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
101화
[chapter 6-3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6-3을 클리어합니다.]
[chapter 6-4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chapter 6-4를 클리어합니다.]
[보상으로 이미지: 징벌을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이미지: 방호를 습득합니다.]
[추가 보상으로 이미지: 생장을 습득합니다.]
- 보상 뭐야!?
- 6-4 임무가 호박 다는 거였나 보네
- 한 번에 깨서 그런가? 추가 보상도 주네 개꿀
- 초모 맘들 지금 샴페인 터트림 ㅋㅋㅋ 뒤집어지네
===========================
[chapter 6-5. 첫 비행]
「당신은 호박 등급의 모험가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디쯤 왔는지는 누구도 대답할 수 없습니다. 동부로 향하는 길목에서 시조가 깨어났습니다. 아직 사태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신성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오란 지부에서도 모험가의 파견을 결정했습니다. 파견대에 합류해서 엘론드 사태의 진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 이 임무는 메인 시나리오입니다.
* 에어리어를 개방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내야 하는 임무입니다.
===========================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파견 전까지 몸 관리에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지부장이 떠나가고 나서 성진도 다루를 빠져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칸의 공방이었다.
“뭐야? 또 왔나, 이방인? 요전번 편지는 고맙군. 사실 스승님 소식은 생사만 확인하면 됐는데 마침 그걸 해줬으니. 그래, 무슨 일로 왔나?”
“멀리 나가게 됐는데 지금 가진 무기는 아무래도 질이 너무 낮습니다. 쓸만한 물건이 있습니까?”
“나는 미리 주문받은 물건만 만드는데··· 애석하군. 음? 호박? 자네 승급했나?”
“예, 운이 좋았습니다.”
“이거··· 참··· 요즘엔 별일이 다 일어나는군. 아무리 그래도 호박이라니···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겠는걸?”
- ㅎㅎ 제가 쫌 ^^
- 어깨 깡팬데 힘 안 줘도 뭐 ㅋㅋ
- 당연한 일 아닙니까?
칸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호박 등급 정도면 그래··· 볼 자격이 있겠군. 따라오게.”
성진이 칸을 따라 이동한 곳은 대장간의 깊숙한 곳에 마련된 창고였다.
촤르륵···
철컹-!
꽤 소중한 것들이 가득한 건지 사슬로 감긴 것도 모자라 잠금장치가 두꺼웠다.
“들어오게. 구경해도 좋아.”
“그럼.”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공간이었다.
번뜩이는 날을 가진 전투도끼부터 보기만 해도 믿음직스러운 흉갑까지.
칸은 콧김을 뿜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개인적으로 만든 것들이지. 하나 정도는 가져가도 좋아. 나도 은혜권을 받은 것치고는 달리 한 게 없으니.”
“감사합니다, 조금 더 둘러보겠습니다.”
“하루를 새도 돼. 그만큼 고르기 힘들 거야.”
“이걸로 하겠습니다.”
“응? 벌써?”
- ㅋㅋㅋㅋ 머쓱;;
- 개빨리 골랐잖아 ㅋㅋ
성진이 고른 것은 흰색 봉(棒)이었다.
“그건 동부에서 들어온 물건인데 그게 여깄었군! 그건 내가 만든 게 아닌데··· 내가 보기엔 봉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창을 만들려다가 실패한 것 같더군. 봉도 다룰 줄 알았나?”
붕-
부웅- 부웅-
성진이 재주를 부리듯 봉을 휘둘렀다.
무기술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확실히 가공이 덜된 것 같네요.”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지. 소재의 맛을 살린 건지 아니면 만들다 만 건지··· 나무 냄새 지독하지?”
“좋습니다. 사례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게. 가져가.”
몇 번 더 휘둘러 보고 흰색 봉을 확인했다.
[백현목(白炫木)의 가지]
[등급 : C+급]
[오래된 나무의 가지. 강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탄성도 훌륭하다. 가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 엥? 왜 칼은 안 집고 이상한 거 집누?
- 근데 저것도 어울린다. 아 근데 좀 깨네 ㅋㅋ 검은 옷에 저거 들면 깔맞춤 아니자너
- 어리석긴 ㅋㅋ 어제 방송 안 봤냐? 미리 흰색 옷으로 쫙 뽑아놨지 ㅋ
- 역시! 그렇다면 ㅇㅈ이지 이제 좀 신관 같구만 ㅋㅋ
성진은 이 물건에게 끌렸다.
