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53화 (53/222)

# 53

53화

“폭탄 말입니까?”

“예, 이정도 방사능이 퍼질 정도면 평범한 폭탄은 아니라는 건 짐작하시겠죠···.”

대구에 이정도의 방사능이 퍼져 있게 만든 폭탄이 평범할 리가 없다.

성진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게이트 연구소장이라고 하셨던 그분께서 내리신 결정입니까?”

“예. 그때 당시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으니까요.”

****

“호원아, 쉬엄쉬엄해라. 몇 잔째야?”

“다섯 잔?”

“인스턴트커피를 그렇게 많이 마시는 건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좋지 않다. 오히려 두뇌활동이 둔화되거든.”

“알았어. 이것만 하고. 근데 그거 검증된 거 맞아?”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검증 안 됐다는 얘기네.”

“들켰군.”

피식거리며 웃는 정호원.

김정우는 다시 돌아서서 홀로그램을 조작하는 정호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 대학을 서울에서 나오고, 같은 길을 걸었다.

정호원은 거인이다.

실제로 그것이 맞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하는 모든 행동엔 이유가 있었다. 또 그는 멀리 내다보고 항상 번뜩이는 생각을 했다.

김정우는 늘 그의 뒤에 서서 걸었다.

그것에 불만을 품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호원은 대단한 사람이었고, 김정우는 자신이 그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게 자랑스러웠다.

대구의 종말 거부 장치 조사, 그리고 대구 게이트 연구단지를 총괄하고 있는 정호원이다.

대구는 국내에서 쉽사리 보기 힘든 대규모 게이트가 2번이나 발생한 지역으로, 윗선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곳이다.

“종말 거부 장치라··· 이딴 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안경 쓰고 연구복 입으면 다 천재인 줄 아는 거 아닌가?”

“포기하지 말자고, 뭐든 포기하지만 않으면 가능성은 있잖아.”

“···나이 쉰 줄 넘어서 쉬는 날에 만화 챙겨보는 놈이 할 말 답네.”

“···어떻게 알았어?”

“학창시절 버릇 어디 가나? 인간의 기호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그만, 알겠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어제저녁부터 굶었어.”

서울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석찬이가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밥을 먹으면서도 자식 얘기를 꺼내게 됐다.

“하여튼 무모한 건 알아줘야 해. 아무리 연구직이라도 해도 이쪽 일이 위험한 건 매한가진데, 먼저 간 제 엄마 고집은 쏙 빼닮아서는.”

“너무 그러지 마. 그래도 제 아빠 존경해서 같은 일 하고 싶어 하는 놈인데.”

“존경? 뭐··· 석찬이가 아버지를 존경하는 그런 점은 또 훌륭하긴 하지.”

“그리고 무모한 행동인지 용기 있는 행동인지는 본인만 아는 거야. 석찬이가 네 머리 반만 닮았으면 아마도 후자겠지만.”

“그 반도 못 닮았을까 봐 걱정이지.”

“쓸데없는 걱정은······.”

소박한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

정호원이 또 인스턴트커피를 입에 물었다.

“또 커피네.”

“아무래도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는 틀렸나 봐. 왜 이렇게 커피가 맛있지?”

“근데, 정부 쪽 인물이랑 무슨 얘기가 오고 간 거야?”

얼마 전, 정부 쪽 인물이 찾아왔었다.

“아, 귀찮게 또 감투를 씌우더라고. 무슨 대구가 게이트 연구로 탄생할 미래의 핵심 도시라나?”

“헛소리들은··· 뭐 착실하게 그렇게 되고 있기는 한데, 그래서 뭐라든?”

“무슨 권한 같은 것들도 잔뜩 떠넘기고··· 음··· 이건 대외비인데, 말해도 되려나?”

“섭섭하게 왜 이래? 대외비는 원래 아는 사람들끼리만 알라는 뜻이잖아?”

“그랬지? 최신형 병기고가 사람들 몰래 대구에 지어졌다나 봐.”

김정우가 눈을 끔뻑거렸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어서 되물었다.

“그게 가능해? 알면 반대하고 난리 칠 텐데. 게이트 연구단지 들어설 때도 보상금 타 먹겠다고 텐트 치고 드러누운 사람들인데?”

