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는 종말에 적응했다-12화 (12/222)

# 12

12화

한국의 종말 이후와 관련한 커뮤니티는 수없이 많다. 마이너 커뮤니티를 포함하면 그 수가 수십은 넘지만, 메이저 커뮤니티로 그 범위를 좁히면 몇 개가 남는다.

종말 종합 커뮤니티 디스토피아. 가장 크고 얘기하는 주제도 다양하며 폭넓다.

그리고 한국 종말 커뮤니티 요지경. 한국 스트리머와 한국 사람 얘기를 주로 한다.

이 두 개의 커뮤니티가, 올빼미 방송이 끝난 그다음 날부터 쉴새 없이 바빠졌다.

[제목: 디토 놈들 모여라, 어제 올빼미 전투 정리해준다]

정리해준다.

정리 실패했다. 누가 나 대신 정리해라.

- 뭐라누 ㅋㅋㅋ 낚였자너~

- (대충 펄떡거리며 아가미 벌름거림)

- 기다려 봐라, 엄마한테 물어보고 온다

- ㅇㅋ 기다린다

- 엄마도 모른다는데?

- 어머님은 알 줄 알았는데

[제목: 아래 전투 정리 똑바로 안 하냐? 내가 정리함]

오우거: 쿠오오

올빼미: 오레사마노 힘이 날뛴다.

오우거: (대충 계속 그로울링)

췻! 췻! 퓻! 퓻!

오우거: 아, 이건 좀;

올빼미: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으셈ㅋㅋ

- 바로 이거였누ㅋㅋ

- 정리 일목요연하네. 방 정리도 잘할 듯

- 이거보다 정리 잘하기 힘들다 ㅋㅋㅋ

[제목: 어제 아버지 졸도하실뻔한 썰]

울 집 잘 삼. 난텐도나 같이 하자며 VR 가족 머릿수대로 삼. 어제 방에서 나 혼자 1인칭으로 올빼미 방송 보다가 몇 번 날아다니니까 속 울렁거림;

오바이트 하러 화장실 불 켰는데 변기에 누나랑 엄마 있었음. 엄마랑 누나 변기 붙잡고 있길래 나도 가서 붙잡음 ㅋㅋㅋ 나란히 구역질함

- 가족 셋이 올빼미 방송 보냐 ㅋㅋㅋ 충신 집안이네

- 뒤에서 본 아버지: 케, 케르베로스?

- 도원결의는 복숭아나무 밑에서 해야지. 왜 변기통에서 하고 자빠졌누ㅋㅋㅋ

[제목: 어제 올빼미사마 스크린샷 좀 그려봤어요]

필터는 살짝 달빛 느낌 나는 거로 해봤는데 어떤가요?

- 와; 금손이네

- 이걸 하루 만에 그렸다고?

- ㅅㅌㅊ네; 배경화면 날름

- 10점 드립니다

커뮤니티는 어제 올빼미가 받은 후원이 미로 역사상 가장 많은 후원이 아니냐며 갑론을박을 펼쳤고 소모적인 주제를 주로 다뤘다. 한편, 미로 자체에서도 올빼미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제목: 올빼미님 영상 분석 들어갑니다

제목: 올빼미 전투방식, 여러분도 가능

제목: 한국인 최강은 올빼미?

대부분은 컨텐츠의 질이 현격히 낮았고 시청자들은 어그로에 끌려 들어갔다가 금방 튕겨 나왔다. 그때, 시청자들의 질 높은 컨텐츠에 대한 목마름을 단박에 해갈시켜줄 방송이 시작했다. 다름 아닌 왕이나. 해적방송계의 거두다. 이번에도 물론 동의 따위는 받지 않았다.

- 오늘 이나방송 낙수효과 좀 받나?

- 지금 제목에 올빼미만 써도 사람들 미어터질 걸?

