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호위 (13)
팔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필요한 모든 준비를 갖춘 뒤에야 나설 계획이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유비무환이라고 했으니.’
어차피 표적은 독 안의 쥐였다.
상대방의 기량을 얕보다가 일격을 얻어맞느니, 시간을 들여 완벽하게 꾸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사원루를 철통같이 지키면 홍가려를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그게 착각임을 가르쳐주마.’
객관적으로 팔호의 무공은 한 자릿수 안에선 그리 뛰어나지 않다. 순수하게 무공만 따지면 그보다 아래인 구호나 십호에게도 밀린다.
그럼에도 팔호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술법에 통달한 덕이다.
칠호가 안쪽에 들어가있는 동안 그는 중경 근처를 돌면서 필요한 준비를 끝냈다.
“팔호님.”
그를 보필하는 살수가 야행복을 입은 여인을 대동한 채 읍례했다.
“백팔십이호가 돌아왔습니다.”
“사원루에 침투시킨 살수 말이군.”
백팔십이호가 돌아왔다는 건 칠호가 그녀의 역할을 넘겨받았다는 의미였다.
한쪽 무릎을 꿇은 백팔십이호가 고개를 조아렸다.
“삼가 백팔십이호가 팔호님을 뵙습니다.”
“칠호를 만났겠지?”
“그렇습니다.”
“보고해라.”
백팔십이호의 입에서 사원루의 경계 태세가 자세히 흘러나오자 팔호는 눈을 감고 경청했다.
이윽고 보고가 끝났을 때, 그는 칠호가 그랬듯 사원루의 내부 상황을 손금 보듯 떠올릴 수 있었다.
“즉, 세 놈이 한낱 한시에 홍가려를 지키지는 않는다는 말이군. 세 놈이 묵는 거처는 홍가려의 처소와 꽤 떨어져 있고 말이야.”
“네. 하지만 변고가 일어나면 바로 달려갈 수 있을 만큼은 가깝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세 놈이 홍가려와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의 입장에선 강엽 일행이 가장 상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그들이 홍가려를 지키기 위해 합류하는 것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성동격서의 계로 간다. 우리가 밖에서 흔들어놓는 동안 칠호가 홍가려를 암살할 거다.”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한 준비는 모두 갖췄다.
이젠 행동으로 옮길 때였다.
“사원루에 간다.”
“...존명!”
걸음을 옮기는 팔호의 뒤로 살수들이 따랐다.
그리고....
위이이이이잉!
구름같이 일어난 벌레 떼가 날갯짓을 했다.
* * *
밤하늘 위로 먹구름이 움직인다.
자세히 보면 먹구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온갖 날벌레들이 마치 물고기 떼처럼 한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주방 뒷문으로 자재를 옮기던 전강은 하늘을 지나가는 벌레 떼를 발견하고 눈을 얇게 떴다.
어둠과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안력이 흑운(黑雲) 안에 있는 날벌레들을 뚜렷하게 포착한다.
포식자와 피식자, 서로 종도 다른 날벌레들이 마치 한 군락처럼 움직이는 게 정상일 리 만무.
전강은 어둡고 끈적한 기운이 날벌레들로 이루어진 흑운 사이를 흐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날벌레들이 향하는 곳이 중경 분타의 낭인들이 출장을 나간 사원루 쪽이라는 것도.
“.......”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으리라는 것은 굳이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사특한 무리가 싸움에서 이기고 중경 분타의 낭인들이 큰 피해를 입는다면 장경 역시 타격을 입겠지.
하지만 전강은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신진고수라면 저 난국을 헤쳐나갈 거라 믿었다. 그와 함께하는 두 명의 고수들과 함께 말이다.
“뭐야. 안에 안 들어오고 여기서 웬 청승이야?”
주방에 있던 장경이 밖으로 나와서 전강을 따라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나 장경이 나왔을 땐 달빛과 별빛만이 찬연하게 쏟아질 뿐.
“별일 아니오. 그나저나 분타주.”
“응?”
“오늘밤 사원루에서 싸움이 날 것 같소.”
