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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5화 -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5/114)



〈 5화 〉5화 -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은가람의 무릎이 점점 굽혀졌다.

그의 몸이 조금씩, 아래로 수그려져 갔다.

비참하기만  그 모습에, 그를 욕하던 사람들마저도 딱한 마음에 혀를 찼다.

그 순간……

퍼어억!

“야!!”

허리를 숙인 은가람의 복부에, 현진의 주먹이 꽂혔다.


“근데 안 때린다는 소리는 안했다~?”

자신의 손목을 통해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이 들어갔다고, 현진은 직감했다.

어쩌면 이번 한번으로 상대는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봐야 ‘사고’에 불과하지만 말이지.’

이래서 사람은 좋은 부모를 타고나야 하는 법이다.

진명그룹의 회장인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런 우월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태생부터가 다른 존재.


그는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말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 사과한다고 다 되면 경찰이 왜 있겠냐?”

이번에는 그의 왼쪽 주먹이 휘둘러졌다.

허리를 90도로 숙인 은가람의 안면을 노리는 그의 주먹.

이미 상대의 안위 따위는 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퍽!!


“……?”

경기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그의 웃음이 멈췄다.

‘뭐,뭐야……?’

자신의 왼쪽주먹이, 상대의 왼손에 막혀 있었다.


아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주먹을 손으로 쥐고 있는 상태.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빼내려던 현진은 미간을좁힐 수밖에 없었다.

‘왜,왜 안 빠지지……?!’

마치 거대한 기계에 걸리기라도  것처럼, 자신의 손이 빠지지 않았다.

당황하는 그를 향해,이번에는 은가람이 입을 열었다.

“나도 물어는 봤지만 꿇는다는 소리는 안했다?”

“이……이, 개자식이…!”



“넌 좀 맞자.”

*


누적 제약 해제가 벌써 5%에 달했다.

거기서그치지 않고, 일시적인 제약과 함께 능력치의 버프효과 역시도 작용한 상태.


회귀 전과 비교한다면 한없이 약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눈 앞의 애송이를 이기기는 충분했다.


‘아니, 현성이라는 놈까지 덤벼도 괜찮겠는데?


초월자를 통해 얻은 감지스킬로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시적인 버프로 스킬의 등급마저 올라갔기에 꽤나 자세한 정보까지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굳이 여기서 내 패를  보일 필요는 없지.’

고작해야 입학시험일 뿐이다.

여기서 아무리 눈에 띄어봐야 좋을 것은 없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나중의 일이니까.

‘더군다나 의외로 은서현의 재능이 더 뛰어나단 말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의 능력은 훨씬 뛰어났다.

그의 어린 나이를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천재라고밖에 볼 수 없을정도.

현성과 비교해도 이길 정도이니 현성은 그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물론 이 녀석은 직접 손봐줄 생각이지만.’


당황하는 현진을 바라보며 나는 입매를 말아올렸다.


그게  꽤나 아니꼬왔던 건지, 현진은 목에 핏대를 세웠다.

“건방 떨지 마, 이 개새끼야!”


후우욱!

왼손을 잡힌 그가 이번에는 오른손을 휘둘러 왔다.

한쪽 팔이 고정된 상태에서도 가공할만한 역도를 실은 공격.

‘꽤나 나쁘진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좋은 정도는 아니지.

탓!


“큿…?!”

나는 왼 손을 가볍게 휘둘러 그의 공격을 쳐내고는 빠르게 그의 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딱 대,  새끼야.”

후욱- 퍼억!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순식간에 모로 돌아가는 녀석의 얼굴.

아마 주변이 갑자기조용해진 것은 내 착각이 아닐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따악!

“끄악?!”

그의 왼쪽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무릎이접힐 정도이니 제 아무리 재학생이라 해도 꽤나 아플거다.


반사적으로 숙여진 그의 얼굴을 나는 다시 한 갈겼다.

이번에는 주먹이 아닌 손바닥이었다.

짝!

“이, 이런 썅!”


뺨을후리는 영롱한 소리.


“아직 멀었다.”


훅- 짜악!

이번에는 반대쪽 뺨을 후린다.

