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11화 (11/150)

〈 11화 〉 전우의 시체를 방패로

* * *

테라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일단 위기에서 벗어난 토라레와 용사파티의 여성들.

이 순간 그들은 생사를 함께했던 친구를 팔아 넘겼다는 사실에 영 좋지 않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들 중에서 방금 전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공통적으로 한가지 생각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었다.

테라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조만간 반드시 찾아오게 될 감당할 수 없는 빚 독촉을 없앨 수 있다는 토라레의 주장

이에 다른 세 사람은 고민을 하면서도 끝내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수인 전사인 테라와 인간과 엘프라는 그녀들 사이에는 종족의 차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먼 거리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울러 최상급 수인 여전사라는 특성상 그녀가 지니고 있는 높은 가치를 고려하면 남아 있는 빚 중에서 적잖은 비중을…

못해도 10년에 달하는 시간을 용병이 되었던 모험가가 되었든 뼈빠지게 일해서 벌어야 할 빚을 한 번에 절반 가까이 처리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친하지 않은 동료를 희생하는 것으로 자신의 고난의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는 선택지.

이러한 참을 수 없는 유혹을, 그녀들은 끝내 뿌리칠 수 없었다.

‘미안해 테라.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우리들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 앞으로 한달 간은 너를 위해 기도해 줄게. 아 그리고 네가 사랑하던 그 남자는 우리가 확실하게 행복하게 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길...’

‘세상 일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우릴 너무 원망하지 말라고. 어차피 너하고 우린 경쟁자였으니까. 언젠가는 치워버릴 생각이었어. 그리고 고맙다. 이걸로 4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잠자리가 3일로 줄었으니까.’

그렇게 자신을 위해 희생 ‘당한’ 동료에게 심심한 유감과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용사파티의 여인들.

이것으로 한 동안 빚 독촉을 받을 일은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면서, 그들은 이런 식으로 또다시 그녀들을 위기에서 구해준 토라레의 곁에 착 붙은 채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럼 주인님, 이제부터 우린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일단은 제국 수도로 돌아가서 보고를 해야겠지. 괜히 입 다물고 있다가 붙잡히면 그땐 오히려 죽도 밥도 안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희들이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마왕 토벌 임무에 실패한 걸 알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불어올 텐데..”

순순히 상황 보고를 하자는 토라레의 말에 우려를 표하는 에일린과 아멜다.

이에 대해서 토라레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차라리 직접 가서 우리 입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나아. 그렇게 해야 최대한 우리들의 잘못을 줄이고 이 모든 것을 용사의 책임으로 넘길 수 있을 테니까.”

“ㄴ..네?”

“그게 무슨 말이지? 용사에게 책임을 넘기다니..”

무언가 있어 보이는 듯한 토라레의 이야기에 용사파티의 여인들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여기에 대해서 토라레는 지난 며칠간 밤잠도 못 이루면서 생각해 두었던 것들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옛 말에 이런 게 있다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어차피 용사는 이미 마왕한테 당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그 와중에 우리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남아야 하잖아. 이럴 바에는 차라리 녀석하고 테라 때문에 우리가 마왕을 퇴치하지 못했다고 보고하는 게 어떨까?”

“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죽은 사람의 명예를 더럽히는 건..”

“난 찬성이야.”

“!?”

한 순간 양심의 거리낌으로 인해 주저함을 내보이는 아멜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말을 에일린은 단호하게 가로 막으며 찬성을 표하였다.

“어차피 죽은 사람은 죽은 거고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어? 무엇보다, 애초에 우리들이 원래 하려던 일이 엘런의 뒤통수를 치고 녀석의 공적을 가로채는 거였잖아. 이제 와서 녀석을 팔아 먹는 일에 망설일게 뭐 있겠어?”

“그..그건.. 그렇지만..”

“맞는 말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우리가 이렇게 된 건 놈이 마왕을 처치하지 못했기 때문이잖아. 단순히 그걸 부풀려서 이야기 하는 것일 뿐인데 고민하고 자시고 할 필요는 없지.”