- 올빼미 다큐멘터리 틀어도 사람들이 한 번씩 눌러보겠더라 ㅋㅋㅋ

- 올빼미단 놈들이 조회수 뻥튀기 시켜주는 것마냥 눌러대니;

- 그래서 님은 올빼미단 아니라고요? 그럴 리가;

- 들켰누ㅋㅋ 나도 눌렀지;

- 전 국민 1/4이 올빼미단이라는 게 학계의 킹설

신나는 음악을 깔아놓고 잠시 대기 상태에 있던 왕이나의 방송이 드디어 시작했다. 화면이 뒤바뀌며 왕이나가 등장했다.

“안녕, 얘들아~ 기다렸지? 종말에 안녕하세요? 시작합니다!”

그녀는 흰 민소매에 얇은 가디건을 걸친 복장을 하고 나왔다. 평소보다는 노출이 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채팅창은 그녀를 연호했다.

- ㅉㅉㅉㅉ!! 기다렸어!

- ㅗㅜㅑ 누나는 뭘 입어도 태가 나;

- 오감 만족 방송! (철저히 시각 위주)

- 오늘은 말쑥하게 차려입었자너~

왕이나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다룰 내용이 올빼미에 관한 내용이니 자신에게 포커스가 쏠렸다간 신규 유입 시청자들을 놓칠지도 모르니까.

“자! 그럼 뜸 들이지 말고 바로 소개하죠! 바로 올빼미 방송의 터줏대감! 조병창님입니다! 박수!”

- 뭐? 조병창이라고?

- 병창이가 왔어?

- 미친ㅋㅋㅋ 개 친근해 ㅋㅋㅋ 옆집 형 같아

- 옆집 형(백수)

- 병창이도 랭커거든?

- ㅔ ㅔ 그러시겠졍

조병창의 웃는 얼굴이 방송화면에 잡혔다. 개인방송으로도 얼굴을 알린 그였기에 시청자들 대부분이 그의 얼굴을 친숙해했다.

- 키야; 병창이 인물 지리자너~

- 이나 힐끔거리는 거 봐!

- 팩트) 그래 봐야 올빼미 방 시청자다

- 맏따, 그냥 동네 형이다

왕이나는 채팅창이 기껏 모셔놓은 손님을 까 내리기 전에 서둘러 방송을 진행했다. 자극적인 내용이 오고 가야 시청자들이 다른 방송으로 떠나지 않을 테니.

“조, 조병창님! 반갑습니다. 인사는 이정도로 대충 하고 바로 시작하죠!”

“예, 저도 그편이 좋습니다.”

“일단 오늘의 주제인 올빼미 전투에 관해서 떠들어 대기 전에 영상부터 보고 오시죠!”

왕이나가 방송화면에 큼지막하게 어제자 올빼미 방송을 틀었다. 전체화면으로 틀지 않은 건 조병창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이 나와야 현장감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은 배경음악 편집이 들어간 편집본이었다.

- 아; 누가 올빼미 영상에 ㅆㄷ묻혔냐!

- 나 킹반인인데 노래는 좋네

- 나도 인싸인데 이 노래는 안다

- 두 명 검거했다. 이 둘은 절대 일반인 아니다

시청자들이 다시금 영상에 집중했다. 노래가 낯설긴 해도 영상을 보기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기에 편집 얘기는 곧 사그라들었다. 대신에 몇 번이나 이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이나를 놀려댔다.

- 이나 표정 봐라ㅋㅋ 다람쥐냐?

- 놀랄 거라 예상한 부분에서 딱 놀라네

- 옆에 병창이 형은 왜 놀라는데ㅋㅋㅋ

- 와; 저 장면 지렸지

전투는 필연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었으므로 영상도 꽤 길었다. 하지만 편집의 힘인지 지지부진한 부분은 빨리 돌리는 식으로 진행하자 플레이 타임이 10분 정도 되었다. 마침내 영상이 끝났다.

“와··· 저, 정말 대단하네요. 병창님은 어떻게 보세요?”

“음··· 저야 수십 번도 더 본 영상이라 이 영상에 관해서는 바로 줄줄 대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바로 얘기할까요?”

“아, 예! 그렇게 해주세요.”