“....”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뭔 소릴 하냐고 핀잔을 줬으리라. 하지만 전강은 아무 근거도 없이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사원루에 싸움이 난다... 흑접인가?”
“아마도.”
멸문한 흑룡교가 강호 무림에 뿌린 종자들.
그중 하나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가 오늘밤의 싸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냐?”
“내 임무는 분타주를 지키는 것이오.”
낭인전으로 인해 피를 본 자들이 원한을 불살라 분타를 노리는 일이 왕왕 일어나곤 한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전강은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항상 장경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돕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것이오.”
전강이 담담히 웃었다.
* * *
부우우우웅...!
날벌레들의 강습에 사원루의 대문을 지키는 보표들은 식겁했다.
야심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주루나 다루 등의 누각에서 사원루를 지켜보던 군중들도 비명을 질렀다.
“미, 미친... 저게 뭐야!?”
“벌레! 벌레들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벌레들이 몰려드는 광경에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몸서리를 쳤다.
흑접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암습할지 모르기에 눈 부릅뜨고 경계하고 있던 보표들은 전율했다.
족히 수만 마리는 될 법한 벌레들이 날아오자 머릿속이 점혈을 당한 것마냥 굳어졌다.
“으아아! 저리 꺼져!”
날붙이를 휘두르는 것은 그리 큰 효과가 없었다.
죽여도 죽여도 더 많은 벌레들이 몰려와서 살갗을 물어뜯는 것이다.
개중엔 독충들도 있어서 몇몇 보표들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숨을 헐떡였다.
비단 하늘에서만 벌레들이 오는 게 아니다.
땅에서도 크고 작은 벌레들이 몸통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콱! 콰직!
“한낱 벌레들이 감히...!”
벌레들을 즈려밟은 보표대주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적들이 월담을 하거나 독살을 하는 것만 생각했지, 설마 벌레들을 동원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불! 불이다! 횃불로 태워 죽여!”
수만 마리의 벌레들을 상대함에 있어서는 날붙이보다는 태워죽이는 게 더 쉬웠다.
상관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든 보표들이 횃불을 휘둘러 벌레들을 내쫓았다.
횃불을 갖지 못한 자들은 화롯불을 쏟아서 땅에서 기어오는 벌레들을 죽였다.
덕분에 벌레들의 기세가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위우우우우웅...!
“맙소사.”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저편에서 날아오는 시커먼 벌레 떼에 보표대주는 명령을 내리는 것도 잊고 멍해졌다.
새로운 벌레 떼는 보표들을 넘어 사원루의 경내로 들어갔는데도 보표들은 쫓지 못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우리가 시간이 없어서.”
후방에서 살수들을 이끌고 나타난 팔호가 수인을 맺으며 진언을 외웠다.
지난날 삼십삼호가 썼던 흑암영사술이 그의 손에서 다시 한번 펼쳐진다.
차이가 있다면 삼십삼호의 술법과는 비교도 안 되게 독사들이 많다는 것.
“뭐야, 이건 어디서 나온 뱀들이냐!”
“함부로 죽여선 안 돼! 죽일 때마다 독을 뿜는다!”
그리고 강엽 일행과는 달리 보표들에겐 독사들의 독을 확실하게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삽시간에 혼란에 빠진 보표들이 독사들과 벌레 떼에 밀려 이도 저도 못하자 팔호가 씩 웃었다.
“일차 목표는 이뤘군. 가자.”
굳이 이 자리에서 다 죽이지 않아도 제 목숨 건사하느라 쩔쩔매는 보표들은 그들을 쫓을 수 없었다.
무모하게 덤벼든 보표들은 팔호의 몸에 닿기도 전에 그를 보필하는 흑접의 살수들에게 썰려나갔다.
“이놈들! 멈추지 못하겠느냐!”
감히 그들을 제지하지 못하고 멀리서 소리만 지르는 보표대주의 노성에 팔호는 웃음보가 터졌다.
“하핫, 외치기만 하면 누가 멈출까? 멈추고 싶으면 우릴 막아봐라. 십중팔구는 그전에 중독되겠지만.”
대문의 문지방을 넘기 전에 고개를 돌린 팔호는 사원루를 둘러싼 고루거각들을 쭉 둘러봤다.
