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57화 (57/222)

# 57

57화

김정우의 죽은듯했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호원아.’

늘 정호원이라는 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걸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실은 마주 보고 있었다. 서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 넌 사람을 믿어라···. 그게 네가 특별한 이유니까···. 아직··· 포기하지 마라···

정호원의 말을 전해 듣기까지 사람의 이기심을 경멸했었다. 자신 또한 사람인데, 그들의 약점을 흉봤다. 그걸 죽은 정호원이 꾸짖는 것 같았다.

‘그렇게···.’

죽어가면서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까?

평생을 같이한 친구, 자신의 아이가 세상에 처음 나오는 날 축하한다며 제 일보다 기뻐했다.

아내가 자신을 남겨두고 먼 곳으로 떠나버린 날, 자신보다 더 서럽게 울어서 조문객들이 민망해했었다.

그런 친구를 그 차갑고 어두운 공간에서 혼자 떠나게 했다.

김정우의 심장을 쥐어뜯는 이 뜨거운 열기는 한 가지 사실에서 기인했다.

- 부탁······ 한··· 다···.

정호원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마지막 당부를 하고 떠났다. 한 사람의 유언으로는 지나치게 담백했다. 무섭고 외로운 순간에, 최후에 고른 말이다. 말의 무게는 어떤 것과도 비할 수 없이 무거웠다.

“올빼미··· 잠시만··· 잠시 뒤에 찾아와 줄 수 있나?”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금방··· 금방 나가지.”

성진이 밖으로 사라지고, 박사는 연구실에 딸린 샤워실에서 몸을 씻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샤워기. 수증기가 올라와 거울을 뿌옇게 만들었다.

뽀득···

물기 가득한 손으로 거울을 훔쳤다.

꾀죄죄하고 피로에 찌든 얼굴이 비쳤다.

‘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정우는 사용한 지 오래된 면도기를 집어 들었다.

스으윽···

거울을 바라보고 제멋대로 자란 수염을 밀어냈다.

따끔한 감각이 드는 게 힘이 빠진 손이 면도를 어렵게 하는 것 같았다.

샤워하고 밖으로 나와 지저분한 머리를 뒤로 넘겼다. 젤이라도 발라 고정했으면 싶었지만, 그런 사치스러운 게 남아있을 리 없었다.

“허어어······.”

뽀득···

안경에 달라붙은 이물질을 입김을 불고 천으로 닦아냈다. 먼지가 씻겨나간 안경은 무채색이었던 정우의 세상을 새롭게 칠했다.

끼이익···

“오래 기다렸나?”

“아닙니다.”

“······아버지?”

문 앞에 석찬이가 와 있었다.

면도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면도··· 하셨네요?”

“···그래.”

잠시 말없이 석찬이를 바라봤다.

구김 없이 자란 아이다.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애정을 쏟았다. 이제는 자신의 전부다.

“···고생했다.”

“······예?”

“석찬아. 너도 같이 가자.”

“어, 어디를요?”

“따라와 보면 안다.”

영문을 모르겠는 석찬과 무덤덤한 성진이 김정우의 뒤를 따랐다. 지나며 마주치는 사람마다 김정우의 달라진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정우가 찾아간 곳은 자경단의 거처였다.

“정차현 단장 있습니까?”

“바, 박사님?”

“마침 있었군. 부탁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박사님이 제게요? ······설마.”

“네.”

김정우는 조금도 떨지 않고 뜻을 내비쳤다.

“문을 열 겁니다.”

“···기억나신 겁니까?”

“같이 가겠습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채진아! 누가 나 찾으면 잠시 어디 좀 다녀온다고 해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젊은 남자가 대꾸했다.

“어디 가십니까?”

“섹터 H. 거기 애들한테 지금 간다고 무전 때려.”

“예. 다녀오십시오.”

서둘러 외투를 챙겨입은 정차현이 김정우의 왼편에 붙어서 따라왔다.

구불구불한 통로를 꽤 지나고 점점 갈래 길이 줄어들었다. 그러더니 나중엔 통로가 하나로 줄어들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하나로 합쳐진 통로는 통로 네다섯 개를 합친 것보다도 그 폭이 넓다는 점이었다.

