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혈왕-384화 (384/450)

77화. 대전 (2)

남해에서 악명을 떨친 해적 무리.

악룡맹주가 광명마교의 오사도에게 화살을 맞고 쫓겨난 이후로 그들은 사냥감으로 전락했다.

맹주에게 수치를 안겨준 오사도는 그날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강자가 그들을 굴복시키러 찾아왔던 것.

스스로를 팔성자 중 일인이라 소개했던 청년은, 부상을 입은 악룡맹주와 의형제들을 격살했다.

세상 다시 없을 잔혹무도한 방식.

중진들이 보는 앞에서 악룡맹주 일파의 살가죽을 벗긴 청년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무릎 꿇으면 살려는 드릴게.’

그때부터 악룡맹은 광명마교의 휘하에 들어갔고, 여전히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정마대전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지금.

정든 남해를 벗어나서 전당강 어귀와 동해 인근을 지키는 그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맞닥뜨렸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만경관해(萬頃貫海) 인하제.

본디 악룡맹주의 왼팔이었으나 새로이 맹주로 추대된 그는 손에 쥔 술병을 와장창 깨버렸다.

주변에서 방만하게 술을 마시거나 여인을 희롱하던 해적들의 안색도 딱딱하게 굳은 상태.

전령으로 온 해적이 희게 질려 말을 더듬었다.

“마,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상류의... 신안강에 머물던 형제들이 전멸했습니다.”

“.......”

장내를 짓누르는 싸늘한 침묵.

모두가 새로운 맹주의 눈치만 살피는 그때, 만경관해가 차갑게 식은 얼굴로 질문을 이어갔다.

“흉수는 무림맹인가?”

“...사천삼패와 점창입니다. 그리고 태화라 적힌 자들이 군데군데 섞여 있었습니다.”

“태화문이군. 그쪽도 난리를 겪었다고 들었는데... 한데 흑도 나부랭이가 무림맹과 힘을 합쳤다고?”

만경관해는 태화문에 대해 알고 있었다.

딱히 그들과 접점은 없지만, 악룡맹주와 같은 사도십대고수가 문주로 있던 만큼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 사도십대고수가 죽고, 후계자들이 내전을 벌였다는 소식을 끝으로는 관심을 껐지만.

“...뭔지 몰라도 놈들이 신안강까지 쳐들어와서 형제들을 죽였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광명마교는 그들에게 전당강과 동해의 방어를 맡겼다.

물론 만경관해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싫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빌어먹을 고독 같으니.’

고독이 머릿속에 똬리를 튼 이상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광명마교의 비위를 맞춰야 했으니까.

만약 배신의 징후가 보이거나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면 지체없이 머릿속의 고독을 조종할 터.

그리 되면 온갖 끔찍한 고통 속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리라.

“대방파의 연합이라....”

“전부가 온 건 아닐 겁니다.”

책사 역할을 하는 해적의 말이었다.

섭선을 부치며 제갈량 행세를 하는 자가 염소 수염을 매만지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생각이 있다면 본진을 전부 데려오진 않았겠지요. 대륙 서쪽엔 혈교가 활개치고 있는데 저들이 문파의 안위를 생각했다면 문파의 중진들이 왔겠습니까?”

딴엔 그럴듯한 소리였다.

“물론 만만치 않겠지요. 신안에 정박했던 형제들이 전멸한 것만 봐도 그렇지요. 하지만 그들은 본맹의 최약체가 아닙니까?”

바다를 근거지로 삼은 악룡맹의 입장에서 보면 강은 전방이 아니라 후방이다.

게다가 그쪽엔 녹림도 있는 바.

“마침 상산에 녹림이 있으니 공조하기도 좋군요. 그들 역시 피를 본 이상 어떻게든 핏값을 갚기 위해 움직일 겁니다.”

“흥, 핏값은 개뿔이....”

녹림의 총표파자 역시 고독에 목숨을 저당 잡힌 신세.

자조하듯 비틀린 미소를 머금은 만경관해가 자리 뒤에 놓은 거대한 권갑을 주웠다.

“잘 됐군. 새로이 얻은 힘을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광명마교는 채찍으로만 다스리지 않았다.