거리가 꽤 멀어도 그의 눈엔 경악한 군중들이 짓는 표정이 생생히 들어왔다.
뭇 군중들 앞에서 술법을 펼친 것은 처음인 만큼 팔호도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쯧, 살수 비기가 노출되는 게 좋은 일은 아닌데....’
뛰어난 살수는 악명만 쌓을 뿐, 본신 무공이나 비기 등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법이 없다.
해서 같은 흑접의 살수들을 제외하면 팔호는 단 한 번도 술법을 쓰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물론 표적이나 자신을 막겠답시고 달려든 자들이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에게 있어 좋은 목격자는 죽은 목격자일 뿐.
하지만 이번 임무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다수의 목격자가 생기는 것을 감수하고 밑천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그냥 단순히 들어가서 휘젓는 정도로는 암살 성공을 십할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백팔십이호, 안내해라.”
“어디로 모실까요?”
“우리 역할은 칠호가 마음껏 날뛰게끔 도와주는 거다. 그러려면 가장 위협적인 고수들이 칠호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줘야지.”
“그 말씀은...?”
“인시(寅時)쯤 됐으니 귀영 혼자 홍가려를 지키고 있을 터. 우린 사자염도와 선풍룡을 막는다.”
당연히 그들을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백팔십이호를 제하면 팔호가 데려온 부하들은 모두 두 자릿수의 정예들.
팔호 자신이 한 놈을 막고, 부하들이 다른 한 놈을 막으면 저지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물론 경내에 있는 보표들과 낭인들에 대한 대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흩어져서 마음껏 물어뜯어라!”
벌레들이 날갯소리를 내며 사방팔방 퍼져나간다.
백팔십이호는 경이감에 몸을 떨었다.
다른 살수들이 술법을 쓰는 건 몇 번 봤지만, 한 자릿수의 술법을 보자 말이 안 나왔다.
대관절 무슨 수로 수만 마리나 되는 벌레들을 말 잘 듣는 개처럼 길들였단 말인가?
“시충술(施蟲術)이라고 하지.”
“예...?”
“네가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혹시 술법에 관심이 있나?”
“경이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팔호는 그 대답이 기꺼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 작전이 끝나면 몇 개 알려주지. 간단한 술법은 재능이 무뎌도 배울 수 있다.”
“...!”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백팔십이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졌다.
다른 살수들도 팔호가 이런 제안을 할 줄은 몰랐던지 잠시 걸음을 멈추었지만,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팔호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넌 역용술에 능하다고 들었다. 간단한 술법이나마 익히면 역용술을 쓸 때 큰 도움이 될 거다.”
“가, 감사합니다. 충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백팔십이호의 마음속에 감격이 물결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팔호가 먼저 이런 제안을 할 줄이야.
“좋아하긴 일러. 일을 끝마치는 게 먼저다. 의뢰부터 성공하고 나서 생각할 일.”
팔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그는 기껏 짠 야심찬 계획이 시작도 전부터 난관에 부딪쳤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 *
칠호는 벌레들이 날뛰는 것을 깨달았다.
팔호가 부린 벌레들이 그녀가 다른 시비들과 함께 생활하는 전각도 거침없이 휘저어놓은 덕이었다.
“꺄아아아악!”
“어, 얼굴에 달라붙었어! 어떻게 좀 해봐!”
진상 같았던 시비들이 벌레 떼의 향연에 충격과 공포에 빠져 비명을 지르자 칠호는 환하게 웃었다.
‘꼴 좋다, 개년들아. 니들도 한번 당해봐라!’
그녀가 작정하고 손을 쓰면 시비들을 죽이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쉽다.
하지만 팔호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이런 데서 시간을 허투루 낭비할 수 없었다.
무영환살공(無影幻殺功)이라는 공부를 익힌 그녀는 독특한 기파를 둘러 스스로를 감출 수 있었다.
칠호는 혼란의 도가니에서 어렵지 않게 빠져나와 곧장 홍가려가 머무르는 전각으로 향했다.
사원루주가 머무르는 곳과 더불어 가장 크고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진 곳.
