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95화 (95/222)

# 95

95화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래야지. 이제 외유는 여기까지, 너무 자리를 오래 비우면 안 되잖아.”

“몇 달 더 비운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겁니다.”

“아쉬운가 보구나, 떠나는 게?”

가웨인과 요정 여인은 이오란에서 떠나기 전, 주점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일부러 시끌벅적한 가게를 골랐다. 둘의 얘기가 주변의 소음에 파묻혀 사라지도록.

술잔보다 커다란 손을 가진 가웨인이 음식을 음미하다 요정의 말에 대답했다.

“이오란, 동서양이 부딪히는 곳이니 재밌는 음식이 많습니다. 그만큼 재밌는 사람도 많고 말이죠.”

“초모를 말하는 것이냐?”

“예. 그자, 혹시 느끼셨습니까?”

“···그래. 평범한 자가 아니야.”

“몸의 떨림··· 오랜만이었습니다.”

“신성력? 웃기는군, 다들. 눈 가리고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맹이 심은 자일까요? 서부에서 저런 자가 컸다면 미리 알았을 겁니다.”

가웨인의 의문에 요정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눈동자가 비취색으로 물든 여인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협회에서 보았던 자들, 음양쌍마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감춰도 기운은 드러나는 법이죠.”

“그자들도 당황하더구나.”

“그 말은··· 동부도 모르는 일이라 이거군요.”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느냐?”

“확실히··· 아직 소속이 없을까요?”

“알 수 없지. 갱이 입을 열 것 같지도 않고··· 협회도 수상하기 짝이 없구나.”

가웨인이 주점 안을 둘러보았다.

주점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방인부터 시작해서 서부와 동부에서 흘러들어온 자들, 난쟁이, 요정 등.

“투쟁은 제 삶입니다만, 스칸다에 뿌리내린 이 끝없는 싸움은 조금 지칩니다.”

“회의감이 드느냐? 원탁의 구성원이 하는 말치고는 형편없는걸.”

“조화를 말하는 겁니다. 이오란에 오면 늘 그 생각을 합니다.”

“이미 흐른 피가 강이 되었고 시체는 산을 쌓았다. 지금 네 발언은 죽어간 그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구나.”

“죄송합니다. 요 며칠 꺼림칙한 게 뒤숭숭해서 그런가 봅니다.”

요정이 가웨인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그는 그녀의 행동에 평화를 느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면 늘 그녀가 다스려주었다.

가웨인이 아주 어릴 적부터.

“불안한가 보구나. 다스리고 통제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마저 너의 힘이 될 것이다.”

“이 전쟁이 끝나기는 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전쟁이 끝난다라··· 그럴 리가 있나. 만약 전쟁이 끝난다면 그건··· 음··· 스칸다 전체를 휘어잡을 만한 인물이 등장하거나 마왕처럼 공동의 적이 생겼을 때겠지.”

“가능성 없는 일이군요. 마음을 접겠습니다.”

“그래, 그러는 편이 좋을 것이다. 스칸다의 끝없는 투쟁의 고리를 끊는 건 50여 년 전의 영웅들도 불가능했다.”

가웨인과 여인은 자리를 밀고 일어났다.

슬슬 갈 시간이다.

“일어나자, 오늘부터 움직여야 원탁회의에 제때 도착할 것이다.”

“어차피 또 자중하라, 힘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만 늘어놓겠죠.”

“훗··· 그게 원탁다운 거지···. 원탁은 영원할 것이다. 아마 이 스칸다가 멸하는 그 날까지.”

이오란의 주점에도 이야기를 파는 사람이 있다.

동부의 매화자와는 달리 선금을 받고 정보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저들이 좋아서 떠들어댄다는 차이가 있다.

마침, 이야기꾼이 동부의 무인에게 술을 얻어먹으며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그렇다니까?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요?”

“말이 되어야 믿지. 그 말을 어떻게 믿나?”

이어지는 이야기꾼의 말에 여인과 가웨인은 멈춰 서게 되었다.

