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39화 (237/264)

“‘나, 루네 알페일과 1대1로 싸워서 한 번이라도 제압해볼 것’. ……이게 내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조건 세 개야.”?239회

세 가지 조건239.

최소 조건 첫째, ‘루네의 비밀읽기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 그 소설을 해석하기’.

최소 조건 둘째, ‘이번 뱅퀴시에서 우승하기. 약 20년 전- 삼남매의 아버지, 가레스 알라이트 포에닉스가 했던 것처럼.’

마지막으로 최소 조건 셋째-

“루네한테…… 이기라고요?!”

“단적으로 말하면, 그거지.”

루네는 입가에 묻은 우유를 소매로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칠칠치 못한 모습에, 오베론이 서둘러 손수건으로 그것을 마저 닦아준다.

다만 에우드는 물론, 플로라도 조금 혼란스러웠을까.

이기라니.

루네한테?

아무리 10대 귀족 세력에, 에우드와 플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꼬마 아이다만.

그럼에도 루네는 그보다 더 심한- 일단 ‘외관만큼은’ 열 살의 소녀이지 않은가.

“아니, 조건 너무하지 않아요!? 루네, 그거 안 알려주겠다는 거잖아요!”

거기에 깜짝 놀라 일어난 건, 다름 아닌 체르니였다.

“아무리 강자라고 해도, 나 하나 제압 못 하면, 7대 던전의 이야기는 들어봤자 의미가 없어.”

“그래도……!”

“잠깐만요, 잠깐만요. 전하? 지금의 루네 님을 이긴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어렵다는 수준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니까요……! 몸만 열 살짜리지, 지금 루네의 힘은 전성기에서 거의 안 줄어들었다고요!”

“엑.”(플로라)

“와.”(에우드)

뒤이어 놀라는 두 후배를 보며, 체르니는 이마를 살짝 짚은 채 말을 이었다.

“루네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저희 세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얌마, 나이 얘기하지 마!”

“루네는, 학자 가문인 ‘알페일 가문’에서도 가장 ‘이단아’라고 불리는 사람이었어요……!”

“체르니 선배, 이단아라는 건-”

“‘알페일 가문의 유례없는 전투계 마법사, 배틀 메이지’! 그리고, ‘무인이었으면, 분명히 지난 세대 황금의 기사가 됐을 여자’!”

“!!!”

에우드와 플로라가 경악하자, 루네는 고개를 휭 돌렸다.

뭔 언제적 이야기를 하냐는 반응이었을까.

“게다가 델베르크 오라버니랑 에우드의 아버지- 그러니까, 가레스 아저씨가 학생일 시절엔, 아예 저희 오라버니까지 같이해서 2대1로 싸웠는데도 루네가 이겼다니까요!? 상처 하나도 없이!”

이, 이건 대체 무슨…….

한 번 듣기 시작하니, 상상도 못 할 이야기가 들려왔을까.

황금의 기사 가레스와 현왕 델베르크가 에우드 나잇대일 때.

그때 둘이서 덤벼서도 루네를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방금 지나가듯 말했다만.

가레스는 아카데미 학생 시절엔 뱅퀴시는 물론, 여러 무투 대회에서 우승한 기록이 있다.

델베르크 또한 왕의 책무를 지니고는 있다만. 힘과 마법으론 절대 밀리지 않는, 현왕 이상으로 ‘무왕’이라는 말까지 듣는 존재다.

그런데 그 둘을, 2대1로 제압했다고?

루네가? 상처도 없이?

“히이이익.”

플로라는 에우드의 팔을 꼭 안으며 전율했다.

“오해할 소리는 하지 말라고……. 내가 약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때 가레스랑 델베르크는 아직 재능을 개화하기 전이었어.”

“개화, 인가요……?!”

“그러니까 아직 학생 티를 벗어내지 못할 시절이라 해야지. 이젠 그렇게 싸웠다간, 나도 꽤 힘들어진다.”

그 와중에도, 진다는 말은 딱히 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했을까.

