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
134화
“근데 최별이랑 커뮤니티 친구 교환한 적 있습니까, 형님?”
“음……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 협회 쪽에 부탁한 일이에요.」
최별의 답이 곧장 도착하자, 송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별 그 여자라면 등급도 꽤 높을 테니까 아마 들어줬을 것 같긴 한데…… 하긴 형님은 황옥이라 높은 등급이…… 어? 그 검은 버튼 뭡니까?”
“승급했습니다.”
“흑단백석? 이렇게 빨리?”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랑 최별도 이젠 흑단백석일 텐데 잘됐습니다.”
“네? 훨씬 높다고 들었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다 옛날입니다. 별 박기를 못하면 시간이 지나서 다 내려옵니다, 형님.”
“별 박기?”
-별 박기 개 추억이네. ㅋㅋ
-그들만의 리그, 별 박기. ㄷㄷ
-별 박기가 머에염? 형들?
-여기 물어보지 마셍. ㅋㅋㅋ 아, 물어봐도 되겠다. 여기 이론은 빠삭함.
송하린이 답했다.
“별 박기는 협회 최상위 3명에게 주어지는 음…… 아무튼 활동하든 하지 않든 등급을 영구히 동결시켜 주고 그 권한도 유지해 주는 겁니다.”
“전 세계 3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거네요? 동생은 거기 들지 못해서 흑단백석으로 강등당했다는 거고요.”
“……그렇게 말하니 동생이 굉장히 나약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협회 등급이 강함의 전부는 아닙니다.”
성진은 랭킹이라고 하는 말을 들어 보았다.
때문에 랭커라면 그에 맞는 힘과 능력을 지녔을 것이라 생각했고.
“협회 앞에 모험가라는 단어가 붙지 않습니까? 협회 랭킹은 그냥 모험가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동생은 모험가로서의 자질이 3위 안에는 못 들었다는 거죠? 최별 씨도요?”
성진의 물음에 송하린과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는 최별이 화를 냈다.
“아니, 그게 아니라니깐 그러네?”
「갑자기 저까지 매도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저는 그래도 송하린 씨보다는 높았을 걸요?」
“뭐라? 본녀가 설렁설렁해서 그렇지, 세력빨로 비볐던 그대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세, 세력빨이요? 그럼 송하린 씨는 세력을 왜 안 쌓았죠? 아~ 안 쌓은 게 아니라 못 쌓은 것 아닐까?」
송하린의 얼굴에 어설픈 웃음이 그려졌다.
그녀는 억지로 웃었다.
“하, 하하하…… 본녀는 불금에는 클럽도 가고 음식 사진도 SNS에 올리는 핵인싸요. 정확히 말하지. 못 만든 게 아니라, 안 만든 거요!”
그냥 두면 의미 없는 말싸움이 계속될 것 같아, 성진이 질문으로 둘의 말싸움을 적절히 끊었다.
“그럼 모험가 협회 최상위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어…… 누구였더라?”
「활금강(活金剛)의 3인을 어떻게 까먹을 수가 있어요?」
“본녀는 누구처럼 협회 등급에 목매지는 않아서. 성채남보석 정도면 솔직히 출세할 만큼 한 거지, 안 그런가?”
「아무튼…… 최상위 1인은 정체불명, 나머지 2-3위는…… ‘좋은 친구들’ 중 탱커랑 마도사 포지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쪽에서 언급되는 걸 싫어할 거예요.」
송하린도 기억이 났는지 눈을 크게 떴다.
“아, 맞다…… 형님, 그 사람들 얘기는 굳이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그게…… 사고가 났었습니다.”
사고.
최별이 그 사고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스칸다 서비스 종료 당시, 활금강 2인이 의식 불명에 빠졌어요.」
“네?”
“저…… 형님,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시죠.”
아무래도 가벼운 얘기는 아닌 것 같아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집 잘 끊네. ㅋㅋ
-방송 진행이 능숙해졌어;
-ㄹㅇ 이건 좀 민감한 부분이라 잘못 말하면 안 댐. 송하린이 잘 끊었네. ㅋ
-머에여? 아니 왜 단체로 그 화법 하는데;;
-님 종말 이후부터 시작함?
-ㅇㅇ 스칸다 얘기 하나두 하나두 몰라용.
-위키 찾아보셈.
-위키도 내렸던데? 걍 피해자 가족이랑 친지 분들이 내려 달라고 부탁한 듯.
