 행보를 예측하였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던 용사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저 역시, 삼손 군단장의 말대로 가능한 빨리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뭐 임마?’

*

갑작스럽게 나를 끌고 들어가는 삼손의 발언.

길가 한복판에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구경꾼을 끌고 들어가 버린 것 같은 이 상황에 대해서, 난 한 순간 짙은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아니 저 녀석은 왜 갑자기 나를 물고 늘어지는 건데? 싸우려면 지들끼리 물고 뜯을 것이지..’

그러나, 이처럼 갑작스러운 상황과 별개로 난 최대한 빨리 냉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사실상 참관인 겸 신입 사원 비슷한 느낌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에게 있어서, 지금의 이 상황은 향후 마족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어떤 식으로 비추어질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마왕의 비호를 받고 있는 입장이긴 했지만, 한 나라의 권력이 오고 가는 정치판에서 그런 식으로 누구 한 사람의 신뢰만을 믿고 행동하다 망하는 경우는 이미 본래 세계의 역사를 통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거기다 지금의 나는 일단 인간이라는 종족적 한계 때문에 여러모로 첫인상부터가 좋을 수 없지.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원만하다 할 수 있는 대답을 해줘야…’

그렇게 여러모로 짙은 부담을 느끼면서, 난 최대한 머리를 굴린 끝에 내가 해야 할 대답을 결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의 주관적인 입장에서만 상황을 본다면 여기서 내가 선택해야 하는 쪽은 일라이어스 쪽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현 시점에서 생각 없이 적들을 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지금 같은 비상상황에서 종족 연합 주둔군은 마족들이 언제 쳐들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경계 속에, 온갖 수단을 동원해 단단하게 방비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 했다.

거기다, 아무리 보급이 끊겼다 하지만 저들의 숫자는 적게 잡아도 아군의 거의 3배에 달하는 규모의 대군이었다.

상황에 따라선 이쪽의 섣부른 공격이 오히려 적들에게 활로를 뚫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나는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의 부족한 소견으로는…”

이러한 부분과 별개로.

“저 역시 삼손 군단장의 말대로 가능한 빨리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나의 입에선 당장 과격파라 할 수 있는 삼손을 지지하는 발언이 흘러나왔고…

“후훗.”

“…”

이에 대해서 나의 지지를 받은 삼손의 얼굴에는 한 순간 진한 미소가.

반면 일라이어스의 얼굴에는 말 그대로 ‘이 새끼 뭐지?’라는 감정이 담겨 있는 썩은 표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

그 이후로도 한 동안 계속해서 이어진 회의 상황.

비록 용사의 벌언으로 인해 분위기는 즉시 전쟁을 벌이자는 쪽으로 기울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라이어스를 주축으로 한 신중파 들의 결사적인 반대와 마왕의 중재로 인해 일단 회의는 내일 다시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잠시 매듭이 지어졌다.

“마마 고생했어.”

“그래. 엘리사 너도 수고 많았다.”

“나 참… 그 용사 녀석, 일전에는 제법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왜 그런 소리를 한 거지? 정말 벨제뷰티 말대로 전공에 눈이 돌아가서 그런 건가?”

“으음…”

어느 정도 믿고 있었던 용사가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는 사실과 관련해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는 엘리사.

그런 딸의 말을 들으면서 일라이어스는 명확한 답을 하지 못 한 채 그저 살짝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용사가 신중론을 펼 것이라 예상했던 일라이어스 였던만큼, 회의 중에 보였던 그의 행보에 대해선 여러모로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엘리사의 말대로 단순히 전공에 눈이 돌아가서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 일 수도 있지만, 일라이어스는 단순히 그것 만은 아닌 것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설마.. 정말로 저 용사 녀석, 이대로 마왕국의 패배를 유도하기 위해서 저러는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혹…’

그렇게 다시금 용사에 대한 의심의 감정이 커져가는 가운데, 피로감을 느끼며 사택으로 돌아가려 하는 일라이어스와 엘리사.

그때...

“응?”

“!…”

다음 순간, 막 성을 나서려는 그들의 눈 앞에 보이는 익숙한 얼굴.

방금 전까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바로 그 용사의 등장에, 두 사람은 그대로 제자리에 딱 멈추어 섰다.

“용사? 네가 여긴 왜…”

불만의 감정을 담아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하려는 엘리사.

그때, 그런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일라이어스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용사를 보며 말했다.

“혹 무슨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있는 건가?”

“그렇다. 아니… 네, 그렇습니다.”

일라이어스를 보면서 약간의 예의를 차리며 이야기를 하는 용사.

이에 일라이어스는 방금 전보다 한결 진지하진 표정을 지은 채 용사를 보며 물었다.

“보아하니 대놓고 떠들만한 주제는 아닌 것 같군. 허면 잠시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내주면 되겠는가?”

“네, 부탁 드리겠습니다.”

일라이어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용사.

이에 일라이어스는 그녀가 줄곧 느끼고 있던 의심스러운 부분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그와 함께 인근에 위치한 별실로 향하였다.

*

다음날. 다시금 회의장에 집결한 군단장들과 친위대들.

어제의 이야기의 결말을 맺기로 결정한 오늘,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역시 삼손이었다.

“어젯밤 내내 생각을 해보았지만 소장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폐하. 가능한 빨리, 저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종족 연합의 개들을 이 마왕국에서 쓸어버릴 수 있도록 윤허해 주시옵소서.”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으음…”

삼손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는 마왕.

이어서 그녀의 시선은, 그대로 어제 삼손의 뜻을 지지했던 용사에게로 향하였다.

“용사여, 그대의 뜻도 여전히 변함이 없는가? 그대 역시, 지금이야 말로 우리들이 대대적으로 공세를 펼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가?”

“네, 그렇습니다 폐하.”

마왕의 물음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용사.

그렇게 다시 한번 어제와 같은 주장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마왕은 어쩌면 회의가 오늘로 안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대로 고개를 돌려 일라이어스 쪽을 바라보는 마왕

어제도 마지막까지 결사적으로 반대를 천명한 만큼, 마왕은 어차피 그녀의 입에서도 똑같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질문을 하였다.

“일라이어스경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예 폐하. 소신 역시 다른 군단장들의 말대로 전쟁을 속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군. 역시 그대는…응?”

마왕의 예상과는 달리,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일라이어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삼손을 비롯한 강경파들은 자동적으로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면서도 일단은 조금 얼떨떨한 느낌으로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일라이어스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는 용사에게서 차갑게 시선을 돌린 채,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짜증나는 녀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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