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40화 (40/264)

[작품후기]에우드 : 다 아는 몬스터들이구먼.?40회

무덤 동굴040.

“결국, 이렇게 흩어졌네.”

상처에 응급처치를 끝낸 엘리리는, 붕대를 자신의 입으로 꽉 잡아당겼다.

피는 어느 정도 멎고 있다. 포션을 들이킨 덕에 상처가 조금씩 낫고 있었다.

정말 티아나의 과일맛 포션은 여기서도 힘을 내주는지.

입안에 쓰디쓴 단내를, 포션의 뒷맛이 지워준다.

죽을 것 같은 피로가 한 방울이나마 더 풀려간다.

“똑바로 묶었는지 다시 확인해. 피 냄새는 잘못 퍼지면 또 언데드들이 꼬일 수 있으니까.”

“알고 있어, 알고 있어. ........티아나님, 용케 이 포션 냄새도 없애놨네.”

“연금술 재능이 정말 좋으시니까. 처음에 잊고 있으시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겨우 냄새를 뺐다 하시더라고.”

“하긴. 하마터면 이걸로 또 벌레들한테 잡힐 뻔했어. 언데드에 벌레에....... 아, 미치겠네.”

현재 던전의 어딘지 모를 한구석.

엘리리와 디안은 함께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벽에 기대, 남은 포션을 아껴 마시며 어떻게든 체력을 회복해간다.

벌레형 몬스터들의 상당수는 단내를 매우 잘 맡는다.

때문에 그런 몬스터들의 토벌 때는 무취 포션을 사용하지만, 이번엔 너무나 예고된 바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티아나가 준 포션이 무취 포션. 덕분에 포션을 마시는 데엔 부담이 없었다.

디안은 회중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사건 발생 후 반나절도 훨씬 넘었다.

곤충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헌터들이 순식간에 죽고, 패닉으로 이어진 순간의 연속.

그래도 포에닉스 헌터대는, 디안의 명령에 따라 겨우 대응할 수 있었다.

알베르토에게 배웠던 것들을 이용해, 생존을 최우선하며 싸워갔다.

물론 그것도 ‘위험도 S’가 나타나기 전까지이지만.

하나로 끝나지 않은 위험도 S의 거대 지네 몬스터.

하나가 머리를 들이밀고, 또 하나가 머리를 들이밀고.

그야말로 여러 개의 머리를 지닌 괴물이라도 보는 것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그만큼 일제히 나타났다.

멤버 중 한 명- 안나가 몬스터 지식은 상당했기에, 그게 ‘마인 센티피드’라는 몬스터라는 것까진 들었다.

그런데 위험도 S가 다섯 마리 동시 출현이라니. 농담도 이 정도면 심하다.

게다가 그 뒤로, 싸움이 격화되면서 포에닉스 헌터대도 갈라져 버렸다.

최소 디안과 엘리리 쪽, 그리고 다른 멤버들- 이렇게 두 그룹.

혹은 두 명, 세 명씩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루트가 많은 복잡한 던전이다.

그 속에서 다수의 위험도 S들을 피해 움직이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나뉜 것이다.

갈라져서 도망친 지도 벌써 6시간이 지났다.

“........원정대, 몇 명 죽었을까.”

“시작할 때 총 60. 정찰 다섯. 사건 터질 때 열. 그걸로 벌써 남은 인원은 45. 그리고 마인 센티피드가 나타나자마자- 또 여덟이 죽었어. 이걸로 우리 포함해서 37. 나머지는 그나마 A급의 베테랑들. 하지만........”

디안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현 사태를 대략적으로 예측해간다.

“아마 거기서 다섯 이상은 더 죽었을 거야. 게다가 우린 이번에 언데드와의 싸움을 준비하고 왔는데, 하필 지금 위협적으로 다가온 건 곤충들이고.”

”그나마 다행인 건 언데드도 곤충도 ‘화 속성’이 통한다는 거지만. ........그놈들이 문제라고, 마인 센티피드.”

디안 팀 멤버인 헌터, 안나가 흩어지기 전에 헌터들에게 재빨리 전한 정보-

“마인 센티피드는 화속성이야, 저놈들한테 불 마법 쓰지 마!!!”라고.

그 정보를 알지 못하고 화속성 마법을 쏜 마법사는, 그 즉시 역공당해 죽었다. 아예 시체도 남기지 못했다.

“.........우리 애들은.”

“안 죽었어.”

엘리리의 머뭇거리는 말에, 디안은 확고하게 답했다.

“........감이야?”

“감이야.”