반사적으로 가드를올리는 그였지만 크게 방해되지는 않았다.

‘내가 짬이 얼만데.’

회귀 전에 내 주변에 있던 것들은 하나같이 나를 못마당해 하던 놈들이었다.

오죽하면 몬스터보다 같은 헌터를 후드려 팬 게 더 많다고 생각될 정도일까.

어설픈 수법은 어렵지 않게 파훼할 수 있었다.

“이런 건방진 자식이!”

한창 현진을 두들겨 패고 있자 그의 뒤쪽에서 현성이 달려들었다.

그래, 차마 두고볼수는 없었겠지.

하지만 빠르게 쇄도하는 그의 공격에도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피하려고 한다면 못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굳이?’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  앞을 막아섰다.

조금은 작은 체구와 눈에 띄는 은색의 머리칼.


서현이었다.

“멍청한 새끼야! 똑바로 정신 안 차릴래?!”

현성의 공격을 막아내며 소리치는 은서현.

나는 현진에게서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정신은 똑바로 차리고 있어.”

“그런 놈이 저런 공격 하나 못 피하냐?”

“피할 필요가 있나? 너 정도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데.”

“……”


갑작스런 칭찬.

녀석은 의미를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물론, 일부러 노린 거다.


‘앞전의 행동도, 결국 나중에는 납득할  있도록 했고 말이지.’


 아무리 선택자라고 해도, 혼자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회귀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심할지도 모른다.

그저 내 능력을 질투했던  때와 달리, 지금 나는 적극적으로 ‘트롤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트롤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머리 좀 싸맸거든.’

지난 시간동안 그저 몸만 키운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제약을 풀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러면서도 어떻게 주변에 사람을 둘 수 있을지 연구했던 것이다.

‘서현 정도면 주변에 둬서 나쁠 건 전혀 없지.’

그놈의괴팍한 성격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저 녀석 정도는 너 혼자 처리할 있지?”

“당연하지! 날 뭘로 생각하는 거야?!”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부탁한다.”

“……!”


두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그렇게 말하자, 그는 괜히 당황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그럴 거면 진작에 그럴 것이지!”

“미안하다. 내가  워밍업 시간이 길어서 말야.”


“괜히 쳐맞지나 마시지!”


그렇게 말하며 그는 신경질적으로 등을 돌렸다.


‘쉽구만.’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속은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 있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감정이 표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이다.

“자, 그럼 저 쪽은 해결됐고…… 다시 대화를 해 볼까, 우리?”

나는 고작  번의 공격으로 잔뜩 쫄아 있는 현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온 몸에서 두려운 감정이 여과없이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나를 노려보는  눈빛 만큼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래, 그래야 재미있지.’

괜히 여기서 무너져 버리면 안되니까.

나는 곧바로그의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이익…! 까불지 마!!”

투콰아앙!!




*



정면으로 뻗어지는 현진의 주먹.

앞전과 달리, 그의  끝에서는 공기가 압축되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감탄을 흘렸다.
아무리 재학중이라고는 하나, 일개 학생에게서 볼 수 있을만한 기술이 아니었다.

‘개자식, 뒤져봐라!’

겁도 없이 정면으로 파고드은 은가람을 바라보며, 현진은 이를 악물었다.

제 아무리 몸뚱이가 단단해도 이번 공격은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자리에서 즉사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에게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손 끝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에 그는 입매를 말아올렸다.


그러나……



“너무 단순하다, 야.”

짜아악!

순식간에 돌아가는 현진의 고개.

 앞에서 다시  번 별이 튀었다.


“어…어떻게…?”


자신에게 있어서 비장의 카드와도 같았던 공격.

정면으로 파고든 만큼 절대로 피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그였다.

의문으로 가득한 현진의 얼굴에, 가람의 손바닥이 다시 한 번 날아들었다.

“잘, 새끼야. 잘.”

짜악!

*

짝!

짜악!


“이……이게 어떻게 된 거지…?”
“말려야 하는 거 아냐?”

순식간에 침묵이 가라앉은 관중.

조용한 그 분위기 사이로 은가람이 뺨을 때리는 소리만이 처절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결투라고 볼 수 없었다.

