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91화
심사관 엔빌의 뇌는 지금 과부하 상태다.
기초 평가용 임무는 보통 수색, 조사, 확인 등 단시간에 끝나는 임무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다수의 인원이 참여하고 파티원들의 역할을 차분하고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투가 많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번 엔빌의 임무 선택은 악 중에 최악이었다.
‘뭐 이딴···.’
이딴 임무가 다 있을까.
균열을 닫는 임무는 기본이 C부터 시작했다.
균열 임무의 경우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균열에 다가갈수록 강해지는 몬스터들.
둘째로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몬스터의 수.
셋째로 균열주의 강력함이다.
세 가지 특징을 고려했을 때의 결론은, 5인으로 구성된 한 파티로는 공략 불가능.
물론 비취 등급 이상의 모험가들이 모인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금 등급 이하의 모험가들만으로는 공략이 힘들었다.
‘나도 고작해야 은 등급인데···.’
엔빌이 5명 있어도 공략이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공략 직전이다.
끼이이이이-!
콰직-!
별다른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몬스터의 머리가 짓밟혔다. 동굴에 있는 건 돌과 사람, 그리고 나머진 전부 몬스터였다.
오로지 육탄 공격을 감행하는 몬스터들이 가면을 쓴 초모 한 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머리가 계속 터져나갔다.
퍽-!
퍽-!
“자, 잔인하다냥! 그리고 많다냥!”
“엔빌님 원래 이렇게 많은 건가요?”
엔빌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몰라, 모른다고!’
균열 임무에 나가본 적이 있어야 알 텐데, 자신은 균열 임무에 파견된 적이 없다. 심사관 코스로 정직하게 성장해왔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임무에 대해서는 건너 건너 들은 게 전부다.
“그··· 아마··· 맞을··· 거의··· 다··· 온···.”
게이트 가까이 온 지금, 스물이 넘었던 몬스터들이 어느새 반으로 줄어들었고 잠시 생각하는 사이 또 그 반으로 줄어들었다.
키이이익-!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팔을 뒤로 한껏 젖히는 몬스터.
엔빌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뒤로 당겨봐야···.’
초모의 발이 또 준비 동작 없이 앞으로 쏘아진다.
난쟁이들이 자랑하는 발리스타나 화약을 가득 채운 대포알이 쏘아지는 것 같았다.
콰앙-!
철퍽···
몬스터의 가슴팍이 휑했다.
어떻게 발차기로 가슴에 구멍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미친···!’
“저게 균열입니까?”
“예, 초모님은··· 처음 본다고 하셨죠?”
“네. 그런데 낯이 익네요.”
우우우웅···
아까 보았던 균열주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크기.
하지만 신비로운 힘을 뿜어내고 있는 균열은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성진은 이 균열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게이트···.”
“냥? 뭐라고 했냥?”
“아닙니다.”
성진의 세계에서 사람들을 괴롭혀온 게이트다.
실제로 본 적도 있었으니 정확하다.
‘게이트가 왜···.’
끼이이이-!
게이트 너머로 방금 몬스터 한 마리가 더 넘어왔다.
성진은 그 모습을 보고 다가갔다.
퍽-!
나오자마자 몬스터의 머리가 사라졌다.
성진의 발차기 한 번에.
- 몬스터: 야, 나오지 마. 테란 입구 막음
- 균열 저거 나 플레이할 땐 없던 건데
- 새 시즌 업데이트 준비하는 거 아님?
뒤쪽에서 엔빌이 소리쳤다.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얼른 신전이나 마탑에 파견을 요청하는 급보를···.”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성진은 균열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여기로 넘나든다는 거지?’
불길한 검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자신이 함부로 이곳에 진입했다가는 몸이 갈가리 찢길 것만 같은 기분.
성진은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으니,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균열을 닫을 수 있다. 몸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기억했다.
후우웅···
“저, 저게 무슨!”
“신성력은 아까의 치유로 다 떨어진 거 아니었나?”
“이 무슨 막대한 신성력이냥! 융융은 저런 신성력은 처음 본다냥!”
초록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성진의 주변을 감싸는 것을 시작으로 동굴 안에 퍼져있던 사특한 기운을 균열의 안까지 밀어 넣었다.
그리고.
지직··· 지지직···
휘오오오···
균열이 차츰 일그러지다가 어느 순간 정전이 일어난 것처럼 뚝-하고 사라졌다.