-그래? 그럼 뉴스를 봤어야지. ㅡㅡ 뉴스 안 본 님 잘못.
-헐 어굴행. ㅠㅠ
송하린이 다른 질문을 했다.
“근데, 왜 연락을 준 것이요? 나름 행복 스칸다 라이프 즐기고 있었던 것 아니오?”
「행복 스칸다는 무슨…… 서부에 혼자 떨어졌는데 행복 스칸다를 어떻게 해요? 누구처럼 수도사가 업어 주고 키워 주는 것도 아니고.」
“뭐, 뭣? 키워 주고 업어 줘? 나도 걸음마는 했다고!”
-솔직해지자 ㅋㅋ 하린아, 초모 없었으면 지금도 도망치고 있었을걸?
-조별 과제 조장 잘 만나서 A+ 받은 거지. ㅋㅋ
-수도사가 이미지 세탁 많이 도와줬지. 애초에 이황 금분세수 하는 곳 가서 음식 먹다 날랐을 사람이. ㅋ
-다이아 원딜 + 실버 서포터 느낌.
-송하린 : 캐리. ㅅㅍㅊㅇ 딱 대~
최별이 송하린을 무시하고 성진에게 본론을 꺼냈다.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어딜 맨입으로! 본녀는 초모 형님의 충실한 개가 되겠다고 다짐해서 겨우겨우 도와주셨거늘!”
-거기까지 했었어?
-ㅋㅋㅋㅋㅋ 근데 묘하게 설득력 있어.
-송하린 진짜로 그랬을 거 같아서 무섭네. ㅋㅋ
「제가 요즘 시간이 여유가 좀 있어서 밀린 방송을 좀 챙겨 봤는데…… 탄타르빌로 가시는 것 아닌가요? 어제 서찰을 확인하는 걸 분명 봤는데…….」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숨길만 한 내용도 아니었고, 상대가 미리 알고 있으니 한 행동이다.
「잘됐네요. 마침 저도 탄타르빌에 갈 일이 있어서…….」
송하린이 되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 탄타르빌이 아무 때나 가는 곳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일이 있어요! 초모 님, 우린 스칸다에서 돌아가기 위해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럴 마음이 충분한데…….」
최별의 접근이 악의적일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었다.
그녀도 원하는 게 있고, 자신도 원하는 게 있었다.
마침, 그곳까지 도달하는 데에 길이 겹친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협력하죠.”
-별이 누나 방송 욕심 때문은 아니지? ㅋㅋ
-근데 최별 정도 고수면 갠춘하지. 오히려 아군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우리 검 만들러 가는 거 아니었음? 근데 왤케 사람이 많이 필요함?
-탄타르빌이 금지라 그러지; 거기 원시용이랑 싸우다가 터진 난쟁이 도시잖아.
-라고 전해 내려오는 곳임. 아군이 많아서 나쁜 점은 감투 쓰려고 하는 놈들이 많아서 그런데 솔직히 등불 멤버는 이 점에선 안심이지;
최별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탄타르빌은 서부 꼭대기에 있어요. 난쟁이들과 만나는 장소와 시기를 말씀해 주시면 저도 그곳으로 갈게요. 거기서 봬요.」
***
“향소…….”
“떠나셔야 한다고요?”
“응, 이곳의 일이 마무리됐잖아.”
“너무하세요. 우리를 두고…….”
“돌아올 거야.”
“꼭, 꼭이요?”
“그래, 꼭.”
송하린은 월교의 수장이다.
한번 뒤집혔던 맹의 새로운 주축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그녀가 떠나겠다고 하면 모두 말릴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맹의 수뇌부는 물론이고 단월과 음양쌍마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
“언제 가나 했다, 하린아.”
“악전, 너는 근데 왜 은퇴를 안 하지?”
“아직은 때가 아니다. 네가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니 나라도 남아서 문제를 처리해야지.”
“조청도?”
악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끝난 얘기다. 은퇴는 무슨…… 송하린, 힘내야 한다.”
“뭘?”
“스칸다는 너희 이방인과 연이 깊다. 늘 너희에게 도움을 받았지.”
“그런데 이방인들을 왜 이렇게 싫어할까?”
“분노를 돌리는 거다. 투정을 부리듯이, 그래선 안 되거늘…….”
“우린 이방인들을 데리고 돌아갈 거야.”
“그럴 거라 예상했다. 우리가 돕겠다.”