아마 신성력과의 친화력이 높은 소재인 것 같다.
“꽤 그럴 듯하군, 근데 남의 물건 가지고 생색내는 것 같아서 영···.”
칸과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일이 남았다며 칸은 그대로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성진은 연무장이 마련된 공터로 향했다.
이오란에는 이런 장소가 곳곳에 있었는데, 날이 저물어가자 사람이 없었다.
‘징벌, 방호, 생장?’
머릿속에 폭죽이 튀듯 이미지가 떠올랐다.
징벌은 말 그대로 신성력을 응축해 파동을 쏘아내는 기술이었다.
- 장풍? ㅋㅋ
- 사제들 쓰는 거랑 비슷하긴 한데 이름이 다르네
- 이름만 다르겠어; 파괴력도 다르겠징?
쏘아낼 수 있는 신성력은 제한이 걸려 있었다. 한 번 사용하고 다시 사용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고, 응축할 수 있는 신성력의 양이 많지 않아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그렇네.’
물론, 성진 개인의 생각이었다.
다음으로 방호. 작동하는 방식은 징벌과 비슷했다.
후아앙···
순식간에 빛이 퍼져나가 반구 형태의 막을 만들었다. 원한다면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이상은 신성력의 소모가 막대해 비효율적이었다.
‘이건 괜찮네.’
마지막으로 생장.
성진이 이번에 얻은 능력 중 이 능력이 가장 특이했다.
신성력을 움직여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 손을 뻗었다.
우직··· 우지직···
흙이 일어나며 무언가가 봉긋 솟아올랐다.
성진의 손바닥 아래로 자그마한 묘목이 생겨났다.
“이건···.”
펜리르가 다루던 힘이었다. 신성력이 발달하는 만큼 새로운 능력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생명··· 생명이라···.”
- 시이발 뭐야? 쓰레기를 나무로 바꾸는 능력?
- 뭔 개소리야 ㅋㅋ 원소 계통 능력인 거 같은데 저런 거 교단마다 특징이긴 했음. 근데 나무는 첨 보네
- 본인 재밌는 상상함 ㅋㅋ 신성력 저기에 다 쏟아부으면 어케 될까?
- 느티나무 생기고 삼신할머니 이사옴
- 전투 쪽으로는 써먹으려면 좀 시간이 필요할 듯
- 이상 인터넷 패널들의 생각이었습니다.
- 근데 이제 완전 신관으로 완벽해졌네 ㅋ 나였으면 무조건 데려간다. 물론 난 도적^^
- 응 혼자 가~ 멀리 안 나가~
****
성진이 파견 일정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디스토피아는 시조 얘기로 바빴다.
[제목: 시조가 그거 아니냐? 시조새ㅋㅋ 부왘ㅋㅋㅋ]
반박시 스알못 ㅅㄱ
- ㅈㄹ 마라. 이제 역사 왜곡하는 새끼들까지 나타나고 있네
- 이게 재밌냐? 시조가 웃겨?
- 시조는 흡혈귀의 뿌리를 말합니다. 개체의 전염성이 매우 지독한 편이고 작위에 따라 능력이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니 알고 떠드십시오.
- 질문 성공. 그랬군ㅇㅋ
- 아
[제목: 시조든 체조든 그래서 이번엔 누구 붙는다냐?]
병창쿤이랑 일국쿤은 시조랑 붙어 본 경험 없나?
- 시조 우리 때에 딱 한 번 나타났음. 남작이었는데 서부에 나타났었지?
- ㅇㅇ 남쪽 곡창 지대 싹 털리고 좃되나 싶었다
- 헐 세냐? 얼마나 셈?
- 직접 붙은 건 원탁이라 잘 모르고 우리는 피해 확산 방지였음. 전염성이 강해서 그때 파티에 신관 없으면 다 북쪽으로 피난 갔었음 ㅋㅋ
- 신관이 감염됐을 때가 레전드였지 ㅋ 우리 파티 그래서 폭파됨 ㅋ
- 최별이 곡창지대 깡그리 불태우고 원탁이랑 시조 조졌었음. 그거 영상 있나?
- ㄴㄴ 최별은 전투 영상 함부로 공개 안 함. 걔 친위대도 멀찍이 구경만 했대
[제목: 아니 그래서 이번에 초모 가이드 누구냐고 썩은 물들아]
우리 초모 물가에 내놓은 것 같아서 나는 마음이 마이 아파. 일도 손에 안 잡힐 지경이야. 빨리 안심하게 해줘.