“균열이··· 닫혔어!”
“닫혔다냥! 없어졌다냥!”
- 골이 먹히기 전에 득점을 해야한다!-급발진 병지킹-
- 무한으로 즐겨요~ 힐링진사~ 갈비~
일행이 전부 엔빌을 돌아보았다.
임무가 끝이 났으니 어떻게 해야하냐는 물음을 담은 표정들을 짓고서.
엔빌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이 아까보다 훨씬 더 작아졌다. 개미가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가 그의 입 밖으로 나왔다.
“하··· 합격···.”
****
쾅-!
파라락···
서류 더미가 위에서 밑으로 떨어졌다.
밑으로 떨어진 서류 더미 중 위에 놓인 종이들이 다시 붕 떴다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코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오래된 흉터가 있는 사내가 양피지 하나를 움켜쥐었다. 그는 환갑이 넘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완벽한 육체를 지녀 몸만 봐서는 나이 든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없었다.
“엔빌, 우리 범생이 엔빌아··· 이게 무슨 개소리야?”
“그게요··· 있잖아요···.”
엔빌이 방금 했던 얘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다시 얘기했다. 눈이 계속해서 작아졌다.
“그러니까 내가 아까 들었던 말이 사실이고, 너는 병신이 아니라는 거지?”
“전자는 확실한데 후자는 잘 모르겠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자신을 잘 안다는 건 네가 최악은 아니라는 거야. 어깨 펴.”
“네.”
갱은 시가의 끄트머리를 자르고 입에 물었다.
“불.”
그의 말에 엔빌이 중얼거렸다.
화륵···
순간 작은 불길이 일어나 갱의 시가를 붉게 물들였다.
후우우···
독한연기가 갱의 머리 위로 뿜어졌다.
코와 입으로 연기를 뿜던 갱이 얘기했다.
“엔빌, 그러니까 네가 갑자기 평가를 맡게 된 그놈 이명이 뭐라고?”
“그··· 초모요.”
“초모? 병든 노모도 아니고 초모가 뭐야?”
“몰라요, 그렇게 등록되어 있던데요?”
시가를 중지와 검지에 낀 채로 눈썹을 긁적이는 갱.
심각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나타나는 그의 버릇이다.
“평가를 통과해서 이제 등급을 정해야 하는데···.”
“초모 빼고 나머지는 다 철 등급이었지?”
“예, 딱 기본만 하는 모험가들이었으니까요. 근데 초모는 좀··· 애매하네요.”
“애매하지. 아주우! 애매해! 모험가 협회가 정확히 언제 설립됐는지 알아?”
“오래전?”
“정답. 사실 이딴 막장 단체의 역사를 기록하는 놈이 제일 막장일 테니 오래전이라는 것 말고는 전해져오는 게 없어.”
“막장 단체긴 하죠. 갱님이 요직을 꿰차고 계신 거 보면 거의 확실해요.”
“뭐 이 새끼야? ···생각해 보니 틀린 말은 아니네.”
“자신을 잘 안다는 건 갱님이 최악은 아니라는 증겁니다.”
“입 닥쳐, 주둥이에 못 박히고 싶지 않으면.”
“헙···.”
탕! 탕!
갱이 서류가 흩어진 책상을 손바닥으로 몇 번 치고 얘기를 이어갔다.
“문제가 뭐··· 아니, 문제를 쭉 읊어볼래?”
“첫째, 새로이 등장한 모험가의 실력이 뛰어남. 이는 등급을 설정하는 데 있어 파격적인 상황을 야기할 수 있음.”
“정확해, 다음.”
“둘째, 새로이 등장한 모험가의 신성력이 뛰어남. 균열을 닫을 정도의 신성력은 고위 사제급 이상이라는 건데, 아직 치유 이외의 능력은 확인된 바 없음.”
“미시적인 관점이야. 거시적으로 얘기해 봐.”
“현재 성국의 사제회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음. 메말라가는 신성력 때문에 사분오열되고 파벌 싸움으로 치달아있는 상황.”
“그렇지. 종교인들이 참 싸워도 험악하게 싸운단 말이야. 그래서?”
“초모는 이례적인 신성력을 보유한 채 등장한 상황. 사제회에서 접촉하지 않을 리가 없음. 접촉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
탕!
