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194화 (194/206)

# 194

194. 알차고 재밌는 작전

“어떻게 한 거냐 ”

시신을 보고 인준이 물었다.

세주가 모습을 드러내며 어깨를 으쓱했다.

“잘 숨어서 몰래 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한 방을 성공하기 위해 세주는 수를 많이 썼다.

일단 프로비던스를 흉몽 모드로 바꿔 아머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꾸며 시선을 끌었고.

그 뒤에 거리를 벌렸다.

그녀의 의식이 미치지 않는 거리까지 간 세주는 에임 마스터 모드에서 한 알의 탄환을 준비했다.

숭숭탄이라는 별명의 사일런스 불릿이다.

말 그대로 소리도 기척도 없이 적을 죽이는 에너지 집적탄이다.

애비탄과는 완전 반대 형태다.

에너지를 있는 대로 모아서 벼락처럼 울리는 탄이 애비탄이라면.

숭숭탄은 에너지는 최저로, 딱 적을 죽일 정도만 모은다.

그리고 기척 없이 적을 암살한다.

적이 인간임을 안 순간 만든 탄이다.

더 없이 훌륭했다.

물론 적이 이걸 몰라야 쓸 만 했고, 저격수를 의심하지 않아야 할 만 했다.

배리어에 전력을 모으는 순간, 어지간하면 막힌다.

이번에는 상황이 맞물려 일격에 적을 죽였을 뿐이다.

인준의 입장에서 도깨비놀음이었다.

적은 4급의 괴물.

초인 중의 초인이다.

그런 적을 탄환 한 발로 죽여

세주를 보는 인준의 눈동자가 빛났다.

“치용이 이 자리에 있다면, 지금 네 눈깔이 불손하다고 할 것 같은데 ”

“뭐라는 거야.”

인준은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도시의 책임자나 다름없는 자를 죽였다.

적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었다.

“가자.”

세주가 몸을 날렸다.

이제 합류할 시간이었다.

치용과 유진을 향해서 둘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

“왜 그랬니 ”

반란은 보슬의 통일은하에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힘으로 모든 종족을 제압하고 통일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 중 하나, 끝까지 저항을 일삼던 종족이 지금 보슬의 눈앞에 다리가 잘린 채 앉아 있다.

9은하에서 콴이라 부르는 것들과 비슷한 외모다.

애초에 여기서 쫓겨나간 일부가 지구에 정착해서 자리를 잡게 놔둔 거니, 9은하의 콴과 눈앞의 이놈들은 동종이었다.

물론 긴 세월동안 서로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지구의 콴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기관이 발달해, 전투민족으로.

그리고 이쪽은 도주만을 일삼는 은신에 뛰어난 형태로.

[물어 뭐하나  네 놈을 죽이고 죽는 게 내 사명인 것을]

흐려진 눈으로 콴이 입을 연다.

원로원을 꼬드기고 8사단을 동원했다.

하지만 그건 눈가림이었다.

정작 주요 병력은 이곳, 7행성 보라에 있었다.

가장 천대받는 이들, 종족의 보전을 걱정하는 이들.

그런 이들을 모은 반란군이다.

[원통하다]

피에 젖어 굳은 군복을 입은 산이 불쑥 뒤에서 나타났다.

“정리 끝났습니다.”

“원통하대.”

“그렇습니까 ”

산은 여전히 무감각한 얼굴이다.

“그렇다네.”

보슬이 몸을 일으켰다.

흥미가 없다.

재미도 없다.

놔두면 살을 좀 먹을 기생충이기에 청소를 할 뿐이다.

이번 반란 규모가 작지 않아, 직접 움직였지만 즐거움은 없었다.

흥미를 잃은 장난감에 대한 처리는 언제나 같았다.

퍽!

뒤에서 격타음이 들렸다.

피가 딱딱하게 굳은 군복 위로 다시 새로운 녹색 피가 묻는다.

산이 휘두른 주먹을 회수하고 몸을 돌렸다.

“반란군 제압 완료. 작전 종료 시간 20시 55분.”

산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 남은 놈을 죽인 거다.

이렇게 죽여도 저놈들은 어디선가 또 살아나고 자라난다.

보슬은 이전에 지구에서 빼내 온 전투민족 콴을 떠올렸다.

‘광아를 들고 있었지.’

꽤 잘 썼다.