- 미궁 전문가 ‘반지하3년차’
-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니가먼저욕했잖아’
- 여심 사냥꾼 ‘큐피트님거기가아닌데’
- 동물을 사랑하는 대드루이드 ‘업진살살살녹는다’
- 그 외 수많은 객원 패널들이 함께합니다.
- 뭔데 화려하기만 하고 별 도움 안 되는 것들이 가득ㅋㅋ
- 스칸다특) 현지에서 조달 예정 ㅋㅋ
- 고인물들이 훈수를 참겠냐? 이거다 싶으면 나서서 똥 싸는 것까지 참견할 거임
- 아 그거 글케 싸는 거 아닌데 ㅋㅋ 내가 나서야 하나?
[제목: 이번 시조는 우리 밀수들에게도 중요하다]
내,,, 동년배들도,, 다,, 올빼미,,,본다,,
쒸이불,,,요즘,,,,젊은 것들은,,, 스칸다를,,, 너무,,, 무시해,,
우리의,,, 저력을,,보여줘야,,,,한다,,,
- 양갱 2개 압수
- 양갱,,, 안,, 먹는다,, 카악,, 퉤,,
- 누룽지도 압수
****
“여기면 됩니까?”
“네, 여기 내려주세요.”
“어이! 다 내려!”
성진이 이오란의 외곽까지 수레를 인도했다.
장정들이 수레에서 뭔가를 내렸다.
“어우··· 뭣 하러 이런 걸 만드셔서···.”
“아무튼, 우리는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장정들이 내려놓은 물건은 그리핀에 탈 때 사용할 도구들이었다.
삐이이이···
종속구를 불자, 어디선가 바람이 일었다.
후우웅··· 후우웅···
순백의 그리핀이 성진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늘 그리핀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나 근처에 있었다.
구우우··· 구우욱···
그리핀은 성진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기 편하게 고개를 숙이고 가까이 다가왔다.
- 큭··· 심장이···
- 심장이 띠질 않아여···
- 사망하셨습니다
- 여기선 진땨여? 라고 물어봐야지!
장정 여럿이 달라붙어 낑낑대며 옮긴 물건들이다.
하지만 성진은 가볍게 들어 도구들을 그리핀에 착용하기 시작했다.
머리와 부리 근처에 씌우는 굴레부터 안장과 등자, 그리고 고삐까지. 전부 흰색 일체였다.
철컥-!
전부 착용하자 그리핀의 신비스러운 매력이 더 배가되었다.
- 나 죽어~ 코피 빵ㅠㅠ
- 천사들이 타고 다니는 것 같다
- 이름은 언제 지어주려나?
구우욱··· 구우욱···
기분 좋은 울음이었다.
그리핀의 덩치가 워낙 커서 안장을 채워도 빈자리가 넉넉했다. 뒤편에는 다른 사람을 태울 때를 대비해 접이식 안장과 수납공간이 있었다.
그리핀이 성진을 태우고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성진은 그 눈빛을 보고 가만히 머리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럼, 가자.”
그리핀의 등으로 펄쩍 뛰어 앉았다.
탑승감이 훨씬 편안했다.
그리핀이 몇 발짝을 뛰어 날아올랐다.
화아아···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파견대를 구성하는 날짜가 당장 오늘이었다.
며칠 전부터 알았지만, 조구의 완성까지 기다린 후에 출발하기 위해 오늘까지 이오란에 남았다.
어차피 이오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시에서 보기로 했으니 그리핀을 타면 금방이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더 높이 날게 했다.
발 밑으로 중앙 대륙의 극히 일부가 펼쳐져 있었다.
그 일부의 풍경에도 찌릿한 기분을 맛보았다.
구우우···
그리핀이 땅으로 내려간다고 신호를 보냈다.
성진을 무심하게 내려놓은 그리핀은 곧장 날아올라 어딘가로 사라졌다.
“수고했어.”
이오란과 비슷한 규모의 도시 발디스.
오늘 이곳에서 파견대를 만나게 된다.
도시와 조금 떨어진 위치에 내렸기에 걸었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높다란 벽과 정문이 보였다.
경비병 둘이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가면을 쓴 성진이 차례를 기다려 그들에게 다가가자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멈추십시오. 도시에 들어가려면 신분이 확실해야 합니다. 신분을 증명할만한 것이 있습니까?”
“가면은 벗을 수 없습니까? 혼자입니까? 도시에 온 목적도 말씀해주십시오.”