7대 던전의 공략자- 그것만으로도 최소 SS급을 뛰어넘는 강자라는 이야기니 말이다.

그리고 에우드가 얼마 전 루네를 처음 만났을 때.

이제껏 만난 황금의 기사- 아버지인 가레스, 리퀴아, 그리고 데우트. 이 셋과 비슷한 ‘강자의 연륜’이, 루네에게서도 느껴졌었고.

그건 초월적인 힘을 다루는 자.

그리고 그 힘의 위험을 아는 자만이 두르는, 특유의 기백이었다.

황금의 기사- 조정자는 아니다만.

조정자급의 엄청난 강자라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데 그런 인물을 이기라는 건가?

솔직히 수많은 경험을 쌓은 에우드다만, 이건 역시 조금 머리가 띵해졌다.

다르게 말하면, ‘황금의 기사’를 이기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어흠어흠, 어쨌든.”

소년 소녀들의 경악에, 루네는 조금 헛기침을 반복한 후 말을 이어갔다.

“에우드, 네 아버지 가레스는 졸업 직전까지 여기서 힘을 키우고…… 포에닉스의 가주와 황금의 기사가 될 기반을 마련했지. 그 기반엔 ‘귀족 가문의 권력’도 있다만. ‘지식’, ‘업적’, 그리고 ‘무력’ 또한 포함되어 있어.”

즉, 지금 제시한 조건 세 가지가 바로- 지식, 업적, 무력에 해당하는 조건이라는 거겠지.

“그리고 포에닉스 가주 위치에 오르고, 황금의 기사 자격을 얻은 후. 가레스 또한 7대 던전에 대해 인식하고, 거기에 도전하기도 했지.”

루네의 말대로.

가레스가 리퀴아와 함께 7대 던전- ‘달빛 바다’에 들어간 게, 아카데미 졸업 후, 20대 초반 때였으니 말이다.

즉, 루네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가레스는 20세가 되어서야, 7대 던전에 대해 알 자격을, 모두 손에 넣었다는 거야.’ 하지만 에우드 너는? 지금 몇 살이지?”

“……열셋이에요.”

“그렇지, 열셋. 결국 ‘애’지. 힘이 얼마나 세던. 학교 공부를 얼마나 잘하던, 아직 애에 불과해.”

그건 언젠가 가레스에게 들은 말과 비슷했다.

물론 가레스는, ‘아직은 어른들에게 맡겨’라는 의도로 말했던 거다만.

“가레스는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천재’. 그것도 유그라시아는 물론, 해외의 강대국- 용왕국이나 아트녹스, 사프라나 에이더스 같은 국가의 조정자들조차, 현재까지도 두려움에 떠는 남자야.”

에우드도 아버지의 위상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기분이 참 오묘했을까.

“그런 네 아버지가 스무 살이 되어야 얻은 자격을, 넌 지금 그 열셋이라는 나이로 얻으려는 거야. 그렇다면-”

루네는 티타니아가 들고 있던 우유 포트를 받아들곤, 반쯤 빈 에우드의 머그잔에 우유를 채워줬다.

살짝 압박하듯이.

“먼저 가레스가 네 나이였을 때 이룬 것 이상의 성과를, 지금 네가 보여야 한다는 거지. 그걸 이룬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까 말했듯 이게 최소 조건이야.”

이윽고 머그잔의 우유는,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높이까지 차올랐다.

루네가 포트를 거두자, 우유의 수면은 새하얀 잔잔함을 품어간다.

“어때? 포기할 거라면, 언제든지 받아줄게.”

즉- 루네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을 해석하자면, ‘아버지가 학생 때 이룬 업적을 뛰어넘어라.’

그것은 도발이었을까. 아니면 격려였을까.

다만 루네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간에-

에우드에게 ‘명확한 자극’을 준 것은 확실했으리라.

“…….”

에우드는 루네가 가득 채워준 머그잔을 조심스럽게 들은 후.

꿀꺽꿀꺽- 쿵!

그것을 기세 좋게, 단번에 원샷한다.