그곳 역시 벌레들의 기습으로 난장판이었다.
“제길,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시오!”
“웃기는 소리! 사람도 아니고 벌레놈들을 어떻게 일일이 막나!”
시간이 갈수록 벌레들은 많아지고 있었다. 시충술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칠호도 기가 질렸다.
‘어휴, 그나마 무적은 아니니 망정이지.’
일견 수만 마리의 벌레 떼를 일일이 조종하는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비전으로 기른 우두머리 독충으로 하여금 독특한 향을 뿌려 주변 벌레들을 복속시킨 것이다.
우두머리 독충들을 술법으로 부리기만 하면 수천, 수만 마리의 벌레들이 자연스레 딸려온다.
찾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우두머리 독충들만 죽이면 쉽게 무너지는 술법이었다.
‘벌레들을 모을 시간도 필요하고 말이야.’
그러나 시간이 주어지면 무섭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팔호는 한 자릿수들도 정면에서 맞서기를 꺼릴 만큼 위험했다.
사원루에 있는 적들을 전부 죽이진 못해도, 그들이 홍가려를 지키지 못하도록 막을 순 있다.
존재감을 죽인 채 벌레들 틈을 통과한 칠호는 어렵지 않게 전각에 들어왔다.
‘여기도 정신 없기는 매한가지네.’
복도를 유유히 지나가는데도 누구 하나 막지 않는다.
기감이 예민한 고수들은 쉽게 속아주지 않았지만, 시비 복장을 한 칠호를 보고 그런가 보다 했다.
그들 역시 벌레 떼로 애를 먹느라 칠호의 얼굴을 보고 확인할 틈새가 없었던 것이다.
‘좋아. 다른 데로 가진 않았어.’
그녀는 술법은 쓸 줄 모른다.
해서 팔호가 넘겨준 기물로 홍가려를 찾았다. 지남침(指南針, 나침반)과 비슷하게 생긴 물건으로, 이것만 있으면 술법을 익히지 못한 살수도 표적을 쫓을 수 있었다.
그렇게 홍가려에게 가까워졌을 무렵이었다.
“언제 오나 목 빠지게 기다렸다.”
강엽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어떻게 된 거지?’
만난 것은 놀랍지 않다. 이 시간에 일하고 있는 만큼 마주칠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강엽은 벌레들로 인해 고생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칠호는 곧 강엽의 발치에 떨어진 보랏빛 우두머리 독충의 시체를 발견하고 눈썹을 치떴다.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놀랐다. 벌레를 이용하는 술법도 있을 줄은 몰랐거든.”
모산파의 술법서엔 나오지 않았으니 아마 흑룡교가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술법이리라.
그러나 강엽은 수백 마리의 벌레들 틈에 숨은 우두머리 독충을 찾아냈다. 워낙 독특한 기운을 품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두머리 독충을 죽여버리자 벌레들은 혼란스러워하다 다른 우두머리 독충에게 끌려 저 멀리 가버렸다.
칠호는 일단 오리발을 내밀기로 했다.
“루, 루주님께서 절 보내셨습니다. 홍 소저가 무사하신지 살펴보라고 하셨어요!”
“여기까지 와서 발뺌인가? 아무렴 사원루주가 급해도 달랑 시비 하나 보낼 리가 없잖나.”
“저, 절 지켜주셨던 보표님은 저기 계셔요. 절 보내느라 앞에 남으시느라...!”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하던 칠호는 갑자기 눈앞에서 강엽이 손을 뻗자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손끝에 걸리는 감각에 강엽이 이채를 발했다.
“인피면구?”
생각해보면 조영옥이 개최한 비무대회에 잠입했던 마인도 인피면구를 써서 정체를 감췄었다.
얼굴을 잡아뜯진 못했으나 손톱에 스쳐지나간 부분은 길게 찢겨나가 핏방울이 아롱졌다.
뺨을 만진 칠호가 혀를 내둘렀다. 방금 공격엔 살의가 담겨 있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머리가 뜯겨나갔을 터.
거추장스러운 인피면구를 뜯어내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짓궂게 웃었다.
“에고, 진짜로 들켰네. 대체 어떻게 안 거야?”