- 병창이는 프·로·다

- 누구랑은 다르지

- 암, 영상도 안 보고 오는 누구랑은

- 이나 마빡에 힘줄 돋았다! 얘들아 좀 더 놀려!ㅋㅋ

“일단 아주 좋은 전투였습니다. 장소, 시간, 상황이 전부 맞아떨어진 전투였으니까요.”

“단순히 실력만은 아니다 이건가요?”

“그 세 요소를 맞아떨어지게 하는 것도 실력이니 다르진 않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분들도 동의하실 겁니다.”

“만일 실력으로만 오우거를 제압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음··· 아마 실패··· 아닙니다. 입 잘못 놀렸다가 제 방송에서도 놀림 받고 있거든요.”

- 정보) 조병창은 올빼미에게 도망치라고 한 사람이다

- ㄲㅂ··· 박제각이었는데ㅋㅋ

- 노림수가 간파당했다! 다음 함정을 노려라!

“아무튼, 자신의 이점을 이용한 멋진 전투였습니다.”

“다들 그렇게 평가하시더라고요. 혹시 다른 유저들이 이 올빼미 전투법을 따라 할 수 있을···.”

“아뇨, 절대 못 합니다. 꿈도 꾸지 않는 게 본인들에게도 시간 낭비하지 않는 길일 겁니다.”

“예··· 예? 그럼 불가능하다는 건가요?”

“전투시간이 20분 가까이 될 겁니다. 그중 체공 시간이 10분을 넘어요. 그냥 날아다닌 전투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건 캡슐의 성능이나, 가상현실 내에서의 능력의 보조를 벗어난 부분입니다.”

“아··· 그렇군요.”

- 새싹들 짓밟지 마라 ㅠㅠ

- 저거 따라 하려다 캐릭터 날려 먹지 말라는 거임 ㅋ

- 경고! 100세 미만의 어린이나 개쩌는 고인물도 따라하지 마세요

- 냉정해, 병창쿤!

“그렇다면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나 설명 좀 해주시죠.”

“예, 일단은 무려 당일 얻은 거미의 능력을 활용해서 거미집을 형성했죠. 공중에 발판을 만든 겁니다. 이후로는 올라서기만 해도 살 떨리는 공간에서 전투를 진행했습니다.”

“예. 하루 만에 저 정도로 활용하는 부분도 놀랍더라고요?”

“그야말로 적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유저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는 오우거의 공격을 기괴한 움직임으로 2, 3회 회피. 여기! 이 부분 보이시죠? 잠시 오우거가 멈칫거리는 부분. 이 부분을 빈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이게요?”

“네, 올빼미는 전투 내내 이 부분을 집요하게 노렸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 저게 빈틈이면 내 항문은 블랙홀이겠다

- 우리 집은 열쇠 구멍으로 출입하면 되겠네

- 여기까지 다음은 뇌절 ㄴㄴ

- 저게 빈틈··· (시무룩)

“와 정말 대단하네요. 계속해서 공격을 당하니 오우거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겠어요!”

“말했듯이 죽어라 찌르면 솔로 레이드도 가능하긴 합니다. 이론상은.”

“자! 그러면 시청자들이 얘기하는 장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부분! 오우거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이 부분인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저거 갓직히 올빼미도 실수한 거지;

- 막타 치는 거? 저거 각도 잘못 계산해서 뛰어내리다 부침개 될 뻔한 거 아닌가?

- 딸피는 언제나 가장 효과적인 CC다

- 및힌ㅋㅋ 오우거 딸피보고 허겁지겁 들어갔누

“두말할 것 없는 완벽한 슈퍼플레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조병창님이 보시기에도······ 예? 슈퍼플레이라고요?”

- 얘는 뭔 소리 하냐?

- 슈퍼마켓플레이?

“1인칭 시점이라 해도 통각은 차단되는 거 아시죠? 그래서 눈치 못 챈 분들이 많으신데, 주변 환경을 보시면 올빼미가 최후의 일격을 날릴 무렵 이 부근에 엄청난 강풍이 생성됩니다.”

“어디··· 어어? 정말이네요? 소리도 그렇고 거미줄도 평소랑은 다르게 움직이는데요?”