갱이 엔빌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바로 그거야!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지! 신은 죽었다고 부르짖던 자들의 앞에 새파랗게 젊은 놈이 나타나서 ‘아닌데요? 저한테는 신성력 뿜뿜이시던데? 기도빨 떨어지신 거 아닌가요?’ 하면 어떨 거 같아?”
“그 젊은 놈이 믿는 신으로 개종하거나 적대하겠죠.”
“맞아. 인간은 같아지려 하니까. 같이 잘나지거나 잘난 놈을 없애 자신처럼 못난 놈만 남게 하거나.”
“그 노인네들 성향으로 봤을 때, 후자 쪽이 더 그럴듯하네요.”
“그렇지. 자! 이 문제는 지들끼리 알아서 할 문제고, 똥 치우는 건 스칸다에 퍼져 사는 괴짜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초모라는 모험가는 신관은 아니라고 합니다. 무교로 보이던데요? 기도문도 읊지 않고 치유를 하더라고요.”
“신관이 아니야? 드루이드였어?”
“아뇨, 잘 모르겠어요.”
“귀 보면 알 거 아니야? 요정이면 귀가 뾰족할 테니.”
“음··· 아니었어요.”
“그럼 문제가 더 심각해지겠네. 사제회의 어떤 제안도 먹혀들 만한 인물이니까. 근데, 신관이 아니면 뭐라는데?”
“지원가라는데요?”
“지원? 뭘 지원하는데?”
“그건······ 모르겠어요. 뭔가를 하긴 해요.”
엔빌이 안경에 땀이 찼는지 치켜올리면서 손으로 수분기를 닦아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뭔가 지원하긴 하는데··· 이걸 참··· 뭐라고 해야 할지··· 그냥 총체적으로?”
“총체적으로 지원한다고? 내가 거시적 관점에서 얘기하라니까 반항하는 거냐? 그딴 거시적 지원이 어딨어?”
“하는 거 보니까 거국적인 차원의 지원이던데요? 균열까지 혼자 닫았는데요, 뭐.”
“퇴사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
“시켜줄 거예요?”
“아니, 이 얘기는 끝이 안 나니 다음으로 넘어가.”
갱은 독한 연기에 콜록콜록거리며 손을 휘휘 저었다.
엔빌이 다음 문제를 얘기했다.
“셋째는 그가 이방인이라는 점입니다. 50년 전이라면 상관없지만, 지금 몰락하는 스칸다에서 이방인이 가지는 위치는 아시죠?”
“그렇지. 가축 다루듯 이방인들을 몰아세우는 자들이 넘쳐나지.”
“만일 초모의 영향력이 거대해지면 이 또한 알 수 없어집니다.”
“그런 건 영향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야. 금전적인 부분도 고려해야지. 결국엔 돈이니까. 아무튼, 참 특이한 신분을 많이도 가지고 있구먼. 뭐가 이렇게 복잡해? 다른 문제도 있겠지?”
“사실 마지막 문제가 가장 심각하잖아요? 갱님도 아시죠?”
“그래, 읊어 봐.”
엔빌이 이제는 안경을 벗었다.
계속 땀을 닦는 것도 지쳤기에 그냥 벗기로 했다.
“그는 뒤늦게 등장한 이방인입니다. 난쟁이에게 확인한 부분이니 맞을 겁니다. 50년 전, 얼마 전. 그리고 지금.”
“그래, 다 차이가 있지.”
“50년 전의 이방인들은 한명한명이 괴물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모험가 협회의 상위에 랭크된 자들은 걸어 다니는 재앙이라고 봐도 무방했죠.”
“얼마 전에 대거 전이된 이방인들은 파리보다 약했지.”
“예. 제일 강한 자가 은 등급에 턱걸이했을 겁니다. 안전해지니 임무를 안 나가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나타난 초모는 다른 시기에 전이된 이방인이다. 그것도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어. 50년 전의 이방인들도 처음 나타났을 때는 약했어. 성장 속도가 말이 안 돼서 그렇지.”
엔빌이 갱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삿대질 당한 갱이 눈살을 찌푸렸다.
“바로 그 점이!”
“삿대질할래?”
“···아무튼, 바로 그 점이 주목해야 하는 점입니다.”
“그렇지.”
“홀로 전이 시기가 다른 초모. 그렇다는 얘기는 그와 같은 시기에 전이된 이방인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겠죠.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강 뭔지 알겠네. 그래도 말해 봐.”
