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41화 (41/206)

#  41

41. 위 공기는 맑으신가?

다른 인원은 전부 퇴각했다.

여기에 있으면 저 하얀 서프보드의 타겟이 될 뿐이다.

-눈.

우웅.

묵직한 힘이 노블 패스를 달린다.

몸 안을 휘도는 힘이 밖으로 나와 눈앞에 푸른빛이 모인다.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말 그대로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모양이다.

보인다.

서프보드 놈이 던지는 공격이.

마우스 커서 같은 모양의 화살이다.

짧은 그 화살표 하나가 치용 뒤통수에 하나 콕 하고 박혀 있다.

그리고 주변을 크게 휘도는 게 수십 개다.

그중에 하나가 세주에게 날아왔다.

툭툭.

뒤로 뛰어서 거리를 벌리며 벼락을 허공에 던졌다.

지이잉.

프로비던스가 빛을 뿜어 벼락을 인벤토리에 담는다.

동시에 오른손을 앞으로 든 세주의 손에 로켓 리볼버를 쥐여준다.

그리고 왼손.

데저트 이글이다.

벼락은 무식하게 탄환을 키웠고.

리볼버는 로켓 런처로 만들어버렸다.

‘핀포인트.’

쭝.

말과 함께 총구 위로 레이저 포인터가 생긴다.

굳이 에임 모드가 없어도, 무방하다.

그런 목적으로 만든 무기다.

탄환에 커버링 에너지를 씌우고.

탕! 펑!

세주를 노리던 화살표가 터진다.

끼에에에에엑!

달려드는 레이퍼와 민폐 김치용 사이로.

서핑 보드가 끼리릭 하며 몸을 돌린다.

놈에게 눈 따위는 없지만.

-저 새끼, 노려본다.

말 그대로, 그럼 느낌이 충만했다.

자신을 보는 게 느껴진다.

“후.”

달려드는 레이퍼 무리를 두고 호흡을 고른다.

몽정의 수호신.

그 별명을 붙여준 이다.

친구? 아니다.

같이 사선에 선 적도 없다.

가까운 사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냥 옆자리.

성격 좋은 남자, 최연호.

후방에 아내를 남겨두고 온 남자.

스무 살에 사고 쳐, 11살 먹은 아이가 있는 남자.

유쾌하고, 장난을 즐기고, 연예가중계 리포터처럼 소문을 쫓는 걸 좋아하는 사람.

오가며 들은 얘기는 이게 전부였다.

이것 외에는 아는 게 없다.

하지만 그는, 전우였다.

목숨을 걸고 같이 싸운 사람이다.

만일 자신의 눈앞에 있었으면 어떻게든 구했을.

-전부를 구할 순 없어. 형은 슈퍼맨이 아냐.

최연호 중사의 빈자리를 보고 묵념조차 하지 않은 세주에게, 프로비던스가 한 말이다.

‘그래도 싫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데, 그걸 손가락 빨고 구경만 해?

끼리릭.

“이 빌어먹을 새끼들.”

입가가 올라갔다.

웃었다.

이 개 같은 외계 괴물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었다.

-가라. 반세주 개자식.

욕처럼 들리지 않는다.

프로비던스는 사람처럼 세주의 마음을 알아준다.

-로켓 8발.

남은 장탄 수다.

‘계산기.’

칼큘레이팅 모드를 돌려 시야에 공유하자.

홀로그램으로 폭발 범위가 보인다.

“우옷옷옷!”

킹콩 코스프레를 하는 김치용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가 보인다.

따다다다당!

다섯 발을 내리 발사했다.

끼에에엑!

멀리서부터 가까이, 폭발의 여파를 겹치게 만들어.

퍼버버버벙!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콰드드드드드!

땅이 흔들렸다.

후와와와왁!

태풍이라도 부는 듯 후폭풍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바람이 볼을 할퀸다.

드드드드.

쿠르르르르르.