“저거 안 보여? 종말 거부 장치도 우리 모르는 사이에 지어져 있잖아.”

“······저건 논외로 하자고, 귀신이 지은 게 분명해.”

“아무튼, 거기 관리자를 나로 하겠대.”

“군인들이 맡지 않고?”

“군인들이나 정부 쪽 인물들도 관리자야. 그냥 몇 명의 관리자 중 하나로 지정한 거겠지.”

“그만큼 널 믿는다는 건가?”

“박사과정 마치자마자 불려가서 지금까지 일했으니까. 그리고 관리자라고 해봤자 여닫는 락(Lock)의 설정 권한밖에 없어. 그래서 권한을 넘겨받자마자 허락을 구한 다음에 재설정했다. 군인 할아버지들이 너무 노티 나게 설정해놔서 까먹을 것 같더라고.”

전형적인 문지기.

하지만 병기고의 개폐 권한을 게이트 연구단지의 소장이 얻어낸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아까 전 말한 이것저것의 권한은?”

“이건 정말 대외비. 말해줄 수 없어.”

“꽤 엄청난 권한인가 보네.”

“아니, 권한보다는 책임에 가까울걸.”

김정우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 일이 연구직일지라도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각이 부족했다는 걸 곧 깨달았다.

연차가 있어도 평소에는 일이 바빠 사용하지 못했었는데,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이 대구에 내려왔다는 핑계로 정호원이 등을 떠밀어 연차를 쓰게 했다.

평온한 나날의 연속.

분명히 오늘도 같은 날이 계속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완벽하게 부서졌다.

“이, 이게 무슨···.”

“아버지! 하, 하늘이···.”

하늘은 더 이상 푸른색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비명이 난무하고 건물들이 쓰러지거나 불탔다. 거대한 몬스터가 시내에 돌아다녔다.

“크워어어어!”

“도망쳐!”

“살려줘! 누가, 누가 나 좀···.”

펼쳐진 지옥, 김정우는 다급하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다가,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호원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정호원은 침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정우야, 석찬이랑 같이 있지? 지하 쉘터로 가! 연구단지에서 게이트 붕괴 현상이 발생했다!”

“뭐? 그럼 나도 가서···.”

“아니! 오면 안 돼! 사람 한 명 더 온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연구단지 사람들이 죄다 죽었을 거다. 내가 잠시 밖에 나와 있는 사이에 이런···.”

연구원들이 몰살당했다. 그렇다면 자신이든 정호원이든 붕괴 현상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정우야, 이건 대구만 이런 게 아니다. 지금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어떻게···.”

“시민들이 벙커랑 쉘터로 대피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볼게. 너도 빨리···.”

“네가 시간을 어떻게 벌겠다고!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 나중에 설명할게.”

뚝···

“아버지! 가야 해요!”

잠시 멍하니 서 있던 김정우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창창한 나이다. 일단 아들을 대피시키고 생각해야 했다.

“가자! 지하 쉘터로 가!”

김정우는 지하 쉘터로 이어지는 입구의 위치를 꿰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도 그 위치를 소리쳐 말해주면서 최대한 빨리 쉘터에 다다랐다.

오는 동안 마주했던 대구는 지옥이었다.

몬스터에 뜯어 먹히는 사람들.

그런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밀치고 짓밟아 지나가는 사람들.

이곳저곳의 벙커로 흩어지거나 지하 쉘터로 사람들이 흘러들었다.

김정우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아들을 쉘터에 집어넣고 다시 밖으로 나가면서 전화를 꺼내 들었다.

뚜-

다시 길게 이어지는 연결음.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받아! 받으라고!”

밖으로 나가려던 김정우는 계단을 채 다 오르지 못하고 멈춰 섰다.

“끄아아아악!”

몬스터에게 뜯어 먹히는 사람이 지하 쉘터 입구에 있었다. 김정우는 멈칫하다가 다시 뒤돌아서 내려갔다.

이미 늦었다. 이대로 나갔다간 개죽음이다.

최소한의 무장이라도 하고 나서야 했다.