“초모는 강합니다. 나타난 지 하루 만에 균열을 닫을 정도니까요. 이견의 여지가 없죠. 자, 여기서 얼마 전 전이된 무능력한 이방인들과 차이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혹시나 그와 같은 시기에 전이된 자들이 있다면 무능력자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겠죠.”
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구절절 옳은 말들.
엔빌을 곁에 두는 이유가 바로 엔빌의 이런 시야 때문이다. 같은 시야로 스칸다를 바라본다.
“초모가 혼자가 아니라면··· 나타난 자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신인이거나···.”
갱이 눈을 잠시 감았다 뜨며 대답했다.
“50년 전 영웅들이거나.”
“뭐, 각지에 소식이 없는 거로 봐서는 전이된 건 초모 혼자일 수도 있지만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데리고 나타난 거였으면 좋겠네. 아니, 아닌가?”
“왜요? 무슨 말이에요?”
“아니···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어서.”
“들?”
“있어. 미친년 둘. 내가 10살의 순수한 어린아이의 시야로 봤을 때도 확실히 미쳤다고 생각한 것들이야.”
엔빌이 고개를 갸웃하다 갱에게 말했다.
결국 정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거시적 지원가 초모에게 어떤 랭크가 어울릴까요?”
“금.”
“금이요? 50년 전에도 최대가 은이었는데··· 한 번에 수직 상승한 랭크는 말이 나올 겁니다.”
“알아. 근데 그렇잖아.”
“뭐가요?”
“우리도 한 다리 걸쳐놔야지. 뭔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판국에. 금 주고, 그 친구가 어떤 임무들을 맡는지 지켜보자고. 팔팔한데 처음부터 뛰게 해줘야지, 걸음마부터 가르치려 하면 쓰나?”
“악마 새끼.”
“칭찬이지?”
엔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갱의 곁에서 어울리는 것도 갱의 이런 점 때문이다. 둘은 닮았다.
갱과 엔빌은 서로 마주 보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
“배 만지지 마라냥! 샥! 샤아악!”
“말랑한 걸 어떡해요? 누가 이렇게 뚱뚱하래요? 뚱뚱하면 만져지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런 논리가 어딨냥! 뚱뚱한 건 체질이다냥!”
오늘 평가를 마친 일행이 맥줏집에 둘러앉아 있었다.
다들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계속 뚫어지게 문가를 바라보던 호프가 낮게 소리쳤다.
“어! 왔다! 왔어!”
“초모! 여기다냥! 왔으면 빨리 이 여자 좀 떼어줘라냥!”
“젤리! 그럼 젤리라도 만지게 해줘요!”
“샤악! 샤아아악!”
- 오자마자 쌈질이누 ㅋㅋㅋ
- 갓직히 젤리는 인정이야! 떼껄룩을 앞에 두고 만지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손해지
- 댕댕이: 좃냥이··· 쉑들··· 귀여운··· 척··· 오지고요···
성진이 일행을 발견하고 다가가 나무 의자에 앉았다.
끈적거리는 식탁이 선사하는 질감은 어쩐지 간질간질했다.
“왔습니까? 미래의 추기경?”
“신관 아니라니까요.”
“그 정도 신성력을 가진 사람이 신관이 아닐 리가 없죠. 잔디 밟죠?”
“잔디요? 네.”
“그럼 자연을 사랑하는 드루이드도 아닐 거고. 신관 맞네.”
호프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융융이 호프에게 궁금한 게 있었는지 그를 바라보고 질문했다.
“부양하는 가족이 있다고 하지 않았냥? 술 마시는 데 돈 써도 되냥?”
“이번 평가 임무에서 생각지도 못한 돈이 생겼지 않습니까? 공짜로 생긴 돈은 그날 써야 한다는 이방인의 속담이 있습니다.”
“그런 속담이 있냥?”
“아뇨, 지어낸 겁니다. 가장에게도 휴식은 필요한 법이니까 뚱냥이는 조용히 하세요.”
“부족이! 부족 자체가 통통한 편이다냥! 융융은 많이 먹지 않는다냥!”