「엠버 버튼을 보여주세요. 들여보내 줄 겁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니가먼저욕했잖아’의 다이렉트 메시지가 시기적절하게 도착했다.
성진이 그녀의 말대로 겉옷에 부착된 호박을 보여주었다. 경비병들이 잠시 시선을 그쪽으로 옮기더니 황급히 물러났다.
“이런, 모험가셨군요. 발디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들어가시죠. 다음!”
「엣헴··· 보셨죠? 제가 어디 가서 촌놈이라는 말은 안 듣게 해드릴게요.」
발디스는 화려한 도시였다.
듣기로는 뽕나무 경작지의 규모가 좀 있어서 비단을 주로 생산한다고.
그 때문인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복색이 화려했다.
「어··· 쫌 꿀리나? 아무튼,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거예요. 발디스도 오랜만이네. 못 보던 건물들이 많네요.」
발디스는 건축 양식에서 이오란과 비교했을 때, 좀 더 동부의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전각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들이 밤이 되면 꽤 볼만할 것 같았다.
「저기네요. 잊지 않으셨죠? 걸음은 당당하게, 두리번거리지 않기. 과묵해 보이는 사람 근처에 앉기. 군대, 축구 얘기하지 않기. 여성의 악세사리 칭찬하기. 피라미들이 개기면 한 번만 참고 바로 까버리기.」
“알겠습니다.”
- 단-호!
- 역시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폭력이지ㅋㅋ
성진이 멈춰선 곳은 발디스의 건물 중 손에 꼽히게 아름다운 건물의 앞이었다.
층수는 높지 않지만 우아한 기와와 곡선이 마음에 들었다. 듣기로는 오늘 이곳을 통째로 빌려 별채까지 숙소로 사용한다고 들었다.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장 접객 하는 이가 따라붙었다. 전통 복장을 했는데, 정확히 어느 지역의 전통 복장인지 알지 못했다.
「동부 복장인데, 그럼 여기 컨셉도 동부겠네. 안심하세요, 그냥 편하게 짐 맡기고 키 받고 보내세요.」
“짐을 부탁하겠습니다.”
“이리 주세요. 다들 저기 모여 계십니다.”
조구의 완성이 늦어 약속 시각이 거의 다 되어서 왔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봉을 제외한 행낭을 맡기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3층 건물이지만 층고가 높았다. 천장을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건물 규모가 거대했다.
「협회가 돈 좀 썼네요 ㅋㅋ 아이 마음이 참 간지럽다. 여자는 이런 거에 감동한다고···. 내 정신 좀 봐. 와 이 새끼들 인상 살벌한데요? 반거인도 있네; 일단 제일 구석진 자리는 피해요.」
- 엥? 왜여? 니가먼저님 왜여어어?
- 말이 잘 안 들려요. 분위기 잡기는 좋은데 나중에 끝나고 따로 물어봐야 함 ㅋㅋ 찐따 같음
- 지극히 현실적인 자리 선정 ㅋㅋ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기세가 성진에게 쏘아졌다.
그냥 흔한 관심도 있었고, 불쾌감을 유발하는 끈적한 적대심도 있었다.
눈에 띄는 사람이 많았다.
거인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남들보다 몇 배는 커다란 사내가 의자도 없이 안짱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고 눈을 안대로 전부 가린 여인, 늑대들과 함께 앉은 요정도 있었다.
난쟁이 한 명이 성진에게 말을 걸었다.
“늦게 왔으면 자리 찾아 바로 좀 앉지?”
「말 섞지 마세요. 무시하세요.」
성진이 널찍하게 자리한 탁자 중 한 곳을 선택해 앉았다. 그가 앉은 탁자에는 한 명이 더 있었는데, 투구를 눌러 쓴 기사였다. 과묵해 보이는 사람이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슬쩍 확인했는데, 금 등급은 없었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인원 대다수가 비취 등급이었고, 그보다 높은 등급은 성진을 포함하여 일곱 정도. 처음 보는 등급도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호박밭이네. 금으로 왔으면 쪽 좀 당했겠네요. 옆에 있는 소개팅 과묵남 얘가 제일 높네. 아니구나, 쟤도 진주네.」
‘진주(珍珠).’
호박의 다음 등급이었다.
이 중에서는 최고 등급이었으니 등급으로 나타나는 강자는 옆에 앉은 기사와 성진과 좀 떨어져 앉은 검사일 것이다.
