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68화 (68/183)

또라이와 더한 또라이 (5)

30초도 안 되는 짧은 동영상은 대한민국 사회에 큰 파장을 남겼다.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이, 그것도 4선이나 한 놈이 중국의 따까리였다니.

여론은 무섭게 들끓었으며, 밤낮 가릴 것 없이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렇게 한번 나온 기사들은 조금씩 각색이 되며 재생산되었고, 어느새 모든 포탈에서는 성윤식 게이트 관련 기사만이 올라오고 있었다.

성윤식이 중국에게 KW 제약을 팔아먹으려 했던 일은 기정사실이 되었고, 대통령이 나서서 중국에 대해 성명을 내라는 국민청원이 하룻밤 사이에 20만을 돌파했다.

또한, 당장 여당 측에서는 당장 성윤식을 제명하라는 탄원이 빗발치고 있었으며, 검찰에서는 성윤식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여당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고, 여당은 대통령의 눈치를 봤다.

결국, 모든 정치적 부담이 대통령에게 오게 되었다.

청와대의 가장 깊숙한 곳,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유력 정치인들이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회의실의 상석에서 차민태가 얼굴을 굳히고 앉아 있었다.

차민태 대통령은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누가 그랬는지 파악하지 못했나요?”

“죄송합니다. 처음 보는 해킹 패턴이라···.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추적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도 못 했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상황이 어떤지 파악이 안 되는 거에요? 지금 국회의원의 사생활이 털렸단 말입니다!”

대통령의 호령에 앉아 있던 국회의원과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국회의원의 집에 첨단 도청장치를 설치해놓고 그걸 실시간으로 방송해버리다니.

온 국회의원들은 머리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4선 의원인 성윤식이 당했으면 자신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 중 찔리는 게 있는 몇몇은 당장 보안업체를 불러서 카메라나 도청장치가 있는지 검사부터 시작했다.

국가사이버안보센터 센터장은 쩔쩔맸다.

“다만 파이저 제약 측에서 손을 쓰지 않았나 추정 중입니다. 일단 그쪽이 했다는 가정하에 역추적을 들어가 보겠습니다.”

“파이저 제약이라···.”

그 말대로 이해관계가 걸린 곳은 파이저 제약밖에 없다.

물론 미국이 그랬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국가 대 국가의 분쟁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다른 방법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리는 없었다.

참고로 KW 제약은 진작에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설립한 지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은 회사에서 그런 짓을 벌였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쨌든 센터장은 대통령에게 한 소리 듣고 물러났고, 다들 눈치를 보는 가운데 여당의 당 대표자가 대통령에게 말했다.

“지금 성윤식 의원을 제명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각하께서 결단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으음···.”

차민태 대통령은 고민이 깊어졌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자신이 나서서 중국에게 성명을 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이십 년 동안 중국에게 받은 정치자금이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이번에 대통령이 된 것도 중국이 뒤에서 판을 깔아주고 댓글 부대를 동원하여 여론을 조작해준 덕분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자신은 이미 대통령이다. 다음 대선에 또 도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임기가 끝나는 1년 후면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생각한다면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성윤식을 끌어안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인즉슨, 1년 후면 자신은 더이상 대통령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리고 차민태의 입장에서, 다음 대통령은 무조건 여당에서 나와야 한다. 무조건.

절대로 당을 위한다거나, 못다 한 국책사업을 이어받기를 원한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서이다.

중국이 주는 돈도 좋다고 받아 처먹은 놈이 차민태이다. 그 욕심이 어디 가겠는가. 대통령이 된 이후 그가 직간접적으로 해 처먹은 돈만 해도 수백억이었다.

다음 대통령이 야당에서 나올 경우 수사가 들어올 것이고 감옥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당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그가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와 자신의 안위 사이에서 갈등하던 차민태 대통령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중국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준비하도록 하세요. 성윤식 의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깔끔하게 잘라내도록 합시다. 검찰 쪽에서도 기소 준비해주시고요.”

차민태는 중국과 잡고 있던 손을 놓기로 마음먹었다.

마침내 내려진 대통령의 지시에, 하릴없이 앉아 있던 주요 인사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이상, 이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

시작은 여당부터였다. 당대표는 그날 오후 성윤식을 제명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이는 곧바로 기사로 떴다.

<여당 당대표, “성윤식 제명안 조속 처리”>

「국회 윤리특위는 오늘 전체회의에서 성윤식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상정하고, 1 소위와 2 소위로 각각 내려보내 논의 절차에 착수했다.

또한, 여당 당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당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당은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성윤식 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공감한다”며 “국민당은 윤리특위 소위에 계류된 성윤식 의원에 대한 제명안에 조속한 처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움직이자 검찰도 바로 움직였다. 검찰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도 불구하고 성윤식을 바로 기소했으며, 법원은 그 빠르게 구속영장을 인용해주었다.

성윤식 의원은 결국 포토라인에 서게 되었다.

세기의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온 수많은 기자에 둘러싸인 성윤식은 소리쳤다.