“원탁에 불꽃의 기사가 돌아왔다고!”

요정 여인은 몸을 덜덜 떨었다.

마치 두려운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시리엔님?”

“가웨인··· 방금 저자가 한 말 들었느냐?”

“불꽃의 기사 말입니까? 들었습니다.”

시리엔은 이야기꾼에게 다가가 금화를 던졌다.

“사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불꽃의 기사, 자세히.”

“아, 그것이··· 얼마 전에 하급 귀족인 마드리오 가문의 셀린이 여인을 한 명 데리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여인, 그래서?”

“붉은빛이 도는 머리를 했고, 대단한 미인에 표정이 거의 없다고··· 그런데 그녀가 자신이 50여 년 전의 불꽃의 기사라며 원탁회의에 참석하겠다고 했습니다.”

“······알겠다.”

시리엔이 몸을 돌려 터덜터덜 걸어갔다.

아까의 자신만만하던 몸가짐과는 달리 대단히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그녀를 아십니까?”

“불꽃의 기사를 본 적 있느냐?”

“제 세대와는 터울이 있으니 본 적 없습니다. 간간이 얘기를 듣긴 했습니다만, 다들 얘기하기를 꺼리니 묻지 않았습니다.”

“당장 원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부에게 전해라.”

시리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가 돌아왔다. 원탁이 위험해.”

영원할 것 같던 세상의 균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

소매넣기.

소매치기와 반대되는 말로, 게임에서 사용될 때의 의미는 그 게임의 고수들이 새로 합류한 신입에게 온갖 지원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인기가 식거나 사람이 없는 게임에서 종종 일어난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신입이 자신에게 소매넣기를 하는 유저에게 물었다.

- 이런 짓을 해서 뭐가 남는 겁니까?

- 여러분들이 남습니다.

게임을 접으려야 접을 수 없게 만드는 친절이다.

성진은 지금 그런 상황을 마주했다.

- 보관한 곳은 동부의 만화(滿花)전장, 서부의 사설 금고 트리올. 아마 이오란에 두 곳의 지부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기는···

시청자들이 성진이 시청자의 편지를 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벅차올랐다.

- 합법적인 팬레터다! 올빼미 님이 날 보셨어!

- 너 말고 빤쓰좌 봤다ㅋㅋ

- 빤쓰좌 요즘 뭐함?

‘빤쓰까지다벗겨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작년에 식 올리고 해외에 나와 있어요. 동남아~]

- 아예 거기서 사는 거?

- 넵 해외 지사로 발령 나서 ㅎㅎ

- 애는?

- 벌써 이유식 뗐어요

- 흑흑··· 그 존경받는 고수인 빤쓰좌도 결국 아빠가 됐구나···

- 네 ㅠ 이제 그래서 게임 못해요. 캡슐에 이혼 서류 붙어있더라고요

- 오지에 나와서 생활하니까 더 그럴 듯. 부인한테 잘 하세영~

훈훈한 분위기였다.

성진은 다른 쪽지를 살폈지만, 무영신투(無影神偸)의 쪽지처럼 흥미를 끄는 것은 없었다.

‘마침 임무도 적당한 게 없으니···.’

마음에 드는 임무가 없으니 오늘을 통째로 날릴 판이었다. 그런 와중에 무영신투의 쪽지가 날아왔으니 마침 시간도 비겠다, 확인에 나섰다.

그러기를 몇 시간, 잠시 낡은 기억을 들추는 행위에 들떴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만화 전장은 몰락했습니다. 규모를 확장하다 크게 실패해서 전장주가 야반도주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만화 전장을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다른 전장에 찾아가 소식을 물었는데, 망했다고 한다.

50년이나 지난 일.

당연히 무조건 남아있을 리가 없다.

- 아; 에반데 ㄷㄷ

- 빤쓰좌 극대노하겠다

- 이래서 스칸다에선 요정이나 난쟁이가 운영하는 곳에 맡겨야 함 ㅋㅋ

- 왜영

- 요정은 오래 살아서 허튼짓만 안 하면 오래가고 난쟁이들은 어떻게든 보상해줌.

