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병사 반세주-37화 (37/206)

#  37

37. 뭘 만든 거야

푸왁!

마침 알 하나를 뱉는다.

놈들이 항문으로 보이는 부위에서 알을 토해낸다.

녹색 진액이 묻은 알이 앞으로 퉁하고.

꽤 멀리까지 튕겨 나간다.

-오, 알을 낳으면서 던진다. 박격포도 비슷한 원리겠는데.

안 그래도 보였다.

부화장 뒤편이었다.

대부분 애벌레들이 바닥에 달라붙는 데 반해.

놈들은 몸을 반쯤 구부려, 항문으로 보이는 구멍을 다양한 각도로 하늘을 향해 들고 있다.

-특이하네.

프로비던스가 반사적으로 스캔을 운용했다.

에너지가 남아도니만큼, 이 정도 스캐닝은 문제도 아니었다.

‘뭐가?’

-생각해 봐. 레이퍼가 똑똑할까? 멍청할까?

‘멍청해.’

돌진 일변도밖에 모르는 아둔한 놈들이다.

-지휘관도 없는 놈들이, 이런 놀라운 기술이라니. 아니, 생물이니까 진화라고 해야 맞는 말이지.

프로비던스가 애벌레를 보며 연신 감탄을 토한다.

항문으로 보이는 구멍에 빛을 쏘며 말이다.

프로비던스의 스캐닝을 지켜보니.

‘너 지금 엄청 변태 같아.’

-응? 뭔 헛소리야?

프로비던스가 연신 괄약근처럼 보이는 조이는 근육을 비춘다.

퉁!

곧 그곳에서 알이 쏘아진다.

곧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날아간다.

투웅!

대공포가 그걸 곧 맞췄다.

-놀라워.

저 뒤로 까마득하게 쌓인 애벌레 놈들이 보인다.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그만하고 가자.’

목적은 이곳이 아니다.

일단 골까지는 가야 했다.

거기에 배럿도 없다.

부화장에 지금 무슨 발악을 한다 해도, 아주 경미한 피해이리라.

그렇게 발을 떼는 순간.

-적.

프로비더스의 눈, 렌즈의 빛이 앞을 비춘다.

긴장하며 세주가 몸을 멈췄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곧 정글도 한 자루를 꺼냈다.

지이잉.

렌즈가 구현한 정글도를 쥔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몰라 챙겨둔 보조 무기다.

그리고 세주의 앞.

팔이 없는 외계인 괴물이다.

-브레인 레이퍼.

스코프로 수없이 봤던 놈이다.

마치 부화장을 호위하듯 그 사이를 막고 놈이 세주를 노려본다.

-정신 감응 건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1초, 2초.

짧은 시간이 지난다.

긴장감이 둘 사이를 감돈다.

그리고 세주의 입이 열렸다.

“쟤 뭐하냐?”

-정신 감응 시도 중.

“그게 뭔데?”

-형의 뇌 속을 파고들어서, 정신을 헤집어서 혼란을 주는 뇌파 공격인데, 아, 그냥 뻘짓이야. 죽이고 가자.

‘응.’

세주의 뇌는 프로비던스가 모든 부정적인 뇌파를 차단한다.

스걱!

정신 감응을 제외한 공격 수단이 없는 브레인 레이퍼다.

천적이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공포와 악마의 현신이란 소리를 듣는 놈이지만.

세주에게는 가만히 서 있는 짚단이나 다름없는 놈들.

비명도 없이 놈이 죽는다.

커버링을 씌운 정글도를 손에 쥔 채다.

부화장과 박격포대를 바라봤다.

-에너지 8,050. 추출.

‘오.’

포화가 아니라 칼날로 목을 날린 놈이다.

고순도의 에너지가 들어온다.

‘한 열 놈 더 나왔으면 좋겠다.’

가다가 몇 놈 더 나왔으면 하는 정도.

놈을 해치우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쉽게도 브레인 레이퍼 놈들이 더 보이지는 않았다.

두근.

곧 골의 박동이 느껴지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가까이 갈수록 거대한 스피커를 향하는 것처럼 박동이 몸을 밀어낸다.