지반이 무너져 폭심지 한 곳이 푹하고 함몰했다.

끼에에엑!

단숨에 반 이상의 레이퍼가 죽는다.

-남은 탄, 세 발.

끼릭.

탕! 탕! 탕!

그사이 다가온 놈들은 약점을 터트릴 것도 없이 데저트 이글로 커버링 탄환을 꽂는다.

유일한 내장을 맞은 놈들이 끼이익 거리며 바닥을 구른다.

툭툭.

아웃복서처럼 통통 뛰며, 전장을 누빈다.

다리에 모인 커버링 에너지로 속도를 더하고.

‘모드는 하나에 하나씩.’

동시에 켤 수 없다.

거기에 모드를 켜면 에너지 소모가 극심하다.

한계까지 실험해봤다.

생체 에너지가 다 떨어지면 쓰러진다.

여기서 그런 꼴을 당하면 바로 관짝도 없이 천국으로 퀵 배송이다.

최대한 모드를 아끼고.

커버링을 쓴다.

이미 시뮬레이션 모드에서 여러 번 해온 짓이다.

끼에엑!

거기에 저런 서프보드 놈은 없었지만.

-일사불란하네.

일종의 지휘관인 듯하다.

레이퍼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놈의 화살표가 분주해졌다.

그러자 마치 군대처럼 열 마리씩 놈들이 뭉친다.

질서 없이 달려들지 않고.

멈추고 포효하며.

한 뭉치씩 덤빈다.

타다다다다다당!

“내가 물로 보이나.”

데저트 이글 방아쇠를 미친 듯이 당긴다.

열 마리의 시체가 늘어난다.

끼에에엑!

그리고 다시 열 마리.

타다다다당!

-곤란해.

‘염병할 것들.’

놈들이 뭉치지 않고 흩어진다.

그리고 한 번에 열 마리씩만 덤빈다.

숫자가 많다.

지금 가진 탄환으로는 다 못 죽일 정도로.

탄환은 무한이다.

놈들이 노리는 것, 일종의 소모전이다.

‘저 새끼는 생각이 있는 새끼라는 거지?’

-이제까지 봤던 멍청한 놈들이랑은 달라.

머리를 쓴다.

로켓탄은 세 개.

그걸로 다 죽일 순 없다.

아까처럼 뭉쳐서 덤벼준다면, 치용을 포기하고 쏘면 가능하다.

-그냥 무식쟁이 포기했어야지.

냉정한 기계 새끼.

-토끼 두 마리 잡을 수 있겠어? 이래가지고?

그만 갈궈.

“우오오오앙사!

뭐라고 지껄이는 소린지.

김치용이 앞으로 내달린다.

끼리릭.

리볼버를 한 발 장전하고 앞을 겨누자.

“꼬라라라라.”

저 미친 새끼가. 눈깔을 까뒤집고, 리볼버 총구 앞을 막는다.

지원 병력이 오면, 치용은 죽는다.

그렇게 둘 순 없는 노릇이다.

“어쩔 수 없지.”

‘모드 온 오버페이스.’

짧게.

5초면 된다.

막 열 마리씩 덤비는 놈들을 죽이고.

철컥하고 데저트 이글의 탄창을 갈았다.

동시에 앞으로 달렸다.

훙.

한 걸음 내딛자, 주변 풍경이 변한다.

익숙해지기 힘들다.

평소와 다른 감각이다.

끼에에엑!

레이퍼 놈들의 포효가 멀리서 들렸다.

타닥.

두 번 땅을 박차고, 반원을 그리며 달렸다.

반응 좋은 레이퍼 몇 놈이 칼날 다리를 내민다.

오른손을 들어 막았다.

텅!

아머는 잘려나가도 팔은 무사하다.

생채기는 나지만, 단단한 솜털 덕에 잘려나갈 걱정은 없다.

“우오?”

진짜 뇌가 고릴라가 된 건가.

치용이 몸을 돌리고 이상한 함성을 뱉는다.