- 빤쓰좌는 왜 그런 곳에 안 맡겼대?

- 그런 곳은 비밀을 보장해주지 않으니까요. 추적하기도 쉽고.

- 엥? 뭔 소리래?

- 그런 게 있어요. 애들은 몰라도 돼~

시청자들이 웅성거렸다.

무영신투가 말한 보관처들에서 뭔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 확실히 비밀 보장으로 알아주는 곳들이긴 하지

- 근데 다 망했네? 마지막으로 남은 곳은 어디야?

-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성진은 쪽지를 다시 한번 살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기는··· 다른 두 곳보다 남아있을 확률이 낮습니다. 그리고 위험해요. 하지만 뭐··· 일단 주점 중에 ‘향유고래’를 찾으세요. 만일 찾는다면 그때 또 쪽지를 보내겠습니다.

성진은 이번엔 무영신투가 말한 향유고래라는 주점을 찾아다녔다. 간판이 있는 곳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물어보며 길을 찾았는데도 향유고래라는 주점은 나오지 않았다.

- 향유고래라는 주점이 있었어?

- 나도 첨 들어봄

- 도적 길드인가? 유저 길드였던 거 아님?

성진이 시가지에서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섰을 때,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다가왔다.

“향유고래··· 왜 찾는 거지?”

노인은 범상치 않아 보였다.

무력이 뛰어나다거나 혹은 특이한 구석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그랬다.

성진은 적당한 답변을 골랐다.

“오래전에 맡겨둔 게 있습니다.”

“크흘흘··· 하긴 오래전에 맡겼으니 이름이 바뀐 것도 모르겠지. 따라오게.”

- 찾아따아아아!

- 빤스님은 왜 이런 데 숨겼대?

- 이유가 있겠지 ㅋㅋ

성진이 노인을 따라 이동했다.

굽이진 골목길을 몇 번 거치고 길을 막고 있는 파락호들을 손으로 휘저어 지나치자 이상하게 생긴 문 앞에 서게 됐다.

아니, 문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도 신기했다.

밖에서 보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건물.

같은 높이의 건물에 둘러싸여 있는 건물이었는데, 규모가 꽤 컸다.

골목길의 안쪽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똑똑···

“손님.”

“영감이군.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손님은 없는데···.”

“길에서 주웠어. 이곳의 옛날 이름을 말하면서 찾더라고.”

“향유고래? 별일을 다 보겠군. 몇십 년 전 이름인데. 아무튼 들어와.”

철컥-

철컹-!

잠금장치 몇 개가 해제되는 소리가 들리고 철문이 열렸다.

끼이이이익···

통째로 철로 이루어진 문이었다.

- ㄷㄷ 범죄자들 소굴 같은데;

- 여기가 어디여?

화려한 조명, 금으로 치장된 기둥과 나비의 날개를 우습게 볼 정도로 아름다운 커튼.

은은한 열기와 주사위가 굴러가는 소리.

도박장이다.

‘도박장이라고? 주점이라고 하지 않았나?’

“처음 오지? 옛날과는 모습이 많이 바뀌었어. 어쨌든 놀다 가라고.”

“알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뭘, 당신이 길거리에서 우리 이름을 떠들고 다니는 것도 곤란하니 나선 거야.”

노인이 성진을 내버려 두고 떠나갔다.

서빙하는 여인이 다가와 술 한잔을 건넸다.

알싸한 향이 감돌았다.

삑···

장치에서 커뮤니티 알림음이 울렸다.

쪽지가 왔을 경우에는 아무 알림도 뜨지 않았으니, 이것은 다른 알림이다.

대화창이 떠올라있었다.

「오! 작동하네요! 쪽지 확인하면 역시 다이렉트 메시지 작동하는구나. 반갑습니다! 빤쓰라고 부르세요!」

“반갑습니다, 무영신투님.”

채팅창이 환호로 물들었다.

