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51화
뚝-!
줄곧 간당간당하던 신호가 결국 끊어졌다.
“아······.”
낡은 건물에 들어와 있던 남자는 탄식했다.
‘이대로 죽나?’
남자가 죽는다는 말을 쉽게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지금 지내고 있는 곳의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입에 담는 게 죽음이었으니까.
“하하···.”
병원의 벽에 기대었다가 주르륵 미끄러져 앉았다.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다시 떠올랐다.
‘아버지가 아시면 슬퍼하시려나?’
남자의 아버지는 훌륭하신 분이었다.
세상에 종말이 찾아온 후부터 훌륭하셨던 모습들은 점점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지만.
아들인 자신만큼은 아버지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리라 믿었다.
“끼이이······.”
밖에서 들려오는 몬스터의 소리에 움찔했다.
이곳에 오는 걸 주변에선 만류했지만, 남자는 자신이 있었다.
게이트와 몬스터의 분석학
이것을 대학교 학사과정뿐만 아니라, 석사를 거쳐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었으니까.
물론, 채 마치지 못하고 종말이 찾아와 버렸지만.
‘이곳의 몬스터들은 습성과 약점이 전부 달라.’
허술한 복부가 약점이던 몬스터는 배가 강철보다 단단해졌고, 시야에 사각이 존재하던 몬스터도 어쩐 일인지 잘만 따라붙어 왔다.
다행히 약점이 그것만 있는 몬스터는 아니었던지라 어렵사리 처치하긴 했지만, 그것도 한계에 달했다.
‘배터리를 너무 썼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면 넉넉하게 준비한 배터리가 모자랄 리가 없었을 텐데. 아무래도 당황해서 배터리를 마구잡이로 사용한 게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 같다.
방사능 지대를 지날 땐 슈트 가동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슬슬 이곳에서 떠나지 않으면 아예 돌아가는 게 불가능했다.
“구원··· 안 오겠지?”
자신이 떠나온 곳에 신호가 갔을지 모르겠다.
아니, 신호가 갔어도 그들은 오지 않을 거다.
희망을 놓기는 싫었지만, 절망을 외면하는 것도 싫다.
‘그들은 그런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로 변해버렸으니까.
여행용 가방만 한 크기의 전투 배낭을 내려다보았다.
이 안에는 남자가 이곳에 온 이유가 담겨있다.
1살이나 됐을까 싶은 아이.
위생 상태나 방사능이 집어삼킨 도시에서 태어났기 때문인지, 병에 걸렸다.
문제는 적절한 약이 없었다는 것.
자신이 머무는 곳에도 약이라면 넘쳤다.
하지만, 아이가 앓는 병은 특이했다.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안고 엄마는 목이 쉬도록 울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종말이 터진 시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남편 몫까지 슬퍼하는 아이의 어머니.
군중들이 섣불리 위로하지 못하는 와중에, 누군가 말했었다.
자신이 운영하던 개인병원에 약이 있을지 모른다고.
작은 병원이라 발주를 직접 넣어서 기억이 난다고.
- 방사능에 절어버린 것 아닙니까?
- 시설이 최첨단이라 보관은 잘 되었을 텐데··· 모르지. 직접 가봐야 알겠지.
작은 개인병원에 어떻게 그런 약이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누구나 사연은 있었고, 지금 그 사연은 아무짝에도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누가 갈 것인가?
누가 죽음으로 걸어 들어갈 것인가?
아이의 어머니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군중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시선이 갈 곳을 잃었다.
슬픔에는 공감하지만, 그것뿐이다.
군중들의 눈은 아이의 어머니에게서 관심을 거뒀다.
악을 쓰며 도와달라는 여인은 결국, 자신이라도 가겠다며 축 처진 몸을 일으키려 했다.
- 제가 갈게요.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알게 모르게 눈짓으로 자신의 행동을 만류했다. 입 모양으로는 ‘개죽음이야.’ 같은 말을 하면서.
- 제가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단 몬스터를 잘 알잖아요. 제가 다녀올게요.
아이의 어머니가 자신의 손을 잡고 울었다.
그게, 자신이 이곳에 와 있는 이유다.
문제는, 자신은 몬스터들을 남들보다 잘 알긴 했지만, 그뿐이었고 그것이 생존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대구의 몬스터들은 일반적인 몬스터들과는 달랐다. 크기가 몇 배는 크거나, 특이한 능력을 사용하는 등,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다시 가방을 내려다 봤다.
