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로 갑질하는 양아치 재벌-51화 (5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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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1) - 무료 마지막

동영상이 올라가고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성윤식, 박근형, 유종근 삼인방이 다시 모였다.

하지만 이번 모임이 분위기는 영 좋지 않았다.

성윤식은 얼굴이 붉어져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으며, 한양일보와 알바트리온 사장은 죄를 지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성윤식은 부글거리는 화를 겨우 억누르며 씹어뱉듯 말했다.

“이건우! 그놈의 이건우!”

하지만 이건우를 생각만 하면 화를 참는 것이 어려워졌다.

결국 한차례 욕설을 지껄이던 그는, 시퍼런 서슬을 한양일보 사장 박근형에게 돌렸다.

“지금 여론의 흐름이 바뀌었어요. 탈세는커녕 오히려 모범납세자 표창을 줘야 한다고 떠들어 대더군요. 한양일보에서는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했습니까?”

한양일보 사장은 이를 꽉 물었다. 화가 나는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밑에 있는 기자들을 쥐어짜서 매일같이 억지 기사를 써재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전자영이라는 뉴튜버의 영상이 화제가 되었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리 그가 유명 신문사의 사장이라도 해도,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명색이 사장인데 이런 소리를 듣는다는 게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4선 국회의원. 그가 가진 인맥을 휘두르면 신문사 사주라고 해도 성치 못한다.

발끈하려던 박근형은 고개를 푹 숙이고 화를 삭였다.

“···죄송합니다.”

그냥 사과를 연발하며 화살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기를 기도할 수밖에.

다행히 성윤식의 분노는 금세 알바트리온 사장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유종근 사장님.”

알바트리온 사장도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이번 알바트리온 주가 조작 사건에 비하면 한양일보의 실책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

“백신 개발이 허위라는 소문은 어디에서 나온 건지 파악했나요?”

“그게···. 아직 파악은 못 했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건 의원님과 원하오 제약 사장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누가 알아요? 당신이 제일 잘 알아야 하는 거 아냐? 그걸 잘 관리하는 게 당신 일 아니냐고!"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 있는 세 사람이 알바트리온이 주가를 조작했다는 소문을 낼 리는 없다. 그들 모두 상당한 양의 알바트리온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말이 새어나갔다는 말인가?

한참 분노를 퍼붓던 성윤식이 알바트리온 사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면 그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이고, 실제로 정식 계약을 체결할 거라고 하세요.”

그 말을 들은 알바트리온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의원님. 이건 말이 다르잖습니까! 실제로 협약을 맺으면 저희도 연구비를 투자해야만 합니다.”

원하오 제약과의 계약은 전혀 내키지 않았다. 얼마를 투자한다고 해도 백신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유종근은 알고 있었다. 그냥 생돈을 버리는 셈이었다.

그리고 중국과 계약을 해서 그 끝이 좋은 기업은 거의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여기서 발을 빼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성윤식은 여기서 발을 빼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판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으었으니까.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휘두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조금만 수고하면 다시 주가를 올릴 수 있는데 굳이 손해를 볼 필요가 있을까?

성윤식은 화를 가라앉히고 알바트리온 사장을 달래기 시작했다.

“누가 백신 계약을 하라고 했습니까? 적당히 백신에 관해서 얘기하고, 다른 사업적 계약을 해도 되잖아요.”

그러면서도 당근을 주면서 회유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알바트리온도 큰 손실을 면치 못해요. 시세 조종행위로 감사를 받을 수도 있단 말입니다. 이번에 쓸 돈을 크게 만회할 방법을 내가 찾아주겠습니다.”

알바트리온 사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반발하고 싶지만 성윤식을 거스를 힘이 없다.

성윤식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며, 그의 심사가 비틀린다면 제약 회사인 알바트리온에 태클을 걸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식약처에 의약품이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내주지 말라고 하면 알바트리온이 입을 손실은 어마어마해진다.

'젠장, 그래도 계약을 체결하는 게 조금이나마 더 싸게 먹히겠군.'