타고난 재능도 있고 노력도 했으며, 마지막에는 여왕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각성도 했다.

‘쓸 만 해.’

잘 키워서 저 은신하는 콴 놈들에게 간자로 보내, 내부부터 죽인다면 꽤 재밌을 것 같다.

“군주님.”

2사단장 존이 다가오며 그를 불렀다.

“응 ”

보슬이 그를 바라봤다.

전에 없이 난감한 얼굴이다.

“5행성 푸른에 침입입니다.”

“알고 있어.”

테러리스트라던가, 뭐라던가.

“그 놈입니다. 9은하의 반세주.”

“…그래서 ”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도시 플랜트 구역 폭발, 치안부 책임자 쥬니퍼 사망, 그 외….”

죽은 사람 이름이 한참이다.

보슬이 손을 내저었다.

“자세한 보고는 나중에 하고 피해보고만 해.”

“사망자를 제외하고 도시 기능 50% 파괴, 각 연구팀 시설 전소. 군주님의 연구기록이 탈취 당했습니다.”

“…이 새끼가.”

이건 웃을 수 없다.

자신의 땅이자 행성에 제대로 분탕질을 친 셈이다.

역으로 지구가 공격당하면 눈물, 콧물 다 흘릴 놈이.

“미친 건가  내가 역으로 공격하면 어쩌려고 ”

화보다 의아함이 앞선다.

보슬은 세주의 지난 삶을 다 본 이다.

첫 만남부터 최근까지.

곧 그는 결론을 내렸다.

“그 새끼는 본래 미친놈이긴 하지.”

화가 가라앉는다.

미친개를 상대하면서 똑같이 물 순 없다.

보슬은 당한 것에 합당한 벌을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애들 중에 잘 숨는 애들 있지  준비 시켜.”

“넵!”

2사단 특수 직할대를 말함이었다.

존이 깊게 고개를 숙이고.

반란을 제압한 통일은하정부군이 그대로 함선의 방향을 돌렸다.

그들의 모행성을 향해서였다.

*

“에너지플랜트 위치 알지  거기 갔다 와.”

세주가 인준을 향해 말했다.

“어쩌라고 ”

“부숴.”

“전부 ”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지금부터 60분 뒤 탈출지역으로 합류해.”

인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달렸다.

“어쩌게요 ”

합류한 유진이 묻는다.

그 뒤로 애증이 어린 눈빛을 보내는 여자가 보였다.

연구팀 내부다.

“쟤는 뭐냐 ”

“김소혜 박사요.”

유진이 입을 열었다.

“아아.”

세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 100일간 무슨 짓을 하면 여자가 저런 눈빛을 하는 걸까

유진이 쓴웃음을 보인다.

“부러운 새끼.”

저 새끼도 여자와 썸을 타고, 자신도 쥬니퍼와 썸을 탔다.

그런데 한쪽은 아직도 유진을 못 잊고, 다른 한 쪽은 죽이려고 덤볐다.

‘내가 어디가 부족해서.’

-이모저모

“너 무슨 비법 같은 거 있냐  카마수트라 같은 거 ”

“네 ”

유진이 황당한 얼굴로 세주를 바라봤다.

“아냐. 가자.”

김소혜 박사가 머뭇거리다 유진을 불렀다.

“진짜 가 ”

스파이 짓에 목숨을 위협했다.

세주는 보지 않아도 유진이 일 만큼은 제대로 처리했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저 여자는 아직도 미련이 남아 보인다.

똑똑해 보이는데 아닌가보다.

-형, 기준으로 사람 보지 말라니까, 정유진이니까 가능한 일이니까, 넘보지도 말고.

아니, 그러니까 뭐가 부족한데

“가야지.”

유진이 돌아섰다.

치용이 쭐레쭐레 옆으로 다가와 입을 연다.

“다음에는 제가 스파이 하겠습니다.”

“…왜 ”

“저도 여성편력이 좀 있습니다.”

-미친 곰.

“그냥 제가 할게요.”

힘겨운 얼굴로 유진이 말한다.

세주가 치용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다음 생에는 좀 괜찮게 태어나자.”

“…아니, 난 왜 안 되는데.”

거울을 봐라.

인준이 먼저 떠나고 치용과 유진을 데리고 나온 길이다.

두두두둥!

밖으로 나오자마자 레이저 탄 세례가 그들을 맞이했다.