‘이거라도 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자신이 살 확률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가방이라도···
“끼이이이이익!”
‘몬스터!’
그런데, 아까 주변을 맴돌던 몬스터의 소리인 것은 분명한데 뭔가가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구분하지 못하겠지만, 자신은 알 수 있다.
원숭이의 모습을 한 코발트 몽키.
귀여운 이름이지만 긴 팔에 붙잡히면 뼈가 다 으스러진다.
코발트 몽키는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꼭 저렇게 울어댔다.
‘포식자? 포식자가 나타난 건가?’
자신은 지금 코발트 몽키 하나 처리하기 힘들어서 숨죽이고 있건만. 그보다 강한 포식자가 나타났으면 살아서 돌아갈 확률은 사실상 없다.
비명이 그친 거로 보아 아마도 포식자에게 살해당한 것 같다. 포식자에게 죽기 직전까지 소리를 질러대는 게 코발트 몽키의 습성이었으니까. 장난처럼 뼈를 부수는 몬스터치고는 겁이 많다.
남자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로 툭 차서 전투 가방을 작은 방안으로 밀어 넣었다.
기이이이이잉-
장전을 한 채로 입구와 창문을 번갈아 조준했다. 몇 발 쏘아내지 못하겠지만 운이 좋다면···
“······까?”
그때, 병원 안으로 어떤 소리가 타고 들어왔다.
‘까?’
저렇게 우는 몬스터가 있었던가?
다시 견착을 제대로 하고 노려보는데 예의 그 소리가 또 한 번 울려왔다.
“무사하십니까?”
무사하십니까라고 우는 몬스터는 들어본 적 없다.
저 소리는 사람의 소리다.
‘구원! 구원이 온 건가?’
“예, 예! 무사합니다!”
덜컹-
쨍그랑!
문은 잠겨있으니, 열어보려 했다가 부순 것일 거다. 혹시나 해서 총을 내려놓지는 않고 있는데, 누군가 걸어들어왔다.
저벅··· 저벅···
슈트의 발걸음 소리가 아니다.
“누, 누구십니까?”
“구조 신호를 보낸 거 맞으십니까?”
“구조 신호라면··· 예! 맞습니다. 근데 누구시죠?”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저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다가오는 사람을 보았다.
이 사람, 슈트를 입지 않고 있다.
“어, 어떻게···.”
슈트를 입지 않은 남자가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됩니까?”
성진은 눈앞에서 떨고 있는 남자를 따라가 찾을 생각이다.
대구의 사라진 사람들을.
****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될 거예요.”
“다행이네요. 가동시간은 얼마나 남으셨습니까?”
“별문제 없이 간다면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일 것 같아요. 슈트가 방사능 때문에 오래 못 버티긴 하는데, 그래도 가까운 거리라···.”
성진은 소방서와 주유소를 지나치며 위압을 발휘했다. 탐스러운 먹이가 지나가는데도 몬스터들이 접근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저··· 그런데 성함이?”
“올빼밉니다.”
“아, 올빼미님. 구해주신 분한테 인사가 늦었네요. 김석찬이라고 합니다.”
딱히 여운을 느낄 정도의 인사를 나눌 시간은 없어 계속 걸었다. 김석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이야기한 장소까지는 몇백 미터를 남겨두고 있었다.
“쿠으으으······ 쿠으으······.”
“위, 위험해요!”
김석찬이 소리쳤다. 대학가 근처의 원룸촌을 지나는데 무너진 주택의 잔해에서 몬스터가 기어 나왔다.
‘트롤!’
일반 트롤과는 덩치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덩치는 큰데 재생력까지 더해졌으니, 더 이상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기이이이잉-
“총은 안 먹힐 거예요. 도, 도망쳐야···.”
화르륵···
성진의 샷건이 불을 내뿜었다.
퍼어어어엉!
치이이이이익···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트롤의 상반신이 날아갔다.
재생능력으로 복구하기에는 너무 큰 피해였는지 남은 다리가 풀썩 쓰러졌다.
‘전차포?’
순간 낙뢰가 눈앞에 떨어진 줄 알았다.
그만큼 귀가 먹먹한 굉음이 들렸다.
성진이 쏘아낸 총탄은 트롤의 몸을 날려버리고도 모자라 인근의 주택을 깨부쉈으니까.
꿀꺽···
김석찬은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인간이 게이트를 통제하며 그곳에 머무는 몬스터들을 제압하던 그 시절을. 어쩐 일인지 방금 성진이 쏘아낸 탄환을 보고 갑자기 그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가죠. 다 온 것 같은데.”