“힘 빠져 죽겠는데 웬일로 뭔 농담이야, 디안.”

“농담으로 하는 말이면 나도 웃기라도 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안도 결국 헛웃음을 살짝 내버린다.

“다들 생존기술은 충분히 있어. 흩어지기 직전에 방침은 서로 전했고.”

방침. 그건 마지막 순간 디안의 급격한 판단으로 쏘아진 이야기였다.

둘 중 하나를 노리라고.

‘안전이 확보되면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 탈출.’

혹은 ‘아예 올라가지 말고 구조될 때까지 몸을 숨겨라. 그 경우 벌어지는 전투는, 어떻게든 피해라. 절대 피를 땅에 흘리지 말고, 포션을 아껴라.’

“숨는다 해도 구조를 받을 수 있냐는 거지.”

“처음 안전구역에서 습격이 일어났을 때, 운 좋게 위쪽에 그나마 가까운 헌터 두 명이 있었어. 그리고 난전이 시작됐을 때, 그 녀석들은 없었어.”

“진짜.......?”

“탈출- 이라고 생각해.”

원정대를 버리고 도망갔다- 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상황이 그렇겠지.

헌터들의 몸은 어디까지나 헌터 본인이 지키는 게 정석이니까.

“성공적으로 올라갔으면, 사건이 보고될 수밖에 없어. 그럼 적어도 길드 상황본부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을 거야. 최소한 조력의 희망은 있어.”

“헌터치곤 너무 낙천적이야.”

“아니지.”

디안은 전투 중 부서졌던 보호대를 몇몇 도구를 이용해 임시로 고쳐갔다.

“포에닉스 헌터이기에 낙천적인 거지.”

“좋구만.”

그로부터 수십 분 뒤.

디안이 시계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때였다.

“.......?”

레인저의 기술로 주변을 살피던 엘리리가 뭔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뭔-”

그 모습에 디안이 입을 열려는 순간, 엘리리가 쉿 표시를 전한다.

그리고, 디안을 향해 제스쳐를 움직였다.

포에닉스 헌터대에서 사용하는 암호.

유그라시아 표음언어를 기반으로 그들이 개량한 수화였다.

디안도 엘리리의 수화를 이해한다.

(누가 있어. 헌터일까?)

(........)

엘리리의 수화에 디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느낌이 안 좋은 거겠지. 그렇기에 엘리리도 디안에게 먼저 의견을 물은 거고.

(내가 일단 계속 상황을-)

(엘리리, 잠깐.)

디안이 엘리리의 옆으로 와 함께 귀를 기울인다.

지이이이익...... 지이이이이익.......

헌터. 헌터였다. 인원은 총 셋.

그래, 분명히 헌터는 헌터다.

하지만-

“영양, 영양이 필요해요-”

지이이이이이익- 지이이이익-

““........!!””

이미 그 헌터들은 죽어있었다.

심지어 디안도, 엘리리도, 그게 누군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길드에서 분명 몇 번 마주쳤던, 이번 원정 전에도 대화를 나눴던 이들이다.

그렇기에 더욱 믿기 힘들었다.

헌터들은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 피범벅인 시체가 되어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엘리리와 디안은 숨을 크게 들이쉴 뻔한 걸 겨우 참았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그럼 지금 목소리를 낸 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시체를 끌고 가는 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조금 뒤-

“유충들. 밥 먹을 시간-!”

[키리리리리리릭!]

[키리리리리리리리리!!]

시체를 끌고 오던 누군가의 목소리.

거기에 반응해 순식간에 나타난 거대 애벌레들이, 헌터들의 시체를 뜯어먹어 간다.

엘리리도 디안도,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숨이 거칠어지는 것을 안간힘을 다해 막는다.

그리고 디안은 그 순간, 이전에 가레스와 알베르토에게 들었던 ‘주의’를 떠올렸다.

(엘리리, 기억하냐........? 머더 메이지 사건 직후.)

(머더 메이지........?)

(정보는, 아마 ‘벌레술사’에 의해 빠져나갔다고.)

“.........!!!”

너무 늦게 깨달았다.

물론 일찍 깨달았을지라도 달라진 건 없겠지만,

그럼에도 심각성을 너무나 적게 잡아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덤 동굴은 그냥 변화한 게 아니야. 이 사태는, 단순히 운이 없었기에 일어난 게 아냐.)

D~A사이의 수많은 벌레.

그 이상으로 위험도 S의 보스급 벌레 몬스터들.

이 모든 게 누군가에 의해 일어난 사태라면.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그러면......... 이 던전은 인위적으로 변한 걸 수도 있어.)