“…”

단호한 목소리로 토라레의 의견에 동조를 표하는 에일린과 슈드

그렇게 다수의 동료들이 동의를 표한 사안에 대해서 아멜다는 더 이상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엘프인 그녀에게 있어서 죽은 자의 명예는 산 자의 명예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었으나, 이미 이들과 한배를 탄 몸으로서 그녀는 동료들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그렇게 보고하기로 하고, 지금부터 입을 잘 맞춰 놓도록 하자. 괜히 서로 엉뚱한 이야기를 해서 거짓말이 탄로나면 곤란하니까.”

“네 주인님.”

“으음… 아.. 알겠습니다..”

“알았어.”

그렇게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한 뒤, 그들은 곧바로 수도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죽임을 당한 이후에도 자신들을 위한 방패가 되어주는 존재인 든든한 ‘용사’에게 약간의 감사를 표하면서..

*

온 몸을 감싸는 화려한 검은 갑주와 손에 들려 있는 검은 대검.

그렇게 마왕이 준 장비로 완전 무장을 한 채, 난 눈앞에 보이는 마을을 응시하였다.

“여긴가.. 문제의 그 곳이..”

마왕의 명령에 따라 도착한 장소,

그곳에는 수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으며, 지금 이 순간도 적잖은 물품들이 운송되고 있는 그곳은 한눈에 봐도 삼엄함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항구 마을 롭.

원작에서 용사 파티가 지나갔던 마을 중 하나로,

마족들의 영토를 공격하고 있는 병력들의 주요 거점 중 하나이자, 병참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장소였다.

‘원작에선 그냥 재수없는 이벤트에 휘말리는 지나가는 마을 정도였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까 보통이 아니네. 마을이라고 하지만 규모는 거의 도시 수준이야.’

상당히 넓은 규모를 지니고 있으며 곳곳에 놓인 창고 안에 지금도 막대한 물품들을 싣고 내리고 있는 마을 롭.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그곳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난 다시 한 번 내 옆에 있는 작은 채구를 지닌 마족 에게 상황을 확인하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저 도시에서 출발하는 군수품들을 파괴하면 된다 이건가?”

“그렇다 용사.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허튼 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말도록. 만약 여기서 네놈이 배신을 할 기미가 보인다면 즉결 처단하라는 마왕님의 명령이 있으셨다.”

키는 딱 내 허리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몸집에, 투구 사이로 검은 외 뿔이 나 있으며 온 몸을 보라 빛 갑주로 감싸고 있는 마족.

외형만 보면 그리 위협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과 별개로, 일전에 마왕성에서 보았던 마왕의 간부들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그 녀석은 나의 물음에 차가운 한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서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경계하고 있는 것 같네.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은 과연 남자일까 여자일까?’

투구에 걸려 있는 마법 탓에 목소리만 들어선 성별 구분이 잘 안가는 마족.

실제로 이전에 마왕 역시 투구를 벗고 맨 얼굴을 보이기 전까지 난 그녀가 당연히 남자인줄 알고 있었다.

무언가 내가 모르는 뒷설정이 있었던 것 같지만, 원작에서도 일단은 남자 성우를 썼던 만큼 이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어쨌든, 일단 이 간부는 여기까지 오는 내내 줄곧 지금처럼 나를 경계하면서 투구조차 벗지 않고 있는 만큼 지금의 나로선 이 녀석의 정확한 성별을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뭐, 어쨌든 중요한 그게 아니지. 일단 내가 신경 써야 할 문제는 이쪽이 아닌 저쪽에 있으니까.’

그렇게 이 마족 간부에 대한 생각은 일단 접어 둔 채, 난 다시금 마을 롭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생각 하기 시작했다.

마왕이 나를 시험하기 위해서 내린 임무.

그 자체는, 단순히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마을에서 나오는 군수마차를 습격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임무였으며, 이를 수행하는 것은 용사의 힘을 지니고 있는 지금의 나로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아주 최소한의 임무 완수를 위한 요인일 뿐.

이 순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목표는 그런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인간을 버리기로 한 몸.. 배신을 할거면 아주 확실하게 하는 게 정답이겠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마왕의.. 아니 당장은 지금 이 순간 내 옆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이 간부의 마음부터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해. 이번 임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보이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어딘가에 있을 용사 파티 녀석들에 대한 복수의 초석을 확실하게 다지기 위해서.

그리고 NTR 게임에 대한 살풀이를..

원작에서 진심으로 쳐죽이고 싶었던 ‘그 새끼’를 이 기회에 직접 짓이겨주기 위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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