이번 임무를 조율할 협회 사람이 이곳의 직원과 얘기 중이었다. 덕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떠들기 바빴다. 바로 옆 탁자에서 이곳에 모인 이들이 누구인지 얘기했다.
“저 안대 쓴 여자는 마녀 이시스 맞지?”
“눈 가리고 다니는 여자가 따로 있다고는 못 들었으니 맞겠지.”
“으, 왠지 불길하니 가까이 가기 싫어.”
“저기 늑대 세 마리 끼고 들어온 요정은 알라나일 거고··· 근데 왜 밖에 묶어 두지 않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거야?”
“나는 저 여자랑은 같이 묶이기 싫은데···.”
다른 탁자에서도 금 등급 모험가들이 같은 주제로 얘기했다. 이번엔 꽤 크게 얘기했다.
“진주가 둘이나 참가했네요. 협회도 작정하긴 했나 봐요.”
“시조를 몰아내는 데 성공하든 못하든 면책하기 위한 거겠지. 근데 한 명은 알겠는데 한 명은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 근방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닌가?”
“저 둘로 인원들을 나누려나 봐요. 저쪽 검사분이 더 나이스하긴 하네.”
귀찮은 일이 발생한 건 누군가 성진을 알아보고 나서부터였다.
“근데 저 사람··· 매 가면··· 호박이라··· 어라? 혹시?”
“초모! 초모 아닌가? 신성력이 있다는 이방인 모험가 말이야.”
“맞는 거 같은데요? 바로 금 등급이 되었다고 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호박이라고요?”
“이건 좀··· 불쾌한 소문이 도는 이유가 있었군.”
커진 목소리를 들은 건지 아니면 모두 귀가 좋은 건지 그 이야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성진에게로 옮겨왔다.
- 아이씨 ㅋㅋ 가면 벗고 다녀야 하나 자꾸 ㅈ밥 취급당하잖아
- 근데 이방인 낙인 있으면 그거 가지고도 시비 졸라 걸듯
- 이방인인 거 다 알잖아?
- 님 못생긴 거 다 알아도 마스크 쓰고 다니면 그러려니 하잖아요.
- 같은 거야?
- ㅇㅇ
이오란에서 퍼진 소문이 어느새 발디스까지 닿았나 보다. 성진은 그 소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데칸 산 임무, 협회랑 짜고 친 거라는 소문요?”
“협회는 이방인 키워줘서 뭐 얻을 게 있다고 그런 짓을 했을까?”
“저들 알아서 하겠지. 뭐 하러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까? 근데, 초모가 새로 얻은 별명도 웃기더라고.”
“뭔데?”
“마술사. 그리핀들이 뿅 하고 사라졌잖아. 걸작이지?”
“난 또 뭐라고. 조롱도 정도 것이지. 웃기긴 하네요. 내가 들어도 기분 나쁠 만하네.”
「악의는 없네요. 원래 인기인은 피곤해요. 악플러들 무시하세요. 가짜 뉴스 생산 진짜 ㅡㅡ」
시끄럽게 떠들어도 귀에 쏙쏙 박히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떠들면서 성진에게 눈을 흘겼다.
진주 등급의 검사, 요정들도 마찬가지였고.
반거인도 마찬가지다. 반거인의 시선이 이곳으로 향하자 그의 얼굴이 정확하게 보였다.
시청자 중 누군가 먼저 그를 알아봤다.
- 어? 저 반거인 걔 아니냐?
- 어 진짜. 쟤 내가 찾아다녔었는데
- 너도? 나도; 그때 쟤 현상금 좀 셌잖아
- 먼 얘기임?
- 남부 해적단 중에 토벌 작업 쳤던 거 하나 있는데, 간부 한 명이 날랐음. 그놈 이름이 귀상어인데 걔랑 똑같이 생겼네.
- 와, 여기서 신분 세탁하고 모험가 하고 있었네 ㅋㅋ
- 아마 바로는 아니고 잠수 타다 우리 없어지고 기어나왔을 듯
스칸다의 토착 종족들은 대부분이 장수한다.
아마 그렇기에 시청자들이 곧장 알아본 것 같다.
- 근데 쟤 일로 오는데?
- 와ㅋㅋ 제발 시비 걸어라.
- 신이시여! 제발 귀상어가 시비 걸게 해주세요!
- 뻔함 ㅋㅋ 이방인 초모의 터진 평판 + 시비 마렵게 생긴 외모 = 귀상어 바로 코 박고 달려들음 ㅋㅋ 저 쉑 드디어 잡겠네
혼혈 거인은 다가와 성진의 탁자 근처에 앉았다.