“푸하- 하아아아. ……좋, 좋아요, 해볼게요.”

에우드도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온 이상,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조건이 아무리 빡빡해도, 그것을 수행해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끝내 들려온 에우드의 당돌한 대답에.

그러면서도 조금 소심한 대답에, 결국 루네도 쓴웃음을 지었다.

“에휴, 됐다. 됐어. 그래, 어디 열심히 해보라고. 솔직히 말해서, 네가 졸업하기 전까지만 수행해내면 빠르다고 생각할 거라서~”

“아니, 아무리 그래도 졸업은 너무 늦는데요…….”

“그것도 현실적으로 봤을 땐 엄청 빠른 거야!”

뭐, 신랄한 예측도 함께 전해준다만.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뱅퀴시 우승’하고 ‘비밀읽기’를 선행하지 않으면, 난 네가 싸워달라고 해도 안 싸울 거니까.”

“에에엑.”

“그러니까, 지금 그 들고 온 지팡이랑 목검 쥐는 것 좀 하지 마! 어휴, 괜히 벌써부터 덤빌까 무섭네!”

루네는 어느새 무기를 쥐기 직전인 에우드에게, 쐐기를 박듯 서둘러 말했다.

“앗. 저도 모르게.”

“오베론, 티타니아, 쟤 지팡이랑 목검 좀 맡아두고 있어!”

루네가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야,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의욕이 좀 앞서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허둥지둥 다가오는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보곤, 에우드도 무기들을 책더미 위에 살살 올려뒀다.

플로라는, 그런 에우드를 참 귀엽게 바라봤을까.

분명 루네한테서 무리 난제가 주어진 게 확실한데도.

험한 길일 게 확실한데도.

그럼에도 항상 의욕 가득한 건, 삼남매가 참 쏙 빼닮았다.

“역시 에우드 님이라니까요. 목적지 정해지면 안 멈추는 것부터 해서, 정말 누나분들이랑 쏙 빼닮았다니깐.”

“응? 에우드가 누나들이랑 그렇게 똑같나요?”

“보다 보면 상당히 비슷하죠. 목표 잡으면 눈 돌아갈 만큼 달려간다던가. 그리고…… 서로 너무 챙기고 싶어서 안달이라던가!”(소곤소곤)

플로라는 귀가 밝은 에우드에게 안 들리도록, 체르니에게 소곤소곤 목소리를 전했다.

델베르크를 통해 티아나와 셀레나의 이야기를 들은 체르니다만.

또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당히 신기한 기분이었다.

이건- 아마 훈훈하다고 해야겠지.

“……그건 정말 보기 좋겠네요.”

“진짜루요, 전하. 얼마나 사랑스러운데요.”

“오라버니한테 들은 대로예요.”

막상 분위기는, 체르니가 오늘 이곳에서 하길 바랐던 것(야밤의 독서 타임)과 동떨어지게 됐다만.

그래도 저런 의욕 가득한 에우드의 모습을 보니, 체르니도 이걸로 됐다 싶었다.

“……어라?”

그런 중, 체르니는 뭔가 오늘따라 ‘지하도서관’에 누군가가 없음을 뒤늦게 알아챘다.

“저기 루네, 오늘은 웬일로 쿠루루 안 불렀어요?”

그렇다.

인간형 패밀리어, ‘쿠루루’가 보이지 않았다.

에우드를 놀리고 있던 루네는, 그 말에 “아, 맞다맞다.”라며 고개를 도리도리했다.

“아냐아냐. 불렀지만 오늘은 다른 용무. 지금 다른 곳에 나가 있어.”

“다른 용무? 쿠루루한테?”

“패밀리어한테도 용무가 있어요……?”

그 조그만 패밀리어가 용무라니, 상당히 생소한 이야기였다.

“아니, 너네 뭔가 이상하게 듣는 거 같은데. 쿠루루의 용무라는 건-”

그리고 아이들의 기묘한 반응에, 루네가 설명을 해주려던 그때였다.

[“경보! 경보! 침입자! 침입자 발생했어, 루네!”]