통로가 하나로 합쳐지고 나서도 꽤 걸었다. 통로의 넓이에 비해 전등의 개수가 적은 듯했다. 곳곳이 어둑어둑했다.

마침내, 김정우는 거대한 방공호의 문을 닮은 장소에 도착했다. 경계병 둘이 무장을 한 채 지키고 있었다.

“연락받았지?”

“예.”

“그래, 물러나 있어.”

경계병들이 문 앞에서 잠시 비켜섰다.

김정우는 가만히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정호원의 환영을 보고 있다.

“···아직 안 갔구나.”

“···정우야.”

“진짜 너일 리가 없지. 너는 내가 만들어낸 거구나.”

“······.”

김정우가 다시 허공에 중얼거리자 성진을 제외한 사람들이 그를 걱정하며 쳐다보았다.

“비켜, 문 열어야 해.”

“정우야!”

“호원이는 혼자 지옥에 남아서 쓸쓸히 죽었어. ···넌 호원이가 아니야.”

이 모든 건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자신의 나약함이, 무력함이 정호원의 모습을 한 채로 막아서는 것이다.

“그래, 혹시라도 네가 호원이일 수도 있으니 나도 할 말은 할게.”

“······.”

“부탁한다고 했지? 그래, 알겠다. 그 정도는 들어줘야지.”

점점 흐릿해지는 정호원의 환영을 김정우가 뚫고 지나갔다.

화아악···

정호원의 환영이 담배 연기처럼 흩어졌다.

삑-

삐- 삐- 삐···

다이얼패드에 암호를 차근차근 입력해나갔다. 석찬 엄마 기일과 석찬이 생일은 자신이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각인되어있는 숫자다.

“그러니까 잘 가라, 호원아.”

삐-

김정우가 마지막 버튼을 누르자, 문에서 반응이 왔다.

- 승인되었습니다. 병기고를 개방합니다.

비밀번호는 한 번 틀린 것으로 족했다. 자신이 정호원을 잃고 방황한 시간처럼.

쿵···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그극···

끼이이-

중앙이 반으로 갈라지며 병기고가 그 내부를 드러냈다. 김정우의 뒤로 성진을 제외한 모두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아, 아버지?”

인간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아직은 아니다.

김정우가 누군가에게 말했다.

“이제부턴 내가 해볼게.”

****

연제구 벙커도 프로토콜 ‘봄’의 영향권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얼어 붙어있던 대로가 속살을 드러냈고 쌓였던 눈들이 치워지고 있었다.

“열 안 맞추냐?”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군 생활 끝나? 그리고··· 다?”

“죄송스럽지뿡, 뿌직!”

“직?”

“미친놈아 그만해.”

‘리얼’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내 맞선임이 딱 저랬는데 아오 진짜;]

- 똥군기 ㅋㅋ

- 상황극 잘하누, 더 하지

- 등불은 근데 후원금 어디로 가?

- 모름, 뭐 알아서 쪼개겠지

- 히야··· 눈 치우던 때 생각나네

- 그리움?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거지?

- 어디 사냐? 지금 갈게

제설하는 등불 단원들이 어딘가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왔다.

“출발하나요?”

“차량은?”

“지금 올리고 있어요.”

“다들 움직입시다!”

미리 배정해둔 차량에 벙커의 군인들과 등불 단원들이 올라타기 시작했다.

“아, 왜 나만 두돈 반이야.”

“너도? 나도!”

“제비뽑기 운 진짜···.”

“꾸짖을 갈! 난 운전까지 해야 한다, 이 새끼들아.”

“그래, 쟤보단 낫지.”

등불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 말은 특이한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

“아, 지금 두돈 반 승차합니다.”

‘승철TV’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승철이 형님, 두돈 반 탄 소감 인터뷰 ㄱㄱ]

- ㅋㅋㅋ 등불의 관종은 나야 나!

- 승철이 덕에 등불도 심심하진 않음ㅋ

- 뭔가 얘 개 약한데 자꾸 보게 돼

- 전형적인 진행자 스타일이야. 등불에 어떻게 이런 애가 들어왔지 ㅋㅋ

한승철은 랭커도 아니고 전투 능력도 별 볼 일 없었지만,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끄는 데 재능이 있었다. 실제로 그의 시점은 꽤 인기를 끌었다.