“여기서는 난다 긴다 하는 유저들도 백이면 백 죽습니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에 올빼미는 거미줄을 이용해 완벽한 타이밍으로 회피를 하죠. 공중에서 방향전환을 두 번이나 합니다. 심지어 공세로 전환해 최후의 일격을 가하죠.”

- 저게 실수가 아니었다고;;?

- 내가 말했잖아! 저거 실수 아니라고!

- 응, 니가 언제?

- 들켰누ㅋㅋ

- 와, 바람은 못봤네; 개쩔어;;

- 저걸 눈치챈 조병창도 레전드다

“병창님 그렇다는 얘기는 올빼미는 이번 전투에서···.”

“예. 단 한 번도 실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20분의 전투, 10분의 체공 시간에도요. 완벽한 전투였습니다.”

“그런······.”

- Olbbemi is god

- 올빼미는 왜 영어 아닌데?ㅋㅋㅋ

- 뜨끔

- 올빼미 로봇 확정

왕이나는 낙수효과를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하며 조병창과의 분석을 마무리 지었다. 왕이나는 해적 방송의 여걸답게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저번엔 실패했지만, 이번에 엮으면 어떻게든 같이 언급되지 않을까?’

왕이나는 비록 허무맹랑한 소리라도 많은 사람이 떠들어대면 진실이 흐릿해진다는 걸 다년간의 방송 경험으로 알았다. 사람 세 명이 떠들어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진다 하지 않았나.

“호호··· 올빼미님이 저번에 연락 못 받아서 죄송하다고 따로 저한테 말씀을 해주셨는데···.”

왕이나는 조병창의 표정을 슬쩍 봤는데, 표정이 땅에 떨어져 터진 곶감을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풀 다이브 중에는 도중에 연락 못 하는 데요?”

“예, ···예?”

- 다 된 올빼미에 왕이나를 뿌리려고 한다고?

- 이나 선 오지게 넘네 ㅋㅋ 이나야! 공부 좀 해!

- 겜방 스트리머가 왜 게임은 안 하고 ㅠㅠ

- 이나 바보 아니다! 이나 시금치도 잘 먹는다!

- 니가 더 나빸ㅋㅋㅋ

- 이나님 그래도 나름 해적 방송 크게 하시거든요?

- 도둑이 커봐야 도둑이지 ㅋㅋㅋ 의적임?

- 임꺽정인줄ㅋㅋㅋ

- 및힌ㅋㅋㅋ 나쁜 넘들앜ㅋㅋ

****

철컥··· 철컥···

최성진이 벙커에 다다랐을 무렵, 방한 슈트를 입은 경비 둘이 다가왔다. 경비병들은 소총 형태의 쇼크 건을 최성진에게 겨눴다. 그때, 김대웅이 손을 흔들며 그사이를 막아섰다.

“이보게들! 나야! 대웅이라고!”

“음? 대웅 자네··· 같이 간 수색조는 어떻게 됐나?”

“···우리 빼고는 다 죽었어! 오우거가 그 앞에 자리를 잡았거든.”

“···뭐? 다 죽었다고? 제길! 그래서 민간인을 함부로 내보내면 안 된다니까···.”

“우리도 이 분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특히 민혁이는 허리까지 다쳐서 움직이지도 못했다고!”

“음? 저기 업힌 게 민혁인가? 어이, 민혁이 자넨가?”

“말해 뭐해. 창피하니까 얼른 들여 보내주게.”

“불가.”

“뭐?”

경비병이 최성진과 생존자 둘이 들어가려는 걸 제지했다. 하지만 그 조치는 경비병으로서도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아직 검문이 안 끝난 것.

“검문을 계속한다. 너! 어떻게 방한 슈트 없이 활동하는 거지?”

“아니 글쎄 이 분은···.”

“대웅 자네는 조용하게. 거동 수상자와 얘기하고 있으니 말이야.”

“······.”

최성진이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대답했다.

“능력이 있습니다. 저는 한파에 영향받지 않습니다.”

