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TR용사는 마왕에게 무릎을 꿇었다-8화 (8/150)

〈 8화 〉 바라는 것은 오직 복수뿐

* * *

눈 앞에 나타난 마왕.

그녀를 향해 난 정중하게 무릎을 꿇었고..

이어서 마왕은 그런 나를 보며 차분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편히 앉거라. 혹여 짐 때문에 식사를 방해 받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안 그래도 지금 막 끝내려던 참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훌륭한 식사를 대접해 주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나의 말에, 한 순간 입가에 차가우면서도 아찔할 정도의 아름다움이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난 일단 그녀가 지시한 대로 편하게 자리에 앉았고..

이어서 마왕은 나를 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이곳에서의 생활은 마음에 드는가? 혹 불편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짐에게 이야기를 해보도록.”

“아.. 아니요, 불편한 것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이처럼 과분할 정도로 잘해주시니 소인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로구나.”

나의 말에 한 순간 안도감이 느껴지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마왕

그러나, 그녀의 이런 모습이 아름답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난 이 순간 진심으로 가슴이 쫄리는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얼핏 나에게 친절함을 내보이고 있는 듯 한 마왕.

그러나, 이 순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담긴 어두운 그림자를 통해서,

난 다시 한 번 마음 속으로 심각한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얼굴에 깔려 있는 저 꺼림직한 표정.. 저걸로 봐선 마왕은 여전히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게 분명해. 일단 충성을 맹세한 만큼 당장 어떻게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지만.. 역시 가능한 빨리 눈에 띌만한 공적을 세우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해 질 지도 모르겠어.’

첫 단추부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던 마왕에 대한 충성맹세.

거기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의 종족은 인간인 만큼, 난 가능한 빨리 인간 용사가 아닌 마족의 전사로서 마왕에게 나의 충성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었다.

복수도 복수였지만, 무엇보다 내가 안전하게 마왕의 심복으로서 꿀 빠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애초에 마왕이 이곳에 온 것도 나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기 위함이겠지. 충성심을 시험하는 의미에서 나에게 인간의 도시를 습격하게 한다던가 같이 말이야.’

새롭게 들인 사냥개가 주인의 명령에 잘 따를지 아닐지를 알아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을 결국 일을 시켜보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난 마치 첫 업무를 받은 신입사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동시에 공적을 세울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지닌 채, 그대로 눈 앞에 있는 이 마왕 누님을 보며 진지함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허면폐하. 이제 슬슬 이렇게 직접 소신을 찾아오신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만..”

“짐이 그대를 찾아온 이유 말인가?”

나의 말에 한결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하는 마왕

비록 그런 그녀의 모습조차 아름답기 그지 없었지만, 난 최대한 그러한 감정에 대해선 내색하지 않은 채 최대한 충성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폐하. 폐하의 검이 된 소신에게 내릴 명이 있으십니까? 무엇이든 말씀만 해주십시오, 폐하께서 지시하시는 일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루어내고 말겠습니다.”

“으음..”

나의 말에 한결 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마왕.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난 그녀가 나를 시험할 준비를 하고 이곳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명확히 확신 할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고 저러는 걸까?.. 역시 인간들을 학살하라거나.. 아니면 성 하나를 통째로 점령하라거나.. 뭐 그런 걸 지시할 생각인 걸까?’

어느 쪽이 되었든, 충성심을 증명하라는 점에서 마왕의 지시 안에는 인간을 죽이는 것에 대한 부분이 분명하게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선 원작의 용사라면 모를까, 솔직히 지금의 난 딱히 거부감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고 있었다.

애초에 NTR 게임 속 세계인 만큼 이 세계의 인간들은 전반적으로 그리 정상적이 아니었다.

세계를 구하겠다는 용사파티를 상대로 사기를 친 상인들부터,

숙식을 제공해 주는 척 하면서 물건을 훔치거나 누명을 씌우면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인간 불신을 유발하게 만드는 주민들.

거기다 영주라는 인간들이 하나같이 지금까지 잘도 영주 노릇 하면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썩을 대로 썩은 놈들뿐이라는 사실은 덤이었다.

말 그대로 마왕과 마족이 아니라 사실상 혁명이 일어나서 멸망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냐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개 막장 의 무간 지옥이 이 세계에서의 인간 사회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니.. 이제와 생각해 보면 오히려 종족 연합이다 뭐다 해서 이놈들이 마족들을 때리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 일지도?..’

당장 현실에서도 국내 정치나 경제 상황이 개판일 경우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타국을 침략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였다.

나름 시민의식이 깨어 있다는 현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하물며 그러한 사상이 전무한 중세 배경의 판타지 세계라면 더욱 말할 필요도 없을 터.

어찌 되었든, 이처럼 전반적으로 인간들의 상황이 근본부터 개판인 만큼 난 딱히 거기서 깽판 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들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으로 인해 용사가 세계를 구하고도 NTR+통수 라는 개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만든 인간과 종족연합을 상대로 시원하게 응징을 가하고 싶다는 감정이 떠오를 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난 이런 배경에서 나오게 된 진심 어린 의욕을 내보이며 눈 앞에 있는 이 마왕님의 지시를 기다렸고..

이에 대해서 마왕은 썩 믿음이 안 간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나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

용사에게 필요한 것을 말해보라고 했던 마왕의

이에 대해서 마왕은 그가 원하는 부나 권력, 혹은 원한다면 여자까지 가능한 많은 것을 안겨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마왕의 요청에 대해서 용사는 단호하게 말하였다.

지금의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단 한가지.. 그가 원하는 것은 마왕의 명령.

즉.. 저 인간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러한 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무서울 정도로 강인한 열의를 내보였던 용사.

최강의 힘을 지니고 있는 그가 이처럼 강력한 전투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마왕국의 국익을 위해 분명 긍정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이 순간 마왕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름 용사가 즐겁게 식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게나마 안도감을 느꼈던 마왕이었다.

그러나, 이제와 생각해보면 용사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뼈에 사무친 복수를 확실하게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를 보충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었던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정말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보내달라 요청할 줄은 몰랐도다.. 용사여, 정녕 그대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것 밖에.. 복수에 대한 열망 밖에 남지 않았단 말 인가.’

한때 고결했던 전사가 보여주고 있는 너무나도 비참하기 그지 없는 말로.

그러나, 이처럼 처참하기 그지 없는 용사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마왕은 일단 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당장 본인이 원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그녀가 용사에게 지시한 임무는 현 시점에서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하는 막중한 중요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마왕폐하, 소신 반드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완벽하게 명을 수행하고야 말겠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향해서 진한 충성심과 기쁨을 담아 소리치는 용사.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왕은 한 순간의 죄책감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얼굴을 굳힌 채 그대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부탁하네, 용사.”

“예, 폐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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