“저를 제명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청렴하게 살아온 제 삶을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깨어있는 의원들은 부디 제 제명안을 철회해주십시오!”

성윤식은 이 와중에도 뻔뻔하게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성윤식과 함께 나락으로 갈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성윤식에 대한 제명안은 여야 반대 없이 조속히 처리되었고, 오랜만에 보여준 빠른 일 처리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국회가 웬일로 이렇게 빨리 일 처리를 하냐

- 그럼 국회의원 박탈된 거임?

ㄴ ㅇㅇㅇ이제 제명될 거임. 이제 국회의원 아님

- 근데 대통령은 뭐하고 있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대통령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다. 그는 침묵을 깨고 중국에 대한 비방 성명을 발표했다.

“포비드 사태로 전 세계가 위기를 맞은 지금의 상황에서, 중국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포섭해 포비드 치료제에 대한 영업비밀을 빼돌리려고 한 행위는 도를 넘는 행위입니다.”

“이에 중국의 해당 행위를 규탄하며 조속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성명이 나오자마자, 로날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민태 대통령의 성명을 지지한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자!’라는 트윗을 날렸다.

누가 봐도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반대하는 스탠스였다.

TV로 차민태 대통령의 발표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결국 이렇게 됐군.’

캐리온이 차민태를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모험보다는 자기 보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타입이다.

차민태는 ‘상황이 이러니까 어쩔 수 없지. 중국도 이해해줄 거야.’라는 마음으로 성명을 냈겠지만, 글쎄. 과연 중국이 그걸 이해해주려나?

지금 친중 인사들이 줄줄이 쫓겨나는 상황에서, 대통령마저 중국과 손절한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렇게 남아있는 친중 인사들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그림은 중국이 절대 원하지 않은 것이다.

수십 년의 시간과 수조 원의 돈을 들여 계획한 소중화 프로젝트가 무너지는 꼴을 보고서 차민태의 처지를 고려해줄까? 그 중국이?

차민태에게는 최악의 한 수가 되었고, 내 입장에서는 중국에게 한방 시원하게 먹인 셈이 되었다.

화가 나 있을 중국놈들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니까 어딜 감히 내 치료제를 넘보려고 해.

*

이건우의 예상대로 중국은 이번 차민태 대통령의 성명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장웨이 주석은 분노를 넘어서 어이가 없었다.

곱게 키워서 대통령 자리에 앉혀놨더니 주인을 물어버리다니.

중국에게 차민태는 딱 그 정도 위치였다. 주인과 개. 차민태의 입장 따위, 신경 쓸 것도 못 되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크리스 워녹에 이어 성윤식과 작당한 것이 들킨 것은, 중국이 국제적으로 타국의 기술을 도둑질해왔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것은 둘째 치고, 앞으로 정치·경제적으로 입을 피해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어떤 나라가 도둑과 손을 잡으려고 하겠는가.

크리스 워녹과 성윤식은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실시간으로 매장당했다. 이는 세계 각지에 깔린 친중 인사에게 남기는 엄중한 경고였다.

중국이랑 손잡고 매국하다가 걸리면 똑같이 처리하겠다는 경고.

로날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크리스 워녹에게서 친중 인사로 짐작 가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캐내었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그들의 뒤를 잡고 중국의 흔적을 뿌리째 뽑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 명씩 탄로가 날 때마다 로날드의 지지율은 올라갔고, 중국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장웨이 주석은 속이 타서 죽을 지경이었다. 저들을 미국에 뿌리내리게 하려고 쓴 돈이 천문학적인데 저렇게 쉽게 날아가다니!

이런 상황에서 차민태의 성명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다시 물속에 집어처넣는 결정적인 한 수가 되었다.

친중 대통령으로 유명한 차민태가 중국에게 사과하라는 성명을 보낸다?

거기에 로날드가 얼씨구나 하면서 같이 손을 잡자는 러브콜을 보낸다?

이는 전세계에 깔린 친중 인사들에게 배신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차민태···감히 내 뒤통수를 쳐? 임기 말을 편하게 보낼 생각은 접어라.’

장웨이 주석은 중국을 압박하는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생각에 머리가 아파졌다. 그러다 생각이 문득 들었다.

‘로날드가 이렇게 판을 잘 짜는 놈이었던가?’

트럼프가 또라이처럼 이리저리 들이박은 것처럼 보였지만, 잘 들여다보면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다.

크리스 워녹을 보내버리고 한국 대통령이 규탄 성명을 내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딱딱 들어맞는다.

하긴 그렇지 않다면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없었겠지만,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장웨이 주석은 트럼프 뒤에 누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

나는 미국을 갔다 와서 느낀 바가 있었다.

내 체급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이라는 국가 앞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제한되었다.

이제 사업 확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올라설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손님을 초대했다. 응접실로 들어오는 백인 남성을 보며 나는 빙긋 웃었다.

“반갑습니다. 머스크 씨. 한국에서 뵙는 것은 처음이군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무려 한국에 방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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