그가 알겠다며 항복하려는 순간이었다.

쾅!

문이 열리며 성윤식의 보좌관이 들어왔다. 성윤식이 인상을 찡그렸다.

밀실에는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했거늘, 그가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보좌관이 말했다.

“의원님. 큰일 났습니다. 알바트리온 주식이···.”

보좌관은 말을 하다가 알바트리온 사장을 보고 멈칫했다. 성윤식은 불길함을 느꼈다.

알바트리온에서 또 악재가 터졌나?

“무슨 일이야?”

“누군가가 알바트리온에 7000억 원가량 매도 주문을 넣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주가가 미친 듯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성윤식과 알바트리온 사장은 멍해졌다.

“7000억 원? 누가 주식을 그만큼이나 들고 있어?”

“7000억 원을 매수한 사람이 있었다면 내가 몰랐을 리가 없는데.”

보좌관이 말했다.

“거래소를 통해 알아보니 계좌 주인이 KW 홀딩스라고 합니다. 아마 이건우가 저지른 일일 겁니다.”

이건우.

그 말을 듣는 순간, 성윤식은 이 모든 상황이 이건우가 꾸민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눈이 벌게진 채로 소리쳤다.

“이건우!!!!!!!”

*

나는 6800억 원어치의 주식 190만 주를 모두 팔아치웠다. 주식으로만 벌어들인 수익률은 60%, 하지만 파생상품 시장에 투자한 1000억은 그 스무 배인 1360%를 기록했다.

덕분에 내 자산은 2조 4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진짜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성윤식 패거리에 몰래 끼어들어 캐리온에게 몇 마디 한 것뿐.

기회를 제공해 준 성윤식에게 너무 고마워 눈물이 다 나오려고 하네.

다음에 성윤식을 만나면 밥이라도 한 끼 사줘야겠다.

잘 먹었습니다. 꺼억!

그리고 좋은 타이밍에 내 이미지도 개선이 되었다.

예전에 이건우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사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자신은 이미 진정성 있는 사과에 (아마 배상 덕분이겠지만) 용서를 해줬다며 기자와 인터뷰를 한 모양이었다.

천운이었다.

전자영의 방송에서 내 변호를 해준 것도 주효했다.

내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그리고 정직하게 세금을 냈는지 본 사람들은 나를 더이상 재벌 3세 망나니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내 이미지는 청렴하고 젊은 천재 사업가에 가까웠다.

여기에 OTT 플랫폼도 순항을 이루며 KW 미디어의 시총은 3조에 다다르고 있었고, KW 홀딩스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며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마이다스의 손을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 개인 자산가들이 매니징해줄 생각이 없냐며 나에게 개인적으로 문의를 해오는 상황.

이 정도라면 KW 홀딩스도 발을 넓혀서 사람들의 자산을 관리해줘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만 한다면 내가 시장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제약회사도 순풍을 달고 날아가고 있다.

첫째, 이중나선 DNA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 개발에 나섰다.

이중나선 DNA 바이러스의 전문가인 신재현은 면역크로마토그래피법을 이용하여 키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물론 캐리온의 서포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그는 알바트리온에서 나와서 빵빵한 연구비와 최고의 인공지능의 보조를 받으며 행복하게 연구 중이다.

신재현이 말했다.

“보통은 PCR 검사를 하지만 그건 너무 속도가 느립니다. 이 키트는 빠르게 항원을 검출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고유한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두창 바이러스는 복합 단백질을···.”

“···결론적으로 적은 사료로도 사용할 수 있고 오염물에 대한 높은 허용오차를 허락합니다. 또한 소프트웨어에서 사전 구성된 프로토콜로 데이터 획득 및 분석 단순화···”

라고 열심히 설명했지만 나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우리, 같은 이과 아니였어?

둘째, 치료제의 개발도 시작하였다.

리암 웨슬러 팀은 동물 모델로 전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전임상 시험은 신약후보물질을 동물에게 사용하여 부작용이나 독성, 효과 등을 알아보는 시험이다.