셋 다 동시에 엄폐물을 찾아, 그러니까 뒤로 물러나 벽에 몸을 기댔다.

“크하하하! 잘했소! 김 박사! 이제 저놈들은 독안에 든 쥡니다!”

인질 삼아 잡아 둔 놈이다.

바닥에 무릎 꿇려놨더니, 당당히 일어나 저리 외친다.

“미안, 이대로 보낼 순 없어. 나도 내 입장이란 게 있잖아.”

김소혜가 처연한 얼굴로 말했다.

“이해해요.”

유진이 마주 웃었다.

그걸 본 치용이 말했다.

“지랄들을 하세요. 어쩝니까 ”

그가 세주를 본다.

힘으로 뚫고 나간다면 문제는 없다.

인준이 먼저 용케도 빠져나갔구나 싶을 정도로 연구소를 빼곡하게 두른 병력이다.

앞쪽에 주차장 겸으로 트인 곳에 바닥에 둥둥 뜬 기묘한 형태의 자동차가 바리케이트를 쳤다.

“아아! 테러리스트에게 말한다! 얌전히 항복하고 투항해라!”

“크하하하!”

뒤에서 인질 놈이 다시 웃는다.

“일단 쟤부터 눕혀.”

세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치용이 땅을 박차고 달려가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빡!

그대로 기절한 놈을 두고 치용의 손이 이번에는 김소혜에게 향한다.

텅!

하지만 그걸 유진이 막았다.

“여자한테 손찌검은 좀 그렇죠 ”

“남녀평등 몰라 ”

치용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유진이 간절한 눈으로 세주를 바라봤다.

“놔둬.”

얌전히 플랜트만 부수고 가려고 했더니, 아주 매를 번다.

“전부 산개, 정확히 53분 뒤, 탈출지역에서 만난다.”

“네.”

“킁!”

만족한 유진이 답하고 치용이 투레질을 하듯 고개를 젓는다.

저 새끼는 점점 짐승화가 심해지는 것 같다.

“가는 길에, 보이는 건물 다 부숴. 손이 가는 만큼, 화력이 남는 만큼, 따라올 엄두도 내지 못 하게 해.”

“옛썰!”

그제야 치용이 신나서 땅을 박차고 나갔다.

“어어어어어흐으으으응!”

기찬 기합과 함께 그에게 화력이 집중된다.

퍼버버버벙!

폭죽처럼 공중에서 빛이 퍼진다.

하지만 배리어를 겹겹이 두른 치용은 그대로 내달렸다.

“나간 저 동물도 잘해야 7급 인 것 같은데 여기에 쥬니퍼 님을 제외해도 4급 컨트롤러가 열둘이 넘어.”

김소혜가 유진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유진이 그녀를 향해 눈웃음을 보였다.

마력의 눈웃음이다.

아마, 저 얼굴로 꼬셨을 거다.

땅을 박차고 나간 치용이 시선을 끈 사이 세주는 이미 달렸다.

건물의 그림자를 이용해 몸을 숨긴 채다.

순간, 아무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유진도 금세 그런 세주의 뒤를 따랐다.

동서남북.

통일은하정부의 다섯 번째 행성 푸른은 동서남북 네 개의 타워가 관장한다.

가장 중앙에 연구소와 통치 정부를 제외하면 핵심지다.

각각 에너지 플랜트와 회생 시스템 단지, 정보 보관소, 레이더 탐지소다.

웨에에에엥!

도시 전체에 우렁찬 사이렌이 울린다.

에너지 플랜트에는 인준을.

그리고 치용은 아마 직진 했을 테니, 레이더 탐지소 쪽일 거다.

유진은 회생 시스템 단지다.

세주는 정보 보관소로 달렸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공동묘지라 부르는 곳이다.

육체를 갈아타는 걸로 ‘영원’을 사는 이들이기에.

정보 보관소에는 죽은 이들의 기억이 갇혀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육신이 죽더라도  뇌와 기억의 일부를 전이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머리를 완전히 부수지 않으면 이들은 좀비나 다름없었다.

시간만 지나면 다시 부활하는.

맨 처음 가르간을 어떻게 살렸나 했더니, 이런 방식이었다.

3개월이 헛되지는 않았다.

세주는 도시 내부에서 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무엇을 하며 사는지 알 수 있었다.

꽈과과광!

달리는 중 폭음이 들렸다.