- 와아아아아아! 올빼미가 이름 불러줬어!!

- 미친; 마트 이후로 대화 한 번 없던 방장이ㄷㄷ

- 미쳤다; 이제 소통킹이 된다고? 게섯거라 밀수들! 네놈들 돈은 이 올빼미가 호로록하겠다!

- 소통 조건: 흑단백석 이상 모험가

- 사장님이 미쳤어요!

- 빤쓰라고 부르는 건 솔직히 부끄럽짘ㅋㅋㅋㅋ

- 방가방가 빤쓰님 했으면 100만원 후원했다ㅋㅋ

무영신투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빤쓰라고 부르시지··· 뭐 이것도 나쁘지 않네요. 그보다 여기 규모가 좀 커졌네요? 제가 이용할 때는 구멍가게나 마찬가지였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가 맡긴 물건을 찾아야 할 거예요. 순순히 주려나? 아마 드잡이질 좀 할 수 있으니 몇 놈 목 쳐야 할 수도 있어요. 원래 흑도는 패야 말을 들어서.」

“그래서요?”

「저기 얼굴에 칼 맞은 흉터 있는 놈 보이죠? 쟤 정도면 알겠네. 쟤한테 가서 마담을 찾는다고 하세요. 명심해야 합니다. 흑도는 약해 보이면 바로 목덜미부터 물어뜯겨요, 강하게 나가세요.」

성진이 무영신투가 이야기한 흉터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불필요하게 인상은 쓰지 않았지만, 말투는 더 무겁게 했다.

“마담을 찾는다.”

“···누구?”

“마담.”

사내는 움찔하더니 성진의 가면을 한차례 훑어보고 자리를 떴다.

- ㅋㅋㅋ 방금 쟤 쫄았다

- 팬티 갈아입으러 갔네;

잠시 후, 장죽(長竹)을 입에 물고 등장한 여인은 온 몸에 문신이 가득했다. 살갗이 드러나는 부위가 꽤 많았는데 전부 문신이었다.

여인은 요염하게 성진에게 물었다.

“어머, 나를 찾는다고? 처음 보는 분인데··· 거기다 향유고래라고 동네방네 떠들어 대신 걸 보면··· 이쪽 일을 하는 분은 아닌 거 같은데···.”

성진은 무영신투가 이야기한 암호를 얘기했다.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달이 차올랐지만, 기울지는 않는다. 까마귀는 시체를 원한다.”

“호호··· 그게 무슨··· 아니, 잠깐.”

달그락···

장죽이 바닥에 떨어져 몸에 담긴 담뱃재를 토해냈다.

여인의 눈은 여유롭던 처음과 달리 두 배는 커져 있었다.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그분이십니까?”

“오래된 물건을 받아 가려 한다. 안내해라.”

“···명을 받듭니다.”

여인의 눈이 일변했다.

기세가 흉흉하게 변하더니 도박장 전체에 들리도록 기를 실어 외쳤다.

“오늘 영업은 여기서 마칩니다! 서둘러 퇴장해주시길, 손해가 있었다면 다음에 말씀해주세요!”

놀음을 즐기던 사람들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한 눈으로 봐도 평범한 자들은 별로 없었다. 거부로 보이거나 일신의 무력이 비범한 자들.

“뭐 하는 짓인가, 마담!”

“지금 우리랑 장난하자는 거야? 여기가 언제부터 영업시간이 있었어?”

마담이 다시 한번 정중히 말했다.

“영업 종료입니다. 헤아려 주십시오.”

도박장의 곳곳에서 병장기를 찬 무인들이 등장했다. 수가 꽤 많았기에 소리치며 항의하던 자들이 위축되었다.

“나중에 보상하는 거지?”

“이를 말입니까?”

“가지, 중요한 손님이 온 모양이군.”

우르르 일어나서 빠져나가는 도박장의 고객들.

그 수가 족히 백은 넘었다.

- 스케일 뭔데 ㄷㄷ

- 빤쓰좌! 님 뭐냐고!