서프보드와 치용의 중간.

레이퍼 무리 한가운데에서 멈춘다.

그러자 주변에서 공격이 쇄도한다.

아무리 빨라도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면 예상할 수 있고.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급제동 후 급발진.

속도의 변화는 잡기 어려운 법이다.

탕.

몸이 탄환 같았다.

다시 땅을 박찼다.

파바바박! 두두둥!

있던 자리를 칼날 다리와 망치 다리가 두드린다.

멈췄다가 달리니, 주변 사물이 뒤로 밀린다.

목표한 곳.

철컥.

김치용의 뒤다.

“너 오늘 민폐다.”

치용의 뒤통수에 묵직한 쇳덩이를 갖다 대고 말했다.

데저트 이글의 총구다.

“우어?”

뭐,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탕!

총성이 울렸다.

“어억.”

치용이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흘린다.

그의 눈을 보자 검은자위가 돌아왔다가 다시 휙 뒤집힌다.

-이번엔 기절이야.

또 눈깔 돌아갔으면, 진짜 쥐어 팰  생각이었다.

세주가 노린 건 어디까지나 화살표다.

뒤통수에 꽂힌 놈의 화살표.

그것에 비스듬히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스쳐 뒤통수에 일자로 땜빵이 생겼지만.

-산 걸 감사해야지.

모드를 끄고 다시 커버링 에너지를 활용.

“ㅤㅎㅜㅂ.”

곰 같은 치용을 한 손으로 든다.

리볼버를 허리춤에 꽂은 채로.

데저트 이글을 들고 위로 점프했다.

훌쩍 위로 올라간 채, 밑을 향해.

타다다다당!

다시 총알을 갈기고.

“엿차.”

뒤로 치용을 던져버렸다.

부웅하고 날아가더니, 그대로 바닥에 퉁하고 부딪치고.

공처럼 튀어 오르고 굴러서 안착한다.

끼에에엑!

레이퍼 무리의 공격이 이어진다.

그 사이 다시 화살표가 세주와 치용을 노리고 날아가기에.

타당!

두 발 정확히 핀포인트로 부쉈다.

“어딜.”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안 당한다.

-두 마리째 토끼 잡아야지.

지당한 말씀.

땅! 땅! 땅!

로켓 리볼버의 방아쇠 소리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화약총이 생각나게 한다.

그걸 전면 세 곳에 쏴버리자.

끼에엑!

레이퍼 무리가 퍼진다.

그러든가 말든가.

뻥! 뻥! 뻥!

폭발이 일어난다.

‘벼락.’

지금껏 쓰던 총 두 개를 넣고 벼락을 꺼낸다.

묵직한 배럿의 무게를 느끼며.

견착.

‘모드 온 에임, 트레이싱.’

-시야 확보 불가.

트레이싱은 보여야 가능하다.

아무리 멀어도 보이면 잡아채는 스킬이지만.

지금 같은 순간에는 불가능했다.

거기에.

끼에에엑!

남은 레이퍼 놈들.

500마리는 넘어 보인다.

놈들이 서프보드 앞을 틀어막는다.

마치 도망가는 지휘관을 지키듯.

미친 듯이 앞을 막는다.

-놓치겠다.

프로비던스는 계산했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합당한 결론을 내렸다.

서프보드 놈, 디자인은 형편없지만, 실용성은 충분한지.

무서운 속도로 내달린다.

세주와 반대쪽, 골이 있는 곳으로.

스코프에 눈을 대고, 놈을 쫓지만.

-안 보여.

프로비던스도 세주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폭발로 인한 연기, 전면을 막는 레이퍼 무리 덕에 시계가 불량하다.

아니, 불량한 걸 넘어 놈이 순간 사라진 것처럼 안 보인다.

-잘도 숨네.

아무리 세주라도, 보이지 않는 걸 맞출 능력은 없다.

그건 초능력 계통이다. 저격이 아니라.