송하린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맹은 혈교 사태로 인해 스칸다의 상황에 경각심을 가졌어. 뭐, 줄곧 태평했던 분들께서 이번 사태로 많이 돌아가시기도 했고, 젊은 피들이 유입됐거든.”
맹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혈교를 뿌리까지 뽑자, 맹은 과도한 흥분 상태에 돌입했다.
흥분은 판단을 그르치기 딱 좋은 감정이지만, 때로는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좋은 자극이 되어 주기도 했다.
맹의 수뇌부는 이 흥분 상태를 좋은 결과로 유도하기로 했다.
“너와 네 형님. 그분께 정말 큰 빚을 졌다. 개인에게 갚기엔 너무 큰 빚이라 갚지 못할 것 같아서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게 이방인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노예와 첩 등 부당한 처사를 받는 이방인들을 구제할 것이다. 또한, 이방인 사냥꾼과 불법적인 통로로 이방인들을 사유하는 이들도 벌할 것이고.”
“맹에게 그럴 만한 힘이 있나?”
“스칸다 전체를 바꿀 생각은 없다. 다만…… 동부의 작은 마을, 도시, 소굴 등을 뒤집다 보면 언젠가는 동부가 이방인들이 살 만한 곳이 될지도 모른다.”
“이방인들은 동부 별로 안 좋아해. 너무 따분한 곳이거든.”
“그래도 네가 있는 곳이니, 다들 믿고 따르겠지.”
송하린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 큰 결정을 했군. 천마인 이 몸이 칭찬한다.”
“동부 상인회에서도 이를 지원하기로 했으니, 사실상 대규모 사업의 일환일 거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뒤는 맡아 줄 테니 사고치고 돌아다니란 소리네.”
“어느 정도는 맞다.”
송하린은 따로 수뇌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짐을 꾸렸다.
월인들은 그녀의 발길을 무겁게 하지 않기 위해 울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그녀가 돌아올 것이라 했으니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녀는 곤룡포를 벗고 검은 무복에 큰 삿갓으로 얼굴을 가렸다.
천마도를 도갑에 넣은 후 등에 메니, 그 모습이 동부에 도착한 초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형님, 가시죠!”
성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새하얀 무복은 눈에 띄니 적당한 회색 무복을 걸쳤고 봉도 천으로 칭칭 감아 장식을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다.
둘이 나란히 걷는 것을 본다면 평범한 동부의 무인이라 생각할 것이다.
성진이 설에 올라타고 손을 내밀었다.
송하린은 딱히 탈 생각이 없는 듯, 성진의 손을 잡지 않았다.
“혀, 형님. 꼭 이 흰 닭을 타고 가야 합니까?”
“다는 아니더라도 타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은데…….”
송하린이 몸을 배배 꼬았다.
“제,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벌써 쉬가 마렵습니다.”
-ㅋㅋㅋㅋ 아 옛날에도 저런 사람 있었어.
-라이딩 가능한 마수 못 타가지고 관상용으로만 쓰던 사람도 있었음.
-털털해 보이지만 겁네 귀찮네 진짜. ㅋㅋ
송하린은 결국, 설에 올라탔다.
미리 장비를 마련해 놨기에 불필요하게 몸이 닿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덜덜 떨며 말했다.
“제가 설이 등에 실례하면 얘가 저를 잡아먹겠죠?”
-ㅇㅇ 갈기갈기 육포처럼.
-흰색 털에 노란색으로 브릿지는 에바잖아. ㅋㅋ
후우웅, 후우웅.
설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송하린은 말이 없어졌다.
-야 ㅋㅋㅋ 송하린 기절한 거 같은데. ㅋㅋㅋ
-흰자위 뭐야. ㅋㅋ 아 진짜 미치겠네.
-시큼한 냄새나면 떨어트려라, 설아.
***
서부는 크게 세 구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남부 지방, 중부 지방, 북부 지방.
다른 의미로는 해안, 내륙, 산맥으로 나뉘기도 하는데 전자의 구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부의 경우 대규모 곡창지대와 더불어 해적들, 그에 대응하는 해상 병력이 주를 이뤘다.
중부 지방을 대표하는 가장 큰 세력으로는 원탁이 있었다.
카멜롯의 영향력은 중부뿐만 아니라 대륙 전반에 미치지만, 위치상으로는 중부의 내륙에 자리했다.
북부 지방은 서부 대륙에서도 특이한 지형이었다.