고독으로 목숨줄을 쥐되, 새로이 맹주에 오른 이들에게 영약과 절세신병을 하사했다.

술동을 시원하게 털어버린 만경관해가 덥수룩한 수염에 묻은 액체를 씻으며 외쳤다.

“출항한다. 상대가 구파든 팔가든 누구든! 물 위에서라면 누구도 우리 상대가 아니다! 놈들을 물고기밥으로 만들어 악룡맹의 위세를 떨치자!”

“우워어어어어어어!”

바다든 강이든 상관없다.

신임 장강수로맹주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들이야말로 수전의 지배자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악룡맹에게도 있었다.

* * *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나아가는 뱃머리.

배 위의 누각에서 바람을 맞은 백서희는 조영옥의 말에 황당해했다.

“엥? 악룡맹의 배를 털어요?”

“원래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지.”

악룡맹의 해적들 일부가 강에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은 개방과 하오문의 정보로 알고 있었다.

다만 그때까지도 조영옥은 악룡맹의 배를 털겠다는 생각까진 하지 않았다.

“그렇잖아. 악룡맹의 배를 빼앗아도 뱃꾼들을 부리는 건 다른 문제니까. 설령 그들이 협박에 굴해서 우리를 따른들 끝까지 믿을 수 있겠어?”

장강이나 황하에 비하면 작다 하나 전당강 역시 절강성을 가르는 거대한 물줄기. 배가 있어도 숙련된 뱃꾼들 없이 물길을 타는 것은 무리다.

“처음엔 어디까지나 타격을 주는 걸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바뀌었지.”

악룡맹의 뱃꾼들, 정확히 말하면 노를 젓는 자들은 악룡맹의 정식 일원들이 아니었다.

약탈과 인신매매 등으로 잡혀온 노예들.

그들은 해적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돕기는커녕 뒤통수를 쳤다.

“평범한 조운방이었다면 어림도 없었지. 노예들이라서 원한을 품은 거야.”

그들의 몸에 남은 선명한 학대와 착취의 흔적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그렇게 원래의 계획을 바꿔서 배를 탈취한 조영옥과 사천삼패는 절강에 진입하는 세력들에 알렸고....

“아홉 개, 아니 척마대까지 합치면 열 개인가? 열 개의 대문파가 뭉친 함대가 탄생한 거지.”

물론 함대치고는 조금 초라했지만 배에 탄 면면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소림과 곤륜을 뺀 구파 전부에 팔가인 당문, 그리고 태화문과 척마대까지 합류한 대세력.

“이만하면 맹회를 따로 차려도 될 정도야.”

이들이 무림맹을 나간다면 무림맹의 전력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질 만큼 어마어마한 전력.

하지만 조영옥의 안색은 즐겁지만은 않았다.

“동생도 상공에게 들었지?”

“들었죠.”

불권의 수명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던가.

만약 광명마교를 함락시키기 전에 광명마교주가 심검을 되찾는다면 승산은 한없이 떨어질 터.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야....”

“적입니다!”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

망루에 있던 태화문의 안법 고수가 쩌렁쩌렁하게 외치는 소리에 장내의 공기가 바뀌었다.

점점이 커지는 그림자들을 응시한 두 여인이 서늘한 안광을 빛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렴 앉아서 당해줄 리가 없지.”

“해적놈들만 온 게 아니네요.”

전당강의 지류인 란강을 타고 몰려오는 먼지구름.

드문드문 드러난 깃발에 적힌 녹림이란 두 글자를 통해 어찌 된 영문인지 파악했다.

녹림과 악룡맹, 각각 산야와 바다를 근거지로 삼은 도적떼가 강적과 싸우기 위해 공조했다.

“하지만 말을 탄 놈들이 뭔 수로...?”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지만, 손바닥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아무리 녹림이 강해도 말을 탄 이상 이쪽에 피해를 줄 방법이....

콰아아아앙-!

“저놈들?”

“철시...!”

배의 측면을 뚫은 가공할 궁격.

고개를 돌린 두 여인은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광경에 표정이 딱딱해졌다.

기마대의 선두에서 거대한 철궁을 겨눈 건장한 사내.

피갑을 입은 변발 장한의 등장에 조영옥이 목구멍을 쥐어짜냈다.

“...전뢰신궁(電雷神弓)!”