쉘터로 내려가 게이트에 진입할 때 입는 슈트를 입기 시작했다. 모두가 정신없는 와중, 김정우는 소총도 꺼내 들어 무장을 마쳤다.

그리고 돌파 가능한 다른 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김정우는 승강기와 계단을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외부로 나가는 어떤 통로도 혼자서는 돌파할 수 없었다.

그는 쉘터의 거주 구역에 대피한 시민들에게 외쳤다.

“밖으로 나가서 함께···.”

시민들의 눈이 김정우를 향하지 않았다.

그나마 홀린 듯 중얼거리던 사람들만이 김정우를 쳐다봤다. 그들은 눈으로 물었다.

‘함께 무엇을?’

김정우는 말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가 터덜터덜 그나마 몬스터가 적었던 입구로 향했다. 혼자라는 생각 때문인지 걸음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스마트 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슈트에 내장된 기능으로 바이저를 통해 전화를 받았다.

“······정우야.”

“호원? 호원아! 지금 어디야!”

“정우야, 잘 들어···. 연구단지의 게이트 너머로 뭔가가 넘어오려고 한다. 펄스 파장으로 봤을 때, 이게 넘어오면 대구는 끝이야.”

“···그래서?”

“너 지금 쉘터에 있는 거 맞지?”

“그래서!”

“얼마 전에 넘겨받은 권한 중에 게이트 폭격 권한이 있다.”

“뭐?”

“지금 게이트 내부로 미사일 하나가 날아오는 중이다. 좌표를 게이트 내부로 설정했고, 별문제 없다면 게이트 내부에만 피해를 줄 거야.”

김정우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호원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너는?”

“정우야, 미안하다. 그리고 부탁한다···.”

“미친 자식아! 너는!”

“키이이이이이이!”

우직!

통화를 받는 상대에게서 정체불명의 소음이 흘러나왔다.

“병기고의 락은···.”

뚝-

통화가 끊겼다.

잠시 소총을 든 채로 멍하니 서 있던 김정우는 발길을 돌려 지하 쉘터로 내려갔다. 장내는 아비규환이었다.

“한용아! 엄마 여깄어! 한용아!”

“대구만 이런 거야?”

“왜 갑자기 전화는 먹통이야!”

“세금을 그렇게 갖다 바쳤는데 정부는 대체 뭐 하는 거야!”

“애새끼 좀 조용히 시켜! 울잖아!”

정우는 이들을 지나치면서 생각했다.

호원이 과연 그렇게 죽었어야만 했는지.

자신밖에 모르는 이들을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행동을 했어야만 했는지.

김정우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면서도 이들이 미웠다.

****

“실패했군요.”

“아뇨, 발사된 미사일은 분명히 몬스터에게 명중했어요.”

“근데 어째서 방사능이 이렇게 퍼진 겁니까?”

폭발은 게이트 내부에서 일어났을 텐데, 왜 대구에 방사능이 퍼진 걸까?

김석찬이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게이트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난 건 분명한데···.”

“그렇다면···.”

“예. 게이트를 넘어오려던 그 몬스터가 그 폭격을 견뎌냈을 거라 하셨어요. 설상가상으로 폭격을 견뎌내고 방사능까지 줄기줄기 내뿜으면서 넘어온 거죠.”

“이정도 방사능이면··· 보통의 몬스터는 아니겠네요.”

“사람들이 지하에서 나가지 않는 이유죠.”

‘이제야 밝혀지는 진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대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핵 꺼억 하고 게이트 넘어온 거 실화냐?

- 왜 쐈대? 덕분에 대구만 더 조졌네

- 그냥 넘어왔어도 조졌대잖아. 폭발 충격으로 게이트 닫히거나 몬스터한테 피해줘서 못 넘어오게 하려고 했나 보지

‘신기한 점 발견’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건 내 몽고반점이었구연~]

- 그건 사실 우리 동네 홍콩반점이었구연~

- ㅗㅗ 산 넘어 산이네. 부산에 대구까지 ㅋ

- 등불도 부산 마무리하고 넘어올 수 있을까?