고원과 산맥이 주를 이루었고,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았다.
북부의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혔다.
첫째, 원주민의 세력이 거대하다.
북부의 원주민은 거대 요정 세력인 별자리 관을 비롯하여 용인, 난쟁이 중 소수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중, 온유하다고 평가받는 원주민이 단 하나도 없었으니 다들 이들을 가까이하지 않으려 했다.
둘째, 매우 춥다.
사고까지 얼려 버리는 추위가 365일 계속되고 있다.
원주민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이곳에 방문한 이들은 견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탄타르빌의 존재다.
탄타르빌은 몰락한 용의 땅이다.
난쟁이들은 그 땅을 탐냈다가 용에게 빼앗겼다.
탄타르빌은 그 상징이자 흉터이다.
용도 함께 추락했지만, 이제 그 땅을 찾는 이는 없었다.
북부로 향하는 산맥의 초입인 흐뵝겔.
북부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도시가 없었다.
폐쇄적이고, 적대적이었다.
때문에, 이런 간이 술집 겸 여관은 마치 산장과 같은 역할을 했다.
끼이익.
휘이이이이잉.
쾅!
눈보라를 동반한 칼바람이 여관의 문을 거칠게 닫았다.
문을 닫으려다 궁해진 손이 괜히 수염으로 옮겨 갔다.
내부엔 손님이 꽤 있었다.
그들은 새로 들어온 여행자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범죄자도 많았고, 무언가로부터 쫓기는 사람도 많았으니, 그들의 시선이 부당하지는 않다고 봐야 했다.
들어온 이들 중 1명이 자리를 잡았다.
끼익.
오래된 나무 의자가 이들의 무게를 감당했다.
“끄으응…… 춥구먼, 추워.”
“크흐흐…… 엄살은, 술이나 시키지.”
“오늘 보기로 한 것 맞지?”
“약속을 어길 이는 아닌 것 같았어. 그보다 잠시 떨어져 있던 사이에 유명해졌던데?”
“동부를 뒤집어 놓았다더군, 하기사 엘리움을 모르는 난쟁이에게 그렇게 턱 하고 넘기는 자가 평범한 이일 리가 없지.”
“모르기는, 나를 알았어. 그자가 산왕의 빚을 받으러 왔다고 했잖아.”
“아, 그랬었지.”
이들은 간단한 요리를 주문했다.
훈제된 사슴 고기와 맥주를 주문한 후, 식탁에 손을 올려놓았다.
반지.
다섯은 색색의 반지를 끼고 있었다.
이 반지의 의미를 아는 자가 지금 광경을 보고 있었다면 놀라서 소리쳤을 것이다.
-난쟁이 왕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비록 난쟁이 왕은 자리에 없었지만, 형제가 모두 명성이 자자했기에 한 자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조합이었다.
음식이 나올 때 이들은 슬쩍 털이 수북한 소매로 반지를 낀 손을 감추었다.
끼이익.
맥주를 막 한 모금 마실 무렵, 주점의 문이 열렸다.
굉장히 특이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도복에 털옷을 걸쳐 입은 모습으로 삿갓에 쌓인 눈을 툭툭 털고 있었다.
눈을 다 턴 그들이 삿갓을 벗자, 이를 눈여겨보던 손님 중 1명이 그의 일행에게 조용히 말했다.
“어이, 이방인들이다.”
“용 각인…… 이게 웬 횡재래.”
“하필 북부에서 마주치다니, 팔 만한 곳을 찾기 힘들 텐데.”
“일단은 일행이 있을지 모르니 신중하자고.”
이방인들은 송하린과 성진이었다.
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방금 들어온 이들이 앉은 식탁으로 다가왔다.
“앉은키도 작은 걸 보니 이들이 맞는 것 같습니다, 형님.”
“실례입니다, 동생.”
“아차, 눈빛으로 말한다는 걸.”
-ㅋㅋㅋㅋㅋ 첫인상 -50하트.
-송하린 : 형님? 여기 똥자루들이 다 모여 있는데요? ㅋ
성진이 앉은 이들에게 인사했다.
“초모라고 합니다.”
타놀드가 그 인사를 받았다.
“일을 부탁한 인간이야, 다들 인사하지.”
“반갑소.”
“허허……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젊은 사람이군.”
“막내 놈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인지.”
“어허! 한 번 도와주기로 했으면 투덜대지 않기로 했잖아!”
“식전이면 같이 들지.”