고지대라면 위에서 밑으로 향하기에 시야가 열릴 테지만.

주변에 높은 나무나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 엎드린 것도 아닌 서서 쏘는 자세이기에, 이 또한 악조건이다.

하지만.

놓치기 싫다.

저놈을 잡고, 죽은 최연호 중사에게 말해야 했다.

당신의 수호신이 너의 레퀴엠을 연주하러 왔다고.

웅.

이명이 들렸다.

동시에 이상한 감각이 전신에 스며든다.

포효를 지르는 레이퍼 무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입만 벙긋거린다.

사방이 느려진 것 같다.

이상한 일이다.

‘브로?’

그를 불렀지만, 프로비던스도 대답하지 않았다.

연기와 레이퍼 놈들 사이.

흰색의 조각이 보였다.

개미보다 작은 조각.

스코프로 보는 데도, 순간 잘못 본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작다.

히지민 이상할 정도로 확신이 들었다.

놈이구나.

언제 호흡을 뱉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고.

눈앞에 떠 있는 붉은 점이 자연스럽게 그곳을 향했다.

끼릭.

방아쇠를 당겼다.

아니, 언제 당겼는지 몰랐다.

그냥 손가락이 뒤로 움직였고.

꽝!

폭음이 울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동시에 확하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끼에에엑!

쿠르르르.

레이퍼의 포효와 놈들의 움직임에 땅이 무너지듯 떨리는 소리.

-물러나자. 무리야.

그리고 브로의 목소리.

부대 내에서 세주의 배럿의 별명은 벼락.

그리고 모든 부대원은 말했다.

벼락은 언제나 두 번 친다.

쏠 때 나는 굉음 한 번.

그리고 적중할 때 나는 폭음 한 번.

꽝!

-…보였어?

프로비던스가 놀라는 소리가 들리고.

전신에 힘이 쭉 빠졌다.

젠장.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후우우우우.”

숨을 뱉으며, 몸을 추스르려 했지만.

덜썩하고 무릎을 꿇었다.

-생체반응 없음. 잡았어.

오케이. 했다. 잡았다.

막 눈이 감긴다.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에너지를 최대한 아꼈지만, 어디선가 무리해버렸다.

-여기서 쓰러지면 죽어.

아아, 그렇지.

아직도 죽여야 할 레이퍼 놈들이 한 가득이다.

그 전에 하나만 물어보고.

‘어이, 중사. 위 공기는 맑으신가?’

그리고 눈이 감긴다.

하늘이 빙글 돌고 땅이 눈앞에 다가온다.

벼락이 무거워 놓친다.

텅!

총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꽝!

폭음이다.

“형님!”

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하얀 연기와 타죽는 레이퍼도.

“이런 시발.”

인준의 목소리다. 욕도 할 줄 알았구나.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그리고 암전, 눈앞이 까매졌다.

*

눈을 뜨니 빨간 호박 두 통이 보였다.

눈을 몇 번 깜빡이자.

흐릿해진 시야가 돌아온다.

호박이 아니구나.

“일어났어요?”

흰 가운에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의사.

강슬.

강 닥터였다.

그녀가 상체를 수그리고, 세주의 침상 위쪽에 차트를 꽂는 중이었다.

달콤한 향이 훅 풍겼다.

“19시간 48분 만에 깨어났네요.”

“잠든 겁니까?”

뚜뚜.

기계음이 들리고.

팔뚝에 꽂힌 링거가 보인다.

“어떻게 된 겁니까?”

“전 모르죠. 자세한 얘기는 관계자한테 들으세요.”

아.

‘브로?’

-에너지 소모로 잠든 거야.

관계자보다 더 자세히 알만한 놈이 있었다.

허공에 둥둥 뜬 놈이 어깨로 내려온다.

-가슴 뚫어지겠다. 저 여자도 형이 보는 거 알거든.

그건 본능이지.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지원 병력이었어.

그가 쓰러지고 나서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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