그때였다.

“........으응?”

소년인지. 성인인지.

모호한 그림자를 가진 존재가, 고개를 끼리릭 돌렸다.

“착각인가. 뭔 냄새가 나지 않았나?”

디안과 엘리리의 긴장도는 최악으로 치솟아갔다.

소리를 쥐 죽은 듯이 줄여간다.

그 와중에 어떻게든 전투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무기를 준비한다.

선제공격인가.

도주인가.

이대로 계속 몸을 숨겨야 하는 건가.

셀 수 없는 목숨 선택지에 디안과 엘리리의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크래프트’.”]

그러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자, 놈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아, 뭐야. 너였구나.”

[“........?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아냐. 그냥 내 착각.”

크래프트라고 불린 이는, 다가온 그림자에 고개를 돌렸다.

.........그 그림자는 디안도, 엘리리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교전한 적이 있는 그림자였으니까.

“-그래도 마침 좋은 타이밍, ‘머더 메이지’. 방해꾼들이 온 거 같아.”

2개월을 서로 실전형식으로만 연습해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에우드와 알베르토 두 사람의 천재적인 감각 덕분일까.

두 전사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몬스터를 섬멸하며, 던전을 파고 들어갔다.

눈짓으로 연계를 결정하고 정확히 서로의 빈틈을 보완해간다.

알베르토가 몬스터들을 검으로 베어내는 순간, 에우드의 주먹이 후속을 단숨에 잔해로 바꿔버린다.

이러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유는, 에우드 본인의 몬스터 지식에도 있었다.

드림랜드에서의 500번을 넘는 싸움.

거기서 에우드는 위험도 D부터 시작하여 A까지, 상당수의 몬스터를 전부 상대해왔다고 한다.

몬스터 종류에 관계없이 몇 차례나 싸우고, 목숨을 걸며 홀로 생존법을 깨달아왔다.

그 때문에 웬만한 헌터들보다 몬스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곤충-

어떤 몬스터의 진액이 독성을 가졌는지.

어떤 몬스터의 인분에 마비성분이 있는지.

어떤 몬스터의 급소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떤 몬스터의 공격이 어디까지 닿는지 등- 극도의 실전 지식을 모두 숙지하고 있다.

촤아아아아아악!!

알베르토는 현재 구역에 남은 마지막 벌레 몬스터-

위험도 A의 메가 모스(Mega Moth)를 베어버렸다. 주변으로 마비 성분이 있는 인분(鱗粉)이 흩어진다. 에우드도, 알베르토도 재빨리 몸을 뒤로 물렸다.

우선 이 구역은 정리된 상태.

그러나 호전이라곤 할 수 없다.

첫 전투구역을 처리하고, 이어서 안쪽으로 들어갈 때마다 몬스터들은 끝도 없이 몰려왔다.

티아나가 준 포션을 한 병씩 마시며, 피로를 조금 줄여간다.

에우드는 몸의 진액과 인분을 털어냈다.

현재까지 제거한 몬스터의 수는 셀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생존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첫 전투에서 벌레 몬스터들을 모두 죽이고, 에우드는 놈들의 주둥이와 내장을 확인했었다.

.......다행히, 포에닉스 헌터대의 제복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들이 오면서 벌써 상당수의 몬스터를 처리했네. .......적어도 지금부터 발견하는 인원만큼은, 탈출 루트를 어떻게든 확보할 수 있겠지.”

알베르토는 진액이 묻은 검을 한 번 크게 털었다.

-자르라락.

“........소리가 들려요.”

“뭐라고?”

에우드는 순간 투구 너머에서 들린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몬스터들 시체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는 귀에서 차단한다.

오로지 숨결이 느껴지는, 인간 느낌이 나는 소리만을 찾아 귓속에서 갈무리한다.

“.........!”

에우드는 구멍으로 가득한 이 구역을 재빨리 둘러본다.

그리고 거기서, 이상한 기운이 전해지는 곳을 찾았다.

겉보기엔 똑같은 던전의 벽이다.

그러나 정말 자세히 보면 아주 조금 위화감이 있다.

감각이 좋은 에우드이기에 그게 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마법으로 만든 벽이다.

“흡-!”

콰아아아앙!!

우르르르르!!

그 벽을 에우드는 주먹으로 단숨에 부쉈다.

“-으아아아아악?!”

“살려주세요,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히이이이이이익!!!”

“발견한 건가!”

“네. .......하지만.”

에우드가 부순 벽 내부에서 세 명의 헌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거에 의의를 둬야겠죠.”

포에닉스 헌터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