- 거물 실화? 빤쓰가 송하린이랑 같이 다닌 것 말고 업적이랄 게 있냐?

- 있으니까 흑단백석이겠지

- 아; 맞넹

“이쪽으로.”

성진이 마담을 따라 이동했다.

무인들도 열을 맞춰 그의 뒤를 따랐다.

추종의 의미가 아닌 경계의 의미.

‘여차하면 위험하겠는데.’

적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몸을 빼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다.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대화를 통해 해야 하는 일을 알려주는 무영신투뿐이었다.

“이곳입니다. 열어.”

마담의 양옆에 있던 호위 둘이 이중으로 잠금이 되어있는 문을 열었다.

철커덩-!

끼익- 끼이익-!

태엽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 빤쓰좌! 근데 쟤들이 왜 빤쓰좌한테 굽신거림?

- ㅎㅎ 여기 시드머니 내가 대서 그런가봐영. 여기 원래 세 명한테 돈 찔러줘서 시작한 곳임

- 이욜~ 스타트 업 키운 거구나ㅋㅋ 우량주였누

- 꼬라지를 보니 상장할 만큼 깨끗한 기업은 아닌 것 같은뎈ㅋㅋ

- 물건만 잘 보관했으면 괜찮아요

성진이 시청자와 소통했다는 소식에 전보다 시청자 수가 확연히 늘어났다. 개중에는 스칸다에서 이름을 날렸던 자들도 있었다.

‘사자의심장도봐줘요’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거기 길드 터 어떻게 됐는지 좀 보고 싶은데]

- 망한 길드를 왜 끄집어내누? 글고 여기가 흥신소임? 올빼미한테 떨어지는 것도 없는데 뭐하러 봄 ㅋㅋ 관광왔음?

- 거기 아까 길드 터에서 청과물 팔던데 ㅋㅋ 복숭아 맛있겠더라 사갈래?

- 새끼들아. 내가 길만데 물어볼 수도 있지

- 아 그 템 털려서 길드 폭파된 길마? 님 ‘금화벌어인생역전’임?

- ㅇㅇ 그거 나임

- 아이디 참 넌센스하네. ‘템털려길드역적’으로 개명 추천

‘와ㅋㅋ이름대면’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이름 대면 알 만한 사람들 계속 모이네 ㄷㄷ]

- 사이버 탑골공원 다 됐다 ㅋㅋ

- 엣헴~ 올빼미가 스칸다는 형 보다 모르지?

- 고럼고럼~ 나 때는 말이야~

- 둘 다 틀니 2주간 압수

철문이 완전히 개방되었다.

사람들은 금은보화로 가득 찬 방을 기대했지만, 소박한 내부의 모습이 드러나자 실망했다.

- 별거 없는데?

- 저건 또 뭐야? 금고가 또 있냐?

성진은 앞으로 다가갔다.

사람만한 금고가 있었다.

재질이 범상치 않은 게 특수한 처리가 된 금고였다.

뒤쪽에 서 있던 마담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맡기신 그대로입니다.”

“······.”

잠금이 되어 있었다.

성진은 어떻게 여는 줄을 모르니 가만히 서 있었다.

무영신투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언령(言令) 잠금 금고에요. 일회용인데 효과는 좋아요. 잠만여 비번을 어따 뒀더라? 와이프한테 전화 좀요」

무영신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채팅창은 웃음으로 도배되었다.

- ㅋㅋㅋㅋㅋㅋㅋ 거기 서서 뭐햌ㅋㅋㅋ

- 올빼미: 아··· 왜 안와··· 지건 마렵네 빤쓰색기

- 이걸 이렇게 맥이넼ㅋㅋ

성진이 가만히 서 있자, 마담이 의문스럽게 쳐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아무 일도 아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이군요.”

아무래도 의심을 품은 것 같다.

그때, 무영신투가 돌아왔다.

「비밀번호 모래반지 빵야빵야에요. 금고에 가까이 다가가서 말하세요.」

성진이 고개를 갸웃하고 금고에 다가갔다.

