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4화
SSS급 축구스타 Part1 (完)
아시아의 라이벌이라는 명성과 다르게 전반전에만 두차례의 골찬스를 날려버린 대한민국, 그리고 볼점유 역시 일본에게 60-40로 밀리고 있었다.
만약 후반전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더욱 강한 의지가 필요했다.
마지막 일본에게 슈팅을 허용했지만 다행이도 경기는 1-0의 스코어로 종료되었다.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은 풀리지 않는 경기에 답답한 얼굴로 라커룸으로 내려가고 있었고, 조광래 감독도 대책이 서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한일전이 축구팬들에게 어떤의미인지 잘아는 조광래 감독의 머릿속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 후반전에는 이청용이 빠지고 남태희가 투입한다- "
사실 K리그에서도 부진한 활약을 펼치는 김동찬, 서상민과 같은 선수들의 실책에서 나오는 플레이들이 패배의 요인이었지만, 조광래 감독은 자신의 의지를 꺾을 생각이 없었다.
분명 경기를 뛰는 선수들 가운데 일부의 선수들도 느낄 수 있었지만 조광래 감독의 선수선발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 네… “
대한민국과 똑같이 교체카드를 선택하는 일본은 카가와 신지를 왼쪽으로 돌리고, 마츠이와 하세베와 교체함으로서 혼다와 하세베가 중원을 책임지게 되었고, 혼다의 수비가담을 줄이기 위해 하세베가 수비적인 플레이로 경기를 주도적으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이어서 센터백으로 깔끔한 차단을 선보였던 요시다를 빼고 콘노를 투입함으로 도쿄돔에서 절대로 패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후반전이 시작함과 동시에 선수를 교체하였고, 과연 어느팀이 교체로 이득을 볼지는 알 수 없었다.
후반 53분, 한국에서 한일전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답답한 심경이 전해졌을까? 후반전이 시작하고 10여분이 되어서야 공격을 시작했지만 애석하게도 일본의 전진압박에 공을 빼았기고 말았다.
요시다를 대신해 투입된 콘노가 지동원의 김동찬을 겨냥한 킬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깔끔하게 차단했다.
타다다다다닥-
이어지는 일본의 역습, 하세베가 이충성을 향해 주었던 짧은패스를 김영권이 스탠딩태클로 인터셉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충성은 가까스로 김영권의 태클보다 빠르게 반대편으로 올라가는 오카자키 신지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툭-
공을 이어받은 오카자키 신지는 시야를 넓게 가지며 중앙으로 뛰어들어오는 카가와 신지와 혼다 케이스케를 보고 있었다.
툭-
그대로 오카자키 신지의 짧은패스는 뛰어오는 카가와 신지에게 향했고, 공을받는 순간 이용래와 윤빛가람이 양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닥-
카가와 신지는 이용래와 윤빛가람이 달려오던 말던 신경쓰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진영으로 계속 드리블을 진행중이었다.
“ 형, 내가 붙을게요- “
이미 이용래와 윤빛가람이 양쪽에서 붙어있지만 합이 맞지 않았고, 카가와 신지는 침착하게 공을 지켜서 오버래핑을 올라가는 우치다를 향해 공을 주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닥-
" 젠장, 열렀잖아-! "
그리고 대한민국의 페널티박스가 가까워지자 우치다는 중앙으로 방향을 돌렸다.
툭-
우치다의 패스를 받은 혼다는 순간적으로 드리블을 멈추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김영권은 끝까지 라인을 유지하고 있었고, 서상민이 주춤하며 혼다를 마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닥-
“ 안돼-! 라인 유지해야해- “
김영권의 외침, 서상민이 자리를 비우고 혼다에게 향하는 순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으며 혼다는 다시 중앙으로 패스를 보냈다.
툭-
혼다의 공간패스를 이악물고 달려가 김영권이 거둬내려 했으나 이미 오카자키 신지에게 향하는 공을 압박수비로 막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 크흑- “
김영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여신은 애석하게도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공을 빼냈지만 세컨드볼이 흐르는 자리에는 대한민국의 페널티박스 정면을 향해 달려오는 카가와 신지가 있었다.
펑-
노마크의 카가와 신지는 대한민국의 골문을 향해 오른발 슈팅을 날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골문을 바라보았고, 신승경 골키퍼도 멍하니 카가와 신지의 슈팅이 골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도쿄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은 예상치 못한 대한민국의 참패로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미 대한민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패스에 미스가 빈번해지기 시작했으며 수비진에서 실책이 발생하고 있었다.