일방적인 손찌검이었다.


‘저녀석은 대체……’


심사를보고 있던 교사 역시도 굳은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분명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걸출한 인재 하나가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였다.

그런데 갑작스레 전황이 뒤집힌다 싶더니 이제는 그가현진을 일방적으로패는 광경이 이어졌던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상황이 바뀌었는지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나름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던 그였기에 그로 인한 혼란은 더 클 수밖에없었다.


‘저런 게 신입생이라고……? 정말 현역이 아니란 말인가?’

그에게서느껴지는 분위기는 절대로 이제 막 입학을 앞둔 애송이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상대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던 것이다.


“뭐,뭐하고 있는 거야?!”

넋을 놓고 은가람을 바라보던 그의 귀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와 꽂혔다.

조금 전 막 시험장에 들어 온 여성.


현진과 현성의 어머니였다.

“빨리 중단시키란 말이야! 우리 아들 잡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하…하지만……”

바로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지 않았던가.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경기를 중단시키는 것도 곤란했다.

그러나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지금  말 안들려?! 잔말 말고 당장 경기를 중단시켜!”

“아……알겠습니다!”


한낱 교사일 뿐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결국 경기 중단을 알리는 부저음이 주변을 울렸다.

삐이이익-!

“흑…흐윽…!자모해…슴미다……”

“하아……”

이제는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하는 현진.
절대 멈추지 않을 것만 같던 은가람의 손이 그제서야 멈췄다.


‘역시이 이상은 안되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더 쥐어패고 싶었던 그였으나, 이미 경기종료를 알리는 신호음이 들려왔기에 더 이상은무리였다.


“아오! 이 덜떨어진 자식을 그냥.”

홧김에 손을 다시 치켜들자 현진이 움츠러들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미!미앙함미다!!”


하도 맞아서 퉁퉁 부은 채,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그는 빌었다.

“……”


비굴한 그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던 은가람은 나지막히 혀를 차며 시선을 돌렸다.

‘그래,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리고는 심사위원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조금  부터 현진의 어머니…… 이미 그와 구면인 진명그룹의 사모가 벌레 씹은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와 있을거라 생각했지.’


그는 오만상을 다 찌푸리고 있는 아줌마를 향해 승리자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이익……! 저 건방진 알바놈이!!”

그에 그녀가 길길이 날뛰었지만 은가람의 관심은 이미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이쪽이야 일단락 됐고…… 저쪽도 그리 나쁘진 않네.”

그의 눈이 향한 곳에는 지친모습의 서현과 현성이 있었다.

그가 일방적인 구타를 하는 동안, 형인 현성 쪽 역시도 나름 정리가 되어 있었다.

자신만큼 압도적인 형세는 아니었지만, 나름의 호각을 이루었던 것이다.

서현의 나이를 생각해 본다면그 역시 꽤나 좋은 점수를  수 있을 것이었다.


‘저 정도면 그래도 B클래스…… 아니, 운이 좋으면 A까지도 올라갈 수 있으려나?’

확실히 재능이 있는녀석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서현에게 다가섰다.

“고생했다, 꼬맹이.”

“허억……헉…! 누가… 꼬맹이라는 거야!”

쓰러지기 직전인 와중에도 두 눈에 쌍심지를 켜는 그.

은가람은 옅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 미안하다. 아무튼  해 줬어, 은서현.”


“……쳇!”


혀를 차며 시선을 돌리는 그를 내버려두고, 은가람은 유유히 경기장을 나섰다.

‘굳이 지금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괜히 조급해하다가 일을 그르칠 순 없으니까.’

처음 불쌍하기만 했던 모습과 달리 여유롭게 경기장을 나서는 은가람을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정적에 휩싸여 있던 시험장이 그제서야 조금씩 시끄러워졌다.


“저 녀석 대체 뭐지…?”

“저 정도면 현역에 버금가는 거 아니냐?”

“에이, 그래도 현역 정도는아닐 것 같은데……”


“아무튼…… 괴물같은 놈 하나가 들어오겠구만.”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된 가운데, 월영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니가 왜 여기에 있냐?”

이튿날, 배정받은 교실의 앞에서 은가람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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