그리고 속삭였다.

“···모래반지 빵야빵야.”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낭패감을 느끼려던 그 순간, 금고에서 소리가 들렸다.

우우웅···

끼이이이이이이이익···

금고가 개방되는 소리와 함께 하얀 빛이 금고의 틈으로 퍼져 나왔다.

“윽··· 뭐, 뭐야?”

마담이 움찔거렸다.

철컥-

무인들이 병장기에 손을 가져갔다.

성진은 금고 안에 있는 물건을 눈에 담았다.

적당한 양의 빛을 뿜어내는 주괴와 상자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주괴를 확인했다.

- 장난하는 거지? 저거 장난이지?

- 내가 아는 그거 아니겠지?

- 저게 왜 여기서 나와?

[성석(聖石) 엘리움 주괴]

[등급 : S급]

[별이 추락하여 생성된 광석 엘리움의 주괴. 성스러운 기운을 담고 있으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가공이 불가능하다. 동시대에 일정량 이상의 엘리움은 존재할 수 없다.]

- 엘리움이라고? 이런 개 미친 저게 왜 여깄어?

- 저거 사자의 심장이 털린 거 아니냐?

- 맞네. 저거 원래 사자의 심장 거였잖아.

‘시발너뭐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도둑놈 새끼야. 빤쓰좌? 너였냐? 우리 길드 털어간 게?]

- 흘흘흘··· 그랬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 인제 와서 그게 무에 소용인가? 다 부질없는 것을··· 공수레 공수거···

- 지랄하지마라ㅋㅋ 해명해라 저거 누가 쌔벼가서 길드 터졌구만. 나만 마녀사냥 ㅈㄴ 당했는데 개 억울하네 ㅡㅡ

- 그대에게는 과분한 물건이었다. 정의로운 도둑, 천사소녀 빤쓰는 엘리움의 비명을 듣고 구출한 거시와요. 하와와와

디스토피아를 비롯해 성진의 채팅창까지, 엘리움 주괴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사라진 엘리움. 사실 범인은 따로 있었다?

- 야, 저거 성국도 찾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래서 쟤네 길드도 그것 때문에 터진 거잖앜ㅋㅋ

- 개소름돋는다; 빤쓰좌 손버릇 안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 송하린이 괜히 붙어 다니던 게 아니었어 ㄷㄷ 끼리끼맄ㅋㅋ

「올빼미님. 그대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부디 좋은 곳에 써주시길.」

- 야! 우리 길드 물건 가지고 생색내지 말라고! 미친놈 아니야 저거? 너 어디 사냐? 지금 잡으러 갈게.

- 동남아 사는데요?ㅋㅋㅋㅋ 와보쉴? 여기 치안 안 좋아서 총도 있음ㅋ 님 오면 바로 벌집핏자 가능

- 아 내가 봐도 킹받는닼ㅋㅋㅋ 금화벌어인생역전은 줄곧 한 사내에게 농락당해온 것이다

- 몇 년이 지나 밝혀지는 비밀 ㅋㅋ 개충격이다 ㅋㅋ 스칸다오고 디토 맨날 터지눜ㅋㅋ

「올빼미님, 귀찮은 일 안 일어나려면 마담한테 저 상자는 던져주세요.」

엘리움을 보며 탐욕스런 눈을 번들거리는 마담과 무인들. 성진은 금고 안에 있는 상자를 집어들어 그들에게 던졌다.

“이건···.”

“수고했다. 이건 받아 가겠다.”

“···알겠습니다. 드디어 후련해지는군요. 50년이 지나서야 찾아가시다니··· 빤쓰까지다벗겨요님, 다른 도움은 필요치 않으십니까?”

“담아갈 상자가 있었으면 좋겠군. 그것 외에는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시청자한테 처음으로 소매 넣기를 당한 오늘의 일화는 스칸다에 새로운 불씨를 댕겼다.

성진에게 새로운 쪽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성진이 처음 보는 등급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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