후반 73분, 일본의 전진압박에 평정심을 잃어가는 대한민국, 강한 압박에 일본의 진영으로 전진할 수 없었고 공을 뒤로 돌리며 공을 지키는데 급급했다.
오늘 대한민국의 수비진에 김영권과 함께 정신적 지주로 나온 곽태휘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툭-
“ 어어… “
타다다다다다다다닥-
일본의 전진압박이 워낙 거세다보니 후방에서 공을 돌리던 대한민국의 윤빛가람이 곽태휘에게 주는 패스에 힘이 없었던지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다.
다급히 곽태휘가 공을 받으려 위로 올라왔지만 일본의 주장인 엔도가 한발 빠르게 공을 가로챘다.
“ 안돼-! “
엔도는 그대로 곽태휘를 재쳐내고 대한민국의 골문을 흔들고 있었다.
엔도의 세번째 골이 터지는 순간 도쿄 스타디움을 찾았던 일본의 홈팬들은 열광했고, 대한민국의 붉은악마는 좌절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선수들과 벤치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대형사고가 머릿속에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3-0의 스코어, 치열한 라이벌전의 의미는 퇴색해버렸고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안쓰러운 모습만 남아 있었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한과 한의 가족도 일본의 세번째 골이 터지는 순간 응원의 열기는 식어벼렸고, 한의 가족들과 윤아는 점점 굳어져가는 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 괜찮아…? “
“ 어-? 어어- 괜찮아- “
애써 가족들과 윤아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경기를 지켜보던 한도 속이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일본의 세번째 골이 터지고 나서야 조광래 감독은 김동찬을 빼고 황의조를 투입했지만 남은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후반 86분, 조커로 경기에 투입된 만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황의조의 발끝이 번뜩였다.
툭- 툭- 툭-
일본의 티키타카가 계속되었고, 이제 경기종료가 얼마남지 않아 선수들의 집중력이 흩어지는 시간대였다.
타다다다다다다닥-
콘노와 센터백을 이루는 사카이와 우치다 사이에서 나온 패스미스를 황의조가 가로채고 있었다.
“ 으아아아아아- “
어차피 승부는 거의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일본의 골문을 향해 뛰어가는 황의조, 그리고 다급하게 하세베와 콘노가 뛰어왔다.
" 으아, 모르겠다-! "
펑-
막바지에 나왔던 황의조의 슈팅은 일본의 골문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김동찬의 페널티킥을 선방했던 가오지마 골키퍼가 황의조의 슈팅을 손끝으로 쳐내며 일본의 골문을 무실점으로 지켜냈다.
“ 아… “
마지막 슈팅마저 골키퍼의 손에 막히는 것을 확인한 의조마저 고개를 떨구었다.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할말을 잃은 표정이었고, 한일전 경기는 3-0의 스코어로 도쿄 스타디움에서 일본의 대승으로 끝이났다.
후일에도 도쿄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던 오늘의 경기는 한국축구 역사에 있어 ‘도쿄 대참사’ 사건으로 불리게 된다.
서울의 본가에서 한일전을 시청하던 한은 할말을 잃은 얼굴이었다.
함께 응원하던 가족들이 텐션을 올려봤지만 한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쥐며 오늘의 패배를 잊을 수 없었다.
“ 어째서… “
한은 처음 대표팀에 승선에 교체카드 수모를 겪으며 대선배인 차두리의 조언을 떠올렸다.
‘ 이해가 되지 않아도, 우리는 프로니까 ‘
여전히 한은 차두리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과거에는 불합리함을 끝까지 참았을지라도 자라나는 세대는 불합리함에 문제를 제기하는 세대가 되었다.
실제로 한은 한국축구의 시스템이 불합리함을 깨닫고 영국으로 떠났었다. 도망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믿고 성공해서 반드시 불합리한 한국축구를 바꾸고 싶었다.
“ … “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기도 싫었으며 더욱 한이 안타까운 것은 아직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꽈악-
일본과의 결과가 화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선수선발과 불합리한 선발명단이었다.
오늘 경기를 지켜보며 한 만큼이나 분노한 이가 있었으니, 파주NFC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김세찬 감독이었다.
“ 풍성한 선수진을 가지고 고작 저따위 성적을 낸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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