- 거기는 아직 쉘터랑도 접촉 못 했던데 뭐, 2차 등불 해방부터 하려는 것 같던데

- 나도 이번엔 꼭 2차 등불 합류해야지

- 응 꼭 합류해서 방사능의 대구로 오렴!

- 생각해보니 3차부터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너희들에게 조국을 구할 기회를 넘길게!

- 폭탄 돌리기 에반데ㅋㅋ

‘이제 이해되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그 박사님도 친구가 그렇게 죽었으니···]

- 아들까지 죽으면 ㄹㅇ 멘탈 갈릴 듯

- 그래서 이기적으로 살라고 한 거구나?

- 이래서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해!

****

김정우는 아까 아들에게 화를 낸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감정이 뒤죽박죽이라 그렇지 그가 아들을 아끼는 마음은 어디 가지 않는다.

“그러게 좀 참으라니까.”

“자식 일에 열 안 내는 부모가 어딨어?”

“나야 모르지. 결혼은 너만 했잖아.”

“너는 결혼 절대 하지 마. 부탁이다.”

피식거리며 마주 웃는다.

정호원은 종말이 닥쳐온 날 죽었다.

살아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왜 보이는 걸까.

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서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걸까.

처음에는 자신이 미쳤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정호원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가라고 소리쳤다. 희망도 없는 이곳에 자신만 덩그러니 놓고 가버린 그에게.

자신보다 대단하고 훌륭한 정호원도 종말이 닥쳐오는 걸 막아서지 못했다.

정호원, 그의 죽음을 기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자신만이 그를 기억할 뿐이다.

이 개미굴엔 미래를 포기한 개미들이 바글거렸다.

개미들이 징그럽게 몸을 타고 올라와 손이 닿지 않는 곳을 깨무는 악몽을 종종 꾸고 있다.

사람들은 전부 개미가 되어버렸다.

하늘을 보고 싶어 하지 않고, 두더지처럼 흙에 파묻혀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호원 그라면 어떻게 했을까?

모든 훌륭한 사람들이 사라진 이 세상에 자신이 남았다. 그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건 무슨 의미일까?

“사실일까?”

“석찬이가 한 얘기?”

“그래, 아까 같이 온 사람이 말했다는 그 얘기”

“부산이 종말을 극복했다··· 사실이라면 희망은 있을 텐데 말이지.”

“희망은 무슨··· 대구는 지옥이다. 방사능을 내뿜는 거대한 몬스터가 제집처럼 활보하는 곳이라고.”

“그래도···.”

“쉽게 말하지 마! 넌, ···넌 그럴 자격이 없어!”

“정우야···.”

감정이 다시 끓어오른 김정우가 화를 냈다.

이내, 그것을 깨달은 그가 사과했다.

“미안··· 또···.”

“아니야, 괜찮아.”

김정우가 연구실의 거울 앞에 앉았다.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뒤를 돌면 언제나처럼 정호원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왜··· 왜 나한테만 보이는 거야···.”

“······.”

“혼자서 개죽음이나 당해놓고··· 왜 나한테만 보이는 거냐고!”

김정우가 손에 잡히는 걸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쩅그랑-!

거울이 부서져 내리며 파편에 김정우의 얼굴이 비쳤다.

“뭐야···.”

“······.”

“뭐냐고···.”

김정우가 뒤돌아서 정호원을 바라보았다.

정호원은 김정우가 무슨 질문을 할지 눈치채기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병기고 암호··· 뭐냔 말이야···.”

“······.”

“가르쳐줘···. 뭐라도 해보게···.”

정호원의 환영은 입을 열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본 김정우가 유리 조각이 가득한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쾅!

“도와줘··· 호원아.”

“······.”

“도와줘······.”

침묵은 끝끝내 깨지지 않았다.

병기고의 락은 3번 틀리면 잠금 권한이 정부로 넘어간다. 그렇게 되면 병기고는 영원히 잠겨버릴 것이다.

김정우는 이미 한 번 병기고의 문 앞에 간 적이 있었다. 병기고는 지하 쉘터와 연결되어 있었으니까 가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김정우는 락을 풀지 못했다.

암호는 연구소에서 으레 사용하던 것이 아니었다.

이제, 병기고를 열 기회는 단 두 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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