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18화 (216/264)

아카데미의 학장, 베르네이 알페일이었다.?218회

사서218.

아무래도 정원탑 정상에 있던 건 아니었는지.

베르네이는 학생회관 쪽 길목을 통해 이곳에 도착했다.

학장실 또한 학생회관에 있긴 하니 당연했을까.

업무가 있었다면, 그쪽에서 주로 머물고 있었으리라.

라피스는 에이트리의 입을 꼭 잡은 채 말을 이었다.

“어머, 베르네이 학장님, 정원탑에 계신다고 들어서 여기까지 온 건데. 아니었군요.”

“으우으급.”(에이트리)

“업무가 있었기에, 잠시 나와 있던 터라.”

“그렇군요, 이렇게 마중을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하압.”(에이트리)

그리고 현장에 온 건 베르네이 뿐만이 아니었다.

“잠깐잠깐, 하아아, 바닥은 왜 또 깨져있어……!?”

“우와, 정원 나무까지……!”

“완전히 파였네, 저거…….”

학생회장 하워드 또한, 베르네이를 보좌하듯 함께 도착했다.

그 외의 학생회 소속의 학생들 몇몇 또한 함께하고 있다.

피르티와 루카스 또한 보였다.

다들 오자마자 시설물 파괴 현상에 입을 떡 벌려버렸다만…….

그리고 에우드는 순간 하워드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어제도 보고 참 자주 본다- 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을 테지.

하워드의 표정은 그야말로, ‘아니, 에우드 또 너야……?!’였으니 말이다.

그 표정을 본 에우드는, 재빨리 억울함을 담아 고개를 붕붕 돌리려고 했다만-

“-앗.”(에우드)

“잉? 앗?”(하워드)

정말 애석하게도.

바닥에 작은 크레이터를 만든 건 레니안느.

에이트리를 냅다 발로 차 나무에 꽂은 건 에우드였으니까.

“…….”

……어후, 이건 반박할 여지가 없네.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하워드의 눈을 피해버렸다.

흔히 말하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였을지도.

아니, 솔직히 에이트리가 먼저 레니안느를 공격했기에 정당방위이긴 했다만…….

근데 하필, 에이트리의 경장 위로 나무 조각이 박혀있기까지 했고.

“……에우드 저 녀석 지금, 내 눈 피한 거 같지 않냐, 피르티.”

“아, 아하하하…….”

하워드의 당연한 의심에, 피르티는 쓴웃음과 함께 이마를 쓸어내렸다.

크레이터를 만든 레니안느의 경우, 그런 건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역시 10대 귀족 메트리 가문의 막내딸. 언제나 파워 당당이다.

베르네이는 서둘러 에우드와 레니안느를 본 후, 숨을 살짝 들이쉬었다.

이쪽까지 오는 데 상당히 서두른 건지. 호흡이 약간 가빠져 있었다.

“……저희 쪽에서 예정한 시간은 분명, 일주일 정도 뒤였다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네. 말씀대로. 이렇게 스케줄을 깨트린 것에 대해선 정말 죄송하게 여기고 있답니다.”

“전서라도 하나 보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갑작스레 마음이 앞섰던지라.”

라피스는 에이트리의 입에서 손을 떼곤, 베르네이에게 사과를 전했다.

물론 베르네이와 학생회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다.

그리고 베르네이의 뒤에서, 하워드가 입을 열었다.

“행정 업무에선 그런 걸 보고 통보라고 합니다. 라피스 공주님. 다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십니까.”

하워드의 발언은 상당히 직접적이었을까.

상대가 일단은 귀빈인 이상, 좀 더 저자세로 나올 수도 있었을 테지만.

학생회장으로서의 원리주의적 면모는, 상대가 타국의 공주라 할지언정 가차 없었다.

라피스는 그런 하워드를, 상당히 즐거운 표정으로 보았다.

“하워드 군도 오랜만이군요. 학생회장 일은 잘 해나가고 계시나요?”

“네, 뭐- 다만 최근엔, 누구누구 덕분에 잘 해나가고 있던 게 꼬이고 있긴 합니다.”

“어머나.”

누구누구가 누굴 말하는지는, 이 자리의 누구나가 알고 있으리라.

“공주님! 저 안경잡이 깐깐 남자도 말에 예의가 없슴다!”

그리고 당연히 하워드의 말투에 격분하는 에이트리.

“에이트리, 지금은 조용히. 어른들끼리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넵!”

“아하하, 에이트리, 정말로 잘 알아들은 걸까요~?”

그런 에이트리를, 라피스가 또 살포시 말려간다.

라피스는 활기차게 답하는 에이트리를 보며, 난처하게 웃었다.

반대로 에이트리가 말한 ‘깐깐 남자’라는 단어에, 학생회 멤버들도 순간 웃을 뻔했다만.

“-어흠.”

곧바로 하워드의 헛기침에, 학생회 모두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고 현 상황에 임한다.