송하린이 맥주와 안주를 추가로 시켰다.
문제는 안주를 매우 많이 시켰다.
“동생, 왜 이렇게 많이 드십니까?”
“실례입니다. 사람은 추위를 견디는 데 열량을 쓴다는 거 모르십니까? 형님은 참, 이런 세심한 부분이 부족합니다!”
“평소보다 3배는 드시는 것 같은데…….”
-겨울잠 자러 가냐? ㅋㅋㅋ
-난쟁이들 눈빛 교환하는 거 봨ㅋㅋㅋㅋ 자기들이 계산할까 봐 저러는 거 아님?
타놀드가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내가 이 자리에 여러분들을 모은 장본인이나 다름없으니 계획을 말하겠습니다.”
5명이 나눠, 지고 온 가방을 가리킨 타놀드는 식탁에 앉은 이들만 들리도록 조용히 얘기했다.
“탄타르빌의 별의 용광로에서 엘리움을 가공할 것입니다.”
“처음 들었을 땐 미친 생각이다 싶었지만, 이것도 계속 듣다 보니 그럴듯하게 들리는군.”
“탄타르빌까지 가는 것도 문제지만, 그곳에 가서도 문제야.”
“문제?”
“난쟁이들이 용에게 잃은 땅이다. 비록 그 이후로 황폐해져 아무도 찾지 않는 땅이 되었지만, 금지로 불리는 건 이유가 있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알 수가 없어.”
난쟁이 중 1명이 성진에게 물었다.
“그래서 묻는데, 자네들은 강한가?”
“예?”
“우리는 이렇게 험악하게 보여도 싸우는 걸 즐겨하진 않아. 평생 철 냄새와 함께했지만, 피 냄새를 맡기만 해도 정신이 아찔하거든.”
“그건 너만 그렇고.”
“조용히 좀 하쇼, 큰형!”
성진은 고민했다.
탄타르빌이 얼마나 위험할지 몰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늘 스칸다의 위험은 성진의 생각보다 더 크게 다가왔으니 신중히 판단해야 했다.
성진이 채팅 창을 흘겨보았다.
-탄타르빌 근데 경험담 있음?
-ㅇㅇ 내가 지금 경험담 발췌해 옴.
-ㄱㄱ
-생존자 : …….
-왜 암 말도 안 해?
-죽은 자는 말이 없다.
-ㅎㄷㄷ 지려 버렸습니다.
송하린이 대신 대꾸했다.
“뭐, 당신들 지키는 거야 일도 아니오.”
“고작 둘이서?”
“둘이라고 한 적 없는데? 답장 못 받았소?”
“답장? 그런 거 받지 못했는데.”
“우리는 3명이…….”
그때, 때마침 문이 열렸다.
끼이익.
“마침 오셨네.”
붉은 갑주를 입고 붉은 대검을 패검한 기사가 한 손에 커다란 곰을 짊어지고 문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쿵!
쿵!
곰이 너무 커 문을 못 넘자 최별이 송하린에게 말했다.
“도와줘요.”
“그건 왜 들고 왔소?”
“덤벼들기에, 비상식량으로 챙겼어요.”
성진이 곰의 사체를 보고 말했다.
“아, 저거 맛있었는데.”
“뭐라? 형님,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송하린이 도갑에서 천마도를 꺼내 곰의 사체를 순식간에 다섯 토막을 냈다.
철컥.
최별이 고개를 끄덕이고 곰의 사체를 여관 바닥에 내려놓았다.
쿠웅!
그녀는 여관 주인에게 앞발만 요리로 내오고 나머지는 가져도 된다고 말했다.
주인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앞서, 성진과 송하린을 나약한 이방인이라 착각했던 사람들이 조용히 술을 마셨다.
“빌어먹을, 불꽃의 기사잖아.”
“저 여자가 여기 왜 왔어?”
“조용히 술이나 먹다 가자고. 괜히 시비가 일어나면 큰일이니.”
일행의 탁자에 최별이 앉았다.
붉은 갑주에 두꺼운 털옷을 걸친 그녀까지 자리에 앉자, 성진이 말했다.
“탄타르빌까지 이렇게 셋이 함께할 겁니다.”
난쟁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딱히 의심하지 않았다.
가까이 붙어 앉은 그들은 성진 일행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진 일행의 외투에는 검은색 버튼이 달려 있었다.
이제, 난쟁이 왕족과 이방인 모험가 셋은 탄타르빌로 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