두근, 두근.

점점 강력한 박동이 느껴지고.

바로 밑까지 가자, 위에서 누군가 어깨를 짓누르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세주는 떨쳐 일어났다.

그리고 앞을 바라봤다.

“야, 이거 뭐냐?”

-금맥?

우글우글 50마리의 외계인 괴물들이다.

전부 팔이 없는 놈들, 브레인 레이퍼 무리였다.

놈들이 일제히 세주를 바라본다.

정신 감응을 시도하는 것이리라.

세주가 오른손을 들어, 귓구멍에 가져갔다.

“누가 내 욕하나?”

갑자기 귀가 간지러웠다.

휘링.

정글도를 허공에 휘둘렀다.

“안 넣어놓길 잘했네.”

수확의 시간이었다.

서거덩. 똑.

한 번 휘두르면 8000 언저리로 에너지가 들어온다.

그렇게 50마리.

아무런 방해도 없었다.

애초에 이쪽 호위는 이들에게 맡겨 놓은 것 같았다.

-총 수거 에너지. 400,652.

‘심 봤다.’

예전 군코바를 발견했을 때랑 비교하자니, 부끄러울 정도다.

-현재 에너지 524,525.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다.

‘실험실, 트레이닝 센터 다 열어.’

-승인 완료.

호위 병력을 전부 처리한 세주가 위를 올려다봤다.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촉수 같은 것이 꿈틀거렸다.

‘이거 잡고 올라갈 수 있겠는데?’

입구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화력으로 뚫고 올라가야 할까?

어쨌든 이 거대한 놈을 죽이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게 세주와 프로비던스가 낸 결론이다.

-에너지도 남으니까 내 모드 두 개 더 열자.

‘뭔데?’

-일단 파인딩 모드, 쉽게 말하면 이런 거야.

윙.

눈앞에 홀로그램에 나침반 정도 크기의 원이 떴다.

가운데 흰 점이 보였고, 그 위로 보랏빛 점이 보인다.

‘맵?’

-정확해.

‘근데 이미 개방한 거 아니냐?’

동그란 원형 맵이 눈앞에 동동 떠 있다.

-아, 맞네. 내 실수.

지랄하십니다.

‘해라.’

기분이다.

현재 보유 에너지가 50만이 넘는다.

-오케이. 승인 완료. 스캐닝 모드도 오픈. 사용 에너지 20,000.

이렇게 탕진해도 50만이 그대로 남았다.

스캐닝 모드.

본래 하던 것보다 더 세부적으로 상대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세부 스캐닝 돌릴까?

‘해.’

부자의 마음이 이럴까?

에너지가 넘치니 마음도 여유롭다.

윙.

프로비던스가 허공을 돌며 놈을 스캐닝했다.

-소요시간 22분.

야구장만 한 놈이다. 시간이 꽤 걸렸다.

세주는 그 사이 촉수도 쥐어보고, 툭툭 쳐보며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별다른 건 없었다.

맵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 형태의 원도 조절해봤다.

게임처럼 확대, 축소가 가능했다.

길까지 세밀하게 보이나, 프로비던스가 오간 길만 보였다.

‘이 루트면.’

비무장지대는 기본적으로 숲과 들판이다.

탁 트였다는 게 단점이지만.

반대로 가로막는 게 없어서 이동에 제약이 적은 편이다.

‘짧은 시간에 돌파할 수 있으면.’

지나오다 본 부화장.

그냥 지나치기는 너무 아쉬운 광경이다.

스캐닝을 끝내고 프로비던스가 날아왔다.

-일단, 내부 관찰은 불가능해. 배리어가 내 스캐닝까지 막아.

‘알아낸 건?’

주변을 둘러보며 세주가 말하자.

-놈은 살아있어.

어깨에 앉은 프로비던스를 향해 세주가 고개를 돌렸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그냥 겉만 봐도 알겠다.

박동이 어깨를 짓누르는 거대한 괴물.

그게 골이다.

-그리고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어.

프로비던스가 눈앞에 홀로그램을 띄운다.