이런 자리에서 웃어버렸다간, 돌아가서 엄청 혼나는 게 확정이다.

“-이렇게 일찍 온 건 다름 아니라 관광을 위해서랍니다.”

“허어……. 관광입니까.”

“네, 학원도시 알카라시아와 아카데미, 둘 다 정말 동경하던 장소라서요.”

라피스는 자연스레 에우드를 바라보곤 “그렇죠?”라며 동의를 구했다.

아까 ‘라줄리’라는 이름을 댔을 때라면, 아마 동의라도 해줬겠지만……. 당연히 현재로선 에우드도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그건 참, 아카데미의 학장이자 학원도시의 관리자인 저로선, 매우 영광스런 말씀이시군요.”

“네, 정말로.”

“하지만 사전에 정해둔 스케줄은 넉넉했으니. 그때 즐기셔도 됐을 터입니다만.”

“조용하게 즐기는 관광 또한 하나의 묘미죠. 그리고 그 이상으로- 꼭 미리 와서 보고 싶었던 것들도 있었으니까요.”

“보고 싶은 것들?”

“뭐-”

베르네이의 말에 답하면서도, 라피스는 여전히 에우드에게 시선을 유지했다.

“여러가지로요.”

“…….”

지긋이. 따뜻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에우드를 탐닉하듯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라피스의 시선을 막으려고 한 걸까.

레니안느는 에우드의 앞으로 쫄쫄쫄 나오더니-

꼬오옥-

“와아악.”

자그만 손으로 꼬물꼬물, 에우드의 양 눈을 막아줬다.

마치 에우드에게 나쁜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 같았다.

다소 조치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리고 학생회 쪽에선 역시 레니안느의 이런 행동을 처음 보는지. 하워드와 피르티를 제외하곤, 다들 상당히 놀라버렸다.

대부분의 학생이 알고 있는 레니안느라 하면, ‘메트리 막내’에, ‘오빠 트루스 급의 강자’.

그리고, ‘올테라’, ‘앨리스’, ‘이리나’- 그 메트리 삼측근 귀족을 가차 없이 다루는, 괴짜 소녀라는 인식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레니안느가 누군가에게. 그것도 타 세력권의 귀족 아이에게 이렇게 친밀히 구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으리라.

그 이상으로 상상도 못 했을 테고.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라.

에우드도 이대로 눈을 가려진 채로 있을 수는 없었다.

“놔, 놔줄래, 레니안느……?”

“……미안, 에우드.”

결국 레니안느는 시무룩하면서도 에우드의 눈앞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래도 다 포기한 건 아닌 건지.

에우드의 옆에 찰싹 붙어, 라피스와 에이트리를 향한 적의를 계속 내뿜는다.

그런 레니안느의 적의도 라피스에겐 그저 귀여웠던 걸까.

라피스는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다만.

……반대로 에이트리는 레니안느를 보며 또 씩씩댔다.

수차례 라피스에게 제재를 받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도 있어서인지, 이번엔 바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꽤 빠르게 오셨네요. 적어도 알아채는데 20분 정도는 더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요, 베르네이 학장님. 역시 제가 온 걸 보고 있던 분이 있는 걸까요.”

‘보고 있던 분’.

에우드는 그게 누구인지, 어렴풋이 알아챌 수 있었다.

그보다 일어나 있던 건가, 그 사람…….

그리고 그때, 에우드는 또 다른 기척을 희미하게 감지했다.

살짝 멀리 떨어져 있는 정원의 숲 쪽.

‘와악?!’

……만나기로 약속했던 체르니가, 이곳을 보고 있었다.

인식 저해 안경을 쓰고는 있다만.

에우드도 방금 전투로 인해 감각에 날이 서 있었기 때문인지, 알아채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근데 도대체 언제부터 있던 건가.

덕분에 표정을 유지하느라, 에우드도 꽤나 힘들었다.

곧 베르네이가 라피스에게 말했다.

“……우선, 일찍 오셨어도 절차를 밟아야 하니. 저희와 함께 학생회관 쪽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다음, 이전에 전서로 전해드린 숙소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베르네이 학장님.”

라피스도 베르네이에게 딱히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애초에 그 행동은 ‘이미 하고 싶은 건 웬만큼 했으니, 미련은 없다.’가 옳을지도.

“공주님, 가방은 제가 들겠슴다!”

“고마워요, 에이트리.”

에이트리가 라피스의 작은 짐가방을 받자, 하워드가 입을 열었다.

“호위 소년. 혹시 미리 짐을 풀 게 있다면, 숙소를 알려줄 테니 우리 쪽 인원을 따라가라. 안내해주지.”

“-아앙!? 호위 소년!?”

“응?”

그 순간, 에이트리의 표정이 매우 험악해졌다.

“나 소년 아니거든, 이 깐깐 안경이 진짜!?”

“뭐!?”

“여자거든!?”