“뭐? 그런··· 헌터 자격증이 있나?”

“아뇨, 종말 이후에 각성했습니다.”

“그렇군··· 희귀한 능력이야.”

“그······ 끼어들지 말라는데 끼어들어서 미안하네만, 이 분께서 오우거를 혼자 처치하셨어. 그래서 우리도 살아 돌아온 거고.”

“······뭐?”

“정말이라니깐! 자네도 직접 봤어야 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에 경비병이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더니 재차 최성진에게 확인했다.

“이 말이 사실인가?”

“예. 거짓은 아닙니다.”

“대웅, 민혁! 자네들은 들어가게. 어이! 너! 대웅이 도와서 민혁이 부축 좀 해.”

“예!”

대웅과 민혁이 성진과 따로 떨어지는 상황에 경비병에게 물었다.

“어, 어어? 저분은?”

“상부에 보고해야 해. 그 후로 내려보낼 테니 안심하게.”

안심하라는 말에 더 불안한 심정을 느낀 대웅이 최성진에게 소리쳤다.

“저··· 우리를 찾으려면 C-14로 오면 됩니다!”

“C-14?”

“섹터 이름입니다! 그럼, 별일 없으시길!”

김대웅과 서민혁이 얼마 남지 않은 가동시간으로 급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서민혁은 앞의 경비가 무전으로 상부에 보고하고 잠시 후, 그에 의해서 어딘가로 안내되었다.

“어디 가는 겁니까?”

“잠자코 따라오는 게 좋을 거요. 그게 서로 간에 문제 안 생기는 거니까.”

“누구한테 안내하는 거죠?”

“여기를 다스리는 분이지. 절대 그분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돼. 당신에게 하는 충고야.”

최성진은 알 수 없는 소리만 해대는 경비를 무시했다. 어차피 당장에 뾰족한 수가 없었으니까.

‘가서 직접 보면 알겠지.’

승강기를 타고 올라간 곳에는 화려한 방이 있었다. 방에는 머리는 벗겨졌지만, 아직 정정해 보이는 노년의 인물이 있었다. 최성진은 본능적으로 이곳의 지배자가 그라는 걸 눈치챘다. 방 안의 군인들이 전부 그를 보호하기 위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인이 기분 나쁜 웃음 소리를 내며 접근했다.

“꺼허허··· 반갑네, 반가워! 간만에 보는 인재구만.”

“당신이 이곳을 다스리는 사람입니까?”

“이놈이 감히 의원님께!”

“허허! 관두게! 낙향한 사람한테 아직도 의원이라니, 자네도 참···.”

“하지만 의원님!”

“쯧, 조용히 식사하고 싶으니 한 중령 빼고 모두 나가게.”

어수선하던 장내가 중령으로 보이는 사내의 턱짓 한번에 모두 정리되었다. 한중령이 노인의 뒤에 시립한 채로 기묘한 대화가 진행되었다.

“앉게, 마침 식사 때라 다행이군. 혼자 먹기엔 양이 많으니 같이 들자고.”

- ······고기?

- ;; 감자가 아니고?

- 와··· 메뉴 봐ㅋㅋ 나 현실에서도 못 먹는 건데;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적당히 부를 말이 없군. 장의원이라 부르게.”

- 의원 아니라며

- 원래 다 그렇게 말함 ㅋㅋ 안 부르면 화내고

- 꼰머;;

최성진은 음식에 입을 대지 않았지만, 장의원은 개의치 않고 그릇을 싹싹 비워가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고기를 썰던 장의원이 갑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힘들지?”

“어떤···?”

“바깥 상황 말이야. 자네도 떠돌기 지쳤을 거고.”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 뭔 말을 하려고;

- 원래 군대식 대화법이 ‘힘들지?’로 시작함

- 그다음이 ‘나도 다 알아’ ㅋㅋㅋ

- 삐빅-! 군필 인증 되었습니다

번들거리는 이마를 손수건으로 훔친 장의원이 입안의 고기를 다 씹고는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빙빙 돌리지 않지. 나는 자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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