“누구예요?”

백서희의 물음에 조영옥이 눈매를 구겼다.

“북방에서 온 마적 수괴야. 산해관을 넘어서 왔지. 그가 녹림을 일통하고 새로운 총표파자가 됐어.”

요동을 지키는 산해관. 본래라면 마적을 막아야 할 관문이 문을 활짝 열고 마적을 들여보낸 것이다.

“오사도 못지않은 궁의 달인이라고 듣긴 했지만 과연 명불허전이군. 어마어마한 궁격이야.”

“감탄이나 할 때가 아니에요.”

전뢰신궁을 필두로 녹림의 무리가 다시 이쪽을 향해 철시를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화포에 버금가는 철시가 수백 발이나 날아온다면 열 척의 선박이 얼마나 버틸지 미지수였다.

게다가 적은 녹림만이 아니었다.

“악룡맹이 옵니다!”

“문주님! 놈들의 배에 화포가...!”

멀리서도 훤히 보이는 철포. 수군에서나 운용할 법한 화포가 악룡맹의 누각에 매달려 있었다.

게다가 악룡맹의 해적들 역시 화살과 작살로 중무장한 채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던 바.

[원시안진, 누군가는 남아서 녹림을 상대해야 하오.]

[우두머리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소 삼화취정, 어쩌면 심극을 이뤘을지도 모릅니다.]

[듣자하니 전뢰신궁과 휘하의 마적단은 인마일체의 신공을 구사한다고 하더군요. 평범한 보법으로는 칼날을 박아넣기 쉽지 않을 겝니다.]

수뇌부들 사이에서 바쁘게 오가는 전음.

자원하는 이는 많았으나 적절한 인선을 정하지 못할 때 누군가가 상황을 정리했다.

[본문이 나서겠소이다.]

암독쌍절 당천경.

아군 중 유일한 팔가주가 장문인들을 향해 천리전음을 날렸다.

[그럼 청성과 아미가 돕겠....]

[독진(毒陣)을 펼칠 거요.]

[...!]

[...!]

소리 없는 놀람이 수뇌부들 사이를 오갔다.

사천당문을 상징하는 절세신공인 만천화우는 익히 알려졌지만, 독진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접한 이들이 모두 삼도천을 건넜기 때문.

다만 강호의 최상층에 위치한 수뇌부들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홀로 펼치는 만천화우보다, 당문의 혈족 전체가 참여하는 독진이 몇 배는 두렵다는 사실을.

그렇게 철혈당문의 깃발을 꽂은 배가 홀로 선로를 이탈하기 시작,

당천경이 뭇 장문인들을 향해 포권을 갖추고, 그들 역시 두 손을 맞잡으며 당문의 희생에 경의를 보냈다.

[당문의 제자들은.]

여지를 두듯 한 박자 쉰 당천경의 전성이, 전장 가득 울려 퍼졌다.

[구천독지(九泉毒地)을 펼쳐라!]

녹림의 움직임이 급변한 것은 필연.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쐈던 철시의 공격이 당문의 선박에 집중된다.

하지만 당천경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시 전성을 발했다.

[순패(盾牌)!]

당문의 무사들 중 일부가 둥근 방패를 꺼내 정면과 천장을 가리자 폭음이 터졌다.

철시에 멘 폭약 때문에 불꽃과 충격파가 휘몰아쳤지만 피해는 놀랄 만큼 적은 수준.

멀리서 그 광경을 보던 백서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건 광명마교의...?”

과거 강엽과 함께 황산을 떠나 사천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쳤던 광명마교의 대교급 고수.

당시 그가 들고 있던 광명마교의 방패로 인해 강엽도 꽤나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후 방패의 공능을 알아내기 위해 당문에 맡겼는데, 방패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모방품을 만들어낸 것.

완전히 같지는 않은지 폭발 몇 방에 쩌저적 금이 갔지만, 가히 성벽에 필적하는 내구였다.

녹림 역시 그걸 알고 배 아래를 노렸지만, 당천경이 손을 휘젓자 바람이 불어 화살을 튕겨냈다.

그를 노려보는 전뢰신궁의 눈에 살기가 어린 찰나.

배의 난간을 뛰어넘은 당문의 고수들이 뭍에 착지하며 빠르게 전열을 정비했다.

