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혈왕-250화 (248/450)
  • 46화. 심검 (4)

    천지가 뒤집힌다.

    -......!

    심검과 심도의 충돌.

    심상절예의 힘겨루기 앞에서 만상은 색을 잃고 생명을 가진 것들은 소리 없는 절규를 내질렀다.

    ‘커억!’

    정신을 부수어지는 것 같다.

    영혼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격통이 전신을 내달리자 강엽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목구멍에 핏물이 차오른다. 폐인처럼 망가진 육신은 여기저기서 선혈을 줄줄 게워냈다.

    “쿨럭! 커억!”

    엎드린 채 피 섞인 기침을 토하기를 한참.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가까스로 일으켰을 땐 칠흑처럼 시커먼 어둠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몸은 조금씩 재생되고 있었지만, 감각이 맛이 가버린 건지 기감이 엉망진창이었다.

    ‘심상세계? 아니, 그랬다면 진조를 만났을 텐데...?’

    내심 의구심을 품는 때였다.

    화아아아아악!

    불현듯 환한 빛이 눈꺼풀 사이를 찔러들어왔다.

    ‘윽.’

    반사적으로 손으로 눈을 가린 강엽은 실눈을 뜨며 빛을 주시했다.

    어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난생 처음 보는 장소에 와 있었다.

    “...구름?”

    무한히 펼쳐진 운해.

    수평선처럼 멀리까지 뻗어나간 구름 뒤편엔 반쯤 가라앉은 시뻘건 태양이 보였다.

    태양을 등진 곳엔 백금 기왓장과 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백금궁전이 있었다.

    강엽의 눈이 가늘어졌다.

    “...현실이 아니라는 건 알겠군.”

    다른 걸 다 떠나서 멀쩡히 구름 위를 걷고, 그 위에 궁전이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하지만 눈앞에 버젓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

    이게 단순한 환상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인해보면....

    “...!”

    강엽이 눈을 크게 떴다.

    다시 주변 정경이 달라지면서, 이번엔 왕후장상이 지낼 법한 사치스러운 방이 눈앞에 펼쳐졌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살피자 좀 전에 보았던 화려한 백금궁전이 언뜻 드러난다. 궁전에 가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절로 들어온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적의 간계일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강엽은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마자 방을 나왔다.

    ‘잠자코 있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야.’

    궁전 곳곳에 장식처럼 달린 황금빛 태양.

    광명마교가 상징으로 삼은 태양 문양이 이 백금궁전의 연원을 알려주고 있었다.

    문제는 여기가 어디냐는 건데....

    ‘놈들의 총단은 아니겠지. 놈들이 이런 궁전을 짓고 산다는 말은 듣지 못했어. 게다가 정주에서 항주까지 단숨에 이동하는 건 말이 안 돼.’

    백번 양보해서 놈들의 총단이라고 해도, 쥐새끼 하나 안 보이는 건 어찌 설명할 텐가.

    그렇게 주변을 경계하며 한참 걸었을 때, 강엽은 길고 복잡한 복도를 빠져나와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 아래쪽의 드넓은 장소.

    특이하게 실내에 물길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중심엔 괴석들과 나무가 딸린 연못이 있었다.

    연못 옆의 돌담에 비스듬하게 앉아있는 이.

    물 안에 손을 넣은 단발머리의 여인을 본 순간 강엽은 덜컥 굳어졌다.

    여인도 강엽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떻게...?”

    “...살아있었던 건가?”

    백금궁전에 홀로 살아가는 이.

    그녀는 정체는 오사도였다.

    * * *

    ‘말도 안 돼.’

    오사도는 죽었다.

    강엽의 육신을 차지한 진조에 의해 온몸의 피를 죄다 빨려서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가?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오사도의 숨통이 끊겼던 걸 선명히 기억한다.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자체가 말이....

    “말도 안 돼. 불가능한 일이야. 어떻게 이교의 죄인 따위가 신성한 몽상정토에...!”

    “몽상정토?”