‘이 미친 외계인 새끼들은 전부 인간의 똥구멍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냐? 왜 다 이 모양이야?’

프로비던스가 비추는 화면.

골의 뒤편이다.

괄약근처럼 오므려지는 곳이다.

거길 집중으로 보여준다.

-거기야. 저기서 자성운이 나오는 거고. 우리가 자성운이라고 부르는 구름은 사실 애벌레 덩어리들이지.

‘하여간 알겠다. 일단 돌아가자.’

자리를 더 비울 순 없다.

세주는 곧바로 부대로 복귀했다.

돌아오는 길도 문제는 없었다.

몇 시간의 휴식 후 전투에 나가, 다시 전장에서 활약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보급소로 향했다.

“탄약? 얼마 전에 무지막지하게 사 갔잖아?”

보급소 담당 장교가 보자마자 묻는다.

“수류탄 좀 사러 왔습니다.”

“저격병 아니었어?”

그가 되물었다.

어차피 세세한 이유는 필요하지도 않을 거다.

“전 누구보다 앞에서 쏩니다.”

그러므로 저지선이 밀리면 놈들에게 노출된다.

누워 있다가 골로 갈 수도 있으니까, 수류탄 정도는 갖고 있겠다는 의미였다.

“그래. 그럼.”

수류탄 열 개를 가져오고, 탄약도 구비 했다.

“리볼버 한 정 구할 수 있습니까?”

“어렵진 않지. 종류는?”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그럼 이거 가져가. 콜트파이슨 357이다.”

긴 총신이 6인치 리볼버로 보였다.

보급소로 나오는 중.

-데저트이글 개발 완료.

프로비던스가 말했다.

‘이번엔 이거.’

그리고 탄약 한 발 사지 않은 리볼버를 건넸다.

막사로 돌아와 테크룸을 들어가 프로비던스에게 열심히 무기 개조에 관해 설명했다.

원하는 형태가 명확했다.

그 뒤, 다시 휴식과 전투의 연속이었다.

사상자는 끊임없이 줄었고.

세주는 며칠의 시간을 보냈다.

‘오늘이다.’

-오늘이지.

디데이로 잡은 날이다.

미친 듯이 쏟아지는 데몬플라이와 브레인 레이퍼 놈들이 쉬는 시간이다.

이번에는 새벽이 아니라 대낮이었다.

정오가 막 지난 시간.

-킬 뎀 올! 다 죽여 버리자.

‘오오, 킬 뎀 올, 전부 쓸어버린다!’

둘이 으ㅤㅆㅑㅤ으ㅤㅆㅑㅤ 파이팅을 외친다.

지금 세주가 하는 건 공격이다.

그것도 유의미한.

지금까지 인류가 한 건 방패를 들고 오는 놈들을 죽인 게 전부다.

상처 입으며 적을 부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임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는 순간 끝이니까.

그래서 사상자가 줄어든 것만으로 영웅이라 부르며.

환호를 지른다.

사기가 치솟는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대낮이라 보는 눈이 많았다.

간신히 담을 넘었다.

모두의 눈을 피해.

‘모드 온 오버페이스.’

우우웅.

전과 같다.

무지막지한 컨트롤 능력을 선보인다.

거기에.

파인드 모드로 미니맵이 보인다.

팍!

바닥을 박차며 세주가 달렸다.

*

수류탄 10개.

개조된 데저트 이글 한 정.

-개조 완료, 유탄 리볼버.

타이밍 좋게 개조 완료된 리볼버까지.

-실험실에서 탄약도 구비했어.

연구실은 생체와 기술을 연구하고.

기술실을 개발한다.

그리고 실험실은 그걸 현실로 구현한다.

총도 탄도, 전부 실험실이 없으면 현실로 구현되지 않는다.

에너지를 먹으면, 프로비던스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만족스럽다.”

다시 부화장으로 온 세주는 그 단순한 프로세스에 감탄했다.

-축하해줄까?

아직 아무것도 하기 전이다.

‘뭘?’

-인류의 첫 번째 공격이잖아.

맞다.

전 세계 인류를 대표한.

첫 번째 주먹질.