“아··· 예! 저쪽이에요!”
성진에게 따라붙으면서도 성진이 쥔 총을 눈으로 살폈다.
‘평범한 총인 것 같은데···.’
김석찬은 성진을 대학병원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아뇨, 여기서도 좀 가야 해요.”
대학병원의 계단을 이용해 지하로 향했다.
지하주차장의 비상구.
그곳에 또 한 번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었다.
뚜벅···
이어지는 공간으로 쭉 걸어 들어가자, 긴 지하터널 같은 공간이 나왔다.
팟! 팟! 팟!
멀리서부터 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켜졌다.
“대구에 처음 오셨나요?”
김석찬은 걸으면서도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분주했다. 방금까지 죽을 뻔한 위기였음에도 위기를 벗어나자 성진을 향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예.”
“그럼 원래는 어느 곳에······ 아, 질문이 잘못됐나? 세상이 이 지경이 됐을 땐 어디에 계셨나요?”
“부산에 있었습니다.”
“부, 부산이요? 부산이라고 하셨나요?”
“예, 부산에 있었습니다.”
꿀꺽···
아까부터 김석찬의 침 삼키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성진은 별 신경쓰지 않았지만, 김석찬 스스로는 조금 창피한지 바이저를 긁적였다.
“아, 그······ 부산은 어떤가요?”
“부산말입니까?”
“예. 아무래도 살아남기 힘···.”
“잘 지냅니다.”
“예, 예?”
“아마 잘 지내고 있을 겁니다. 상황이 나아졌거든요.”
“그런······ 그럴 수가···.”
김석찬은 혼자서 횡설수설하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무슨 일이··· 정부가··· 아니, 아니···.”
채팅창이 김석찬의 신기한 반응에 웃어댔다.
‘석찬이’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많이 놀랐구나? 옆에 있는 형이 어떤 사람인 줄 알면 더 놀랄 텐데 ㅋㅋ]
- 옆에 있는 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경남 창원 출생으로······
- 앞으로 따거로 모시도록 하여라
- 와 근데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
‘지나가던 착한 트롤’님이 5,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저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왜 쏴요 ㅠㅠ]
- 착한 트롤은 죽은 트롤 뿐이다
- 금세 착해졌누
- 근데 트롤 크기 실화냐? 대구는 뭔 몬스터들이 이렇게 크냐?
- 펄스 탄환 없었으면 오늘도 총 집어넣고 칼질할 뻔ㄷㄷ
김석찬은 성진에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김석찬의 질문이 그치자 성진이 물었다.
“사람들이 전부 여기서 사는 겁니까?”
“예. 전부 이곳에 모여 살아요. 원래는 지상에도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문제가 심각해지고 나서는 다 이곳으로 피난을 왔어요.”
“낮에 들른 벙커의 사람들은 전부 죽어있던데··· 대피하지 못한 겁니까?”
“······아마도요. 대구가 그렇게 작은 도시도 아니고 피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벙커들도 있을 수밖에 없죠.”
성진은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그 의문은 잠시 미뤄둬야 했다.
아무래도 다 온 것 같았으니까.
김석찬이 틈이 보이지 않는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옆에 놓여있는 장치에 손을 올렸다.
장치에서 남자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 석찬이냐?
“예, 형. 저에요.”
- ······미친 새끼. 형은 너 꼼짝없이 죽은 줄 알았다.
“하하··· 덕담도···.”
- 겁이 없어도 정도껏 이지. 박사님이 아시면 어쩌려고 그래?
“아버지야 뭐··· 제가 뭘 하든 신경이나 쓰실까요?”
- ·········됐고, 들어와서 정화실로 들어가. 오래 나가 있었으니까 3시간은 있어야 할 거야. 약은?
“아, 형! 그··· 사람이 왔는데요.”
- 그래, 너 왔잖아.
“저 말고요. 다른 사람···.”
- 뭐? 생존자가 있었어?
“그 참··· 생존자라고 하기도 뭐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뭐한 사람이기는 해요. 저 구해주신 분이거든요.”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이곳을 관리하는 김석찬의 형이라는 사람도 당황한 듯했다.
“형?”
- 다른 벙커 중에 무사한 곳이 있던 거야?
“아뇨, 부산에서 오신 분이라고······.”
- 장난치냐? 이게 어디서···
“진짠데··· 아무래도 각성자신 것 같아요. 슈트도 안 입고 돌아다니셨거든요.”