성진의 맞은편이었다. 성진의 몸만 한 전투 도끼를 매만지며 히죽댔다.
“초모 맞지?”
「음, 커뮤니케이션 기본 수칙. 나보다 덩치 큰 놈이랑 시비붙지 말라. 일단 지켜보세요.」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푸히히히, 안심해. 죽이려고 가까이 온 게 아니니까.”
“······.”
“나 정말 크지 않아? 근데 말이야, 이런 나한테 협회가 별채를 내주지 않았더라고. 왜인 줄 알아?”
“모릅니다.”
“호박 등급 모험가들에게 별채를 내주니 더 이상 별채가 없다는 거야? 그 자리에서 그놈을 죽일까 했는데, 이번 파견이 꽤 쏠쏠해서··· 아무튼, 나도 머리는 있는 놈이니 따로 알아들었지.”
“머리는 모르겠고 수다스러운 분이신 것 같습니다.”
“호박인 놈 중에서 한 놈의 방을 내가 가지면 되잖아? 근데 호박은 다 도착했고 다들 한가락 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네가 제일 처져 보여.”
“하실 말씀이?”
“네 별채 내놔. 어디 가서 비취한테 맞았다고 하기 싫으면.”
- 만세에에에에!
- 꿈은 이루어진다···☆
- 형사님 50년 동안 잠복한 게 헛수고가 아니었어요!
- 니가먼저님! 빨리 때리라고 해주세요!
「일단 한 번 참읍시다. 이다음부턴 안 참아도 돼요. 키 건네주세요.」
짤랑···
성진이 접객원에게 받은 별채의 열쇠를 건네주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신관이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막 나가는 거예요.”
“범죄자 출신 중 저런 놈들 쌔고 쌨어. 보기 썩 좋은 광경은 아니구먼.”
“이래서 솔로로 활동하는 신관이 없나 봐요.”
“애초에 모험가로 활동하는 신관도 없는데 뭐. 초모가 특이한 거지.”
“근데 신관은 아니라던데요?”
“몰라, 아무튼 안타깝게 됐군. 파견 내내 괴롭힐 것 같은데. 귀상어는 이방인들을 유독 싫어한다고 하더라고.”
반거인 귀상어가 키를 넘겨받고 비릿하게 웃었다.
“50년 전에도 이방인 놈들이 나를 얼마나 귀찮게 한 줄 알아? 옆구리에 칼 놓은 것도 이방인 놈들이었지.”
“별채 열쇠는 드렸습니다. 그만 가시죠.”
“마술사? 마술사라고 했던가? 재밌겠네. 마술 한 번 보여주지? 날 사라지게 해봐. 응, 자 뿅 하고 말이야.”
“······.”
“나는 이방인이 싫어. 싫은 게 아니라 죽일 듯이 밉지. 50년 전 이후로 이방인만 생각하면 이가 갈렸는데, 최근에 이방인들이 쏟아져 들어왔잖아?”
사람들이 떠들던 그대로 굳었다.
귀상어가 하는 얘기에서 무언가를 짐작한 듯했다.
“내 손에 걸리는 놈은 족족 죽였어. 머리를 터트려서 죽이고 눈알을 파서 죽이고 사지를 잡아 뜯기도···.”
콰아아아아아아앙-!
조용한 장소에서 갑자기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귀상어의 커다란 덩치에 가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정확하게 상황을 지켜본 유일한 사람은 옆자리의 진주 등급 기사였다. 상황을 목격한 그는 벌떡 일어나는 것으로도 모자라 뒷걸음질까지 쳤다.
방금, 귀상어가 한쪽 벽면에 날아가 처박혔다.
반은 거인의 피가 흐르는 거대한 체구가.
귀상어는 거인이었지만, 성진은 초인이었다.
“뭐야!”
“대체···.”
드르륵···
사람들이 놀라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병장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여전히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는 성진이 이미 기절한 귀상어를 쳐다보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의 손에는 별채 열쇠가 되돌아와 있었다.
짤랑···
“마술.”
- 뿅!
- 쾅!이잖아 ㅋㅋ 으딜!
- 보여달라고 하셔서 보여드렸습니다
- 지상 최대의 마술쇼 ㅋㅋ
- 트릭을 아시겠습니까?
- 마술(물리)
-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물러나라! 이제 커뮤니케이션은 텄다! 오직 주먹으로 말하겠다!
소란을 눈치챈 협회 사람이 뛰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