저 멀리, 하늘에서 매캐한 연기가 솟는다.

파바바밧!

동시에 허공에 네 명의 얼굴이 떴다.

대형 홀로그램이다.

순서대로 세주, 치용, 인준, 유진의 순이다.

[인근 모든 행성 거주민에게 알립니다! 테러리스트 출현입니다. 현재 치안 병력과 군 병력이 투입 되 추적중이니, 모두 가까운 쉘터로 대피하십시오!]

노이즈 하나 없이 선명한 홀로그램이다.

어떤 시스템인지 몰라도 꽤 훌륭하다.

[다시 한 번…. 뭐  에너지 플랜트가 어쨌다고 ]

[습격을 받았습니다!]

방송 중에 급한 보고를 받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뚝하고 방송이 끊겼다.

인준은 일을 잘하고 있는 듯 하다.

세주는 그대로 정보보관소로 향했다.

“엇!”

달리던 중 우연히 아머를 걸친 어설픈 병사와 마주쳤다.

숨 쉴 틈도 없이 그대로 목을 향해 수도를 휘둘렀다.

쩡!

신음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병사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맵을 향해 눈을 빛내 세주가 내달렸다.

퍼퍼버버벙!

사방에 폭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가는 길마다 요란법석을 떠는 셋의 부대원이다.

‘도망가는 건 문제 없겠지 ’

-4급을 에너지 컨트롤러에게 싸우지 않고 도주할 확률 84%.

자신을 제외한 셋을 지칭한 말이다.

그럼 됐다.

셋이 시선을 끈 사이, 세주는 정보보관소로 향했고, 막는 이들을 기절시키고 안쪽으로 잠입했다.

이곳에 보름의 기억은 없다.

그 대신이지만.

‘원로원의 기억은 있지.’

-그거 가지러 온 거잖아.

기술은 빼 먹을 만큼 빼먹었다.

애초에 이번 도둑질은 핵심은 김보름의 개인 신상 털기다.

인터넷으로 털면 아주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한 곳에 있는 놈이니.

직접 움직여 신상 털러 왔다.

꽈과광!

*

“다들 왔네 ”

탈출 지점, 적의 비BEE 쉽을 한 대 탈취한 곳이다.

세주가 제일 늦었다.

“빨리 가죠. 추격이 붙었어요.”

유진이 말했다.

“오냐!”

세주가 몸을 올리자, 그대로 우주선이 몸을 띄운다.

‘브로.’

조종간을 프로비던스에게 맡기고 뒤를 돌아보자.

이 넷을 잡겠다고 함선 다섯 척이 넘게 떴다.

거기에 앞쪽에 배리어까지 단단히 막았다.

행성 배리어를 외부 방어가 아닌, 내부를 봉인하는 용도로 쓴 거다.

‘벼락.’

두르르륵.

압축 애비탄을 한 방 쏴주려고 하는데, 인준이 먼저다.

자신의 기관총을 놓고 아머의 양팔을 붙인다.

우우우우우우웅!

아머에서 손을 빼자, 붙은 양팔의 주먹이 떨어져 나가면 거대한 포신이 된다.

손목 부분에서 넓은 타원형의 구멍이 생기고, 그 안에 에너지가 뭉치기 시작했다.

뭉친 에너지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걸 억지로 찍어 누른다.

화르륵 하면 번 업 형태로 커버링을 한 인준이 집중 한 채 위를 바라봤다.

“뚫는다.”

“오냐.”

줄기줄기 뻗어나가는 에너지를 억지로 누르자, 기묘한 형태로 변한다.

시뮬레이션 모드에서 저 형태를 본 세주는 저 포격에 별명을 붙여줬다.

마침 에너지가 거의 모인 인준의 포격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세주의 눈에 포탄이 모인 형태가 선명하게 보였다.

화력은 7형포에 버금간다.

3급 에너지 컨트롤러도 막지 못 하는 포탄이다.

‘발모탄. 이름 한 번 잘 지었지 ’

중앙에 모인 에너지는 머리 같았고, 그 위로 뻗어나는 줄기는 자라나는 머리 같았다.

-잘도.

물론 세주의 작명센스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 했다.

꽈아아앙!

폭음이 울리고, 배리어에 큼직막한 구멍이 뚫린다.

동시에 그들을 태운 우주선이 그대로 내뺐다.

세주는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차고 재밌는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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