차량이 일제히 어딘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5톤 차량의 뒤에 탄 등불 단원들에게 한승철이 질문했다.

“다들, 지금 승차감이 어떤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또 진행하냐?”

“아, 형. 빨리요.”

“하··· 승차감이라···.”

덜그럭거리는 차량의 한쪽 편에서 누군가 대답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지금 가는 곳이 폐차장이면 이해할 수 있는 승차감입니다.”

사람들이 앞다투어 대답했다.

“3초마다 고라니를 치고 가는 기분입니다.”

“엉덩이에서 2.5톤만큼 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탄도 여기 앉혀 놓으면 잘못했다고 빌 겁니다.”

“시발, 이건 차가 아닙니다.”

“중세시대 고문 방법 같습니다.”

채팅창에서 사람들이 등불 단원들의 농담에 웃으며 호응했다. 그러기를 잠시, 한승철이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다들 기대 많이 하시나 보네요. 처음에 저희 합류할 때 연제구 벙커 사람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다르지 않나?’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벙커 사람들은 바짝 쫄아 있었자너]

- ㅇㅈ 지금 연제구 사람들은 얼른 오늘 왔으면 싶지 않았을까?

- 솔직히 벙커 사람들도 사람들인데 등불 단원들이 더 기대 많이 하고 있잖아 ㅋㅋ

- 두돈 반 차량 타고 가면서도 히죽거리는 걸 보면 그 말이 맞다

오늘은 구역 정리가 끝난 후 가동한 두 번째 등불이 깨어나는 날이다.

****

최별은 내리면서 죽 늘어선 차량을 확인했다.

‘다들··· 적응한 건가?’

적응했다는 표현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얼기설기 섞이지 못했던 등불 단원들이 어느새 어우러지고 있었다.

시선을 거둔 최별이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합류했다.

‘아직도 멀었어···.’

갈 길이 멀다.

올빼미는 지금 부산의 종말을 종식하고 대구에서 시나리오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그는 한국 서버의 시나리오를 혼자서 쥐고 흔드는 사람이다. 최대한 빨리 그와 접촉해서 데자뷰와 접점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마땅히 접촉할 방법이 없으니 등불의 일원으로서 올빼미의 시나리오 진행을 따라잡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최별이 열려있는 문을 따라 들어갔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등불 단원들은 동료가 늘어나는 게 그저 좋은 모양.

최별의 채널에서 시청자들이 말을 걸어왔다.

‘누우나’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누나는 왜 조용해요 ㅠㅠ 목소리 듣고 시펑]

- 최별(26세, 쿨뷰티 미녀)

- 조, 조심해··· 별이 누나는 후원하는 거 싫어해···

- 2차 등불 합류하는 날인데 오늘은 좀 웃어주세욥

- 맏따! 우리는 잘못 없다! 이번 등불이 부산에서 합류할 수 있는 등불 마지막인데

최별이 한숨 쉬며 수뇌부에 다가갔다.

그녀는 웃을 생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곧인가요?”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쯤이겠군요.”

조병창이 최별의 말에 대꾸했다.

그 옆의 직박구리가 주변을 둘러보며 한마디 했다.

“신기하다. 우리가 저곳에서 나왔다는 거잖아.”

“그러게. 뭐랄까··· 기분이 이상하네.”

차일국이 직박구리의 말에 동의했다.

둘은 등불로 활동하면서 몇 번 얽히더니 어느새 친해졌다. 최별은 두 사람이 얘기하는 걸 신기하게 바라봤다.

“등불이란 이름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지금 같은 상황 말이야.”

“지금 같은 상황?”

“그렇잖아. 먼저 깨어난 우리가 나중에 깨어날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거,”

“그게 뭐 어쨌다고?”

“메마른 자식아, 이쯤 말하면 척하고 알아들어야지!”

“너무 감상에 빠진 거 아니냐? 솔직히 두 번째 등불 합류한다고 뭐 달라지나? 우리가 할 일은 변하지 않잖아. 부산 쉘터랑 접촉해서 최대한 빨리 대구 넘어가야 하는 건 똑같은데.”