임상에 들어가기 전, 안전 용량을 결정하고 제품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에서 수집한 정보는 인간에서 안전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미니온-메딕은 정말 뛰어납니다. 신약후보물질 수만가지 중에 브린시도포비르에 쓰이는 핵심 중간체인 HDP-토실레이트를 이용해서···.”

이것은 어느 나라 언어지?

“음,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아니라 미니온-메딕이 해낸 일입니다. 동물을 모델로 이미 확인했으며,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수천, 수만 가지의 화학물질을 탐색하고 조합해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미니온-메딕의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 조합 및 분석 능력을 활용하면 이 시행착오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미니온은 신약 물질 분자 설계에 유용하도록 치료 및 독성을 예측할 수 있는 최고의 모델을 구축했다.

치료 물질이 생명에 필수적인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에 개입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었다. 웨슬러는 주저하면서 말했다.

“다만 부작용이 한 가지 있는데···.”

나는 심각해졌다.

“부작용이요?”

“네. 생식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자 수를 감소시키거든요.”

“······.”

···고자가 된다는 말이군. 그거는 좀 심각하지.

이미 아이가 있는 사람은 몰라도, 나 같이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들에게는 끔찍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고자가 되는 게 죽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또한, 임신한 사람에게 투여하면 태아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임신한 쥐에 투여한 결과 구조적 기형을 초래했습니다.”

부작용이 있다고는 해도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이제 슬슬 임상 1상을 신청할 준비를 해주세요.”

KW 코퍼레이션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한국의 포비드 또한, 팬데믹 상황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

2월 18일

서울 홍대의 한 클럽. 세 명의 여자가 부푼 마음을 안고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들은 무려 대전에서 서울까지 원정을 온 상태였다.

왜냐하면 오늘은 홍대 클럽 투어데이였기 때문.

헌혈증을 기부하면, 한 장의 티켓으로 11개의 클럽을 투어할 수 있는 날이다.

그것도 불금이라 아직 밤 12시밖에 안 됐는데, 원래라면 운동장이었을 클럽에는 사람들이 가득가득 모였다.

요즘 북경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데도 경각심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렇게 그녀들은 인파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두 시간쯤 놀다가 한 여자가 말했다.

“야, 나 오늘 좀 피곤한 것 같다.”

그러자 나머지 두 사람이 호들갑을 떨었다.

“벌써? 아직 한 시밖에 안 됐잖아!”

“안돼 안돼. 우리 첫차까지는 있어야지. 다른 클럽도 더 돌아야 한다고.”

클럽에서 한 시면 가장 핫한 타임이다. 아픈 여자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 몰라. 뭔가 덥기도 하고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고···.”

“아까 테이블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야?”

“맞아. 바람 쐬면 좀 나아질 거야. 다른 클럽 돌아보고 올래? 여기 엠원도 괜찮아. 일렉존이라 거기에 있으면 좀 기분이 풀릴걸.”

친구들의 말을 들으니 정말 술 때문에 그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놀다 보면 또 금방 괜찮아질 기분도 들었고. 친구들의 말에 설득당한 그녀는 마음을 정했다.

“그럼 그럴까?”

사실 증세가 심한 것도 아니고, 이대로 집에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테이블을 같이 쓰던 남자들에게는 미안하다고 하고 다른 클럽으로 가기 위해 나왔다. 그들은 이쪽으로 다시 오면 같이 놀자고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새벽 다섯 시까지 기어코 열한 개의 클럽을 모두 순회하고, 첫차를 타고 대전으로 돌아갔다.

나흘 후 화요일. 아픈 여자는 온몸에 발진이 일어났고 포비드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

이 여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캐리온이 보고했다.

[긴급 상황입니다. 대전에서 확진자로 추정되는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 여성의 추정 접촉자 수는 최소 칠천 명입니다.]

[그들이 2차, 3차로 접촉 및 감염을 일으킨다면 현재 방역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팬데믹이 올 수 있습니다.]

거대한 해일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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