“……어흠, 실, 실례했군.”

“딱 보면 여자애잖아요, 하워드 회장.(속닥속닥)”

“그, 그런가?”

“우씨! 그리고, 난 라피스 공주님 따라갈 거니까! 그런 안내 필요 없거- 악!?”(꽁!)

“에이트리, 조용히~. 그리고 예의를 갖춰서 거절하세요~.”

“……넵. 안, 안내는 이따가 해주셔도, 괘, 괜찮습니다아아아.”

“…….”

라피스에게 꿀밤을 한 대 맞은 에이트리는, 마지 못 해 하며 하워드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긴. 종족이 난쟁이인 것도 있다 보니, 외모나 행동이 다소 중성적이다.

솔직히 에우드도 지금 여자아이라고 듣고 나서야, ‘아!’하고 알아채 버릴 정도였고.

그러나 의외로, 에우드에게 꼭 붙어있는 레니안느는 물론, 학생회 여성 멤버들은 이미 다들 알고 있던 건지. 그리 놀라는 투는 아니었다.

……혹시 여성들만이 알아챌 수 있던 뭔가가 있던 걸까.

그리고 라피스는 베르네이 쪽을 따라가던 중, 에우드 쪽으로 슬쩍 다가왔다.

에우드는 자신에게 꼭 붙은 레니안느의 몸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경계심은 에우드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라피스는 사프라의 공주이자, 유그라시아의 귀빈이다.

서로 예의는 지켜야 할 상황.

보통 이런 레니안느를 말리는 건 트루스다만…… 트루스가 없는 이상, 에우드가 말려야 하는 게 맞겠지.

“레니안느.”

“…….”

에우드의 차분한 목소리에, 레니안느도 살짝 힘을 풀었다.

대신 그 반동인 듯, 에우드의 손을 보물처럼 꼬오옥 잡아버린다.

라피스는 그런 둘을 보며 방긋 웃었다.

“-여기까지 안내해주셔서 정말로 고마웠어요, 에우드. 모처럼 만에. 아니, 이번 해 들어서 가장 보람찼던 산책이었답니다.”

친밀한 누나처럼 전해주는 그 말은, 정말 거짓 한 점 보이지 않았을까.

“……미리 정체를 말씀해주셨다면, 더 예의를 다해 에스코트했을 텐데요.”

“에이- 그랬다간 재미가 없었을걸요?”

재미가 없다-

그 말엔, ‘정체를 말했다면, 지금처럼 날 적대했을걸?’이라는 의도가 실려있겠지.

“그리고, 제가 정체를 감춘 덕분에 에우드가 거짓 없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줘서 더 좋았고요.”

“그럼-”

에우드는 거기서, 무심코 따지듯 말해버렸다.

“-아까까지 이야기하면서 보여주신 모습도, ‘라줄리’라는 이름처럼 다 거짓말이라는 것인가요.”

“……어머나.”

그 질문은 라피스에게도 다소 예상 밖이었는지.

라피스는 에우드를 살짝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남자, 너 진짜! 아까 나를 나무에 꽂았을 때부터 그렇고, 말과 행동에 예의가- 흐그급.”

“아핫♡”

곧바로 정해진 듯 우갸갸 말하는 에이트리의 입을, 라피스가 꼭 막은 것과 동시.

라피스는 에우드의 귓가에다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

“아뇨, 적어도 에우드를 대하던 행동은 전부 진심이었어요♡(소근소근)”

-방금 전 유혹의 목소리를 전할 때처럼.

너무나도 달콤하게, 자그맣고 욕망 가득한 목소리로 에우드에게 말했다.

에우드와 레니안느가 그 접근에 뒤늦게 반응했을 땐, 라피스는 이미 몸을 뒤로 살짝 물린 후였다.

라피스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웃음을, 에우드와 레니안느에게 방긋 지었다.

“흐으으급- 푸하! 라, 라피스 공주님, 무슨 말 하셨어요?”

“감사 인사예요. 그보다, 상대의 말에 하나하나 솔직하게 반응하면, 나중에 사교계를 주도하는 멋진 레이디가 될 수 없어요, 에이트리.”

“-옙, 숙지하겠습니다!”

에이트리는 라피스가 전해주는 조언에 기세 좋게 답했다.

그리고 재차 라피스의 뒤를, 새끼 고양이처럼 우다다 뒤따른다.

“……고생했다네, 에우드.”

베르네이는 에우드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준 후, 라피스와 함께 학생회관으로 향해갔다.

하워드를 비롯한 학생회 또한 그 뒤에 동행한다.

그렇게, 모호하기 짝이 없던 여성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갔다.

그리고 라피스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났을 때였다.

꼬오오오옥-

“레니안느, 왜 그래……?”

“…….”

꼬오오옥.

레니안느가 에우드의 몸을 꼬오옥 안았다.

살짝 떨리는 것이, 마치 방금까지 계속 참아온 걸 떨쳐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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