당천경 역시 표홀한 신법으로 단숨에 모래사장으로 뛰어내리면서 시선을 멀리 향했다.

두두두두두두두!

말머리를 돌린 기마대가 당문을 향해 진격하고, 당문의 무인들은 주머니와 호리병을 꺼낸다.

녹림의 기마대와 당문의 독진이 뒤섞이는 순간.

콰앙!

강에선 악룡맹의 해적들이 발사한 포탄이 폭발하고, 양측의 함대가 거칠게 부딪쳤다.

* * *

강엽과 염왕은 입도공월을 달리고 있었다.

모산파의 장문령부인 금시환령을 이용해 단숨에 항주로 갈 작정.

하지만 중간쯤 갈 무렵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난관을 맞닥뜨렸다.

[이런. 너무 편한 길을 고른 것 아닌가?]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불쑥 메아리친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가던 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치졸한 수작을 부리는군, 마교주.”

염왕이 코웃음을 치며 속도를 올리자 저편에서도 웃음기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이해해주게, 염왕. 본좌의 코가 석 자라서.]

강엽은 눈매를 가늘게 떴다.

‘어떻게...?’

어찌 광명마교주가 입도공월에 개입했는가.

[입도공월은 본디 혈마가 만들었으나 세월 속에 사장됐지. 그걸 부활시킨 게 모산혈조였다.]

마음속 의문에 답하듯 광명마교주가 속삭였다.

[그리고 본좌는 모산혈조에게 그가 원하는 영물의 내단을 주는 조건으로 입도공월의 술법을 가져왔지.]

양측의 교주가 무언의 합의로 이룬 거래. 광명마교주 역시 입도공월의 술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역시 그 석탑은....”

[짐작한 대로다. 그 안에 내재된 술법은 입도공월의 술법이지. 모산혈조가 만든 진법과는 따로 움직여서 개입하기 좀 힘들었지만... 이제 본좌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다.]

저편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불꽃처럼 길을 태우면서 두 사람이 나아갈 길이 막힌 상황.

염왕이 강엽을 돌아봤다.

“뚫고 갈 수 있나?”

“그래봤자 연결된 길이 돌아오진 않을 겁니다.”

강엽이 진각을 밟듯 발을 구르자 두 사람이 선 곳에서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다만 새로운 길을 만들 순 있지요. 출구에서 좀 멀어지겠지만, 목적지에 다다를 순 있습니다.”

“좋군. 그럼 바로 가자.”

[...입도공월에서 길을 만들어?]

광명마교주도 이번엔 황당한 기색이 역력했다.

강엽이 작게 냉소했다.

“왜, 당신은 못하는 건가?”

[....]

“신선한걸. 당신이 못하는 일을 내가 하다니. 아니, 이 경우엔 반대인가? 내가 하는 걸 당신이 못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용맥에 개입해서 강제로 길을 만들었군. 모산파의 장문령부가 있으니 이론상 가능하지만....]

광명마교주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귀영, 심상법의 경지에 올랐구나. 그 힘으로 본좌와 싸울 셈인가!]

“그래, 그러니 목이나 씻고 기다려라.”

[안타깝지만 그대가 너무 빨라서 목욕할 시간도 없을 것 같군. 그래선 안 되지.]

강엽이 만든 길도 황금빛 불길에 타들어가고, 이미 지났던 길에서도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길을 잇고, 끊는 술법전의 연속.

‘시간을 끌면 내가 불리해.’

항주로 가는 길을 찾자고 이 의미없는 싸움을 계속할 순 없다. 일단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

“아무래도 항주 급습은 포기해야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

적이 알고 훼방을 놓은 시점에서 급습은 글렀다. 염왕의 말에 강엽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가장 가까이 있는 문을 연결해서 염왕과 함께 빠져나왔을 때.

두 사람은 지상을 향해 낙하했다.

용의 몸통처럼 굵직한 강줄기에서 매캐한 연기가 솟구친다.

수십 척의 배들이 뒤엉킨 격전.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동시에 공력을 끌어올렸다.

-심상절예 구현.

전장이 가시 거리에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의 손에서 출수된 심상의 절기가 십수 척의 누선을 삼키고 강물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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