    강엽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전날 황산에서 광명마교의 교주가 팔사도의 몸에 임해서 낭왕에게 말한 이야기.

    천하에 만연한 비극을 끊고 모든 중생들에게 영원한 복락을 약속한다고 했던가.

    “몽상정토라는 게 설마 사후세계였나?”

    “....”

    오사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 가득 불신과 경악을 드러내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날 따름.

    날개처럼 얇은 옷을 입은 몸엔 병장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녀를 제압해서 심문하는 것도....

    “...뭐야?”

    곧 강엽은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내공이 느껴지지 않는다!

    부상에서 덜 회복해서 그렇다고 보기엔 이상했다. 내공은커녕 기감도 정상적이지 않았으니까.

    낌새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챈 오사도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내공을 못 느끼는 건가?”

    “....”

    강엽은 입을 꾹 다물었지만, 눈빛만 봐도 낭패감에 휩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오사도가 폭소했다.

    “하, 하하! 역시! 깜짝 놀라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아무렴 이교의 죄인이 몽상정토에 들어온 것부터가 비정상인데 내공을 쓸 리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오사도가 기겁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강엽이 그녀의 멱살을 틀어쥔 채 벽까지 밀어버린 것이다.

    물론 오사도도 순순히 당해주진 않았다.

    탁! 타악!

    절묘한 수로 금나수를 풀고 장저로 강엽의 턱을 강타, 머리채를 잡아끌어 무릎 슬격으로 안면을 찍는다.

    그리고 정강이를 걷어차서 강엽의 자세를 낮추고, 훤히 드러난 목을 후려치려는 찰나.

    터억!

    발목을 잡아챈 강엽이 그녀를 연못으로 날려버렸다.

    “이런 썅...!”

    욕설을 토하며 곤두박질친 그녀를 향해 곧장 뛰어들어온다.

    오사도는 연못 바닥의 돌멩이를 주워 강엽을 향해 내던졌다.

    간발의 차로 돌팔매질을 피한 강엽이 살광을 발했다.

    “한 번 죽였으니 두 번 못 죽일 것도 없겠지. 어디 사후세계에서도 죽는지 보자.”

    “너나 뒈져, 이 개자식아!”

    연못에서 엉킨 두 남녀였다.

    다행히 깊이가 얕은지라 싸우다가 익사하는 일은 없었지만, 삼화취정에 이른 절세고수들이 개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퉤.”

    강엽이 피 섞인 침을 뱉었다.

    날카로운 돌에 눈가가 찢기고 곳곳에 멍이 들었지만 재생력 덕분에 조금씩 아물고 있었다.

    반면 오사도는 푹 젖어서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아, 하아... 이 괴물 새끼, 사람이 아닌 건 그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러는 그쪽은 귀신이면서.”

    강엽이 오사도의 턱을 잡고 끌어당겼다.

    “으읍!”

    “말해.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지?”

    볼때기를 붙잡힌 오사도는 강엽을 노려볼 뿐이었다.

    강엽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적이라지만 여자를 거칠게 대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어.”

    바깥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 판국이다.

    백서희나 다른 사람들이 잘못되진 않았을까 걱정되는 게 당연했다.

    “그러니 대답해라. 어떡해야 여길 나갈 수 있는지.”

    “...나가서 뭘 어쩔 거지?”

    악력을 푼 틈을 타서 나온 질문.

    강엽이 즉답했다.

    “너희 교주놈에게 복수해야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대답을 해놓고 적이 협력해주길 바라면 안 되겠지만,

    오사도는 반대로 키득거렸다.

    “아, 그렇군. 보아하니 교주님께 당한 모양이지? 네놈이 어찌 몽상정토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교주님과 연관되었다면 짐작이 되네. 교주님의 심상절예에 당한 거야.”

    정확히는 교주가 심상절예를 발동하는 순간 염왕이 개입해서 심상절예로 맞받아쳤기 때문이었다.