그게 지금 하는 일이다.

처음부터 그런 대단한 생각으로 온 건 아니다.

그저 눈앞에 보이니까, 그냥 보내기 싫었다.

거기에 만일 이 공격을 지휘하는 놈이 있다면.

놈에게 제대로 엿을 먹이고 싶었을 뿐이다.

툭.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고 던진다.

안일한 놈들이다.

부화장에는 배리어도 없고, 지키는 놈들도 없다.

하긴 저 레이퍼 무리를 헤치고 여기까지 달려올 놈들이 누가 있을까?

거기에 미사일은 여기까지 닿기도 전에 저 거대한 골의 배리어 맞고 사라지고.

저격수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거리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브레인 레이퍼의 존재까지.

그야말로 최후방, 안전한 곳에서 얌전히 알만 까던 놈들이다.

꽝!

저 멀리 던진 수류탄이 터지고.

녹색 폭죽이 터졌다.

티디디딩!

한 번에 다섯 개의 수류탄을 까서 사방에 던진다.

꽈과과과광!

때리면 때리는 대로 얻어맞던, 아이가 자신을 때리던 이의 등에 비수를 꽂는 순간이다.

“완전 신나는데.”

눈앞에서 부화장 일부가 부서지며 사방에 체액과 껍질을 흩뿌린다.

반항은 없었다.

그게 더 세주를 흥분시켰다.

“좋아. 리볼버 개봉이다. 이름하여 로켓 슈터.”

-네이밍 센스 최악.

촤르르륵.

탄창을 돌린다.

두껍고 긴 탄창에 총구까지도 길어지고 넓어졌다.

리볼버가 아니라 소형 유탄 발사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프로비던스가 제작한, 탄환을 꺼낸다.

손가락 크기의 길쭉한 탄환이다.

모양이 정말 로켓을 닮았고.

“하나에 2,500짜리다. 먹고 뒈져라.”

에너지 2,500을 때려 박아 만든 초소형 미사일.

개조된 리볼버 탄창에 끼우니 꼭 맞는다.

인간이 가진 기술력 따위는 무시한.

오버 파워다.

땅!

방아쇠를 당기자, 쇳덩이를 때리는 소리가 울리고.

슈우웅!

불꽃을 뿜으며 미니 로켓이 날아간다.

시뮬레이션도 해보지 못한 무기다.

기대감이 가슴을 채웠다.

곧 애벌레가 모인 곳에 로켓이 떨어지고.

꽝! 후우우우웅!

폭발과 함께 일어난 후폭풍에 세주의 몸이 뒤로 훅하고 날아갔다.

“컥.”

데구르르 구르고 일어나 앞을 봤다.

미사일 하나가 떨어진 것처럼 앞쪽이 초토화가 되어 있다.

“퉤.”

입안에 들어온 먼지를 뱉고서 자신이 만든 결과를 본다.

로켓 한 발에 애벌레를 싸지르는 놈들 삼 분의 일이 날아갔다.

“…뭘 만든 거야?”

수류탄 10개로 죽인 것과는 격이 다른 위력이다.

끼에에에엑!

그와 동시에 저 멀리 전장에서 기성이 터졌다.

합창이라도 하듯 한목소리로 포효를 내지른다.

“열 받았나 본데.”

-일단 빠지자. 여기 있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어.

십분 동의하는 말이다.

“그래도.”

한 방은 더 먹이고.

2,500짜리 엿이다.

슈웅!

미사일 한 발이 더 날아간다.

꽝!

폭음을 뒤로하고, 다시 오버페이스 모드 발동.

세주는 미친 듯이 뒤로 달렸다.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달린 덕에 레이퍼 무리를 피하고.

담장을 넘을 수 있었다.

자신을 쫓을 것처럼 달려들던 놈들이다.

하지만 부화장 주변에 멈추더니 오지 않았다.

막사로 돌아와.

‘죽을 뻔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누웠다.

아무도 모르지만.

인류 최초의 공격이 제대로 먹힌 날이었다.

그리고.

이날 세주가 했던 행동은.

변화, 그 두 글자를 가져오는 선전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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