“글쎄··· 사람들 얘기하는 거로 봐서는 대구 다음 지역에서나 올빼미랑 보지 않을까? 어차피 그럴 바에는 과정을 즐기자 이거지.”

최별은 직박구리와 차일국이 신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차일국은 원래부터가 굿 플레이어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었다. 또 직박구리와는 중국 서버에서 경쟁하던 사이였지만, 웨이브를 겪고 나서부터는 서로를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됐다.

집단의 힘을 손에 넣기 위해 경쟁하려던 초반의 날 선 긴장들이 무색하게, 등불은 시작부터 반 토막이 났고 당장에는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판국이었다.

그런 상황에서의 경쟁은 자존심을 지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최별은 그런 무의미한 행위를 싫어했다.

‘그런데··· 누가 없는 것 같은데···?’

최별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지 누군가 소리쳤다.

“송하린 어디 갔어?”

“어? 아까 같이 타고 있었는데?”

“뭐? 차량 뭐 탔는데?”

“두돈 반 타고 있었어. 분명히 옆에 있었는데···.”

“또 쳐 자빠져 자는 거 아니냐?”

“두돈 반에서 자고 있으면 그게 사람이냐?”

잠시 뒤, 나갔다 온 사람이 송하린을 찾아서 돌아왔다. 다녀온 사람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두돈 반 운전석에서 자고 있더라.”

“하··· 송하린 너는 왜 풀다이브로 와서 자빠져 자는 거야?”

“보, 본녀는 현실에서 수면 장애가 있어서···.”

“수면 장애? 농담하는 거지? 수면 잘해가 아니고?”

송하린이 멋쩍게 웃으며 합류하고, 잠시 뒤 시청자들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 3··· 2··· 1···

- 8시다~! 2차 등불 돌격해라!!

- 넌 왜 안 가고 요 있누?

- 나는 보는 게 더 좋아서···

모두가 들떠 있는 게 보였다. 그 분위기를 느낀 최별은 문득 자신이 혼자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녀는 사람들의 얼굴에 걸린 웃음에 공감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쯤···.’

팟!

등불이 있는 냉동 캡슐의 내부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첫 번째 등불 합류 때도 있었던 연출이다.

곧, 2차 등불이 합류할 것이다.

푸슈우우우-

캡슐의 상부가 일제히 열리며 각성자들이 걸어 나왔다.

그때는 합류하는 당사자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정말 멋진 연출인 것 같다.

‘그래 봐야 어차피···.’

“와아아아아아!”

“나, 나 됐어!”

“와··· 내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자니 덩달아서 들뜨는 기분이다. 그래도 그뿐이다.

“시환이 형!”

“강진이?”

“시환이 형 나 됐어요! 이번엔 됐어!”

“직박구리다.”

“아··· 형···.”

직박구리에게 아는 척을 하는 저 사람은 최별도 아는 사람이었다. 중국 서버에서 직박구리가 속한 크루의 막내였었다.

차일국에게 너무 감상적인 것 같다고 말하던 직박구리가 웃고 있었다.

“별이 언니!”

‘···뭐?’

“언니!”

푹신한 감각이 등 뒤에서 덮쳤다.

어떤 여자아이가 자신에게 와락 안겼다.

“누구··· 설마?”

“저예요! 예은이!”

붉은 별 크루의 김예은이다.

최별은 최근 중국 서버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 연락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그러니까요, 언니! 언니 가고 다 뿔뿔히 흩어진 거 알아요?”“···그래?”“있잖아요, 그리구···.”

재잘재잘 말이 많았던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처음에는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부딪히다 보니 그 수다스러움이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숨도 안 쉬고 떠드는 김예은을 보고 있자니 중국 서버에서 활동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어?’

최별은 어느새 자신의 입가에 미미한 미소가 걸려있는 걸 눈치챘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언니! 듣고 계신 거 맞죠!”

“응? 어··· 응.”

“접속할 때는 제가 될 거라고···. 어! 저 사람 강시환 아니에요?”

최별은 수다스러운 동료가 합류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그녀는 잡다한 생각을 내려놓고 밤새 그간 묵혀둔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녀는 가끔은 이런 시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두 번째 등불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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