    “포기해, 귀영. 심상절예를 맞았으니 네 육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거야. 기왕 극락에 왔으니 이제부터라도 본교에 귀의해서 그분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게 신상에 좋지 않겠...!”

    비웃다 말고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얼굴. 하관을 쥔 강엽의 손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건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야.”

    “...큭, 어차피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넌 끝났어. 교주님께서 몽상정토를 살피실 거다. 그리되면 넌...!”

    “그런가?”

    강엽의 입꼬리가 당겨진 순간.

    으드득!

    “끄윽...!”

    “내가 죽기 전에 너도 죽을 것 같은데. 여기서도 죽으면 너야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

    강엽이 그대로 턱을 뽑아버리려는 것처럼 힘을 주자 오사도의 낯빛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몽상정토라는 게 뭔지 대충 알겠군. 네놈들이 말하는 대계가 뭔지도. 참 대단한 발상이다. 단순히 무림을 정복한다거나, 천하를 병탄한다거나 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야망이야.”

    관점에 따라선 지난날 혈교가 흑상들을 포섭했던 것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광명마교가 미쳐 날뛰고 있는데도 황실이나 관부가 어째서 관망만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그들에게 천하를 전복할 힘이 있거나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죽은 다음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광명마교는 저승 비슷한 걸 만들어서 사람들의 현생은 물론 사후까지 지배하려는 거 아니냐.”

    오사도가 죽은 시점에서 굳이 교주가 원영신으로 현신했던 게 그녀의 혼백을 몽상정토에 두기 위해서라면 그럭저럭 이해는 된다.

    ‘교주의 심상절예에 휘말려 몽상정토에 들어왔다면... 몽상정토는 교주의 심상과 관련 있겠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 흑룡교의 비밀 분타에서 흑룡교주가 마련한 옥좌에 앉아 그의 심상세계에 들어가지 않았던가.

    과정은 다르지만, 몽상정토 자체가 교주의 심상세계라면 여기서 나가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

    물론 육신이 멀쩡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지만, 일단은 흡혈귀의 재생력을 믿을 수밖에.

    ‘흑룡교주의 심상세계에선 진조의 도움으로 놈을 죽이고 나서 빠져나왔지. 지금은 그럴 수 없어.’

    그때와 달리 진조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몽상정토에 들어온 과정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그의 도움을 바랄 수 없는 일.

    “잘 생각해라. 너도 기껏 몽상정토에 왔는데 이교의 죄인인 나와 공멸하고 싶진 않겠지? 넌 몽상정토에서 계속 살고, 이교의 죄인인 난 나가는 거다. 쌍방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하, 꼴에 뚫린 입이라고 입은 잘 터는군.”

    한껏 비웃은 오사도가 강엽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이전처럼 죽기 살기로 덤비는 대신 심유한 눈빛으로 강엽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좋아. 출구를 알려주지. 하지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출구 바깥에 있는 게 절망일지 희망일지는 까봐야 알 수 있거든. 네 육신이 무사하다면 돌아갈 가능성이 일푼이라도 있겠지만....”

    오사도의 입술이 가학적인 미소를 흘렸다.

    “육신이 먼지가 됐다면, 넌 이도 저도 못하고 그대로 하늘로 올라가는 거야.”

    * * *

    콰아앙...!

    굉음과 빛살이 빗발친다.

    잠시 귀가 먹먹해지는 감각에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희미하게 고막을 두들기는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엽... 강엽! 눈을...!”

    어쩐지 울음기가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눈이 벌겋게 충혈된 백서희가 가슴 위로 손을 올리고 있었다.

    “...눈 떴다.”

    다행이다.

    강엽이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자 백서희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러났다.

    “괜찮아? 정신이 들어?”

    “...그럭저럭. 어떻게 된 거지?”

    “염왕께서 오셨네.”

    백서희의 뒤편에서 당천경이 말했다.

    다만 덤덤하게 말하면서도 강엽을 보는 눈길엔 경악과 의심이 번지고 있었다.

    백서희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녀가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가 낫는 걸 봤나.’

    다만 완벽히 재생한 건 아니었다.