- 가장 탱커 ㅋㅋㅋ
- 호프 : 쉬었다 가죠. 애가 깨서···
- 눈물 ㅠㅠ 나 스칸다 할 때 저런 탱커 있었는뎈ㅋㅋ
‘왓씨부럽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나도 스칸다 할 수 있는데··· 나도 엄청난데···]
- 여기 있는 밀수들 다 엄청나니 조용
- 이거 검증 안 된다고 다 랭커였던 척 오지네 ㅋㅋ
- 싸울래? 나 진짜 고랭 맞다고 ㅋㅋ
- 싸우지들 마시고 서로를 존중합시다. 아, 물론 제 말은 맞고 당신 말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습니다 ㅅㄱ링
‘근데있자나’님이 2,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스칸다 랭커였던 사람들 지금 뭐 하고 있을까?]
- 등불 들어간 사람도 있자나
- 게임 때려치우고 현업에 집중하는 아재도 있음. 유명한 네임드였는데 포대기 맨 사진 SNS에 올렸더라 ㅋㅋ
- 그치만··· 이젠 다들 늙어버린걸···
‘아까균열영상’님이 1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현직 체육관 관장입니다. 영상 계속 돌려보는데 초모(구 올빼미) 반응 속도랑 자세 미쳤네요; 그냥 프로입니다.]
- 님 이기면 뱃지줌?
- 포켓몬 체육관 관장 아닙니다
- 까비
탁-!
주문을 넣어놨던 흑맥주가 탁자 위에 놓였다.
접객하는 이도 귀가 뾰족한 게 요정이라는 것 같다.
- 킹쁘다···
- 새침하네. 하지만 킹쁘니까 봐준다
성진은 맥주잔을 앞으로 내미는 일행에 맞춰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크··· 크흠···.”
“호프, 왜 그러냥?”
“호, 호프가 호프에 와서 호프를 마시네. 하, 하하!”
“······.”
“···저질.”
- 부장님······
- 풉ㅋ풉ㅋ 김밥 한 줄 놓고 갑니다 (@)))))
- 내 배꼽 어디 갔는지 찾아주실래요?
- 가장이라 그런지 유머 감각에서 녹물이 나오기 시작하네
- 이해해! 응원하자!
샨도와 융융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다가 성진에게 물었다.
“초모! 이것도 인연인데··· 그···.”
“같이 파티를 짜는 건 어떻냥?”
“아뇨. 혼자 활동할 생각이라서요.”
“그, 그렇냥? 우리가 못 미더운 건 아니냥?”
“그럴 리가요. 그냥 개인적인 용무도 있고 단체 활동은 불편해서요.”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이해해요.”
- 이 파티 매력 있죠(모래 주머니 3톤)
- 같이 하고 싶죠. 하지만 집에 병든 초모가···
- 응, 너희 잘하지. 초모 임무 신청합니다. 네, 솔로요. 네, 단독 임무. 단독 임무만 합니다.
호프가 반 정도 마신 맥주잔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성진에게 말했다.
“초모, 고맙습니다.”
“네?”
“이방인인 저한테 친절하게 해주신 것도 그렇고··· 초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 다 노예로 팔려 갔을 거예요.”
“······.”
“정말 감사드리고 혹시 협회 커뮤니티 친구 요청해도 될까요?”
“친구 요청?”
성진이 잘 모르겠다는 어조로 되묻자, 융융이 설명했다.
“초모는 모르는 것 같구냥! 협회는 자체적인 커뮤니티가 있다냥! 그곳에서 친구로 등록되면 서로 소식을 전하거나 좋은 임무에 같이 갈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가능하다냥!”
“좋은 기능이네요. 하죠, 친구.”
“정말이냥! 다행이다냥! 이것도 거절하면 상처받을 뻔했다냥!”
- ㅎㅎ 친구야 뭐···
- 뒷삭하면 되니까
- 뒷삭? 윽··· 머리가···
- 뒤에 가서 친구 삭제당한 친구구나···
이번 임무에 대한 얘기와 소소한 화제들이 돌고 돌아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도중, 호프의 안색이 굳었다.
“호프, 왜 그러냥? 술 취했냥?”
그가 고개를 좌우로 젓고 성진에게 말했다.
“저··· 초모님. 뒤에 계신 분들은 아시는 분들입니까?”
성진도 이미 자신의 뒤에 일단의 무리가 서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흰색 전례복을 입은 늙은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형제님. 식사는 즐거우신가요?”
“네, 방금까지는.”
늙은 사내는 빙긋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