“잉?”

“????”

지하도서관에 침입자가 들어왔다.

* * *

침입자. 지금 침입자라고 했다.

방금까지도 테이블 위에서 파들파들 떨던 카카, 푸푸, 나나 또한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곧 경보를 알린 픽시들과 더불어, 도서관 전체의 파밀리어들이 적대적 분위기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출입 열쇠를 쓴 거 같긴 한데, 어째서?!”]

[“못 보던 사람! 근데 엄청 강한 사람 같아!”]

[“어라?! 그,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그래도 정체를 잘 모르겠어!”]

“엥? 강하다고!?”

“잠깐, 얘들아, 뭐!?”

“침입자!? 루네 님, 여기 침입자가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던 건가요!?”

“아니, 대놓고 ‘부수면 몰라도’, 그냥 침입하는 건 불가능할 텐데……. 그보다 열쇠를 지금 가지고 있는 건 너네랑 베르네이 말고 하워- 어라? 더 있었나?”

“엑, 거기서 왜 애매해지는 건가요……!”

순간 아버지가 떠오를 정도의 적당주의에, 에우드도 탄식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보다 이쪽은 지금 지하 1층이다.

침입자가 들어왔다면, 곧 모습이 드러날 터.

듣기로는 ‘출입구는 여럿’이라고 하니 말이다.

‘학생회관 내부 지도’에 적혀있는 것처럼, 학생회관 내부에서도 들어갈 순 있다고 하고.

그리고 뒤이어 에우드에게 전해져온 감각은-

“흐으으읍?!”

‘뭐야 이거……?!’

강하다.

최소, 머더 메이지 급.

최대, 가레스와 리퀴아 급.

지금 이곳에 들어온 이는, 보통 강자가 아니다.

상대는 이 지하도서관의 적의가 자신에게 향한 걸 알아챈 걸까.

그에 반응하듯 뿜어진 침입자의 기백이, 에우드의 피부를 곤두세울 정도로 들이닥쳤다.

강렬한 적의가 없음에도, 엄청난 긴장을 품을 정도의 기백이다.

에우드도 기백을 느낀 그 순간, 방금 내려둔 지팡이와 목검을 양손에 다시 쥐어버렸다.

곧 루네가 재빨리 손뼉을 쳤다.

“오베론. 티타니아. 누군진 몰라도 상대해줘!”

촤자자자자작-!!

순식간에 행동을 개시한 두 패밀리어가, 침입자를 향해 질주해간다.

주먹을 쥐고 곤봉을 들어, 도서관 책장과 벽을 박참과 즉시.

침입자가 들어온 장소-

‘학생회관 내부로 향하는 철계단 위’로 들이닥친다.

그러나 두 패밀리어가 맹공을 감행했음에도, 상대가 너무나 강했을까.

“우왓, 뭡니까. 당신들-”

‘당황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틀어막혔던 공기가 방출되기 직전처럼 도서관의 기압이 뒤틀린다.

“-은!?”

부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앙!!

오베론과 티타니아가 도달하기도 전, 침입자는 그 둘을 ‘단 한 수’- 아니, 한 수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움직임으로, 한 번에 밀어 내버렸다.

[“!!!”]

[“!?!?”]

우당탕!! 콰아아앙!!

그 충격에, 오베론과 티타니아 둘 다 책과 먼지를 휘날리며 책장에 꽂혀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콰직, 콰아아앙!!

“에우드 님!?”

“에우드!!”

두 파밀리어가 책장에 부딪혀 폭음이 울림과 동시. 이번엔 에우드까지 행동을 개시한다.

다리에 마력을 모아, 도서관의 바닥을 박차 재빨리 도약한다.

지팡이와 목검을 들고서, 단숨에 철계단 위- 로브를 쓴 침입자에게 도달했다.

“!!!”

“당신 누구예요!?”

“아니, 당신이야말로! 대체 누굽니까!? 우어어어!?”

“엥!?”

“응!?”

“-아앗!!”(루네)

휘리리릭-!

콰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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