    단순한 타박상은 깨끗이 아물었지만, 심상절예의 충돌로 인한 흉부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본문에도 심상절예에 관한 선조들의 가르침이 있었지. 심상절예끼리 충돌하면 주변에 있던 자들은 영혼이 부서지는 충격을 느낀다더군. 때문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네.”

    얼핏 들으면 재생력이 발동하지 않는 것과 상관없는 것 같았지만, 강엽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심상절예에 깃든 절대고수들의 의념이 주요 경혈과 근육을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재생력이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리라.

    “그래도 두 사람은 무사했....”

    강엽이 말을 멈추었다.

    백서희의 허벅지는 푸르게 부어 있었고, 당천경 역시 왼팔이 걸레짝이 된 채 축 늘어져 있었던 것.

    “당문주님이 호신강기로 막아주셨어. 하지만....”

    “팔을 잃지 않은 게 다행이지. 백 소저는 독에 중독됐었네. 해독은 했지만 싸우지는 못해.”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엽이 고개를 돌려보니 현운 도장과 옥청선자, 황보혁이 가부좌를 튼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보다 저편을 보게.”

    당천경이 멀쩡한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쿠와아아아아앙......!

    제대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허공이 일그러지고, 무채색의 충격파가 일파만파 퍼져나가 반경 수백 장을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저게 강호 최정상에 군림하는 절대자들의 싸움일세.”

    지상에 태양이 강림하고, 노릿한 뇌기가 사방팔방 뻗어나가 밤의 어둠을 찢어발긴다.

    한쪽에선 푸른 옥염이 질주하면서 부서진 성벽들을 용암처럼 녹여버리는가 하면....

    -오오오!

    불의 거인이 포효하며 염도를 내치고 있었다.

    “조부님께선 염왕이 전력을 다하면 지옥불의 화신이 된다고 하셨지. 처음 그 말씀을 들었을 땐 으레 하는 과장이겠거니 했는데 사실이었군.”

    싸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원영신의 몸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섬광이 번쩍이면서 교주가 사라졌다.

    백서희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뭐야? 끝난 거야?”

    “당장은 그렇지.”

    별안간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달궜다.

    저 멀리 있던 염왕이 일행의 곁에 온 것이다.

    ‘빠르다.’

    타고난 기감으로도 쫓지 못했다.

    염왕의 몸을 뒤집어쓴 시퍼런 불길이 씻은 듯이 가시면서 매끈한 얼굴이 드러났다.

    “꼴이 말이 아니군. 그 괴물도 이번엔 도움을 주지 못한 모양이지?”

    “...덕분에 살았습니다.”

    “마침 숭산에 있어서 제때 올 수 있었다. 왕년의 흑룡교주보다 훨씬 강한 놈이더군. 심상절예의 완성도가 비교도 안 되게 높았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흑룡교주도 살아생전 심상절예의 경지에 오르긴 했던 모양이다.

    “저게 사마외도의 절대자다. 네놈은 저런 놈과 싸워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지.”

    “.......”

    삼화취정에 이르렀어도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강엽이 주먹을 꽉 쥐고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 괴물이 있으니까 내가 따로 도움을 줄 부분은 없는 것 같군. 그보다 당문주.”

    설마 염왕이 자신을 지목할 줄은 몰랐던 당천경은 살짝 긴장하며 대답했다.

    “세이경청하겠습니다.”

    “이 녀석에게서 뭘 봤든 잊어라. 진심으로 충고하건대 괜히 들쑤셔봤자 재미없을 거야.”

    강엽이 재생의 공능을 쓴 것을 함구하라는 의미.

    당천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맹주를 부르도록. 낭왕도 함께 부르고. 그리고 강엽 넌 흑룡교의 술사를 찾아라.”

    “술사 말입니까?”

    “흑룡교엔 심상절예로 인한 심흔(心痕)을 치유하는 비술이 있다. 그대로 방치하면 아무리 네 녀석 명줄이 질겨도 내일 해를 못 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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