- ······기다려 봐. 단장님 불러올 게.
잠시 뒤, 단장이란 사람이 와서 성진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특이한 질문들은 없었고 사무적인 어조로 고리타분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 정화실로 이동해라.
푸취이이이이···
위이이이이이잉-
문 안에 문이 또 있었다.
부산에서도 본 기억이 있던 문이다.
김석찬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좁은 통로가 나왔다.
조금 걸었더니 갈림길이 나왔다. 친절하게 홀로그램으로 ‘방사능 정화실’이라고 적혀있는 길로 이동했다.
이곳 역시 문은 이중이었다.
푸취이이···
백색의 공간.
밖은 붕괴하고 녹아내린 흉터들이 가득한 세상인데, 이곳은 정반대였다. 괴리감이 느껴졌다.
“저, 당분간은 여기 있어야 해요.”
“그보다 슈트는 못 벗습니까?”
“아, 몇 시간 이렇게 있다가 건너가서 벗어야 해요.”
“오며 가며 할 때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까?”
“예. 귀찮은 과정인데 이곳이 오염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어요.”
김석찬의 눈이 가라앉았다.
“······아무도 나가지 않거든요. 근 한두 달 내에 외부에 다녀온 건 저 하나일 거예요. 근데, 혹시 각성자세요?”
“예. 각성자입니다.”
“와, 놀랍네요.”
“석찬씨는 무슨 일로 혼자 나오신 거죠?”
“아··· 박사과정 밟고 있던 대학원생이었어요. 전공이 게이트랑 몬스터 분석하는 쪽이어서 제가 나선 거예요. 조금이라도 나을까 해서.”
‘아포칼립스 완성’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아포칼립스의 꽃 좀비가 드디어 나왔다.]
- 대학원생이라니 후후··· 안 보이던 좀비 녀석이 여기 있었군. 내 12게이지 탄환 맛을 볼 테냐?
- (지나가던 대학원생은 오늘도 눈물을 훔친다)
- 교수: 어? 자네 여기 있으면 어떡하나! 빨리 연구실로 올라오게!
‘김석찬 이색기’님이 3,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내심 종말이 찾아온 걸 기뻐할 수도 있어]
- ㅋㅋㅋ 갑자기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었다
- 다시 태어나면 절대 하지 않을 것 BEST 3에 꼽힌 ㄷㄷ
- 1. 결혼 2. 조별과제 조장 3. 대학원생
- 전국의 유부들이 이 결과를 지지합니다.
성진은 좀 더 중요한 질문을 했다.
“이곳은 어떤 곳입니까?”
김석찬이 성진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여기가 대구 통합 쉘터에요. 지하에 있는 쉘터는 처음 보셨나요?”
“예.”
“신기하게 보실 것 없어요. 그렇게 아름다운 공간은 아니니까.”
답답한 느낌.
성진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다.
좁은 통로를 쭉 따라오는 잠깐 사이에도 이곳이 어떤 곳일지 어렴풋이 그려졌다.
“그거 아세요? 아까 부산 사람들이 잘 지낼 거라고 하셨잖아요?”
“예.”
김석찬이 말했다.
“후우······ 대구는 그렇지 못해요. 잘 지내지 못하고 있어요.”
성진은 눈빛으로 재차 물었다.
왜 잘 지내지 못하냐는 질문이 담긴 눈빛.
“이곳은 겉보기에는 후져 보여도 안전하기는 해요. 몬스터들의 위협도 이곳까지는 닿지 않고, 식량도 일단은 넉넉히 있거든요.”
“저 물건은?”
성진이 턱짓으로 김석찬이 내내 들고 온 배낭을 가리켰다.
“아, 이건 사정이 좀··· 특이 케이스라··· 맞게 구해 온 건지 모르겠네요.”
“······.”
이제 핵심을 물어볼 차례다.
“대구가 왜 이렇게 된 겁니까?”
“뭘 물으시는지···.”
“방사능이 이정도로 짙게 깔리다니, 게이트 붕괴의 여파입니까?”
김석찬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난색을 보였다.
“이건 제가 말씀드리기가 좀··· 곧 어떤 분을 만나실 테니 그때 물어보시는 게 좋겠네요.”
“여기를 나가면 누구를 만나는 겁니까?”
“아, 꼭 만나야 하는 건 아닌데 제가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있거든요.”
김석찬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곧 제 아버지를 보시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